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255
◈ 255화. 이번엔 반드시
단소룡을 무림맹의 맹주로 추대하겠다는 진무립의 계획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출발 일자는 이틀 뒤.
화령도의 의원들이 무인들의 내상을 돌보는 가운데 먼저 회복한 용추와 동초개가 거리로 나섰다.
“형님. 어디부터 가볼까요?”
오는 내내 수련에만 매진했던 두 사람이다.
특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며 따라온 동초개는 잠까지 줄여가며 용추를 귀찮게 했다.
하여 떠나기 전에 잠시 쉴 겸 화령도를 구경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후의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쬐는 가운데 하늘을 올려본 용추가 히죽 웃었다.
“화령도에는 객잔이 있다고 하던데 음식 맛이 어떤지 궁금하지 않냐?”
“오! 그도 그렇군요. 껄껄껄!”
세상엔 다양한 문파가 존재하나 화령처럼 본진에 객잔까지 갖춘 방파는 드물었다.
“그런데 객잔이 어디지?”
그때 두 사람 뒤에서 익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쪽 골목을 벗어나 큰길로 나가면 보일 거예요.”
그들이 돌아본 곳엔 당천과 진설란이 있었다.
진설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객잔에 갈 생각인데 함께 가도 되겠죠?”
동초개가 물었다.
“술도 마실 거예요?”
“그럼요.”
용추가 당천을 보며 의외라는 듯 말했다.
“네가 한낮부터 술이라니 별일이군. 해가 동쪽에서 뜨겠어.”
진설란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었다.
“용소협. 해가 동쪽에서 뜨는 건 별일이 아니에요.”
용추가 동초개에게 넌지시 물었다.
“종종 뜨나 보지?”
“……그럴걸요?”
당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발을 내디뎠다.
“먼저 가겠다.”
앞서가는 당천을 따라 세 사람이 빠르게 따라붙는다.
거리로 접어든 당천은 자신을 향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생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동맹이 성사된 이상 머지않아 전쟁이 벌어지게 될 터.
그리고 적진에는 그가 있을 것이다.
‘당명.’
죽은 줄만 알았던 동생은 복령천의 하수인이 되어 나타났다.
그가 살아있다면 분명 당가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 것이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내 손으로 심장을 꺼낸다.’
당가의 수백 년 역사에 가장 큰 오점은 틀림없이 그 녀석이다.
각오를 되새기는 당천의 뒤로 동초개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왜 저래요?”
진설란이 당천을 툭 치며 눈치를 줬다.
“여긴 화령도예요. 정신 차려요.”
상념에서 벗어난 당천이 객잔 앞에 멈춰섰다.
“미안하군. 들어가지.”
화령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태천각의 최상층에선 진무립과 단소룡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단소룡이 빈 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조부님께선 안녕하신가?”
“예. 아직 정정하십니다.”
“언제 한번 찾아갈까 했는데 삼자의 입장에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망설였었지.”
진무립의 모친, 초이린이 집을 나오게 된 배경과 산서의 벽지에서 가정을 꾸리게 된 과정을 모두 아는 단소룡이다.
지금은 마도림의 외림원주가 된 상호군이 그녀를 데려가려 하는 것을 막고 출산을 도운 이가 단소룡과 부하들이었다.
만일 단소룡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진무립을 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친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단소룡이 초이린을 떠올리며 물었다.
“내 자네가 장성하면 한번 화령도에 찾아오라고 말을 남겼었는데 어찌 오지 않았는가?”
진무립은 술잔을 입에 붙이며 창밖 하늘을 응시했다.
“천하에 혈겁을 일으킨 팔황문. 그 수괴와 같은 무공을 익힌 제가 어찌 함부로 이곳에 올 수 있었겠습니까?”
“도움을 청했다면 자네들이 무림에 자리 잡는 게 보다 수월해질 수도 있었네.”
“반대로 무림의 공적이 됐을 수도 있겠지요.”
슬며시 웃은 진무립이 말을 덧붙였다.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우리에게 힘이 없었다면 설령 화령이 인정한다 한들 세상이 용납하지 못했을 겁니다.”
가만히 생각하던 단소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자네 생각에 일리가 있네.”
