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7
◈ 107화. 최고의 귀빈
소유붕의 심복 정철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대체 어떻게 알아챘단 말이냐!’
전방에서 곽도진이 시선을 끄는 사이, 뒤에서 달려든 단려화의 쾌검이 그의 어깨를 꿰뚫었다.
푹!
“크억!”
검을 쥔 손에 힘이 풀리는 순간, 곽도진의 지풍이 날아들더니 그의 마혈을 강타했다.
퍽!
빳빳하게 굳은 정철의 눈에 체념한 빛이 번졌다.
‘호공. 죄송합니다.’
정철이 어금니의 독단을 찾아갈 때.
“어딜!”
뒤에서 그의 다리를 후려 찬 단려화는 넘어가는 정철의 입에 주먹을 쑤셔 박았다.
콰직!
누런 이빨이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
이어진 단려화의 자비 없는 주먹은 정철의 의식을 완전히 끊어놓았다.
쾅!
그 강렬한 일격에 누군가가 외쳤다.
“저, 저 소저가 바로 광녀인가!”
눈에 불을 켠 단려화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닥쳐요!”
의식을 잃은 정철이 사로잡힐 무렵, 진무립과 소유붕의 간격은 순식간에 압축됐다.
“이대로 당할 것 같은가!”
일갈을 토해낸 소유붕의 손이 좌우로 활짝 펼쳐진다.
그의 장심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이 자리에 모인 군중들.
귀빈석에서 벼락같은 고성이 터져 나왔다.
“피하시오!”
결맹식에서 적의 세작에게 다치는 이가 나온다면 공위맹의 명성은 땅에 떨어질 터.
놀란 귀빈석의 고수들이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태.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 때, 순식간에 솟구친 사이한 내력이 소유붕의 장심으로 쏟아져 나왔다.
쏴아아!
“아아!”
전신이 부르르 떨릴 만큼 오싹한 사기가 군중들을 해일처럼 덮쳐갔다.
소유붕의 두 눈이 차갑게 빛났다.
‘어떻게 할 것이냐?’
그는 진무립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자신을 잡을 것인가, 군중들을 구할 것인가.
전자를 택한다면 공위맹은 사천 무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후자를 택한다면 자신은 그 틈에 도망치면 된다.
화살같이 쏘아지는 진무립의 옷깃이 찢어질 듯 휘날린다.
‘교활한 놈이다. 여기서 죽인다.’
생각이 끝나는 순간 그의 전신에서 항거할 수 없는 폭발적인 기세가 쏟아져 나왔다.
은광검을 던진 진무립은 두 손을 전방으로 펼쳤고, 이어서 장심에서 쏘아진 두 줄기 광풍이 허공을 가로지른다.
슈와악!
즉시 몸을 돌리려던 소유붕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렸다.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은 은광검이 지척까지 도달한 상태.
선택을 강요했더니 놈도 자신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받아칠 것인가, 도망치다 꿰뚫릴 것인가.
‘허허.’
설마하니 역공을 가함과 동시에 사염장(死炎掌)까지 받아치려 할 줄은 몰랐다.
가능한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눈앞의 진무립은 그게 가능한 진짜 괴물이었다.
새어 나오는 헛웃음을 억지로 삼킨 그는 두 손에 내력을 끌어올려 합장하듯 부딪쳤다.
“하압!”
순식간에 짓쳐 든 은광검이 장심과 장심 사이로 빨려든다.
콰앙!
뒤로 날아가는 소유붕의 입에서 검붉은 핏덩이가 쏟아졌다.
치명적인 검상은 피했지만 검에 실린 엄청난 내력에 내상을 면치 못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좌우로 날아가던 장력에 시퍼런 두 줄기 섬광이 부딪친다.
파지직!
지나온 생을 주마등처럼 떠올리던 군중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시뻘건 장력이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광풍이 몰아치며 새하얀 눈송이가 흩날리는 것이다.
벌떡 일어난 소걸개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저걸 해소해?’
장력에 깃든 사이함은 이곳 단상까지 느껴질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그것을 받아치지 않고 해소하는 것은 상대보다 적어도 두세 수 이상의 고절한 무위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
만인의 앞에서 자신의 무위를 드러낸 진무립은 세간에 떠도는 소문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밀려나던 소유붕의 등으로 시퍼런 예기가 날아들었다.
그의 진로를 막아선 당소소와 당우가 비수를 쥐고 달려든 것이다.
‘큭!’
허공에서 몸을 비튼 소유붕은 손에 쥔 은광검을 그들에게 휘둘렀다.
