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295
◈ 296화. 화령도의 사투
명이 떨어지는 순간 구십여 명의 백화무단원이 질풍처럼 몸을 날린다.
천하십대고수의 일인, 무결천검 검신운이 검을 치켜세우고 외쳤다.
“막아라!”
그의 외침에 부응한 무인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우와아-!”
거리를 가득 채운 무인들이 대로를 질주하며 백화무단에 부딪혀갔다.
두 무리의 간격이 십 장 안쪽으로 좁혀진 순간, 화살처럼 쏘아진 양무화의 신형이 선두로 튀어나왔다.
쿠우우우-!
움켜쥔 도파로 단전 속 내력이 노도와 같이 쏟아지더니 주변 공기가 터질 듯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 심상치 않은 살기에 무인들을 독려하던 단자룡이 두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물러나라!”
그러나 그들의 반응 속도는 쇄도하는 양무화의 빠름에 미치지 못했다.
“어딜!”
양무화의 입가에 번진 미소가 물러나는 무인들의 눈에 오싹하게 떠오르는 순간.
슈아아아-!
횡으로 그어지는 날카로운 도신에서 가공할 섬광이 뻗어 나와 무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콰콰콰콰콰쾅!
“크아악!”
격렬한 대지의 진동이 피에 젖은 비명을 고스란히 집어삼킨다.
솟구치는 흙먼지 속에 무려 스무 명의 무인이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부릅뜬 사마진의 눈이 옅은 떨림을 보인다.
‘괴물인가?’
자타공인 천하제일방파 화령이다.
비록 일부 정예가 빠져나갔다곤 하나 지금 죽은 이들은 화령에서도 결코 실력이 떨어지는 자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양무화의 가공할 공격에 변변한 대응조차 못 하고 당해버렸으니 당혹스러운 것이다.
양무화뿐만이 아니다.
그를 따르는 수하들 또한 일당백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가공할 기도를 감추고 있었다.
‘숫자가 전부가 아니야. 이들은 분명 팔황문의 고수들보다 엄청난 자들이다.’
사마진은 이들이 어째서 백 명도 안 되는 숫자로 화령도를 노렸는지 알 것 같았다.
놀란 눈들과 마주한 양무화는 도를 어깨에 척 걸치며 시원하게 웃었다.
“뭘 그 정도에 놀라고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인데.”
“…….”
애타는 속내를 감춘 사마진이 침착하게 계획을 되새겼다.
상대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강자.
아직 계획이 틀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이대로 양무화를 저지하지 못하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서둘러 주십쇼. 대부인.’
양무화의 가공할 일격을 시작으로 구십여 명의 백화무단이 수백의 무인 사이로 뛰어들었다.
쿠콰콰콰콰콰!
한 명 한 명의 강함이 정도를 벗어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하다.
“크악!”
단 한 번의 접전으로 무려 백여 명의 무인들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진다.
‘이대로는 피해가 커진다.’
뒤에서 전체를 지휘하던 단자룡이 결국 선두로 나섰다.
“양무화!”
그를 막아야 다음 계획으로 넘어갈 때까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피 칠갑을 한 양무화가 고개를 휙 돌렸다.
“성유기가 내 이름까지 알려준 건가?”
단자룡의 두 눈에 핏발이 선다.
“알 것 없다.”
싸늘한 목소리에 이어 단자룡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양무화의 우측에서 나타났다.
콰아아!
인지하는 순간 송곳 같은 주먹이 날아든다.
‘제법!’
양무화는 번개같이 몸을 비틀어 도신을 가로 그었다.
거력이 응집한 주먹과 가공할 일도가 허공에서 충돌한다.
콰앙!
고막을 후려치는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주르륵 미끄러진다.
도파를 쥔 손목에서 묵직한 고통이 느껴졌다.
“신룡의 아들인가.”
나직한 혼잣말에 이어 양무화의 눈이 시퍼렇게 빛난다.
정의, 대의라는 단어로 치장한 옳고 그름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그저 양친의 복수를 이루고 그들이 꿈꿨던 천하를 쟁취하는 게 양무화의 삶의 목표이자 전부였다.
“내게 자비를 바라지 마라.”
쾅!
찍어누른 장석이 터져 나가며 양무화의 신형이 맹렬한 기세로 쏘아진다.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난 양무화의 도신이 벼락같이 떨어져 내렸고.
육감의 맹렬한 경종 속에 단자룡의 오른발은 빗살같이 치솟고 있었다.
쐐애액!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두 사람의 강렬한 일격이 허공에서 충돌했고.
콰아아아앙!
자욱이 퍼지는 흙먼지를 뚫고 굉음과 함께 돌조각이 비산한다.
단자룡의 눈에 독기가 피어오른다.
‘강자다.’
단 두 번의 충돌뿐이었으나 육감이 강렬한 신호를 보내온다.
상대는 분명 자신보다 한 수 위의 고수였다.
하지만 화령의 소영주이자 신룡의 아들로서, 여기서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움켜쥔 주먹에서 강렬한 열의가 피어오르며 단전 속 육중한 내력이 전신 혈맥으로 쏟아진다.