상천이 지금 세상의 인정을 받게 된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들의 힘으로 천하에 우뚝 섰기 때문이다.
만일 남의 도움에 기댔다면 지금과 같은 성과는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청년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묻지 않을 수 없군.”
“말씀하십시오.”
단소룡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 딸과는 무슨 관계인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진무립은 단소룡의 예리한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미래를 약조한 사이입니다. 허락하신다면 전쟁이 끝난 뒤 혼례를 올리고자 합니다.”
“음.”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복잡한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음에도 실내에 감도는 어색한 공기는 좀처럼 빠져나갈 줄을 모른다.
어색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마침내 단소룡이 무거운 입이 열렸다.
“그 아이의 미래는 내가 아닌 본인이 정할 문제다. 다만 부모로서 걱정하지 않을 수는 없군.”
단소룡은 비워진 두 잔을 차례로 채운 뒤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탁.
술잔을 가볍게 내려둔 단소룡이 말했다.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몸 성히 돌아온다면 허락하겠다.”
진무립은 한 잔 술을 가벼운 마음으로 비웠다.
“감사합니다.”
단소룡과 진무립이 대작하고 있을 때.
대군사 화윤은 금릉원주 사마진과 마주 앉아 진무립이 건넨 책자를 읽고 있었다.
사마진이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분석한 표국의 전력과 비교하면 이거 상당한데요.”
“그래. 게다가 이 책에 담긴 정보를 무조건 맹신할 수도 없지. 더 약할 수도, 더 강할 수도 있다.”
사마진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주님께서 내리신 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겠지만 꼭 무림맹에 가담해야 합니까?”
“내키지 않나?”
“놈들의 첫 번째 회천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바로 우리 때문입니다. 만일 그들이 다시 발호한다면 이곳부터 노릴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중원과 강남은 하루 이틀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소수정예로 밝혀진 상대의 종적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
단소룡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들이 이곳 화령도를 노린다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화윤이 말했다.
“이곳 화령도만큼 수비하기 좋은 곳은 없지. 하지만 대목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야.”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엉킨 강남 무림은 비교적 전쟁 준비가 잘된 상태.
하지만 이곳만 지키다가 천하가 놈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더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하던 사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께서 정하셨으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 계책을 내놓는 게 우리의 역할이겠지요.”
“그래서 널 부른 거다.”
지난 천하대전에서 후방지원을 도맡은 사마진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화윤은 자신의 빈자리를 사마진에게 맡기려는 것이다.
“나는 이번 전쟁에 두 가지 계책을 사용할 생각이다.”
“두 가지?”
“하나는 광룡의 계책대로 소화산의 회동을 급습해 복령천과 마교 수뇌부를 일소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계획을 실행하기에 앞서 놈들이 파둔 함정을 파훼하는 게 우선이겠지.”
“함정을 팔 정도로 조심스러운 자들이라면 소화산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은밀한 회동이기에 함정을 팠을 수도 있지.”
천산의 움직임은 개방의 소걸개가 빈틈없이 주시하고 있다.
아직 교주가 움직였다는 정보는 전무.
함께 싸우고자 한다면 분명히 한 번은 만날 것이다.
“설지량이 전해온 정보는 일 년. 성유기가 가져온 정보는 반년이다. 내부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는 건 혹시 모를 정보 유출을 사전에 감지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함정에 걸리지 않는다면 놈들은 예정대로 만날 거다.”
사마진이 이해한 듯 끄덕이며 물었다.
“두 번째 계책은 뭡니까?”
“이곳 화령도다.”
“아아.”
순간 사마진의 뇌리에 번개 같은 생각이 스치고 사라졌다.
“주군과 군사께서 중원에서 무림맹의 수뇌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화령도를 노리기 수월해지겠군요.”
단소룡이 없는 화령도라면 크게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놈들은 소수다. 신출귀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역으로 생각한다면…….”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그러니 천산이 움직이기 전에 독자적으로 이곳을 노리지는 않을 거야.”
“마교가 시선을 끌면 그 틈에 공격할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그렇지. 이제 곧 복귀할 소영주와 천영을 중심으로 이곳에 함정을 팔 거다.”
