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274
◈ 274화. 천마 장천무
이들의 신분을 들은 종영은 하마터면 턱이 빠질 뻔할 정도로 놀랐다.
“과, 과, 과, 광…….”
당우는 실소를 삼켰다.
‘놀랄 만하지. 눈앞에 천하의 절대자가 있으니 말이야.’
당우가 가만히 끄덕이는 가운데 종영의 휘둥그레진 눈이 단려화에게 닿았다.
“광녀가 신룡 대협의 딸이었단 말이오?”
“응?”
당우의 눈이 동그래지는 사이 단려화의 얼굴은 형편없이 구겨진다.
“그 부분에서 놀란다고요?”
실수를 깨달은 종영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하오. 워낙 놀라운 소식인지라…….”
소걸개가 당부하듯 말했다.
“오늘 보고 들은 것은 여길 나가는 순간 잊어주셔야 하오.”
“이를 말이겠소? 우리가 하루 이틀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그건 염려 놓으시오.”
“물론 난 종형을 믿소. 하하하.”
호방하게 웃은 소걸개가 그의 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이번 상행은 좀 어땠소이까?”
일순 종영의 눈빛이 달라지며 화기애애하던 분위기에 긴장감이 깃들었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팔지 못했소. 결국 가져갔던 비단은 인근 마을에 헐값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오.”
“더는 준비할 필요도 없는 모양이군.”
“그렇지. 이따금 마을에 보이던 마교의 무인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었소.”
“종형이 선을 댔던 그 친구는 어떻소? 이번엔 만나지 못했소?”
“만났소. 그래서 내 오자마자 소방주부터 찾아온 게요.”
오랜 세월 서안과 서역을 오가며 상행을 이끌어온 종영은 현지에 각별한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종영이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사귄 친구는 수십 년간 대를 이어 천산에 약재를 납품하던 장사치였다.
“보통 그 친구는 천산에서 내려온 교인들과 거래를 하곤 했었지. 그런데 이번에 귀한 하수오를 대량으로 입수해 직접 교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고 하오.”
신강에서 천산의 부름에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토로번(吐魯番)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는 부량은 교의 부름에 따라 직접 다섯 대의 수레를 이끌고 직접 천산까지 들어갔다.
“오랜 세월 거래를 해온 탓에 몇 차례 교에 다녀온 적은 있었다고 하오. 그런데…… 이번에 갔을 땐 교가 텅 비었다고 하더구려.”
“텅 비었다고?”
“산문을 넘어 직접 의각까지 다녀오는 동안 수문위사를 제외한 무인은 전혀 볼 수 없었다고 하더군. 그 친구를 직접 부른 것도 손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소.”
소걸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만한 숫자가 하서회랑을 비롯해 동쪽으로 길을 잡았다면 감시를 벗어날 수 없었을 텐데.’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진무립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진환.”
“예. 주군.”
“지필묵을 가져와라.”
“예.”
서진환이 지필묵을 가지러 간 사이 진무립이 종영에게 물었다.
“그게 언젭니까?”
“내가 떠나기 직전이었으니까 대충 달포는 되었을 것이오.”
진무립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패인다.
‘동쪽으로 가지 않았다면 남쪽밖에 없다.’
신강의 남쪽은 바로 서장이다.
‘서장 무림은 언제든 우리와 연락할 수 있게 전서망이 갖춰져 있다. 연락이 없었다는 건 아직 모르고 있거나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다면 상대는 아직 서장을 공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필묵을 가져온 서진환이 탁자를 치웠다.
작은 글씨로 뭔가를 빼곡하게 적은 진무립이 내력을 불어넣어 먹을 빠르게 말렸다.
“지금 전서를 띄우면 서장까지 며칠이나 걸리지?”
서진환이 답했다.
“흑조가 화룡채까지 가는 시간과 화룡채에서 전서를 띄우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빨라도 이틀은 지나야 합니다.”
진무립은 종이를 말아 서진환에게 건넸다.
