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246
◈ 246화. 화령도
복령천의 검존.
단소룡과 화윤이 표정을 굳힐 때였다.
탓!
지면을 박찬 성유기가 순식간에 간격을 좁혀왔다.
소매가 펄럭인다 싶은 순간 번뜩이는 섬광이 눈앞으로 짓쳐 들었다.
“물러나라.”
오른발을 뒤로 뺀 단소룡이 우수를 휘저었다.
쩌엉!
소리마저 집어삼킨 날카로운 일검이 가볍게 튕겨 나간다.
단소룡의 좌권이 복부를 파고드는 순간, 가볍게 솟구친 성유기가 오른발을 들었다.
쾅!
주먹과 발의 충돌.
강렬한 굉음과 함께 눈앞에서 성유기의 신형이 빙그르르 회전한다.
지잉.
단소룡 특유의 감각이 맹렬한 경종을 울리며 위기를 알려온다.
‘뭐냐.’
외팔의 무인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단소룡은 즉시 물러나며 상체를 숙였다.
파직.
몇 가닥 머리카락이 안개처럼 흩어졌고 단소룡의 우장에 강렬한 기운이 운집했다.
슈우우우!
단소룡은 성유기의 검이 뒤로 돌아간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환인장각 적설포(的楔砲)를 쏘아냈다.
빗살처럼 뻗어 나간 송곳 같은 장력이 성유기의 가슴에 닿기 직전.
콰앙!
간발의 차이로 검신을 끌어 올린 성유기가 주르륵 미끄러진다.
단소룡은 지체 없이 몸을 날렸다.
성유기의 부릅뜬 눈동자에 단소룡의 주먹이 빨려들 듯 확장된다.
그는 즉시 고개를 비틀었다.
파아앙!
귓전을 스쳐 허공을 강타한 주먹이 강렬한 파공성을 터트린다.
찢겨 나간 백발이 벚꽃처럼 흩날리는 가운데 성유기의 검신이 눈앞에 갈지자를 그려간다.
쉬익!
흔들리던 검신에서 무수한 검영이 피어오르며 종잡을 수 없는 궤적으로 쏘아진다.
단소룡은 즉시 환인장각 흑천권(黑千拳)으로 응수했다.
슈아아악!
주먹에서 피어오른 흑광이 마치 천지를 뒤덮을 듯 번져 나가더니 지독한 어둠이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콰콰콰콰콰쾅!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화윤이 미간을 좁혔다.
‘대목.’
화령의 영주에게 전해지는 마지막 절기는 성천투공이다.
단소룡은 지금 그 아래 단계인 환인장각을 사용하면서도 과거 성천투공으로 보여주었던 위력을 고스란히 재연하고 있었다.
연이은 폭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희끗한 인영이 어둠을 뚫고 튕겨 나왔다.
‘큭.’
한 줄기 선혈을 흘리며 기분 좋게 웃는 인물은 바로 성유기였다.
‘구령부화초의 기운이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더 쓸만해져서 돌아왔군.’
과거 자신이 알던 단소룡과는 천지 차이다.
그러나 복령천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물이다.
오늘 단소룡을 찾아온 것은 그가 복령천주와 일전을 겨룰 만한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라면 승패를 장담하긴 어려워도 기대는 걸어볼 만하다.
미끄러지던 성유기의 신형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간다.
“성유기!”
어둠을 뚫고 나온 단소룡이 벼락같이 뒤를 쫓았다.
[잘 들어라.]느닷없는 전음에 화윤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계추월 초닷샛날. 섬서성 소화산(小華山)이다. 그곳에서 복령천과 마교의 회합이 있을 것이다. 기회를 놓치지 마라!]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소룡의 주먹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고 성유기의 검신이 절벽 끝을 두부 썰 듯 갈라버렸다.
주먹에서 뻗어 나온 권영이 분리된 바위에 적중하는 순간.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돌가루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뿌연 먼지가 피어올랐다.
후두두둑…….
솟구쳤던 돌조각이 흐르는 강물에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절벽 끝에 멈춰선 단소룡이 입에 문 풀잎을 뱉었다.
“놓쳤나.”
쏟아진 돌로 거칠어진 물살 속에선 사람의 형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돌아선 단소룡이 화윤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뭘 그렇게 웃는 거냐?”
“음. 생각할 게 좀 있었지.”
한때 적이었던 성유기의 말을 온전히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진위를 확인해볼 필요는 있다.
‘계추월 초닷샛날이라.’
가을이 완연하게 무르익는 시기.
대략 지금으로부터 반년 뒤였다.