쿠구구구구…….
양무화는 전신을 압박해오는 살기를 뿌리치고 지면을 박찼다.
탓!
맹렬하게 돌진한 양무화가 단자룡이 발산하는 활화산 같은 기운 속으로 일도를 내리긋는다.
쏴아아!
단자룡은 마치 태산이 내리찍는 듯한 가공할 일격을 향해 거침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지지직!
내기와 내기가 허공에서 충돌하며 오싹한 소음을 퍼트렸고.
팽팽한 균형이 무너지며 두 사람의 공격이 정면에서 충돌했다.
콰아앙!
일 장 가까이 튕겨 나간 양무화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단자룡은 자신의 두 배가량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양무화가 재차 정면으로 달려드는 순간, 단자룡의 신형이 우측으로 미끄러지더니 그의 간격을 파고들었다.
슈욱!
옆구리를 노려오는 날카로운 일격에 양무화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속도와 날카로움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신룡의 특기 중 하나는 완급조절이었지.’
단소룡은 천하에서 쾌와 중의 묘리를 가장 절묘하게 활용하는 무인.
그의 아들인 단자룡 또한 능수능란하게 완급을 조절하는 방법을 깨우친 상태였다.
양무화는 즉시 도신을 끌어당겼다.
쾅!
튕겨 나가는 양무화는 달려드는 단자룡을 향해 도극을 내질렀다.
쉬익!
날카로운 도신에서 열 송이 붉은 꽃이 피어오른다.
백화참영(百華慘影) 십련화(十聯華)의 초식.
도신을 맴돌던 열 개의 섬광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접근하는 단자룡을 향해 비수처럼 쏘아졌다.
쐐애액!
그 순간 단자룡의 두 주먹에서 시꺼먼 어둠이 피어올랐다.
부친인 단소룡이 가장 먼저 깨우친 환인장각의 흑천권(黑千拳)이었다.
둘 사이로 번지는 흑연이 열 개의 섬광이 부딪치는 순간.
콰아앙!
강렬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일렁이는 흑연이 양무화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시꺼먼 어둠 속.
전신을 압박하는 강렬한 살기 속에 양무화의 도신이 춤을 추듯 흔들리기 시작한다.
쿠콰콰콰콰콰!
거리 한복판에서 경천동지할 굉음이 터져 나오더니 두 사람의 신형이 흑천권의 어둠 밖으로 튕겨 나왔다.
그 모습에 사마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 돼!’
놀랍게도 양무화가 처음 본 흑천권을 완벽하게 파훼한 것이다.
멀쩡한 양무화와 달리 두 개의 날카로운 도상이 새겨진 단자룡의 어깨에선 시뻘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단자룡의 투지는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정도는 각오한 일이다. 계획을 상기해라. 단자룡.’
적어도 자신의 등장으로 양무화의 진격은 멈췄다.
그리고 아직 패배가 정해진 것도 아니다.
싸움은 끝낼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부친의 말을 단자룡은 기억하고 있었다.
‘집법원주께서 계신 이상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다.’
상대는 분명 경이로운 고수들이다.
그러나 자신이 양무화를 잡고 있는 이상 단신으로 검신운을 능가할 만한 고수는 보이지 않는다.
주먹을 움켜쥔 단자룡이 결연한 각오를 되새겼다.
‘이자만큼은 내 목이 떨어지기 전까지 보내지 않을 것이다!’
선대의 고수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여기서 굴복할 수는 없다.
타탓!
서로를 향해 달려든 두 사람이 다시금 치열한 접전을 펼칠 무렵.
전투의 혼란 속에 복면을 눈 밑까지 끌어올린 사내가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어디 있느냐?’
차갑게 눈을 빛내는 사내의 주변으로 북해의 칼바람만큼이나 냉랭한 공기가 감돈다.
‘당명.’
어디 있을지 모르는 당명을 찾는 이는 당가의 가주 당천이었다.
[가주. 여기선 안 됩니다!]당소소의 다급한 전음이 당천의 귓속을 파고든다.
살심을 억누른 당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그저 놈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했을 뿐이다.]전투가 점점 격렬해지고 당천이 위기에 빠진 무인들을 돕고자 움직일 때.
화령의 대군사 화윤은 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망루 위에서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이름난 고수를 제외한 정예를 남겼다면 피해가 줄었을지도 모르나 상대가 감시를 두었다면 신법의 속도에서 정예인지 아닌지 판단했을 것이다.
전력이 될 상천팔기를 뒤로 뺀 것도 화윤의 판단이었다.
‘필승을 향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만일 이 자리에 십이사령까지 함께 있었더라면 망설일 것 없이 그들을 투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십이사령이라는 대적이 남은 이상 벌써부터 상천팔기를 투입할 수는 없었다.
당장의 피해는 생각보다 커지고 있으나 화윤의 머리는 전투가 아닌 전쟁을 그리는 것이다.
‘제발 조금만 더 견뎌다오.’
그의 간절한 바람이 전해졌을까.
