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22
◈ 22화. 이틀 안에 해결하겠습니다
삼조원의 안내 속에 진무립과 용추가 정가장을 나섰다.
“대주. 그······.”
진무립은 즉시 전음으로 부하의 입을 막았다.
[말하지 마라.]문을 벗어난 순간부터 자신을 쫓는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움찔한 부하가 입을 다물었다.
용추를 힐끔 쳐다본 진무립은 태연하게 발을 내디뎠다.
‘워낙 둔한 놈이라지만 이놈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란 말인가?’
곁을 따르던 용추가 말했다.
“뭐 좀 안 먹습니까? 술도 한잔하고 싶은데.”
“저녁 안 먹었냐?”
용추의 얼굴이 시무룩했다.
“양이 적던데요.”
“그럼 먹어야지. 가자.”
용추가 반색하며 물었다.
“어디로 갑니까?”
“객잔.”
씩 웃은 진무립의 시선이 우측 건물을 스쳐 지나갔다.
진무립 일행이 사라진 뒤, 그의 눈이 스쳤던 어둠에서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땀에 젖은 연소정이 나타났다.
‘우연인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
만일 그가 자신을 본 것이라면, 화령도 밖에서 처음으로 암영사진(暗影死鎭)을 간파당한 게 된다.
‘우연이 아니라면······ 위험한 자다.’
그녀는 바쁘게 단려화가 기다리는 객잔으로 달렸다.
***
조용하다 못해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한 객잔.
텅 빈 일 층에 앉은 손님은 단 한 명의 여인, 단려화였다.
역용으로 달라진 얼굴은 극히 평범했으나 특유의 분위기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술을 내온 점소이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 압도돼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사색에 잠긴 그녀가 술잔을 채웠다.
‘그 사내, 분명 뭔가 있어.’
부친의 육감, 보통 천룡의 감각이라 일컫는 그것은 내뱉는 말에 담긴 진위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놀라웠다.
비록 그것을 물려받지는 못했으나 그녀의 감각도 보통 무인과 차원이 다를 정도로 예리했다.
도착하자마자 연소정을 감시 임무에 투입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그때 허공에서 연소정의 전음이 들려왔다.
[아가씨. 그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낮에 본 사내를 말하는 거야?] [예. 아무래도 암영사진을 간파당한 것 같습니다.]단려화의 표정이 제법 심각해졌다.
[거리는?] [삼 장이었습니다.]암영사진은 부친의 수신호위인 영기의 무공으로 삼 장 밖에선 십대고수도 속일 수 있는 상승무공이다.
‘그의 감각이 십대고수와 같은 수준이라고?’
연소정의 전음은 계속 이어졌다.
[우연히 본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대답하려던 단려화의 고개가 닫힌 문으로 돌아갔다.
[돌아가서 대기해.] [예.]연소정이 사라짐과 동시에 문이 열리며 진무립이 들어왔다.
“다 큰 처자가 청승맞게 혼자 술이나 마시고, 부모님이 아주 좋아하시겠어.”
단려화는 묘한 가슴의 떨림을 억누르며 물었다.
“무슨 일이죠?”
“객잔에 뭐 하러 왔겠나? 술 마시러 왔지.”
고개 돌린 진무립이 삼조원에게 말했다.
“숨어서 감시하는 애들 다 데려와라. 술이나 한잔하고 가자. 용추는 아무 대나 앉아라.”
“예.”
진무립은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았다.
어차피 알 테니까.
“같이 한잔할까?”
단려화는 마주 앉는 진무립을 유심히 살폈다.
“마도림에서 당신의 직위는 무엇인가요?”
“공식 직함은 광룡대주다. 소공자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려화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스치듯 사라졌다.
‘대검문 몰락의 계책을 세운 인물.’
만일 암영사진을 간파한 게 우연이 아니라면, 그만한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진무립의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궁금해진 그녀였지만 그것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마도림의 소공자라는 확실한 신분을 가진 이는 의심 대상이 아니니까.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진무립이 물었다.
“여기 온 이유는?”
“실종사건을 확인하고자 왔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정가장으로 가지 않고?”
