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182
◈ 182화. 오만할 자격이 있는 사내
자영의 다급한 외침은 이어진 폭음에 완전히 파묻혔다.
쿠아앙!
격돌의 중심에서 튕겨져 나온 이는 역이광이었다.
“크윽!”
자영은 다급하게 부하를 돌아보았다.
“너는 당장 국주님께 무면산왕이 나타났다고 알려라. 상황을 모르는 표사들은 이곳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예!”
철사대원이 사라진 순간 담장의 잔해를 뚫고 솟구친 정사륭이 진무립을 향해 쇄도했다.
“감히!”
부릅뜬 두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줄기줄기 쏟아져 나온다.
“전력으로 상대하겠다.”
역이광에게 달려들던 진무립의 발끝이 지면을 찍었다.
“해봐라.”
시퍼런 안광을 토해낸 진무립이 우측으로 미끄러진다.
쏴아아!
벼락같이 쏟아지던 장력은 순식간에 방향을 바꾼 진무립을 맞출 수 없었다.
콰앙!
장력에 적중한 지면이 들썩이는 순간 진무립과 정사륭은 어느새 서로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슈우욱.
주먹과 주먹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교차한다.
턱!
팔과 팔이 엉키며 서로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돌진하던 둘의 다리가 허공에 붕 떠올랐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왼발을 차올리며 반동으로 상체를 비틀었다.
뜨거운 숨결이 서로의 피부에 와닿는 순간, 두 사람의 주먹이 동시에 뻗어 나왔다.
쾅!
육중한 소음과 함께 둘의 신형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튕겨 나간다.
먼저 지면을 밟은 것은 진무립이었다.
“팔성의 무공은 누구에게 배웠는가!”
이때만을 기다린 것처럼 역이광의 손에서 한 줄기 장력이 쏟아져 나왔다.
‘극일화(極一化).’
노도와 같이 짓쳐 드는 극일화의 초식은 혼원무극장(混源武克掌)의 절초.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이어서 한발 늦게 착지한 정사륭이 공간을 뛰어넘듯 쇄도했다.
“놈!”
앞에선 역이광의 장력이 쏟아지고 사선에선 정사륭의 주먹이 날아들며 후방으로는 자영이 쏟아낸 암기가 퇴로를 차단한다.
슈아아악!
삼 면의 날카로운 공격이 진무립의 숨통을 조여오는 절체절명의 상황.
진무립의 동공이 좌에서 우로 움직이며 영민한 두뇌가 맹렬하게 회전했다.
‘칼자국이 빠르겠군.’
목에 길쭉한 검상을 새긴 정사륭을 말함이었다.
판단을 내린 순간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지척까지 접근한 정사륭이 주먹을 내지르는 순간.
한 발을 내디딘 진무립은 활짝 펼친 손바닥을 빗나가는 주먹에 내밀었다.
탁!
주먹과 손바닥이 충돌하며 진무립의 신형이 팽이처럼 회전하더니 짓쳐 드는 역이광의 장력을 거칠게 후려쳤다.
콰앙!
자영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저자는 두려움이라는 것이 없단 말이냐?’
약간의 오차라도 있었더라면 주먹이나 장력 중 어느 하나는 반드시 몸에 틀어박혔을 것이다.
터져 나오는 폭음, 비산하는 기파 속에 진무립의 발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세상 모든 것을 발밑으로 보듯 오연한 눈동자에 치켜드는 정사륭의 얼굴이 담긴다.
“고작 이게 네놈의 전력인가?”
조소 섞인 일갈에 대꾸할 겨를조차 없다.
쐐애액!
갈퀴처럼 휘어진 발끝이 정사륭의 등판을 도끼질하듯 찍어누른다.
‘이 무슨 빠름이란 말이냐!’
순식간에 두 번의 공격을 무위로 돌린 것도 모자라 경악할 속도로 반격까지 가해온다.
정사륭은 다급하게 몸을 틀어 두 팔을 열십자로 교차했다.
꽝!
손목의 강렬한 통증과 함께 정사륭의 등판이 얼어붙은 지면을 으깨고 튀어 오른다.
“컥!”
터져 나오는 단말마의 신음.
한 자 남짓 떠오른 정사륭의 옆구리로 진무립의 발등이 거침없이 틀어박혔다.
콰직!
포탄 맞은 바위 파편처럼 튕겨 나간 정사륭이 담장을 뚫고 처박혔다.
‘막았군.’
발등의 감각에 걸린 것은 옆구리가 아닌 팔이었다.
“이놈!”
번개같이 몸을 일으킨 정사륭이 핏덩이를 뱉어내며 매섭게 달려든다.