화윤이 짐을 챙겨 돌아섰다.
“가자. 자세한 건 가면서 이야기하지.”
* * *
만사평의 교룡선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대치현에 접어들었다.
화령도는 대치현에서 오목하게 들어간 작은 호수 위의 섬.
육지와의 통로는 작은 다리 하나뿐인 천혜의 요새였다.
교룡선이 자호에 접어들자 봄을 맞은 화령도가 푸릇한 얼굴로 일행을 맞이한다.
“돌아왔다!”
선수에 선 단려화가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만세를 불렀다.
곁으로 다가온 진설란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화령도를 바라본다.
“저곳이 화령도인가요?”
초록으로 가득한 작은 섬은 마치 호수 위에 떠오른 성채를 연상케 했다.
섬의 중앙으로 치솟은 산에는 곳곳마다 망루가 세워져 있었고 작은 포구에는 마중 나온 무인들이 열을 갖춰 도열해 있었다.
단려화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미리 접한 것이다.
난간에 위태롭게 올라선 만사평이 허허롭게 웃었다.
“흘흘흘. 다들 네가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려온 모양이구나.”
사 년 만의 귀향이다.
단려화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나 때문이 아닐 거예요.”
단소룡은 자식에게 필요 이상의 예를 갖추는 걸 금기시했다.
화령에서 단자룡과 단려화는 영주의 자식이 아닌 가진 직책으로 대접한다.
그것은 섬의 모든 이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단소룡의 의지였다.
소영주인 단자룡과 달리 단려화는 변변한 직위가 없다.
당연히 저들의 도열은 자신이 아닌, 상천의 천주를 위한 것임이 분명했다.
포구에 접안한 교룡선에서 사다리가 내려온다.
그녀의 예상대로 기다리던 무인들은 단려화에게 반가운 눈인사만 건넬 뿐 지나친 예를 갖추지 않았다.
그들의 주먹이 손바닥에 부딪힌 것은 진무립이 나타났을 때였다.
선두에 선 지긋한 노인이 입을 열었다.
“천주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의 선창에 이어 스무 명의 무인들이 목청을 키운다.
“천주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솟구친 외침이 허공에 흩어질 무렵, 천천히 사다리를 내려온 진무립이 예로 화답했다.
“진무립이오. 이토록 환대해주어 고맙소.”
선두의 노인이 인자한 미소로 손을 내렸다.
“본 령의 외총관 임표입니다. 소식을 듣고 기다리던 참입니다. 안내하겠습니다.”
단소룡과 화윤이 동시에 자릴 비운 탓에 외총관인 그가 직접 마중을 나온 것이다.
“부탁드리오.”
임표는 선수의 만사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먼 길 고생이 많으셨소이다! 잠시 쉬어 가심이 어떻겠소이까?”
만사평은 히죽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미안하네만 일이 바쁘네. 다음에 들르지.”
돌아가서 전탐령을 준비하려면 할 일이 많았다.
임표는 아쉬운 얼굴로 소리쳤다.
“그럼 조심히 가시구려!”
임표가 몸을 돌리자 도열한 무인들이 일제히 호위하듯 진무립 일행을 둘러싼다.
당천이 가늘어진 눈으로 그들을 살폈다.
풍천지회의 참가를 위해 강남에 온 적은 있으나 화령도는 그도 처음이다.
‘이들의 위치는 어느 정도지?’
의전을 위해 움직이는 무인치곤 상당한 수준이다.
오솔길에 접어들자 마침내 단려화가 생글생글 웃으며 임표에게 말을 걸었다.
“잘 지내셨어요?”
임표가 인자한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물론이지요. 아가씨. 무림행은 즐거우셨습니까?”
“괜찮았어요.”
“대부인께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이분들은 제가 안내할 테니 먼저 올라가 보시지요.”
“그래도 될까요?”
그녀의 눈이 진무립에게 닿는다.
진무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중에 보지.”
“그럼 먼저 갈게요! 모두 이따가 봐요!”
그녀는 사양 않고 신법을 전개해 훌쩍 시야에서 사라졌다.
앞서 걷던 임표가 당천을 돌아보며 웃었다.
“소협과는 구면이구려. 가주께서는 안녕하시오?”
생각해보니 풍천지회에서 만난 기억이 있다.
‘기억을 지우는 것도 어렵군.’
당천은 쓴웃음을 삼키며 예를 갖췄다.
“예.”
“모두 화령도는 처음일 테니 모쪼록 머무는 동안 편히 지내시길 바라겠소.”
