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174
◈ 174화. 이가장의 혈투
같은 시각, 이가장의 장원도 치열한 전투로 한창이었다.
카아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흑의인의 신형이 주르륵 미끄러진다.
검파를 움켜쥔 양산팔수 양경의 손목이 부르르 떨려왔다.
‘큭. 이놈은 달라.’
악계화의 강맹한 도법은 벽력도라는 무명에 걸맞게 위력적이었다.
‘적어도 채주님이나 은무대주가 오지 않으면…….’
그들이 아니면 단신으로 이자를 상대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치치치칭!
검수와 도객의 숨 막히는 접전, 그것을 지켜보는 이가장주 이웅은 가슴의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확실하다! 저들은 같은 은곡의 무공을 익혔다!’
천하대전을 직접 목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투에 참여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두 사람의 무공은 은곡의 것이 확실했다.
반백의 노회한 머리에 의문이 떠오른다.
‘대체 왜?’
은곡의 무인들은 천하를 피로 씻어낸 악인들이 아닌가?
새벽녘 장원에 침투한 자들을 보면 그 소문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악적과 같은 무공을 익힌 자들이 자신들을 지키고자 피를 흘리고 있으니 머리가 복잡한 것이다.
상천과 태산표국.
몇 년간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저들은 별개의 존재로 활동해왔던 것 같았다.
불현듯 이웅의 뇌리에 어떤 소문이 떠올랐다.
「은곡에서도 천하대전을 반대한 자들이 있었다.」
‘설마 내가 지금 그 소문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인가?’
부르르 몸을 떠는 그의 눈동자에 혈전을 벌이는 전장이 떠올랐다.
이가장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상천의 싸움은 처절하고도 장엄하다.
정말 은곡은 다 같은 은곡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웅의 복잡한 머릿속은 이어진 악계화의 말이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
“뿌리가 같다고 다 같은 건 아니지. 이 무림에 도망자의 후손이 설 자리는 없다.”
악계화의 싸늘한 목소리가 양경의 가슴을 무겁게 파고든다.
탓!
지면을 박찬 악계화의 두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슈아악!
순식간에 간격을 좁힌 악계화의 도가 허공으로 치솟는다.
“양대협!”
정신이 번쩍 든 이웅이 다급하게 달려들며 암기를 발출했다.
상천의 출신이 은곡일지라도 이가장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이 순간만큼은 명백한 아군이다.
양경이 검신을 비스듬히 세우며 외쳤다.
“물러나시오!”
“흥!”
콧방귀를 뀐 악계화는 그대로 도를 내리치며 좌수를 휘저었다.
따다당!
암기가 가볍게 흩어지는 사이 뚝 떨어진 도가 양경의 검신에 닿았다.
카르르르르!
가까스로 상대의 도신을 흘려낸 순간이었다.
쾅!
지면을 박찬 악계화가 이가장주 이웅을 향해 몸을 날렸다.
휘청거리던 양경은 다급하게 그 뒤를 추격했다.
“멈춰라!”
부릅뜬 이웅의 동공에, 지척까지 짓쳐 든 악계화의 미소가 담긴다.
‘함정?’
놈에게 자신은 그저 미끼에 불과하다.
“양대협! 멈추시오!”
이웅이 일갈을 토해내는 순간, 악계화의 신형이 번개같이 회전했다.
쉬이익!
하얗게 빛나는 양경의 검신은 허공을 가르고.
그것을 스쳐 지나간 도광이 양경의 가슴을 두 동강 낼 기세로 짓쳐 들었다.
‘늦었다!’
좌수로 허리춤의 비수를 움켜쥔 양경은 쏟아지는 도광에 그것을 부딪쳐갔다.
콰아아앙!
번쩍이는 빛무리와 함께 양경의 신형이 화살처럼 튕겨 나갔다.
“쿨럭!”
울컥 튀어나온 핏덩이가 허공에 흩어지고.
지면을 박찬 악계화는 피 보라를 비집고 도신을 내질렀다.
슈아아아!
광풍을 동반한 도신에 흩날리는 핏방울이 바스라 진다.
양경의 눈동자가 옅은 떨림을 보인다.
‘천주님. 죄송합니다.’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
공간이 찢겨 나가는 파공성과 함께 한 줄기 섬광이 악계화의 도신을 강타했다.
쩌어어엉!
목적을 이루지 못한 도신이 간발의 차이로 지면에 틀어박혔다.
콰직!
중심을 잃은 악계화가 휘청이는 사이, 양경은 바닥에 몸을 굴리며 간격을 확보했다.
이를 바드득 간 악계화가 고개를 휙 돌렸다.
“어떤 쥐새끼냐?”
“이렇게 큰 쥐새끼도 있어?”
