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1
◈ 181화. 월천지망(月天地網)
텅 빈 거리, 칠흑 같은 어둠 속.
“헉! 헉!”
전력으로 신법을 전개하는 오광의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제발. 제발 버텨줘!’
그는 터질 듯한 가슴을 억누르며 이가장의 담을 훌쩍 뛰어넘었다.
번을 서던 이가장 무인들이 달려와 검을 뽑아 들었음에도 오광은 개의치 않고 외쳤다.
“천주님! 천주님!”
그 다급한 외침에 진무립이 문을 박차고 튀어나왔다.
“무슨 일이냐?”
오광의 눈빛과 표정이 전에 없이 다급하다.
“도, 동풍객잔에서…….”
진무립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람같이 담을 넘었다.
뒤이어 단려화와 시평이 안에서 달려 나왔다.
“먼저 따라갈게요!”
“소저!”
담장 위로 솟구치는 단려화를 향해 시꺼먼 뭔가가 쇄도했다.
쌔애액!
“앗.”
어둠을 뚫고 날아드는 것은 바로 진무립의 독문병기인 육병흑궤였다.
가까스로 그것을 받아든 단려화가 담장 위에 착지했다.
시평이 외쳤다.
“그게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홀로 돌아온 오광의 표정을 보면 상대는 한천유가 감당하기 어려운 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청금환 이상의 강적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먼저 가십시오. 부하들을 데려가겠습니다.”
“알았어요!”
단려화의 신형이 순식간에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시평이 서둘러 녹사대를 소집할 무렵 이가장주 이웅이 나타났다.
“시채주! 전투가 있는 거요?”
“그렇습니다.”
이미 태산표국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다.
상천이 무너지면 이가장이 무너지는 것도 불 보듯 뻔한 일,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우리도 함께 가겠소. 전투에 보탬은 안 되겠지만 부상자를 옮기고 치료하는 일에도 손이 필요할 것이오.”
녹사대가 일사불란 집결하는 가운데 시평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우리의 손을 잡기로 한 자들이니 데려가면 득이 될 부분이 있을 거다.’
시평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야 합니다.”
* * *
콰콰쾅!
지척에서 울려 퍼지는 굉음을 태산표국에서 듣지 못할 리 없었다.
막사의 휘장을 걷고 나온 청금환의 눈에 헐레벌떡 달려오는 외당주 유표가 보인다.
“무슨 일이냐?”
“동풍객잔에서 싸움이 벌어진 모양입니다.”
동풍객잔의 박살 난 지붕은 이곳에서도 희미하게 보인다.
“내가 그걸 몰라서 묻겠느냐! 누가 싸우고 있다는 말이냐?”
그때 철사대주 자영이 달려왔다.
“국주님. 아무래도 그분들께서 동풍객잔으로 가신 듯합니다. 그곳에서 상천의 무인과 마주친 게 분명합니다.”
청금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대체 상대가 누구길래 이토록 전투가 길어진단 말이냐?’
스승의 무위는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안다.
전투가 길어진다면 청옥공자가 직접 나타났거나 그에 못지않은 자가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누가 온들 스승이 패하는 그림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확실해지기 전까지 표국을 비우진 않는다.’
표국이 잿더미가 된 것은 그날 경솔하게 이곳을 비웠기 때문이었다.
청금환은 즉시 명을 내렸다.
“지난번처럼 성동격서일지도 모른다. 자영. 너는 즉시 철사대를 이끌고 가서 상대를 확인해라.”
“예. 확인 후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가 떠나자 청금환이 유표에게 물었다.
“대표두들의 상태는 어떠하냐?”
“악계화 대표두는 움직일 수 있으나 다른 두 명은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시평을 상대했던 구표걸과 서진환에게 당한 좌황은 그때 당한 내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악계화와 백표대를 대기시켜라. 언제든 움직일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즉시 하달하겠습니다.”
* * *
피에 젖은 두 청년은 필사적인 사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면을 박찬 정사륭의 눈동자가 희게 물든 백하진의 손을 담았다.
“신기한 사술을 쓰는구나.”
권각을 사용하는 정사륭과 수공을 펼치는 백하진은 시종일관 근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초식을 좀 더 풀어보아라.”
처음에는 한 명쯤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백하진의 손이 뻗어 나올 때마다 자신의 주먹과 발의 궤적이 미미하게 틀어지는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누가 만든 무공인지 모르겠다만 참으로 쓸만한 무공이 아닌가. 잘 연구하면 내 천수만화공에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세에 몰려 뒷걸음치는 백하진의 무복은 시뻘건 핏물로 가득한 상태.
