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14
◈ 14화. 작전 개시
마도림의 총단.
스며드는 어둠과 함께 도착한 진무립은 총단의 주변을 산책하듯 걸었다.
‘지켜보는 눈이 생각보다 적군.’
진무립의 기감에 걸려든 이는 고작 셋에 불과했다.
한 바퀴를 돈 진무립이 청무전에 들어갔을 땐 이미 초무강이 수뇌부를 소집한 뒤였다.
진무립이 공손히 예를 갖췄다.
“조금 늦었습니다.”
“늦지 않았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두 명의 원주와 다섯 명의 각주, 한 명의 당주가 모인 가운데 진무립이 말했다.
“대검문을 쳐야겠습니다.”
서북로를 흡수했으니 대검문과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움직이게 될 줄은 몰랐다.
모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으나 막상 눈앞에 닥치니 오만가지 생각이 스며드는 것이다.
무거운 정적 속에 내림원주 상호군이 물었다.
“우리가 먼저 움직인다는 말이오?”
주변의 반응을 살핀 진무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음, 준비를 서둘러야겠군.”
“서두를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하오.”
모두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마영각주 염천군이 말까지 더듬으며 물었다.
“지, 지, 지금 움직이잔 말이오?”
환마각주 조양흘도 놀란 가슴을 억누르며 말했다.
“너무 이르지 않소? 차분히 계획을 세운 다음에······.”
진무립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는 법이지. 우리가 계획을 세우는 동안 저들도 준비할 거요.”
진무립은 열흘을 원했으나 소문주 종화기는 지부장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준다고 했다.
내일부터 한 명씩 풀어준다고 하면 지금부터 엿새의 시간.
하지만 순진하게 그 말을 믿을 진무립이 아니다.
‘대화를 통해 내가 어떤 놈인지 알았다면 놈은 분명 엿새 전에 선수를 치고 싶을 거다. 하지만 열흘을 달라고 했던 내가 지금 당장 움직이리라곤 생각하지 않을 터, 기회는 지금 밖에 없다.’
수뇌들의 술렁임이 커지자 초무강은 손을 들었다.
“모두 진정하시오. 무립은 생각해둔 바가 있느냐?”
초무강 역시 대검문을 적으로 상정하고 염두 한 계획이 있었으나 여기선 진무립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진무립이 말했다.
“중소방파를 끌어들였으나 전체의 숫자는 여전히 대검문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지부를 포함했을 때의 이야기. 우선 숫자 차이를 줄여야겠습니다.”
“계속 말해보아라.”
진무립은 마치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사람처럼 계획을 꺼내놓았다.
“지부의 총인원이 오백. 실종사건을 해결하고자 나간 인원이 이백오십. 총단 인근의 세작을 처리해 정보를 차단하고 대검문으로 복귀하는 그들을 잘라내야 합니다.”
상호군이 물었다.
“그럴 바엔 숫자의 우위를 활용해 본진을 바로 치는 것은 어떻겠소이까?”
대답은 림주 초무강의 입에서 나왔다.
“싸움이 길어져 그들이 합류한다면 사면초가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오.”
우가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공자의 말씀대로 움직였을 때, 그 정도 인원을 상대하려면 이쪽은 전력을 기울여야 하오. 대검문이 행여 텅 빈 총단을 노린다면 막을 방도가 없소이다.”
진무립은 웃었다.
“여긴 아무도 없을 텐데 지켜서 뭐하오?”
***
어둠을 밟고 대검문에 복귀한 종화기는 부친의 처소로 발을 옮겼다.
‘엿새라.’
진무립에게 주었던 시간이다.
종화기는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는 진무립이 그 말을 온전히 믿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약속했던 것은 조금이라도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자 함이다.
‘엿새라는 기간을 믿지는 않겠지만 지부의 무인이 중경에 들어서기도 전에 움직이리라곤 생각지 못할 것이다. 그 전에 움직이면 기습에 성공할 수 있다.’
