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
◈ 10화. 정중히 설득했습니다
마도림의 수뇌들이 급히 소집됐다.
한발 늦게 총단에 도착한 동북관주 관초걸은 바쁜 걸음을 옮기며 청무전으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십중팔구는 소공자가 뭔가를 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진무립이 낭인 하나와 유대하를 데리고 청경루에 들어섰다는 게 그가 들은 마지막 보고였기 때문이다.
“관초걸 관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관초걸이 발을 멈췄다.
“환마각주님.”
왜소한 체구에 반백의 눈썹을 길게 드리운 노인, 환마각주 조양흘이 급히 다가와 물었다.
“갑자기 소집이라니, 대체 무슨 일인가?”
관초걸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이거 뭐 할 말이 없군.’
짐작만 할 뿐 자신도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조양흘이 미간을 좁히며 다시 물었다.
“혹시 소공자가 사고라도 친 것은 아닌가?”
“저도 지금은 아는 바가 없습니다. 일단 가시지요.”
급한 걸음으로 청무전에 들어선 둘은 림주 초무강에게 예를 갖추고 자리에 섰다.
좌중을 둘러본 초무강이 입을 열었다.
“모두 모였구려.”
예고 없는 긴급 소집. 청무전에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마영각주 염천군이 물었다.
“대검문의 지부장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혹시 그 일로 부르셨습니까?”
초무강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그때 밖에서 위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림주님. 서북로의 수장들이 뵙기를 청합니다.”
서북로라면 분명 진무립의 일이다.
모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가운데 초무강은 짐작하고 있던 사람처럼 말했다.
“안으로 모시거라.”
“예.”
잠시 후, 문이 열리자 석가장주 석금종을 필두로 네 명의 수장이 들어왔다.
매우 느릿하게 걸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환마각주 조양흘은 눈살을 찌푸렸다.
‘뭘 얻어내려고 저토록 뜸을 들이는가?’
저들이 용추에게 얻어맞아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모르는 까닭이다.
중앙에 도착한 석금종은 걸음걸이만큼이나 천천히 포권을 취했다.
“마도림주를 뵙습니다.”
예상외로 정중한 말투와 예법에 모두의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졌다.
초무강이 말했다.
“여기에서 그대들과 만날 줄은 몰랐구려.”
“저희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소?”
이어진 석금종의 말은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했다.
“우리 서북로의 방파들은 오늘부로 마도림의 손을 잡고자 합니다. 부디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네 명의 수장이 입을 열었다.
“부디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수뇌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경악한 환마각주 조양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자, 장난하러 오셨소?”
다수가 조양흘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대검문이라는 굵은 동아줄을 놓고 마도림을 선택한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대답은 문밖에서 들려왔다.
“장난이라니. 어렵게 찾아온 사람들한테 섭섭하게 그럴 거요?”
모두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갔다.
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진무립은 싱긋 웃으며 예를 갖췄다.
“림주님을 뵙습니다.”
“어서 오너라. 그렇지 않아도 너를 부르려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
진무립은 수장들의 앞에 발을 멈췄다.
“우리의 손을 잡으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미래를 놓고 정중히 설득했습니다.”
수장들은 하마터면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했다.
그게 정중한 설득이라면 산적, 수적, 해적은 부처일 것이다.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특히나 많이 얻어맞은 석금종은 골병든 몸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를 간신히 참았다.
물론 진무립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으나 당사자가 그렇다는데 더 캐물을 수도 없다.
초무강이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고생했구나.”
“아닙니다. 이들은 사업장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수익의 일 할을 상납할 것과 우리의 행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초무강은 석금종에게 물었다.
“무립의 말이 맞소?”
“틀림이 없습니다.”
재차 그들의 의지를 확인하자 수뇌들은 찢어질 듯 커진 눈으로 진무립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술수를 부렸단 말인가?’
‘우리 모르게 사도방술이라도 익힌 건가?’
철사방의 일로 알게 모르게 진무립을 무시하던 그들이었기에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진무립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정적인 시선에 결과로 대답한 것이다.