진무립의 차가운 눈빛이 역이광을 스쳐 간다.
“네놈은 거기서 잠시 구경이나 해라.”
말이 끝난 순간 진무립은 정사륭의 정면으로 몸을 날렸다.
쐐애액!
동시에 내지른 주먹이 허공에서 충돌한다.
쾅!
강렬한 폭음에 이어 두 사람이 불꽃 튀는 근접전을 전개했다.
달려들던 역이광의 신형이 우뚝 멈춰선다.
‘이런!’
두 사람의 공방이 워낙 신속한 탓에 섣불리 장력을 발출할 수 없던 것이다.
진무립이 짜놓은 판에 완전히 말려든 기분이다.
접전이 벌어지는 사이 청금환과 백표대가 도착했다.
“노존!”
역이광이 외쳤다.
“주변을 이중으로 포위하고 누구의 접근도 허락지 말게!”
즉시 백표대를 움직여 포위망을 갖춘 청금환이 스승을 돕기 위해 뛰어들었다.
“무면산왕!”
객잔의 전투가 점점 치열해질 무렵.
평소 같았으면 모두가 잠이 들 시간이었음에도 표국의 막사는 긴장된 분위기로 가득했다.
쾅!
또 하나의 폭음이 들려오자 움찔한 표사들이 서로를 바라본다.
“막사 대기라니…….”
“저번처럼 또 무면산왕이 쳐들어오는 거 아니야?”
“이번엔 아닌 모양이야. 아까 살짝 들었는데 지금 객잔에서 싸우는 자가 바로 무면산왕이라더군.”
“대표두는 아직 회복하지 못했고 국주께서도 이곳에 계셨는데 대체 누가 무면산왕과 싸운단 말인가?”
“그야 나는 알 수 없지.”
구석의 간이 침상에 누워있던 용삼은 지그시 눈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외당주가 표사를 선별해 외곽에 배치했다. 이건 외침에 대비하는 게 아니라 우릴 감시하고자 하는 거야.’
그렇다면 지금 표국 내에 있는 자들은 전부 모르는 자일 확률이 높다.
슬며시 눈을 뜬 용삼이 저 끝에 앉아있는 장일에게 전음을 보냈다.
[지금이 기회야. 움직이세.]날카로운 눈으로 동료들을 살핀 장일이 작게 끄덕이곤 조용히 사라졌다.
그에 이어 구르듯 침상 밑으로 사라진 용삼이 순식간에 막사를 빠져나갔다.
‘역시 안에는 아무도 없군.’
장일이 막사 반대편 모퉁이 너머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언제까지 시간이 허락할지 몰라. 먼저 시작할 테니 자네는 동지들에게 알리고 함께 움직이게.]표국에 돌아온 용삼이 접촉한 동료는 지금까지 다섯 명이었다.
작게 대답한 장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횃불이 은은히 빛나는 표국의 어둠 속, 주변을 살핀 용삼은 가장 먼 막사 뒤로 이동했다.
“대표두와 백표대가 전선문을 먼저 공격했다는 게 사실인가?”
막사 내부에서 들려오던 작은 대화가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질문한 용삼이 목소리를 굵게 바꿔 대답했다.
“전선문만이 아닐세. 양소방과 이가장도 공격했다더군.”
“대체 왜?”
용삼은 주변에 집중하며 차분히 계획한 것들을 풀어놓았다.
국주가 정문 앞 전투에서 권성 대연무의 무공을 사용한 일.
태산표국이 그것을 목도한 자들을 살인멸구 하기 위해 인근 방파를 공격한 일.
무면산왕이 표국을 공격하며 표사들을 죽이지 않았던 이유.
용삼은 절묘한 변성술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그 모든 것을 설명했다.
“이대로 남아있다간 천하의 공적이 될까 봐 두렵다네.”
정적이 깔린 막사 안이 다시 술렁이더니 누군가 밖으로 나오려 했다.
‘됐다.’
어둠에 스며든 용삼이 빠르게 다음 막사로 움직였다.
표국에서 용삼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객잔의 전투는 치열함의 극으로 치닫고 있었다.
자영은 떨리는 마음을 좀처럼 주체할 수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청금환의 가세로 이 대 일의 전투가 벌어졌으나 무면산왕은 도리어 그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채찍처럼 휘어지는 각법과 송곳처럼 찔러오는 주먹, 경천동지할 반응속도와 눈으로 좇기 힘든 보법은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이롭다.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역이광이 아니었더라면 전투가 어떻게 흘러갔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콰콰쾅!