부친의 처소에 도착한 종화기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검을 손질하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 대검문주 종비웅이 고개를 돌렸다.
“마도림의 소공자를 만나고 왔다지?”
“소식이 빠르군요.”
종화기는 싱긋 웃으며 탁자 앞에 앉았다.
“무엇을 얻었느냐?”
부친의 대화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실리를 추구하는 종비웅은 자식과의 대화에서조차 불필요한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다.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던 진무립의 말이 와닿은 것이었다.
“중요한 일이지.”
“아버지.”
종화기의 목소리가 나직이 깔리자 종비웅은 검을 집어넣고 몸을 돌렸다.
“말해라.”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소공자라는 놈은 매우 위험합니다. 선수를 빼앗기기 전에 마도림을 쳐야겠습니다.”
종비웅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피해가 커진다면 뜻을 이룰 날이 그만큼 미뤄질 것이다.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됐군.”
마도림을 말려 죽이고자 자금줄을 압박했고 중경의 세 구역을 차지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유청아.”
허공에서 답이 들려왔다.
“예.”
“방각주의 목을 가져와야겠다.”
무덤덤하게 말하는 그 목소리가 섬뜩했다.
“예.”
운성각주 방사윤은 자금줄을 압박하자는 계획을 입안한 인물이었다.
“자비가 없으시군요.”
“어설픈 자비는 수하들의 나태함을 불러올 뿐이다. 너도 대검문의 소문주라면 가슴에 새겨둬라.”
“알겠습니다.”
“싸워야 한다면 싸워야겠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면 머릿속에 생각해둔 계획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종화기는 진무립과 나눴던 대화, 그리고 지부장 실종사건의 흉수가 그라는 것을 모두 설명했다.
“이틀이면 외부의 무인들이 모두 도착할 터, 그들이 반시진 거리에 도착하는 즉시······.”
그때 종비웅이 손을 들어 아들의 입을 막았다.
곧이어 문밖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밀서를 보내왔습니다.”
“가져와라.”
밀서를 전한 사내가 다시 나가자 종비웅은 곱게 접힌 종이를 펼쳤다.
“음.”
“뭐라고 쓰여있습니까?”
아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종비웅은 밀서를 건넸다.
“상황이 달라졌구나. 사람을 심어두지 않았더라면 제법 위험할 뻔했어.”
밀서는 마도림이 총단까지 비우고 지부에서 복귀하는 이들을 치러간다는 내용이었다.
종화기는 미간을 좁혔다.
‘그들을 자르고 수적 우위를 가져가겠다?’
밀서를 읽는 순간 상대의 의도를 파악했다.
다양한 상황을 염두에 둔 만큼 먼저 움직일 경우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열흘을 달라기에 준비에 사나흘은 필요할 줄 알았는데 이건 예상 밖이로군. 제법이구나. 진무립.’
종화기는 상대가 자신의 예측을 벗어났다는 게 화가 났다.
하지만 부친 앞에서 내면의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애써 웃은 종화기가 말했다.
“계획을 수정하겠습니다.”
“아직 감정을 감추는 게 서툴구나.”
“죄송합니다.”
못마땅한 눈으로 혀를 찬 종비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을 뽑았다면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내 팔 하나쯤 잘려나갈 각오를 하더라도 적의 영혼까지 끊어내야 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때를 잘 맞추면 지부의 인원과 앞뒤에서 협공을 가할 수 있다. 준비해라.”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무엇이냐?”
“상대가 총단까지 비워가며 지부를 공격하는 것은 숫자의 우위를 가져가기 위함입니다.”
“그걸 막아야 할 거 아니냐?”
“내 팔 하나쯤 잘려나가도 적의 영혼을 끊어내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랬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계획이 틀어졌을 때 느끼는 절망감은 생각보다 크지요.”
종화기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지부를 잃는 대신 서북로를 쓸어버리면 여전히 숫자는 이쪽이 많습니다.”