카캉!
두 자루 비수가 튕겨 나가며 당소소와 당우가 지면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의 몸부림은 거기서 끝이었다.
어느새 지척까지 접근한 진무립이 그의 목덜미를 낚아채 위로 던진 것이다.
깃털처럼 떠오른 소유붕이 일갈을 토해냈다.
“이놈!”
그와 반대로 지면에 착지한 진무립은 바로 옆에 서 있던 무인의 검을 뽑아 허공으로 내던졌다.
쌔애액!
지상을 향해 몸을 돌린 소유붕은 은광검을 고쳐잡고 쏘아지는 철검을 후려쳤다.
카아앙!
철검이 튕겨 나가며 울부짖는 쇳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하지만 진무립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면을 박차고 도약한 진무립은 추락하는 소유붕에게 접근한 상태.
살기로 번들거리는 소유붕의 동공이 솟구치는 진무립을 담는다.
상체를 비튼 진무립은 벼락 치듯 떨어지는 은광검을 피해 손을 내뻗었다.
서걱!
내리치는 은광검이 진무립의 옷깃을 베어낸다.
좌수를 뻗어 소유붕의 손목을 낚아챈 진무립은 우수로 팔꿈치를 밀어쳤다.
콰직!
팔이 휘어질 수 없는 각도로 꺾이며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로 팔을 잡아당긴 진무립은 절묘하게 소유붕과 위치를 바꿔 그의 등에 올라탔다.
이어서 그의 양팔을 뒤로 당긴 진무립은 무릎으로 등판을 자비 없이 내리찍었다.
우드득!
“크으윽!”
결국 참지 못한 소유붕은 신음을 토해냈다.
진무립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진다.
[덕분에 본 맹의 위상이 더욱 올라가게 생겼구나. 너야말로 최고의 귀빈이다.]비웃듯 파고드는 전음에 이어 핏발선 눈동자로 지면이 빨려들 듯 확장된다.
‘아아! 이토록 허무하게…….’
한때 서장 제일의 지낭으로 불렸던 자신이 사천 변두리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넓은 공간에서 정면으로 싸웠다면 결과는 다를 수도 있었다.
이 자리를 피하고자 내린 선택이 결과적으론 최악의 상황을 가져왔다.
머리칼을 움켜쥐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순간.
“진무립!”
울분을 토해내는 고함과 함께 두 사람이 낙뢰처럼 지면에 내리꽂혔다.
콰앙!
육중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몸부림치는 지축이 흙먼지를 토해낸다.
범인은 눈으로 좇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신속한 공방의 끝.
“끄, 끝난 건가.”
간신히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난 군중들은 부릅뜬 눈으로 피어오른 흙먼지를 주시했다.
잠시 후, 흙먼지가 용오름처럼 솟아오르며 결과가 드러났다.
머리부터 지면에 처박힌 소유붕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반면 진무립은 한쪽 발로 그의 머릴 짓밟은 채 오연히 서 있었다.
군중들의 심박이 고조될 무렵, 주변을 슥 둘러본 진무립이 입을 열었다.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마치 승리를 선언하는 것만 같은 당당한 말투.
짧은 정적이 스치듯 지나가자 억눌린 함성이 쩌렁쩌렁하게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
고막이 터져나갈 듯 엄청난 함성은 진무립이 보인 강렬한 무용에 대한 그들의 답이었다.
도중에 멈춰선 귀빈들의 두 눈에도 벅찬 희열이 떠올랐다.
“허, 허허허.”
“정말 대단하구려.”
자신들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혈교의 세작.
진무립은 그것을 미리 감지하고 있었을뿐더러 아무런 피해 없이 완벽하게 막아냈다.
비로소 자신들이 어떤 사람과 손을 잡았는지 실감이 난다.
양삼의 귀로 소걸개의 전음이 파고든다.
[저놈, 보통 놈이 아닌데요.] [분명한 건…… 너보다는 강할 거 같다.]두 사람은 같은 무림 칠경의 일원.
소걸개의 입술이 불만스럽게 삐쭉거렸다.
[무림 칠경이 땅따먹기해서 얻은 자린 줄 압니까?]양삼은 가자미눈을 뜨고 쳐다봤다.
[난 죽어라 싸워서 얻은 건데 넌 우리 대장 오른팔이라며 사기 치고 다녀서 얻었잖아.]‘시부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반박하기도 어렵다.
인상을 구긴 소걸개는 가만히 단자룡을 쳐다봤다.
