The Military Chef of a Ruined World RAW novel - Chapter (202)
멸망한 세계의 취사병-202화(202/471)
202화 진정한 폭력.
콰아아아아앙!
손바닥만 한 뼈칼.
그 뼈칼이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파공성을 내며 괴물의 어깨를 꿰뚫는다.
-크뤄어어어어어억!!!
거대한 몸집에 엄청난 밀도의 근육을 자랑하던 괴물.
그런 괴물이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마, 맙소사.”
“잘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위력이……!?”
갑자기 어깨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버린 거다.
그야, 엄청나게 고통스럽겠지.
전투를 준비하던 병사들 역시.
그 광경을 보고 경악하는 모습.
하지만…….
‘음. 역시 무기 특성을 활용해도 한계는 있네.’
괴물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지만.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는 건 즉.
죽이지는 못했다는 뜻.
‘역시…… 공격용 스킬이 아니란 거겠지.’
[보조 셰프]는 그 이름대로.본래는 요리사를 보조하기 위한 스킬.
애초에 요리사면서 전투만 하는 내가 이상한 거다.
이번 일 역시 멀쩡한 요리용 스킬을 어떻게든 전투용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는 셈이고.
온갖 꼼수를 동원해도 일격에 괴물을 처치할 수 있을 정도는 안 된다는 것.
하지만 뭐.
크게 상관은 없겠지.
‘그것도 잠시일 테니까.’
몸이 폭발하면서 터져 나갔음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채 나를 보며 전의를 불태우던 괴물들.
-그……륵……?
그 녀석들의 몸이.
자연스럽게 쓰러진다.
일격에 죽이지는 못했지만.
큰 상관은 없다.
그렇게 생겨난 커다란 상처.
그 넓은 상처 부위로.
[네펜데스의 극독]영혼조차 녹이는.
강력한 독이 스며들었으니까.
-크뤄…… 어…… 억…….
쿠우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힘을 잃고 쓰러지는 괴물.
“…….”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이 경악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했다.
콰아아앙!
쿠웅!
계속해서 허공을 유영하며 적들을 요격하는 [소리식도].
-크르……륵.
그 돌진음이 한 번 울려 퍼질 때마다.
한 마리의 괴물이 쓰러진다.
“……군부대를 점거하고 있던 괴물들이.”
“저렇게 간단하게……?”
나를 바라보는 병사들의 표정에.
경악이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 식의 전투가 몇 번 더 치러지자.
한때, 우리가 속해 있던 군단.
12군단을 궤멸시킨 강력한 괴물들이…….
[군단]의 포화 앞에.먼지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 * *
“이걸로, 마지막이다!”
“끼요오오옷!”
군부대에서 해방된 괴물.
그중에서도 마지막 녀석이 병사의 손에 쓰러진다.
“후욱…… 후욱……!”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지친 병사들이 거친 숨을 내뿜는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의무병의 치료를 받는 병사들도 있었다.
이번 토벌전.
내 [보조 셰프]가 상당히 화려하게 활약하긴 했다만.
‘사실 그건 겉으로 봤을 때만 가장 화려한 거고.’
실속은 그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다.
다른 모든 부대원 또한 전투에 참여한바.
당연히.
실제 공로는 다른 부대원들 쪽이 훨씬 앞서겠지.
“후욱…… 갑자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그러게 말입니다. 군단장님 덕에 어떻게든 막아 내긴 했습니다만…… 뭔 고생인지, 정말.”
전투가 모두 마무리되고.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피던 병사들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갑작스러운 괴물들의 등장에 갑작스러운 토벌전.
그 급박한 상황에서 병사들에게 다른 생각을 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 전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금.
“……으음.”
“신 병장님?”
부대원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는.
의문으로 가득 찬 시선.
하지만…….
그렇게 바라봐도 말이지.
“아쉽지만 당장 말해 줄 수 있는 건 없어.”
“그, 그렇습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직은 기밀 사항이란 거군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이해한다는 듯,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병사들.
이해해 준 건 고맙지만.
‘그런 거 아닌데.’
기밀은 무슨.
나도 아는 게 없어서 대답을 못 해 주는 거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당황하면서 태준이 녀석에게 요리를 해 준 게 전부.
그렇다고 아예 모르는 척하고 있기에는…….
길드 메시지를 통한 명령을 통해 이래저래 대처를 해 버리기도 했다 보니.
쉽게 넘어갈 수가 없어 보이는 상황.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뭔가 아는 것 같지만, 말하지 않는 척.