“마치 범인을 추궁하는 것 같군요.”
“이 일을 해결하러 온 사람이니까. 낯선 사람부터 의심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진무립을 빤히 쳐다보던 단려화가 말했다.
“알다시피 우리는 조금 전 이곳에 도착했어요. 우린 흉수가 아니에요.”
진무립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모를 일이지.”
단려화는 당초 진무립의 주변을 몰래 감시하며 이들보다 앞서 흉수를 만나고자 했었다.
하지만 진무립이 먼저 찾아온 이상 생각이 달라졌다.
“솔직히 말씀드리죠. 우린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만나러 왔어요. 사건 해결에 협조할 테니 흉수와 만날 기회를 주세요.”
“내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면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지.”
“말해보세요.”
“흉수를 만나러 왔다는 것은 놈의 정체를 안다는 의미로도 들리는데.”
“그건 아니에요.”
“그럼 대체 누굴 만나고 싶은 거야?”
“이번 사건의 흉수로 지목된 인물 중 하나. 무면산왕이에요. 다른 이가 흉수라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야겠지요.”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용추가 이쪽을 힐끔 쳐다봤다.
“······.”
진무립의 머리가 차갑게 식었으나 단려화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진무립의 목소리가 미세한 차이로 낮아졌다.
“무면산왕은 왜 만나려고 하지?”
“그가 죽은 팔황문주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에요. 우린 반드시 만나서 그걸 확인해야 해요.”
진무립의 표정이 왠지 떨떠름했다.
‘어떤 새끼가 그런 소문을 퍼트리는 거야?’
실내에 어색한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부하들이 들어와 용추의 탁자에 앉았다.
부하들이 점소이를 부르며 정적이 깨지자 진무립은 웃으며 물었다.
“만일 그가 팔황문주의 아들이라면?”
“위에 보고해야겠죠.”
“어디에서 왔지?”
진무립의 짙은 동공과 마주한 단려화는 진실을 감추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린 칠맥 연화봉에서 왔어요.”
강남에 자리한 칠맥은 일곱 개의 각기 다른 무맥이 모인 연합체다.
그중 여인들로만 구성된 연화봉은 모친 백설하의 사문이자 정교한 검술로 유명한 곳이었다.
“흠.”
진무립은 나직이 침음했다.
‘아주 적절한 핑계로군.’
천하대전은 수십 년 전에 끝났으나 아직 천하의 고수들은 은밀히 은곡을 찾아 헤맨다.
전쟁에서 화령의 편에 섰던 칠맥도 그중 하나였다.
‘돌아가라고 한다고 말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멋대로 움직이게 두다가 계획이 틀어지는 것보다는 보이는 곳에 두는 게 낫겠어.’
흉수를 찾는 것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인질의 안전이 우선이다.
그러자면 변수는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더불어 눈앞의 수상한 여인이 흉수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진무립은 싱긋 웃었다.
“좋아. 흉수를 찾는다면 만나게 해주지. 대신 조건이 있다.”
단려화는 내심 안도하며 말했다.
“말해보세요.”
“모든 작전은 내가 입안한다. 절대 지시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마라. 작은 실수에 인질의 목이 날아가는 걸 원치 않는다면 말이야.”
“좋아요.”
“거처는 내일 아침 정가장으로 옮겨. 미리 말해둘 테니까.”
“그러죠. 이쪽도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요?”
씩 웃은 진무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돼.”
“······.”
단려화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생겼다.
자리를 옮긴 진무립은 부하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야.’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단려화는 잔을 비우고 이 층으로 올라갔다.
***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기 무섭게 단려화와 연소정이 정가장을 찾아왔다.
미리 언질을 들었던 위사는 정문을 열고 두 사람을 안내했다.
때마침 씻고 나온 진무립이 웃으며 두 사람을 맞았다.
“식사는?”
단려화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 없어요.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또 시신이 발견된 모양이야.”
“맞아요. 지금부터 어떻게 할 건가요?”
“일단 현장에 가봐야지.”
그때 문밖에서 아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아!”
모두의 고개가 돌아간 순간, 초유림이 활짝 웃으며 문턱을 넘었다.
“앗!”