화윤은 준비한 지도를 펼쳤다.
화령도가 그려진 지도 곳곳엔 깨알 같은 글씨로 적을 상대할 방법이 적혀 있었다.
“숙지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겠습니다.”
사마진은 계책을 머릿속에 넣고 물었다.
“복령천이 만일 화령도를 노리지 않고 전력을 소화산에 집중한다면 어떡합니까?”
맹을 구성한다면 적의 공격에 대응하긴 수월해지겠으나 한곳에 모인 만큼 은밀하게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당연히 소화산의 급습에는 소수만 움직이게 될 터.
습격에 대비해 모든 전력을 소화산에 숨겨둔다면 역으로 무림맹의 고수들이 당할 수도 있다.
화윤이 웃으며 말했다.
“기습의 계책을 세운 건 광룡이야. 내가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 그도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거다.”
“음.”
지금까지 수집해온 정보에 따르면 진무립은 분명 머리 또한 비상한 인물이다.
화윤이 믿고 맡긴다면 그에 따르는 것이 옳다.
생각을 정리한 사마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상대의 전력이 전력인 만큼 어떤 계획을 세워도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렇지.”
대답한 화윤이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러니 이번 전쟁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끝내야 하는 거야.”
두 사람의 대화가 일단락될 무렵, 밖에서 위사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주님. 칠맥의 종주와 남궁가의 소가주가 회견실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가겠다.”
“전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화윤이 사마진의 어깨를 두드렸다.
“출발은 내일이다. 잘 부탁하마.”
“예.”
족히 쉰여 명은 들어설 법한 넓은 실내.
고급스러운 족자와 도자기가 사방을 장식한 이곳에 두 사내가 마주 앉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종주님.”
남궁도의 인사를 받은 날카로운 눈매의 중년인, 칠맥의 종주 자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부친께서는 강녕하신가?”
격자검(擊刺劍) 자로는 무림 칠경의 일원이기도 할 만큼 엄청난 검술의 소유자였다.
“종주께서 염려해주신 덕분에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다.”
“듣자 하니 영주께서 상천의 천주와 한판 벌였다고 하더군. 혹시 자네도 지켜보았나?”
“예. 운 좋게 중반부터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북광남신에 걸맞을 만한 자던가?”
당시를 떠올린 남궁도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예. 상상 이상의 엄청난 싸움이었습니다.”
“음.”
좀처럼 허언이나 과대평가하지 않는 남궁도의 말이라면 그대로 믿을 만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단소룡과 화윤이 도착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어서 오십시오. 영주.”
가볍게 포권을 취한 그들이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단소룡은 곧장 본론을 꺼냈다.
“상천의 천주가 직접 나를 찾아왔소. 천하를 아우를 무림맹을 창설하고 싶다고 하더군.”
남궁도가 역시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칠맥의 종주 자로가 물었다.
“영주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받아들이기로 하였소. 이번 전쟁은 비단 어느 한쪽만 힘을 써서 해결될 일이 아니오.”
화윤이 이어서 말했다.
“강남의 연계는 어느 때보다 탄탄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천산과 함께 움직일지 모르는 만큼 이쪽에서도 그에 대응할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음.”
나직이 침음한 자로가 작게 입을 열었다.
“역시 피할 수 없는 전쟁인가.”
남궁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엔 제대로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단소룡이 말했다.
“우리 화령은 강남 무림의 참여를 강제할 생각도, 그럴 권한도 없소. 그저 우리의 의견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시오.”
남궁도가 먼저 말했다.
“우리 남궁세가는 영주님의 의견에 따를 것입니다.”
단소룡이 화령의 깃발을 이곳에 꽂은 순간부터 함께해 온 남궁세가다.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가 있기에 언제든 화령의 행동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곱 개의 무맥이 모인 칠맥은 무림의 이권 다툼에 관여치 않고 개인의 수양에 중점을 두는 곳.
산에서 내려오는 일조차 거의 없는 이들이라 남궁세가와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약간의 정적 끝에 종주 자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참사가 반복되게 둘 수는 없지. 일곱 무맥에 전해 고수들을 소집할 터이니 이번엔 반드시 끝을 봅시다.”
단소룡이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