쉬익!
담장을 뛰어넘은 한천유의 손으로 비도가 빨려들었다.
“죽어라 수련한 결과를 보여줄 때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십 명의 녹사대원들이 일제히 담장 위로 솟구쳤다.
“가자!”
밀물처럼 쏟아진 녹사대원들이 백표대의 후방을 덮쳐 갔다.
“원군이다!”
“기운을 내시오! 원군이 도착했소!”
절체절명의 상황에 도착한 지원군은 지쳐가는 이가장과 양산채 무인의 어깨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그들과 달리 양경의 표정은 가히 좋지 못했다.
‘하필 저자가…….’
벽력도 악계화는 태산표국 대표두 중에 가장 고강한 무인.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시평이나 서진환이 와주었으면 했다.
그런데 이제 막 은곡을 나선 한천유가 나타났으니 실망스러운 것이다.
“이것 참. 그런 눈으로 보면 내가 너무 불쌍하지 않아요?”
가볍게 담장을 박찬 한천유의 눈동자에 인상을 구긴 악계화가 담긴다.
히죽 웃은 한천유의 두 손이 전방을 향해 활짝 펼쳐졌다.
“겉보기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촤아악!
손끝에서 시작된 열 줄기 섬광이 호선을 그리며 악계화에게 쏟아졌다.
“솜털조차 벗지 못한 애송이가 감히!”
번뜩이는 악계화의 도광이 비도를 쳐내는 순간.
한천유의 손가락이 꿈틀거리더니 열 자루 비도의 궤적이 중구난방으로 틀어졌다.
서걱!
공간을 가르는 도광에서 베이는 듯한 소리가 오싹하게 터져 나온다.
‘좋아.’
펼쳐졌던 한천유의 두 팔이 안으로 교차한다.
“합!”
연사비도(聯死飛刀) 월선파(月線波)의 초식.
기합성과 동시에 비도 끝의 은잠사가 물결치며 악계화의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놈!”
왼발을 축으로 삼은 악계화의 신형이 용오름처럼 회전했다.
따다다다당!
우두커니 선 양경의 귀로 전음이 파고들었다.
[여긴 내게 맡기고 서둘러 가보라니까. 우리가 왔어도 전력은 여전히 열세라고.]전투에 참전한 녹사대의 숫자는 사십.
이제 막 은곡을 벗어난 만큼 개개인의 무공은 양산채의 정예보다 떨어진다.
백표대의 실력이 양산채와 엇비슷하니 여전히 열세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기세가 올랐을 때 전황을 바꿔야 한다.’
현란하게 춤을 추는 한천유의 비도는 악계화의 발을 완전히 묶고 있었다.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악계화의 일격에 내상을 입었지만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양경은 즉시 동료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따다다당!
네 자루 비도를 튕겨 낸 악계화는 가까스로 한천유의 간격에서 벗어났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벽력도 악계화 아닌가?”
“배짱이 좋구나. 감히 혼자서 이 몸을 상대하겠다는 것이냐?”
한천유는 이 상황에서도 능글맞게 웃었다.
“못할 것도 없지.”
복면 위로 드러난 악계화의 눈에서 감정이 사라졌다.
“그래. 죽여주마.”
콰직!
지면을 박찬 악계화의 신형이 섬전처럼 쏘아졌다.
뜯겨 나갈 듯 휘날리는 앞머리,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소맷자락.
부릅뜬 악계화의 두 눈에 한천유의 전신이 빨려들 듯 확장된다.
‘빨라.’
한천유가 지면을 박차고 우측으로 미끄러지는 순간이었다.
쌔애액- 콰아앙!
도신에 적중된 담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쉬이익!
방향을 트는 악계화를 향해 다섯 자루 비도가 쏟아진다.
섬뜩하게 빛나는 악계화의 도신이 사방으로 드센 풍압을 일으킨다.
따다다다당!
악계화는 튕겨 나간 비도의 회수보다 빠르게 한천유의 간격으로 짓쳐 들었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제법 당혹스러울 법도 하건만 한천유의 두 눈엔 긴장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 바로 한천유의 장점이었다.
가공할 속도로 달려든 악계화는 순식간에 한천유의 지척까지 접근해 도를 휘둘렀다.
슈슈슈슈슉!
빛나는 도광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며 한천유의 퇴로까지 차단해간다.
피할 겨를도 없는 쾌도.
‘한 방은 먹어준다.’
비도를 역수로 고쳐 쥔 한천유가 내력을 불어넣을 때였다.
슈아악!
두 사람의 좌측에서 강력한 경풍이 몰아치더니 새하얀 섬광이 벼락같이 짓쳐 들었다.
악계화는 한천유를 몰아붙이던 도초를 좌측으로 흔들었다.