처음 보는 낯선 여인들.
떨리는 손으로 그녀들을 가리킨 초유림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혀, 형님의 색시인가!”
“······.”
묘한 정적이 사라진 직후, 진무립의 눈짓을 받은 위사가 초유림을 번쩍 들고 나갔다.
“저 아이는 누구죠?”
단려화의 질문에 진무립은 고개를 돌렸다.
“모르는 애야. 현장이나 가보자고.”
***
어깨높이의 담장에 작은 방 두 개가 딸린 독채.
시신이 발견된 곳은 정가장 코앞의 민가였다.
정가장 무인들 틈으로 파고든 진무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시신을 살폈다.
‘교살인가.’
목 인근이 시퍼런 것을 보면 무공의 흔적을 감추고자 목을 조른 것 같았다.
진무립의 손가락이 시신의 피부를 살짝 눌렀다.
‘피부가 흰 것을 보면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한 게 분명 하다.
죽은 지 두어 시진 정도. 다른 인질들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진무립은 시신의 상태에서 하나를 더 유추했다.
산 놈을 끌고 오는 것보다 죽여서 데려오는 것이 편할 터, 두 시진 안에 오갈 수 있는 거리에 놈의 은신처가 있다.
근방에 숨을 만한 동굴이 있는 산은 백연곡 주변뿐.
그렇다면 부하들이 뭔가를 건져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진무립은 정가장과의 거리를 가늠했다.
이곳에서 정문까지는 대략 오 장 남짓.
‘광룡대가 왔다는 걸 모르나? 아니면 숫자는 중요하지 않을 만큼 실력에 자신 있는 건가?’
후자라면 상대가 정말 천하삼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무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지.”
“벌써요?”
“계속 본다고 뭐가 더 나오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군요.”
진무립의 지시에 따르기로 한 단려화는 이견 없이 뒤를 따랐다.
다시 정가장으로 돌아가는 길.
진무립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인질이 있는 이상 이대로는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놈을 끌어내야겠다.’
단려화는 뭔가에 몰두하는 진무립이 사뭇 다르게 보였다.
‘마냥 가볍기만 한 사내는 아니로구나.’
그녀는 새삼스러운 얼굴로 진무립의 등을 쫓았다.
정가장에 도착한 진무립은 정인령에게 독대를 신청했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여섯 번째 희생자로군요. 유족들의 얼굴을 어찌 봐야 할지.”
매일 같이 시신이 발견되고 있으나 단서랄 것이 딱히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진무립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말했다.
“죄송하지만 오늘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진무립은 그녀를 위로하려는 듯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틀 안에 해결하겠습니다.”
낙담했던 정인령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틀? 뭔가를 발견한 건가요?”
“제게 방도가 있습니다. 그 전에, 이번 일의 주도권을 가져오고자 하는데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이에요.”
다음 말은 그녀의 귓속을 작게 스며들었다.
전음이 끝나자 정인령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질을 구출할 수 있다면 나는 상관없어요.”
“감사합니다.”
예를 갖추고 나온 진무립은 곧장 광룡대의 처소로 돌아갔다.
기다리고 있던 단려화가 물었다.
“뭔가 알아냈나요?”
“더는 알아낼 필요도 없을 것 같군.”
“그건 무슨 말이죠?”
“곧 알게 될 거야. 지금은 계획을 정리하며 부하들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해. 그동안 차나 한잔할까?”
“그래요. 당신의 계획이 무엇인지도 듣고 싶군요.”
“분명 내 지시를 따르기로 했었지?”
“무엇을 시킬 건가요?”
단려화는 싱긋 웃는 진무립의 표정이 왠지 찝찝하게 느껴졌다.
“그건 부하들이 돌아온 뒤에 차근차근 이야기하자고.”
두 사람은 마당 우측의 작은 정자로 향했다.
멀리서 지켜보는 연소정은 왠지 꺼림칙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분명 보통 사내는 아니야. 내가 조금 더 신경 쓰는 수밖에.’
그때 그녀의 뒤에 나타난 용추가 히죽 웃으며 물었다.
“우리도 차나 한잔할까?”
“꺼져요.”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