***
죽림의 잎사귀가 분주하게 흔들린다.
가벼운 봇짐을 꾸린 사람들이 야음을 틈타 움직이는 탓이다.
달빛이 머무는 작은 공터가 짐을 꾸린 사람으로 가득 찼다.
여인으로만 구성된 마화대(魔花隊)가 분주하게 인원을 확인했다.
“준비는 끝났는가?”
태상림주 초평천이 나타나자 냉소적인 인상의 미녀가 황급히 달려왔다.
“마화대주 가약빙이 태상림주를 뵙습니다. 모두 열 곳으로 나누어 집결했습니다.”
“밤중에 고생이 많네.”
“대적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한데 여기까지 어인 일이십니까?”
“은퇴를 했다곤 하나 이런 상황에서 어찌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 림주에게 부탁해 그대들과 식솔들을 호위하기로 했네.”
초평천이 함께 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가약빙의 표정이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그때 흑의를 입은 사내가 대나무를 밟으며 날아들었다.
“지금 즉시 암도에 진입해 안가로 향하라는 전언입니다.”
초평천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가약빙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지휘는 자네 몫일세.”
초평천과 마화대의 호위로 식솔들이 암도에 진입할 무렵, 총단을 나선 초무강과 진무립의 앞에는 두 구의 시신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지긋지긋하게 지켜보던 놈들을 드디어 처리했군.”
초무강도 이들의 존재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제거해봐야 또 찾아올뿐더러 괜한 행동으로 상대를 자극할까 우려한 까닭이다.
시신을 향해 묘한 눈길을 던지던 진무립이 말했다.
“세작을 제거했으니 식솔의 안전은 확보했습니다. 이제 움직여야 합니다.”
천천히 숨을 내쉰 초무강은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다.
이제 입을 열어 명령만 내리면 바라던 미래를 향한 첫 싸움이 시작된다.
수뇌들의 얼굴을 천천히 돌아본 초무강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모두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납시다.”
짧고 간결한 명령이었지만 목소리에 깃든 떨림을 눈치채지 못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림주님. 무운을 빌겠습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예를 갖춘 수뇌들은 굳은 결의를 다지며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그들의 등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초무강도 몸을 돌렸다.
“가자.”
초무강을 필두로 백오십의 무인들이 일제히 신법을 전개했다.
앞서 나가던 초무강은 곁을 따르는 진무립을 힐끔 쳐다봤다.
‘제법 잘 따라오는군. 역시 무공을 제대로 익히고 있었구나.’
초이린의 신법 설류보(雪流步)는 여인들만 익힐 수 있는 탓에 진무립이 익힐 수 없다.
마도림의 신법도 아니다.
초무강은 진무립이 다른 누군가에게 무공을 배운 것으로 생각했다.
일각 정도 나아갔을 때 초무강이 말했다.
“힘들면 언제든 말하거라. 시간이 촉박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멈추지요.”
“지금?”
“예. 멈춰야 합니다.”
초무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무립에겐 그다지 지친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무강은 진무립이 뭔가 할 말이 있음을 눈치채고 행렬을 멈췄다.
모두의 눈에 의문이 떠오른 가운데 진무립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돌아가야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복귀하는 무인들을 치자고 한 것은 네가 아니었느냐?”
“그건 차선책에 불과합니다.”
초무강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게 차선책이라고? 어찌 상책이 아닌 차선책을 택한 것이냐?”
“제가 총단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돌아봤을 땐 모두 세 명의 세작이 숨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잡은 것은 고작 둘에 불과합니다.”
초무강의 머리가 비상하게 회전했다.
“설마 정보가 새어 나갔단 말인가?”
“고작 세 명의 세작으로 총단 전역을 감시하는 건 불가합니다. 분명 내부에 연락을 주고받는 세작이 있을 겁니다.”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으나 진무립의 눈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식었다.
“그것도 청무전의 회의에 들어올 수 있는 수뇌 중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