외림원주 우가산의 눈이 별처럼 빛났다.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동북관주 관초걸은 그날의 진무립을 떠올리고 있었다.
진무립은 자신이 내뱉은 말처럼 생각을 결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변화의 바람인가.’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
마도림의 총단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철사방도에게 얻어맞고 돌아와 비웃음을 샀던 소공자라는 인간이 서북로를 장악했다는 소문 때문이다.
처음에는 낭설로 치부하던 무인들은 상관들이 직접 소문을 확인시켜주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수로?’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진무립의 옷가지를 챙기러 총단에 들른 유대하는 달라진 여론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위에 선 자가 해야 할 일이다.’
진무립의 말을 떠올린 그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한순간에 뒤바뀐 그들의 시선을 간사하다며 탓할 생각은 없다.
자신도 잠시나마 그들과 같은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이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마도림의 식충이로는 그의 곁에 오래 머물 수 없을 것이다.
옷가지를 챙겨 나오던 유대하의 앞에 안림원(安林垣)의 위사가 나타났다.
“림주님께서 찾으시오.”
위사를 따라간 유대하는 림주 일가가 머무는 안경원에 도착했다.
림주 초무강과 외림원주 우가산, 내림원주 상호군에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태상림주까지 유대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북로의 확보는 일선에서 물러난 초평천까지 움직이게 할 정도로 놀라운 결과였다.
그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흠칫 놀란 유대하는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유대하입니다.”
“앉게.”
유대하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질문이 쏟아졌다.
“대체 무슨 수로 그들을 포섭한 건가?”
“오랜 시간 대검문을 따랐던 그들이라네. 소공자는 어떤 방법으로 그들의 마음을 돌린 것인가?”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보게.”
우가산과 상호군의 연이은 질문에 유대하는 잠시 머뭇거렸다.
소공자의 허락 없이 말해도 되는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태상림주 초평천이 손을 들어 원주들의 재촉을 막았다.
“사람하고는. 생각할 시간은 주어야 할 것 아닌가? 기다리게.”
초평천의 말에 따라 모두가 입을 다물었으나 정적 속에 쏟아지는 시선은 더욱 부담스러웠다.
“소공자는······.”
유대하는 짧은 고민 끝에 결심한 듯 말했다.
“그들을 정중히 설득했습니다.”
***
서북로가 마도림 산하에 들어가며 중경의 판도가 달라졌다.
마도림이 중경의 북림에, 대검문이 남림에 위치한 것을 보면 중경은 정확히 남북으로 갈린 셈이다.
하지만 당장 대검문이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실종된 지부장을 찾고 흉수를 파악하기 전에는 섣불리 전쟁을 벌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북로에 스며드는 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무화방주 추광도의 죽음으로 고통받던 이들이 해방된 탓도 있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거리의 주인이 마도림으로 바뀐 것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청하객잔의 별채로 각파의 수장들이 모였다.
진무립이 육무봉에게 물었다.
“무화방은 잘 수습했나?”
“예. 부방주라는 놈만 패 죽이니 순순히 무릎을 꿇었습니다.”
“네가 죽으면 철사방은 어떻게 될까?”
섬뜩한 질문에 육무봉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렸다.
“가,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진무립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모시던 이가 죽었는데 부하들이 일말의 복수심조차 갖지 않는다면 좀 서글플 것 같지 않나?”
노련한 석가장주 석금종은 진무립의 말뜻을 알아챘다.
“부하들을 죽은 추광도처럼 다루지 말라는 말씀일세.”
굳었던 육무봉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
“아, 저는 추광도와 다르니 안심하십시오.”
진무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그래서 무화방 대신 철사방을 선택한 거니까.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대검문의 움직임은 어때?”
석가장주 석금종이 말했다.
“중경의 사업장을 낭인들에게 맡기고 실종사건 해결에 힘을 기울이는 듯합니다.”
“중경 남쪽이 텅 비었네?”
“중경의 낭인들은 사실상 대검문의 사조직과 같은 자들이라 비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특히나 낭인들의 수봉 묵인표는 대단한 고수입니다.”
소천문주 조삼방이 말했다.