주먹과 발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마치 칼에 베인 것처럼 옷과 피부가 갈라져 갔다.
‘엄청난 노인이다.’
눈앞의 상대는 악계화와 비교조차 불가능한 괴물이다.
명백한 실력의 차이는 의지로 좁힐 수 있을 만큼 작은 것이 아니었다.
만일 상대가 백라자수(白拏磁手)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벌써 당했을 것이다.
한천유의 상태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슈슈슈슈슈!
유성처럼 쏘아진 다섯 자루 비도가 역이광의 가슴으로 짓쳐 들었다.
원을 그린 역이광의 손이 전방으로 뻗어 나갔다.
새하얀 빛무리와 다섯 줄기 섬광의 충돌.
콰아앙!
폭음에 이어 가루가 된 한천유의 소맷자락이 바람에 흩어졌다.
‘칫.’
회심의 오섬비탄(五閃飛彈)까지 가볍게 막힌다.
그 어떤 초식도 노인의 절대 방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역시 그 수밖에 없겠어.’
한천유의 두 눈이 슬며시 좌우를 살필 때 역이광의 노회한 눈동자도 차갑게 빛났다.
‘역시 이건 은곡의 무공이 아니다.’
은곡에는 이와 같은 비도술이 없다.
그러나 은곡의 무공보다 더욱 위력적이다.
‘대체 누가 이 아이들을 가르쳤을까?’
전쟁이 끝나고 삼십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세월.
분명 같은 뿌리에서 갈라졌건만 그사이 잔뿌리의 간격은 꽤나 멀어진 것 같았다.
슈아악!
끌어당긴 좌수에 새하얀 빛무리가 운집한다.
“그 집념은 높게 사마.”
지금까지 무려 다섯 번의 공격이 적중했다.
그럼에도 눈앞의 청년은 처절하게 버티고 버티며 꾸역꾸역 공격을 가해온다.
피에 젖은 섬뜩한 미소는 조금 전과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다.
역이광의 동공이 우측으로 미끄러지는 한천유를 따라붙었고.
뻗어 나간 장심에서 일진광풍이 쏟아져 나왔다.
쏴아아!
한천유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지금이다!’
그는 발끝으로 땅을 찍고 돌아서서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촤르륵!
허공으로 솟구치는 스무 개의 비도가 역이광의 미간을 주름지게 만들었다.
‘무엇을?’
비도가 날아가는 방향은 자신과 전혀 무관한 방향이다.
생각하는 순간 뻗어 나간 장력이 한천유의 등판에 작렬했다.
콰앙!
‘큭!’
목구멍을 타고 뜨거운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그것을 가까스로 억누른 한천유의 신형이 정사륭과 백하진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졌다.
‘아차!’
당황한 역이광의 눈에, 둘의 머리 위로 짜여지는 은잠사의 그물이 떠올랐다.
그는 지면을 박차며 외쳤다.
“조심하게!”
역이광의 다급한 외침이 두 사람의 귓속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핏발 선 백하진의 두 눈이 번쩍였다.
‘월천지망!’
한천유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은잠사는 분명 자신의 머리 위에 있을 것이다.
단전에서 솟구친 엄청난 내력이 두 손에 운집하며 물러나는 정사륭을 끌어당겼다.
‘이놈이?’
백하진의 백라자수는 흡자결의 묘리를 극대화한 무공.
정사륭은 그를 뿌리치고자 거칠게 좌권을 내질렀다.
슈욱!
그 순간 백하진의 우수가 바깥으로 미끄러지며 상대의 주먹을 끌어당겼다.
서걱!
간발의 차이로 비껴 나간 주먹에 왼쪽 어깨가 찢겨 나간다.
고통을 참은 백하진의 좌수가 정사륭의 오른팔을 덥석 움켜잡았다.
“지금이다!”
“아니야.”
나직한 목소리에 이어 한천유의 두 발이 백하진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퍽!
튕겨 나가는 백하진의 두 눈에.
요대로 정사륭을 휘감는 한천유와 둘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반달 같은 그물망이 떠올랐다.
미끄러지는 백하진의 귀로 결연한 목소리가 스며들었다.
[네가 녹사대의 대주다.]백하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놈은 상대와 같이 죽을 생각이다.
“한천유!”
다급한 그의 외침이 터져 나올 때 한천유의 두 눈은 정사륭을 담고 있었다.
“한 놈은 반드시 죽이겠다고 했었지.”
그 대상은 바로 충호를 죽인 원수였다.
정사륭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진다.
“나와 함께 죽겠다는 것이냐?”
한천유의 두 눈에서 지독한 살광이 줄기줄기 쏟아져 나왔다.