즉.
허세 부리기다.
“아. 딱 하나는 말해 줄 수 있겠네.”
“예?”
하지만…….
“아까 이게 무슨 고생이냐고 했었지?”
“그런 말을 하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이 상황에 대해 아는 건 얼마 없고.
나도 허세만 부릴 뿐인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씨익.
“그 고생. 마냥 개고생은 아닐 거다.”
“……?”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병사들.
나는 그 시선을 뒤로한 채.
말없이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저벅…….
괴물들의 시체를 밟으며.
괴물들이 출현했던 방향으로 계속해서 걸어가자.
놈들이.
본래 차지하고 있었을 장소.
[주의!] [출입 엄금]“저거, 보이지?”
익숙한 폰트의 표지판 하나가.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군사 지역] [출입 금지]투박한 붉은색 폰트로 쓰인.
남들에게는 조금 낯설지언정.
우리에게는 익숙할 수밖에 없는 문구.
“……아!”
그제서야 내가 하려는 말을 눈치챈 듯.
지켜보던 병사들이 입을 크게 벌린다.
온갖 전략 물자.
강력한 병기.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것은 물론.
각종 방어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장소.
‘군부대.’
갑작스러운 기습만 아니었다면.
아무리 강력한 괴물들이라고 한들.
결코 쉽게 뚫어 내지 못했을, 인류가 가진 무력의 핵심.
다른 말로 하자면.
“달다.”
지키고 있는 괴물 하나 없는.
꿀통이 자리 잡고 있었다.
* * *
괴물들에 대한 토벌이 끝난 뒤.
우리 부대는 그 뒤처리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방 토벌이 완료된 덕분에, 다행히 부상 입은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토벌전에서 다친 병사들은 조금 있습니다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요.”
태준이 녀석의 점성을 통한 카운터픽.
그 효과는 상당했다.
그렇게 많은 괴물이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피해로 토벌에 성공한 것.
그리고.
토벌에 성공한 우리는 본래 괴물들이 점거하고 있었던 장소.
군부대의 수습에 들어갔다.
“생존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후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각 군부대를 샅샅이 뒤져 보았으나.
살아 있는 군인은 없었다.
만약 살아남은 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군부대를 벗어난 상태겠지.
“어쩔 수 없지. 그 외에 시켰던 일은 잘되고 있나?”
“예. 일단 군번줄은 가능한 한 회수해서 신원 파악하고, 시체가 남아 있는 부대에 한해서는 장례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잘했어.”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었을 이들이다.
비록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고 할지언정.
‘그 마무리는 제대로 지어 줘야 하는 법이니까.’
군번줄을 회수함으로써 죽어 나간 병사들의 신원은 모두 파악할 수 있을 터.
언젠가.
누군가는 그들의 이름을 찾아 우리를 찾아올 수도 있다.
그들에게 부고를 전하는 것은 꽤나 힘겨운 일이 되겠지만.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아마도 유일한 군인들이 우리니까.
그걸 전하는 것 역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의무겠지.
그렇게, 조금 우울한 얘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다음으로 들려온 것은.
그럭저럭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어, 엄청난 양의 물자입니다!”
“총알에, 각종 철물에…… 전투 식량……? 이건 필요 없으니까 넘기고. 아무튼!”
공병들의 리더.
이공우 상병이 얼굴 가득히 미소를 품으며 소리쳤다.
“가장 중요한 건 기름을 엄청나게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얼마나 신이 난 건지.
입에서 침이 튀길 정도로 떠드는 녀석.
“나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군부대가 보유하고 있는 기름양이 좀 많은 편인가?”
“많다마다요!”
내가 근무했던 423대대야 워낙 소규모 부대다 보니.
기름 역시 전차를 운용하는 용도 정도.
적지는 않지만 많다고도 할 수 없는 양만을 저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상의 부대들은 바로 그 전차를 운용하기 위한 기름 또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바.
“이 정도면 한동안은 전차 운용에도 여유가 생길 겁니다. 아, 물론 워낙 기름 먹는 괴물이다 보니 마음 놓고 막 쓰긴 힘들겠지만요.”
“오…….”
기껏 얻어 놓은 것은 좋지만.
기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던 전차들.
그 전차들을 본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될 정도의 기름.
“바로 그 전차도 수십 대를 노획했습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라 소총만 해도 대충…….”
그리고.
그것 외에도 수많은 군부대가 가지고 있던 온갖 화기들.