자리에 선 채로 입을 다문 단자룡은 그 어떤 표정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담담한 외면과 달리 내심은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육감으로도 완벽히 파악하지 못할 만큼의 능력을 가졌다고?’
제법 실력이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으나 무공을 드러낸 진무립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단자룡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올라갔다.
‘재미있는 녀석이었구나.’
동생이 진무립의 곁에 남은 이유를 왠지 알 것도 같다.
연무장이 떠나갈 듯 우레와 같은 환호성 속에, 단상의 끄트머리에 선 초평천의 곁으로 우가산이 다가왔다.
“소공자는…… 마치 태을성(太乙星)과 같은 사람입니다.”
태을성은 우주의 중심에 위치한 가장 높고 존귀한 별.
군중들을 단숨에 휘어잡는 것은 비단 무공만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진무립을 보고 있자면 마치 세상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식은땀으로 축축한 손바닥.
그것을 움켜쥔 초평천은 옅은 미소를 보였다.
군중들이 손주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토해내는데 기쁘지 않을 할아비가 어디 있겠는가?
그는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을성이라, 확실히 모두의 주목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이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이어지던 결맹식은 느닷없는 혈교의 등장과 진무립의 무용으로 뜨겁게 막을 내렸다.
* * *
결맹식이 끝난 뒤, 진무립이 죽인 세작의 정체가 드러나자 무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호공 소유붕.
오랜 세월 전대 교주를 보필해온 그의 이름은 이곳 사천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
그런 거물을 순식간에 잡아낸 진무립의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와 더불어 강유월과 호천단은 맹 내에 스며든 혈교도들을 색출하며 공위맹의 힘을 입증했다.
곳곳에 밝혀진 횃불이 공위맹에 내려앉은 어둠을 쫓아냈다.
은은한 불빛이 퍼지는 커다란 연무장,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이어지는 성대한 연회.
술상 앞에 모여앉은 사람들은 낮의 일을 술안주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귀빈들이 모인 대전의 분위기도 그곳과 다르지 않았다.
“사로잡은 혈교 놈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합니까?”
“그렇다고 들었소. 그건 그렇고 낮의 일은 참으로 대단하지 않았소이까?”
생각하면 할수록 감탄만 나온다.
“소문으로는 익히 들었다만 실제 눈으로 보니 감탄밖에 나오질 않더이다. 과연 명성에 걸맞은 무위였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의 고개가 슬며시 돌아갔다.
그곳에는 술잔을 기울이는 천하제일의 후기지수가 있다.
목을 길게 뺀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나직이 말했다.
“소천무군의 무위가 장래 천하제일로 꼽힐 만큼 대단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마도림의 소공자도 그에 못지않은 것 같구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소이까?”
“내 생각도 다르지 않소. 낮에, 단상에서 소공자의 신형을 놓쳤을 땐 턱이 빠질 만큼 놀랐다오.”
“착각일지 모르겠으나 장력을 쏟아내기 직전 소공자가 보인 기세는 한순간 천하에 군림하는 절대자를 본 것만 같았소.”
“내가 받은 느낌도 그렇소. 소천무군도 그렇다지만 소공자 역시 후기지수의 범주를 훌쩍 벗어났소이다. 어쩌면 차대 천하제일은…….”
침을 꿀꺽 삼킨 그들이 긴장된 눈빛을 교환했다.
어찌 되었건 공위맹에 그와 같은 무인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었다.
속삭임이라지만 귀가 밝은 화령의 무인들은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불편한 내색을 보이지 않는 것은 누구보다 단자룡을 믿는 까닭이다.
‘화령도 밖에서 소영주를 능가할 무인은 없다.’
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작은 소문 따위에 흔들릴 정도로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화령의 무인들과 함께 조용히 술을 들이켜던 단자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숙부. 잠시 바람을 좀 쐬고 오겠습니다.”
많은 눈이 있기에 양삼은 점잖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대했다.
“다녀오시오. 소영주.”
밖으로 나온 단자룡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시원한 공기가 폐부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한결 정신이 맑아진 그는 낯선 공간을 마치 제집 안마당처럼 익숙하게 걸어갔다.
그렇게 작은 골목을 지나친 단자룡이 발을 멈췄을 때, 그의 앞에 면사를 내려쓴 단려화가 나타났다.
단자룡은 모처럼 대면하는 동생에게 반갑게 웃어 보였다.
“이제는 인사를 나눌 시간이 되겠느냐?”
면사를 걷어 올린 단려화는 모처럼 본 얼굴을 드러냈다.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