임표를 따라 오솔길을 올라간 일행 앞에 거대한 분지가 나타났다.
“와아…….”
동초개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탄성을 흘린다.
섬 안에 마치 개봉을 축소한 것처럼 화려한 도시가 나타난 것이다.
[주군.]사방을 훑어보는 진무립의 귀로 서진환의 전음이 도착했다.
[마을의 구조가 심상치 않습니다.]그와 같은 것을 느끼고 있던 진무립이 작게 끄덕였다.
[그래.]수십 개의 고루 거각에 잘 정비된 거리.
높낮이가 다른 담장은 유사시를 대비해 무인들의 움직임을 수월하게 하고자 설계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이곳은 마을 그 자체로 거대한 진이로군.’
마치 거미줄을 연상케 하는 마을의 구조는 외부의 공격에 대응하기 적합한 구조였다.
할 수만 있다면 이곳을 그대로 옮겨 상천의 총단으로 삼고 싶은 심정이다.
거리에 접어들자 오가던 사람들이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지나간다.
그중에는 범상치 않은 기도를 가진 무인도 있었고 내력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진무립은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건 우리 산채와 비슷하군.’
어쩌면 지금 눈에 담는 것은 상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지도 모른다.
진무립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보이는 모든 것을 머리에 각인시켰다.
용추가 연신 두리번거리는 동초개를 툭 쳤다.
“눈알 튀어나오겠다. 촌놈처럼 그러지 마라.”
“형님. 이럴 때 아니면 우리가 언제 화령도에 와보겠어요? 형님도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봐요.”
“난 됐어.”
“이미 눈알은 굴러가고 있는데요.”
듣고 있던 임표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섬은 얼마든지 구경시켜줄 테니 소형제들은 걱정 말고 둘러보시구려.”
임표는 보아도 상관없다는 듯 느긋하게 일행을 안내했다.
그는 이곳 화령도에 터를 잡기 전부터 단소룡을 따라온 충신.
누구보다 화령의 힘에 자부심과 확신을 가진 인물이었다.
조용히 뒤따르던 진설란이 당천을 찾았다.
[보고 싶으면 얼마든지 봐도 좋다. 이곳은 천하제일방파 화령의 총단이다. 이런 느낌인데요?]당천은 동의하듯 작게 끄덕였다.
잠시 후 이들이 도착한 곳은 외총관부에 딸린 작은 전각이었다.
“일각 안에 여러분을 모실 하인이 도착할 겁니다. 저녁에 다시 방문할 터이니 들어가 쉬십시오.”
정중히 예를 갖춘 임표가 발을 돌릴 때, 용추가 대뜸 물었다.
“배고픈데 뭐 좀 안 줍니까?”
임표가 웃으며 답했다.
“하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말하면 무엇이든 가져다줄 겁니다.”
임표가 떠나자 일행이 활짝 열린 전각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아담한 삼 층 전각은 스물에 미치지 않는 일행이 휴식하기엔 충분한 장소였다.
동초개가 성큼 들어가며 말했다.
“들어갑시다!”
그제야 생각을 정리한 진무립이 모두에게 말했다.
“휴식이다.”
* * *
상천의 천주가 화령도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섬 전체로 퍼져 나갔다.
북광남신(北光南神).
천하에서 진무립과 단소룡을 일컫는 말이다.
그 광오한 무명을 얻은 젊은 무인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무인은 없었다.
소식을 접한 섬의 젊은 후기지수들이 하나둘 객잔에 모여들었다.
“광룡이 왔다는군.”
“그래. 외총관께서 직접 외총관부로 안내하신 모양이야.”
“당가의 소가주도 함께 왔다던데.”
“당천? 풍천지회에서 소영주께 패한 그자 말인가?”
“그렇다고 들었네. 혹시 누구 본 사람 없는가?”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모두 조금 전까지 같은 연무장에서 수련을 했던 것이다.
그때 베일 듯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청년이 객잔으로 들어섰다.
“수련은 안 하고 예서 뭘 하는 게냐?”
나직한 일침에 후기지수들이 일제히 일어나 예를 갖췄다.
“숭무대주를 뵙습니다.”
“뭘 하느냐고 물었다.”
눈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검에 찔린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청년은 검황 천영의 아들이자 단려화의 사형인 천진서였다.
눈빛과 성격은 물론이고 검술까지 부친을 쏙 빼닮은 사내.
그는 화령도에서 단자룡 다음가는 신진 고수이자 후기지수의 범주를 넘어선 천재 검사로도 유명했다.
덩치 큰 청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소식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소식?”
“광룡 진무립이 이곳에 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