연이은 세 번의 공격에 두 사제의 발이 주르륵 미끄러진다.
활짝 펼친 진무립의 두 손에서 가공할 장력이 쏟아진다.
쏴아아- 콰쾅!
전력으로 공격을 막아낸 두 사람이 좌우로 미끄러지며 달려든다.
자영은 마른침을 삼켰다.
‘무면산왕은 권성의 무공만 익힌 것이 아니야. 장력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무공을 익혔다. 그 온건파 은곡이 저런 괴물을 키워냈단 말인가? 아니, 그것을 가르칠 무인이 온건파 은곡에 존재한단 말인가?’
겉으로 보이는 연배에 비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청금환을 비롯한 국주들도 두 가지 이상의 무공을 익혔으나 주력으로 사용하는 무공은 하나였다.
그러나 무면산왕이 사용하는 권법과 장법은 자신이 아는 팔존의 경지를 능가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자영의 눈이 한쪽에 물러난 백하진과 기절한 한천유를 담았다.
그는 즉시 부하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철사대원들이 은밀히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쐐애액!
그들의 뒤에서 날아든 무언가가 육중한 파공성을 터트리며 백하진과 철사대를 갈라놓았다.
콰직!
바닥에 틀어박힌 것은 진무립의 육병흑궤였다.
“뭐가 이렇게 무겁죠?”
철사대의 움직임이 우뚝 멈춘 사이 포위를 뚫고 들어온 단려화가 백하진의 앞을 가렸다.
“정신 차려요.”
“알고 있었습니다.”
담담히 대답하는 백하진은 이미 철사대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대비한 상태였다.
단려화의 두 눈이 그의 전신을 빠르게 훑었다.
‘싸우는 건 무리야.’
악계화에게 당한 도상이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싸운 탓에 어깨의 상처가 다시 벌어진 상태였다.
복면 위로 드러난 그녀의 눈매가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이 누님이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걱정 안 했습니다.”
그답게 퉁명스런 대답에 단려화의 눈매가 샐쭉하게 올라갔다.
“……어른한테 말대꾸하지 말아요.”
“…….”
그러나 그녀의 농담 같은 대화는 백하진의 마음에 안도감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자영의 미간이 좁아졌다.
‘저 여인은 또 누구란 말이냐?’
외부에서 싸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 백표대의 포위망을 은밀히 돌파했다는 것이다.
그때 육병흑궤를 바로 눕힌 단려화가 뚜껑을 열며 외쳤다.
“배달 왔어요!”
그녀의 외침이 귓속을 파고드는 순간 좌우에서 짓쳐 든 정사륭과 청금환이 동시에 각법을 전개했고 후방에서 기회를 노리던 역이광이 장력을 발출했다.
탓.
마른 땅을 짓밟은 진무립이 반걸음 나아가며 몸을 돌렸다.
뚝 떨어지던 두 개의 발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빛무리를 머금은 진무립의 두 손이 허공에 원을 그렸다.
콰콰쾅!
발을 내리찍던 두 사람이 튕겨 나감과 동시에 장력이 흔적도 없이 흩어진다.
역이광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렸다.
‘원선지벽(圓線地壁)까지 사용하는 것을 보면 저자는 확실히 혼원무극장의 정수를 알고 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연배를 고려하면 무면산왕을 가르친 자들이 분명 상천에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튕겨 나간 두 사람이 숨을 고르자 치열한 전투가 짧은 소강상태에 돌입했다.
몇 차례나 공격을 허용한 정사륭의 전신은 시퍼런 멍으로 가득했고 청금환의 상의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세 사람과 자영, 철사대의 믿기지 않는 눈빛이 진무립에게 쏟아진다.
진무립은 천천히 그들을 돌아보며 조소를 흘렸다.
“이 정도에 놀라는 걸 보면 살면서 놀랄 일이 별로 없었던 모양이군.”
역이광은 흐트러진 백발을 쓸어넘기며 물었다.
“자네를 가르친 스승이 누구인가?”
“궁금한 게 많구나. 늙은이.”
자극적인 진무립의 대답에도 그들은 섣불리 반박할 수 없었다.
무면산왕은 오만할 자격이 있는 사내였다.
지면과 수평하게 들어 올린 진무립의 손으로 시꺼먼 검이 빨려든다.
“내 스승? 그걸 알면 결과가 다를 것 같나?”
세 사람의 눈이 부릅떠졌다.
‘검이라고?’
흑빛 검파를 움켜쥔 진무립이 전방으로 검극을 겨눴다.
“네놈들이 내 발아래 무릎을 꿇는 것. 그것이 이 전투의 정해진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