쾅!
폭음과 함께 치솟는 흙먼지를 파고드는 이는 바로 백하진이었다.
“하필 너냐.”
한천유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한다.
“양위장께서 날 보고 그런 표정을 지은 이유를 알 것 같네.”
조금 전 자신을 보고 실망했던 양경의 표정이 지금 자신의 얼굴이었다.
순식간에 도신의 간격을 파고든 백하진은 끈질기게 그를 추격하며 백라자수를 전개했다.
‘이놈이 국주님과 일수를 나눴다던 그놈이구나.’
그 서슬 퍼런 기세와 날카로운 공격은 자신조차 방심하지 못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백하진은 멀뚱히 선 한천유에게 전음을 보냈다.
[월천지망(月天地網)을 준비해라.]비도를 고쳐 쥐는 한천유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이 자식 봐라.’
월천지망은 오로지 백하진과의 승부를 위해 몰래 준비해온 연사비도의 절초.
녀석이 알고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일단 위기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겠지.’
그때 악계화가 극상승의 보법을 전개하며 필사적으로 쫓아오는 백하진을 떨쳐냈다.
“하나건 둘이건 애송이는 애송이일 뿐이다.”
빙글 회전한 악계화의 도신이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벼락같은 기세로 떨어진다.
‘압천경세(壓天驚世).’
걸리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흑무진천도 압천경세의 초식.
‘늦는다.’
자세를 낮춘 백하진은 물러나지 않고 되려 품으로 달려들었다.
쐐애액!
뚝 떨어지는 도신이 어깨를 파고드는 순간, 하얗게 물든 백하진의 두 손이 도파를 움켜쥔 악계화의 오른손을 떠받들 듯 올려쳤다.
콰지지직!
힘과 힘의 격돌.
부릅뜬 악계화의 눈동자와 치켜뜬 백하진의 눈빛이 허공에서 충돌한다.
‘버틸 수 있겠느냐?’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도신이 파고든 어깨에서 시뻘건 핏물이 흥건히 배어 나왔고, 짓눌린 악계화의 손마디에서도 둔탁한 소음이 번져 나온다.
백하진의 무릎이 점점 굽혀지며 두 발이 딱딱한 지면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큭!’
백하진이 피를 토하며 외쳤다.
“한천유!”
기회를 노리던 한천유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날렸다.
‘이런 미친놈이. 패하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그 말을 여기서 실천하고 싶은 거냐?’
지금 상태에서 월천지망을 사용했다간 백하진까지 휘말린다.
“감춰왔던 수는 월천지망만 있는 게 아니야.”
달려가며 장포를 벗은 한천유가 그것을 깃발처럼 휘둘렀다.
그러자 곳곳에 숨겨진 비도가 쏟아져나오며 허공에 둥실 떠오른다.
탓!
지면을 박찬 한천유의 신형이 맹렬히 회전하더니 휘두르는 주먹과 발이 떠오른 비도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따다다다다다당!
스무 개의 비도가 엉켜있는 두 사람을 향해 장대비처럼 쏘아졌다.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니까 등 짝에 한두 개 박히더라도 원망하지 마라!”
지면에 착지한 한천유는 열 손가락에 연결된 비도를 거침없이 출수했다.
쐐애액!
악계화의 눈이 부릅떠졌다.
도합 서른 개의 비도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엄청난 기세로 접근한다.
여기서 백하진에게 묶인 도신을 들었다간 놈의 수공이 사정없이 가슴을 파고들 터.
악계화는 도파를 누르던 왼손을 들어 비도를 향해 활짝 펼쳤다.
장심에 모여드는 희뿌연 기운을 확인한 한천유는 즉시 두 팔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뒤늦게 쏘아지던 열 자루 비도가 춤을 추듯 흔들리더니 앞서가던 비도들을 스쳐 가기 시작했다.
팅! 티티티팅!
청명한 쇳소리와 함께 비도의 방향이 좌우로 틀어진다.
동시에 은잠사에 묶인 비도 일부가 원을 그리듯 악계화의 주변으로 돌아간다.
“간다!”
터져 나온 일성은 백하진을 향한 경고다.
백하진이 이를 악물고 내력을 끌어올리는 순간 손에 연결된 비도가 흩어지는 비도를 재차 후려치기 시작했다.
연사비도 풍우난도(風雨亂刀)의 초식은 진무립이 팔천영신공 연탄폭시를 참고해 창안한 절초.
처음부터 호선을 그리며 쏘아지는 비도와 달리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풍우난도는 상대의 예측을 불허하는 절초였다.
카카카카캉!
오싹한 쇳소리와 함께 방향을 바꾼 비도들이 악계화의 전신에 작렬했다.
콰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