“하지만 먼저 자극하지 않는다면 움직이진 않겠지요. 지부장 다섯 명이 동시에 사라진 사건은 간과할 수 없을 겁니다. 배후에 더 큰 적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어서 칠도문주 도영강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에게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나 너무 조용하니 이상하긴 합니다.”
진무립이 물었다.
“무서운 건 아니고?”
정곡을 찔렸는지 도영강은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꼭 그런 것은······.”
“고작 중경 바닥에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니는 것들이 두려우면 밖엔 어떻게 돌아다니나?”
중경무관주 정욱은 진무립이 대검문을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 우려스러웠다.
“소공자. 대검문은 무인의 숫자만 해도 이 천에 달합니다. 그에 비해 이쪽은 마도림과 우리의 무인을 전부 합해도 숫자가 부족합니다. 대검문을 넘고자 하신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나는 오히려 그대들이 대검문이라는 이름을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군. 전쟁의 승패가 숫자로 판가름 된다면 천하대전에서 화령이 승리할 일도 없었을 거다.”
“모든 상황에서 열세인 화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단소룡이라는 불세출의 고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불세출의 고수가 있잖아?”
수장들의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마도림의 태상림주 초평천이었다.
과거 사천제일로 평가받던 무공이 여전하다면 사천신검(四川神劍) 종비웅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석금종이 물었다.
“태상림주께서 직접 나서기로 하셨습니까?”
“그분 말고.”
“그럼 또 누가······. 용소협 말입니까?”
진무립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용추 말고 나! 불세출의 고수를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본단 말이야?”
“······.”
철사방도들에게 흠씬 얻어맞은 진무립이 불세출의 고수라면 세상에 고수 아닌 자가 없을 것이다.
수장들이 진무립을 따르는 것은 그의 독심과 예측 불능한 심계 때문이지 무공 때문은 아니었다.
단, 진무립을 아는 육무봉의 생각은 달랐다.
그날 본 진무립의 눈빛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본 공포였다.
‘소공자가 그렇다면 정말 그럴지도······.’
육두봉이 침을 꿀꺽 삼킬 때, 진무립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너무 굳어있는 거 같아서 농담 좀 해봤어. 어쨌든 난 항상 신중하니까 지나치게 겁먹지 말라고.”
진무립은 탁자에서 중경의 지도를 꺼냈다.
“조금 둘러보니까 청경루가 서북로에서 제일 높더군. 오늘부터 각파의 고수들이 최상층에서 번을 서기로 한다.”
석금종은 진무립의 의도를 눈치챘다.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하는 것이군요.”
자신들을 대검문의 위협에서 보호한다던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다.
“그렇지.”
“청경루가 높기는 하지만 중간중간 건물에 가려져 각파의 상황을 모두 알기엔 어렵습니다.”
“화전(火箭)을 날리면 보이는 거리지. 오늘부터 용추를 청경루에 머물게 할 거다. 녀석도 잠을 자야 하니 초병은 따로 세워야겠지만 살수는 막아줄 거다.”
모두가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무립은 청경루에서 철사방, 소천문, 석가장, 중경무관까지 네 개의 선을 그었다.
“초병은 항시 셋을 배치. 비상시 한 명은 내게 알리러 오고 한 명은 동북부관으로 달려라. 그곳은 총단과 전서구가 연결되어 있으니 빠르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거다.”
어느 때보다 신중한 진무립의 태도에 모두 눈과 귀를 집중했다.
“화전이 떠오르면 용추가 곧바로 지원 갈 거다. 두 곳에서 동시에 떠오르면 용추와 그보다 더 강한 녀석을 보내주마. 세 개가 동시에 떠오를 일은 없을 거다. 그럴 바엔 다섯 곳 전부를 한 번에 치고 말 테니까.”
소천문주 조삼방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일······ 다섯 대의 불화살이 떠오르면 어떡합니까?”
“숨어도 좋고 도망쳐도 좋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시진만 버텨라.”
“반시진입니까?”
진무립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 안에 병력이 빠진 대검문을 불사르고 구하러 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