탄약과 수류탄 등의 자원들까지.
어느 날 갑자기 군부대를 습격하고, 그곳을 점거한 괴물들.
그 녀석들은 확실히 강했지만.
그런 강한 녀석들이 그 장소에 나타난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인류의 무력을 억제하기 위해.’
인류의 멸망을 원하는 어떤 악의.
그 악의가 군부대의 이력과 무기, 자원.
그것들을 인간들에게서 떨어트려 놓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그 괴물들이 일제히 풀려나 지키고 있던 군부대를 떠나 버렸다.
만약 그 괴물들을 토벌하지 못했다면.
그야말로 대재앙이 일어났겠지만.
‘그건 못 막았을 때 얘기고.’
만약에~ 라는 말은 군대에서는 씨알도 안 통하는 법.
우리는 그 괴물들을 토벌해 버렸거든.
이번에 괴물들이 해방된 군부대.
그 숫자가 열 개도 넘는다.
당연히.
그 군부대에 있던 모든 물건은 우리 차지가 되었고.
한순간에.
최소 10개 이상의 군부대를 토벌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본 셈.
“흐…… 흐흐. 흐헤헤……!”
“그, 그렇게 좋냐.”
얼마나 많은 양이었는지.
전쟁 병기를 관리하는 공병들.
그 입에서 웃음이 떠나가질 않을 지경이었다.
“민재 형?”
게다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어때? 될 것 같아?
“음…… 잠시만 기다려 봐.”
이민재 병장.
최근에 [전파의 마법사]라는 직업으로 승급하는 데 성공한 병사.
그가 한참을 기계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도 가능할 것 같다.”
“……역시!”
대부분의 군부대의 경우.
다른 중계소를 거치지 않고도 군부대 간에 연락을 할 수 있는 통신망이 존재한다.
여러 곳을 전전하며 싸워야 하는 보병 부대의 특성상.
야전에서 통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사실.
이 통신 체계야말로 문명이 살아 있던 시절의 군부대의 진정한 힘이었다.
‘우리 부대만 해도 단독으로는 약해 빠진 부대였으니까.’
깊은 산 속에 틀어박힌 레이더 부대.
레이더라는 중요한 시설물을 관리하지만.
그 위치상 많은 전력이 머무르는 건 극도로 힘들다.
그렇기에.
우리 레이더 부대의 근처에는 우리 부대에 접근하는 적을 요격할 수 있는 다양한 전투 부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레이더 부대는 그런 전투 부대들의 보호를 받으며.
레이더를 통해 적들의 접근을 파악하는 역할을 맡았고.
각 지역의 요충지에 세워진 군부대들.
그 군부대들이 서로 통신을 주고받으며 유기적으로 협력함으로써.
해당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할 수 있게 되는 것.
멸망의 날 이후.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던 통신망이지만.
“한 번 해 본 일이니까, 두 번도 할 만할 것 같다.”
이민재 병장은.
바로 그 통신망을 살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문제는 내가 엄청 바빠질 거란 점이군.”
첫 라디오 송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을 깨달은 뒤.
우리 부대는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인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추가적인 송출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었다.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덤.
그 라디오 송출의 핵심인 민재 형이 엄청나게 바빠진 것은 당연한 얘기.
“큭큭. 나도 그렇고, 형도 말년에 고생이 많네.”
“뭐…… 나도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고생을 좀 시키게 되겠지만.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민재 병장이 이번에 확보하게 된 각각의 군부대로 향한 뒤.
그곳에서 나오는 전파를 강화.
군부대 간의 통신을 살려 낸다면.
‘조장급만 보낼 수 있는 길드 메시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여러 지역 간의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해진다.’
춘천 시내와 탄약대대 근처만을 겨우겨우 장악하고 있는 지금과 달리.
이 일대의 요충지들을 확실히 군단의 영역으로 삼을 수 있게 될 터.
과거에 비하면 아무래도 조금 더 불편하고 투박한 형태가 되긴 하겠지만.
강원도 내에서라면 먼 거리 간의 통신 기능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처음 괴물이 풀려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진짜 식은땀 좀 흘렸다만.’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악의’
그 악의가 강력한 괴물들에게 주박까지 걸어가면서까지.
인간의 손에 들어가기를 막았던 힘.
‘인류가 가지고 있었던…… 진정한 폭력.’
과거.
문명이 온전한 시절에는 12군단이라는 이름 아래에 모여 있던 바로 그 힘이.
[강철 군단]의 이름 아래에 재건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