“이걸 판천라마에게 보내야 한다.”
“즉시 전하겠습니다.”
서진환의 신형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소걸개가 역시나 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역시 서장으로 갔겠어.”
얼마 전 혈교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포달랍궁엔 마교의 침공을 막을 힘이 없다.
“어찌할 생각이시오? 천주.”
“그가 떠나기 전 해둔 당부가 있습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진무립은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마교의 전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대답은 종영의 입에서 나왔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교인의 숫자는 대략 오만. 무인의 숫자만 이만이 넘을 것이오.”
단일 방파의 무인으로는 정말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진무립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안으로는 복령천, 밖에선 마교라. 만일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구나.’
진무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볼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밖으로 나온 진무립이 별채에서 다섯 걸음 떨어졌을 때, 흑조를 보낸 서진환이 빠르게 다가왔다.
“명을 수행하였습니다.”
“진환아.”
“예.”
서진환을 향한 진무립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미안하지만 어려운 부탁을 하나 해야겠다.”
서진환은 두말없이 자리에 부복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손수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킨 진무립이 두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네가 천산을 털어줘야겠다.”
* * *
뜨거운 바람이 황량한 초원을 휩쓸고 하늘로 솟구친다.
거대한 들판에 세워진 웅장한 도시.
서장의 성도라 할 수 있는 랍살이었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포달랍궁의 본궁이 오늘따라 사뭇 분주하다.
“서둘러야 한다! 훈련한 대로 필요 없는 물자는 파기! 비급은 안가로 옮거라!”
환혼사자 완사계의 외침에 라마승들이 목청을 키웠다.
“예!”
처소의 창문을 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판천라마가 천천히 돌아섰다.
“야탁.”
무령사자 손야탁이 공손히 합장을 했다.
“예. 불존.”
“놈들은 어디까지 왔느냐?”
“둘로 나뉘어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정예는 사흘이면 도착할 듯합니다.”
“음.”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과거의 포달랍궁이라면 그들이 탑격산을 넘는 순간 알아챌 수 있었겠지만 혈교와의 전투에서 힘이 빠진 게 너무도 뼈아팠다.
항복을 권유하는 마교의 사자가 도착한 뒤에서야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렸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청년 라마승이 손에 전서를 쥐고 달려왔다.
“불존!”
“무슨 일이냐?”
“광룡이 전서를 보내왔습니다!”
판천라마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떻게 안 거지?’
이쪽에서 전서를 보낸 것은 어제 일이다.
그런데 진무립에게 먼저 서신이 왔으니 놀랄 수밖에 없다.
“이리 다오.”
서신을 받아든 판천라마는 그것을 빠르게 읽어갔다.
「공격을 당하고 있다면 항복해라. 적이 하루 이틀 거리에 있다면 사자를 보내 시간을 끌고 퇴각해라. 사흘 이상의 거리에 있다면 당장 궁을 비우고 대별산맥을 넘어 사천으로 가라.」
판천라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치듯 사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떠날 생각이었다.’
지금 궁의 라마승들은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것은 판천라마가 중원을 떠날 때, 마교가 서장에 들어오면 싸우지 말고 퇴각하라던 진무립의 당부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창문 밖에서 완사계의 외침이 들려왔다.
“불존!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판천라마는 가사를 휘날리며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거대한 법당 앞에 도열한 천여 명의 라마승들이 일제히 합장으로 예를 갖췄다.
“아미타불. 불존을 뵙습니다.”
이들은 바로 포달랍궁의 미래.
진무립의 말대로 중요한 것은 집이 아닌 사람이다.
이들만 있다면 무너진 건물은 언제든 다시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판천라마의 나직한 목소리가 라마승들의 귓전을 울렸다.
“출궁이다.”
라마승들은 우렁찬 외침으로 화답했다.
“예!”
* * *
궁을 비운 판천라마와 라마승들이 빠르게 동쪽으로 나아갈 무렵.