마침내 내총관부의 담장 위로 기다렸던 붉은색 깃발이 솟구쳤다.
신호를 확인한 검신운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이계(二計)!”
그 말에 후위의 무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계획된 장소로 몸을 날린다.
옅어진 전선이 단숨에 무너지려는 찰나.
백화무단의 후미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솟구쳤다.
“크아악!”
전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듣는 백화무단의 비명이다.
단자룡을 뿌리친 양무화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저들은…….”
백여 명의 흑의인들을 이끌고 백화무단의 뒤를 기습한 이는 백설하와 남궁소소였다.
새하얀 무복에 투명한 검신을 치켜든 백설하가 당당하게 명을 내렸다.
“침착하게 대열을 유지하세요!”
그에 양무화는 냉정하게 명을 내렸다.
“부단주! 절반을 데리고 후미를 맡아라!”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당명은 뒤로 몸을 날리는 중이었다.
“알고 있어요.”
양무화의 목소리에 반응한 것은 당명뿐만이 아니었다.
퇴각하는 무인들 틈에 낀 당천이 그의 얼굴을 확인한 것이다.
[네놈은 반드시 오늘 죽는다.]귓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전음에 당명이 고개 돌려 상대를 확인한다.
‘킥킥킥!’
또 하나 죽여야 할 놈이 나타났으니 즐겁지 않을 리 없다.
[목 씻고 기다려. 네놈도 곧 아비 곁으로 보내줄 테니까.]말을 마친 당명이 백설하를 향해 일장을 퍼부었다.
쏴아아!
불길한 검붉은 장력이 네 줄기로 나뉘어 쏟아지자 백설하의 투명한 검신이 둥근 원을 그렸다.
파파파팡!
장력이 단숨에 해소되자 남궁소소의 소매가 허공을 휘젓는다.
‘오?’
당명의 눈에 이채가 떠오른다.
수비에 막혀 사방으로 흩어지던 독이 용오름처럼 솟구친 것이다.
남궁소소가 외쳤다.
“독을 쓰는 자가 있다! 모두 조심하거라!”
“예!”
두 여인과 함께하는 이들은 태천각을 호위하는 살수들.
그들이 복면으로 코와 입을 단단히 가렸을 때, 백설하가 전방으로 장대비 같은 검초를 쏟아냈다.
콰콰콰콰콰콰!
당명은 차마 그녀의 공격을 무시하지 못하고 명을 내렸다.
“물러나!”
백화무단원들이 일사불란 두 걸음을 물러난 사이.
백설하의 초식이 엄청난 위력으로 전방을 초토화시켰다.
콰콰콰쾅!
두 무리의 간격을 벌린 백설하가 즉시 검을 회수하며 외쳤다.
“지금입니다!”
그에 반응한 살수들이 눈앞에 시꺼먼 주머니를 내던졌다.
파파파파파팡!
순식간에 피어오른 어둠이 백화무단의 후열을 뒤덮는다.
허공에 휘저은 손가락을 혓바닥에 댄 당명이 말했다.
‘독은 아니야.’
당명은 상대가 살수의 이점을 살리고자 연막을 쳤다는 걸 간파했다.
“뒤로 물러나 연막 밖으로 빠져나가.”
백화무단이 일제히 연막 밖으로 빠져나갔으나 백설하의 눈에 아쉬운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앞뒤로 분산된 사이, 전장을 빠져나가던 아군이 무사히 사라진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순간 양무화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단자룡에 묶여있는 사이 뭔가 변하긴 변했는데 그것을 파악할 겨를이 없다.
“어딜 보는가!”
역시나 생각을 하려는 찰나 단자룡이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달려들었다.
슈아악!
솟구친 단자룡의 다리가 뚝 떨어지며 수백 마리 이무기가 일시에 덮쳐 오는 듯한 착각이 든다.
환인장각 천사각(千蛇脚)의 초식이었다.
“운이 좋은 놈이로구나.”
벌써 다섯 곳이나 요혈을 베었음에도 단자룡은 지치지도 않고 덤벼들었다.
화르륵.
이를 바드득 간 양무화가 온 힘을 다해 그를 무너뜨리고자 결심한 순간.
쿠콰콰콰콰콰!
단자룡의 천사각이 다른 방향으로 휘어지더니 백화무단과 아군 사이를 갈라놓으며 지면을 초토화했고.
일선에서 백화무단을 상대로 고전하던 무인들이 일제히 주머니를 던져 흑연을 터트렸다.
파파파팡!
시꺼먼 가루가 터지며 백화무단의 시야를 가렸고.
“으하하하하! 드디어 우리가 나설 차례인가!”
연막 뒤에서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가공할 기운이 이들을 덮쳐왔다.
쏴아아아-!
‘이건?’
화윤의 계책에 따라 뒤에 대기하던 흑사칠랑이 마침내 힘을 드러낸 것이다.
장력으로 흑연을 걷어내려던 양무화는 그 뒤에서 날아드는 기습적인 공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번개 같은 일도가 짓쳐 드는 태산 같은 권영을 후려쳤다.
쿠콰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