“혼자는 안 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의 세상을 팽이처럼 회전하는 절망의 그물이 내리찍었다.
콰콰콰콰쾅!
고막을 후려치는 굉음과 함께 땅거죽이 뒤집히며 뿌연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진동하는 대지 위를 주르륵 미끄러지던 백하진이 가까스로 멈춰섰다.
“설마…….”
나직한 목소리는 흔들리는 눈빛만큼이나 거칠게 떨려왔다.
직전에 도착한 철사대주 자영이 다급하게 외쳤다.
“노존!”
철사대가 사방을 철통같이 포위한 가운데 나직한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호들갑 떨 것 없다.”
뒤이어 달빛마저 가린 먼지구름 너머에서 비틀린 조소가 흘러나왔다.
“큭큭큭. 겨우 이런 잡수로 본좌와 함께 죽겠다니 가소롭구나.”
백하진의 귓속을 파고드는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정사륭의 것이었다.
‘그것을 피해냈다는 말인가?’
정사륭은 월천지망의 그물이 떨어지기 직전, 자신을 속박하는 요대를 잘라내며 순식간에 빠져나온 것이었다.
“잘 들어라. 어리석은 애송이. 한두 수라면 모를까 이 정도로 압도적인 무력의 간극은 그 어떤 의지로도 좁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네놈의 말이 옳다.”
등골이 서늘해질 만큼 서늘한 목소리에 그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지금의 대답은 백하진의 입에서 나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스스…….
골목을 휩쓸어가는 바람이 솟구친 흙먼지를 걷어간다.
움푹 꺼진 구덩이를 향한 백하진의 눈동자에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아.”
왼팔로 은잠사의 그물망을 떠받친 채 한천유를 끌어안은 인물은 세상에서 누구보다 든든하고 믿음직한 자신의 주군이었다.
얼마나 다급하게 달려왔는지 가면조차 쓰지 않은 진무립은 천천히 그물을 벗겨냈다.
“백하진.”
“…….”
“대답해라.”
백하진은 두 번째 부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 주군.”
“데리고 물러나라.”
“예.”
서둘러 달려간 백하진은 정신을 잃은 한천유를 데리고 물러났다.
역이광의 목소리가 정사륭의 귓속으로 스며들었다.
[보통 인물이 아닐세. 주의하세나.]언제 나타났는지 감지조차 하지 못했다.
정사륭은 진무립을 주시하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이광은 가늘게 뜬 눈으로 진무립을 훑어보며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가?”
주변을 돌아보는 진무립의 눈동자에 차갑게 식은 충호의 시신이 들어온다.
쿠구구구…….
진무립의 전신에서 마치 지옥의 염라를 연상케 하는 가공할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곧 죽을 늙은이들이 감히.”
고개 돌려 두 노인을 쳐다본 진무립이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쾅!
지면이 움푹 꺼지는가 싶더니 진무립의 신형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좌측!”
역이광의 다급한 외침에 앞서 정사륭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콰직!
벼락같이 내지른 진무립의 주먹이 정사륭의 두꺼운 손바닥에 틀어막혔다.
“고작 이 정도로…….”
“이 정도겠나?”
정사륭의 노안에 무표정한 얼굴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쌔액- 콰앙!
사선으로 치솟은 발등에 정사륭의 신형이 화살처럼 튕겨 나간다.
콰르르!
무너진 담장이 정사륭의 전신을 덮쳤다.
‘노, 노존께서 공격을 허용했다고?’
자영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질 때 진무립은 어느새 역이광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빠르다!’
인지하는 순간 주먹이 코앞까지 짓쳐 들었다.
다급하게 고개를 비튼 역이광은 우장을 내질렀다.
그에 진무립은 우권을 회수하며 좌장으로 맞받아쳤다.
슈우우우우!
숨결마저 닿을 거리에서 가공할 내기와 내기가 격돌한다.
쿠아아앙!
밤하늘로 솟구친 굉음에 이어 비산하는 기파가 꽃가루처럼 흩날린다.
“큭!”
억눌린 신음을 토해낸 역이광이 주르륵 미끄러졌다.
‘이자는 대체 누구냐!’
손목을 타고 침투하는 한기는 남해의 바다마저 얼릴 만큼 시리고도 무거웠다.
가까스로 미끄러지던 발을 멈췄을 때, 전방에서 가공할 장력이 짓쳐 들었다.
‘피하긴 틀렸다!’
두 손을 전방으로 뻗어가는 역이광의 귀로 자영의 다급한 외침이 파고들었다.
“노존! 그자가 무면산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