검은 장포를 두른 수백 명의 무인이 아득한 지평선을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황량한 초원을 가로지른 그들이 작은 숲에 목전에 뒀을 때 전방에서 말을 탄 십여 명의 무인이 나타났다.
다부진 체구에 날렵한 인상의 장년인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손을 들었다.
그러자 뒤따르던 무인들이 일제히 발을 맞춰 멈춰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무인들이 날 듯이 말에서 뛰어내려 장년인의 앞에 부복한다.
“지존을 뵙습니다!”
장년인은 묵묵히 끄덕이며 손을 들었다.
“일어나라.”
나직한 목소리에서 형용할 수 없는 묵직한 위엄이 묻어난다.
장년인의 정체는 바로 신강의 절대자.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천마신교의 수장, 당대의 천마 장천무였다.
사자로 포달랍궁에 다녀온 수라신마(修羅神魔) 흑수역이 상체를 바로 세우며 말했다.
“판천라마가 본 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장천무의 옆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중년인은 부교주 천살염마(千殺炎魔) 이광이었다.
“피를 봐야겠군.”
흑수역이 말했다.
“나흘 뒤, 삽교평에서 일전을 치루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부교주 이광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시간을 끌고자 함이 분명하다. 지존. 들을 가치도 없습니다. 이대로 겁 없는 땡중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궁을 불태우시지요.”
장천무가 지평선으로 시선을 옮겼다.
“가자.”
나직한 명령에 잠시 멈췄던 진군이 재개된다.
선두에서 달리는 장천무의 곁으로 호리호리한 체구에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 달려왔다.
“지존.”
나직이 그를 부르는 이는 장천무의 심복 임화교였다.
“어떻게 보느냐.”
“속하의 생각도 부교주와 같습니다.”
이광을 슬쩍 돌아본 장천무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옳은 소리를 할 때도 있군.”
부교주 이광은 머리 쓰길 싫어하는 천상 무골이다.
그럼에도 부교주 자리에 앉힌 것은 강자를 숭상하는 천마신교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었다.
“화교.”
“예. 지존.”
“중원에서 너무 연락이 뜸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다음 해 여월 초하루.
소화산에서 천하를 나누기 위한 회동을 갖자는 서신 이후로 거짓말처럼 연락이 뚝 끊겼다.
“그들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섣불리 연락을 자주 주고받다가 위치가 발각된다면 본 교의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습니다.”
신교의 입장에선 복령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단일 방파로 최강을 자랑한다곤 하나 무림이 하나로 뭉치게 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신경 쓰이는 것?”
“광룡 진무립입니다.”
천하에 진동하는 그의 위명은 서역을 오가는 상인을 통해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다.
“얼마 전에는 화령도에서 신룡과 싸워 동수를 이뤘다고도 합니다.”
장천무의 입술이 묘하게 비틀렸다.
“후후후.”
신룡 단소룡은 자신이 유일하게 호적수라 말할 만한 엄청난 고수였다.
그런 이와 동수를 이룬 자가 나타났음에도 반가운 기분이 드는 걸 보면 자신 역시 부교주처럼 천상 무골이다.
“상관없다. 놈들이 동시에 덤벼들어도 지금의 본좌를 능가할 수는 없을 테니까.”
단소룡을 만난 뒤 천산에 돌아온 장천무는 모든 일을 수뇌부에 맡기고 그를 상대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역대 천마에게 전해지는 독문무공, 흑천마공(黑天魔功)의 대성을 이룬 이상 세상에 두려울 것은 없다.
손을 잡자는 복령천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자신감이 밑바탕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설령 놈들이 뒤통수를 치더라도 자신의 무공이라면 언제든지 대응할 자신이 있다.
놈들이 강자라면 되려 이쪽에서 먼저 한판 붙자고 애걸할 판이다.
장천무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서둘러 포달랍궁을 정리하고 마지막 정비에 돌입한다.”
“예! 지존!”
절도 있는 외침이 지평선 널리 퍼져 나간다.
서장을 접수하고 마지막 정비를 마친다면.
다음 목표는 천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