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297
◈ 298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명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양무화의 두 눈이 시퍼런 살기를 쏟아냈다.
‘배가 도착하기 전에 돌파한다!’
그는 즉시 당명에게 명을 내렸다.
[따라와라!]탓!
지면을 박찬 양무화가 한줄기 섬광이 되어 화윤에게 짓쳐 들었다.
무서운 속도로 반응한 화윤이 지면에서 살짝 떠오르는 순간.
슈아악!
열 십자를 그리는 도신이 가공할 속도로 쏟아진다.
‘역시 빨라.’
화윤은 섭선을 뻗어 환무선(換武扇)의 초식을 전개했다.
쌔애액!
오싹한 파공성과 함께 섭선의 그림자가 허공을 가득 채우며 양무화의 도신에 부딪쳐 간다.
쿠콰콰콰콰쾅!
빗살처럼 부서지는 기파가 사방으로 비산했고.
고막을 후려치는 굉음과 함께 화윤의 신형이 주르륵 밀려난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손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위력에 화윤의 미간이 잔뜩 일그러졌다.
몸을 띄워 충격을 최소화했음에도 가벼운 내상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윤이 밀려난 사이 양무화와 백화무단이 순식간에 다리를 주파하기 시작했다.
그에 집법원주 검신운이 득달같이 뛰쳐나가며 다리를 막아섰다.
양무화가 그에게 달려들며 도신을 치켜들었다.
“가능하겠나?”
검신운의 두 눈이 결연한 빛을 토해낸다.
“내 뒤로는 누구도 보낼 수 없다.”
주군과 함께 목숨을 걸고 이룩한 천하 무림의 평화다.
후대를 위해 여기서 과거의 망령들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촤아악!
순식간에 뽑혀 나온 검신운의 검에서 마치 해일 같은 검영이 일어나더니 일시에 전방으로 쏟아졌다.
콰콰콰콰콰콰콰!
이 장 남짓한 다리 위.
천왕검법(天汪劍法) 백검만영(百劍滿影)의 초식이 폭풍처럼 양무화를 찍어누른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양무화는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일사령 주유성의 검도 받아냈던 자신이다.
촤아악!
길쭉하게 미끄러진 양무화의 도에서 백화참영 백련화(百聯華)의 초식이 솟구친다.
파르르르르…….
찬란하게 피어오른 백 송이 꽃봉오리가 춤을 추듯 날아가더니 검신운의 백검만영을 폭격했다.
콰콰콰콰콰쾅!
경천동지할 굉음과 동시에 튼튼한 다리가 무너질 듯 몸을 떨었고 비산하는 기파에 좌우의 호숫물이 거꾸로 솟았다.
“큭!”
검신운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쏟아져 나온다.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양무화의 공격은 경이로울 정도의 위력을 내제하고 있었다.
엄청난 괴력으로 백검만영을 폭격한 백련화의 초식은 그의 곁을 보좌하는 부하들까지 휩쓸어버렸다.
“크아악!”
만발하는 혈꽃 속에 숨이 끊어진 무인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양무화의 가공할 신위에 사마진의 눈동자가 격하게 떨려온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단자룡을 상대할 때와는 마치 다른 사람이 온 것만 같다.
숫자 차이를 고려해 힘을 온존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모든 것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이다.
양무화의 초식이 맹렬한 기세로 적을 몰아붙이자 백화무단의 눈에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른다.
‘갈 수 있다!’
맹렬하게 돌진한 그들이 마침내 다리 끝의 땅에 도착했을 때였다.
검신운의 좌우로 양삼과 우창이 달려오더니 도와 쌍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카카카카카캉!
백화무단의 저돌적인 맹진이 주춤한 사이, 수십 명의 무인이 달려와 빈틈을 촘촘히 채운다.
‘이런.’
일조장 경형의 눈에 낭패한 빛이 떠오른다.
공격을 포기한 상대의 견고한 수비에 좀처럼 빈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감히 어디서 도망치려 하는 것이냐!”
양삼이 흰머리를 휘날리며 경형의 앞을 가로막는다.
쏴아아!
쭉 뻗어 나온 양삼의 도신이 춤을 추듯 흔들린다.
경형도 그에 맞서 도신을 휘둘렀다.
까아아앙!
오싹한 쇳소리와 함께 양삼의 도가 형편없이 튕겨 나간다.
“아니?”
놀란 양삼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진다.
‘목소리만 큰 놈이었군.’
우렁찬 목소리에 비해 공격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경형이 양삼을 향해 일직선으로 도극을 찔러넣는다.
슈우욱!
“엇!”
대경실색한 양삼은 벼락같은 상대의 공격에 발악하듯 도를 휘둘렀다.
쉬익!
상대의 도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형편없다.
경형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오른다.
‘고작 이따위 공격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시한 경형은 그대로 도신을 찔러넣었고, 깃털같이 가벼운 양삼의 도가 그의 도신에 부딪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경형의 손에서 우그러진 도가 뚝 떨어진다.
“컥!”
풍기는 기세와 무게감은 최초의 일격과 같았으나 도신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은 차원이 달랐다.
같은 공격에 능수능란하게 무게를 더하고 가볍게 하는 무공은 양삼의 절기인 양천도법이었다.
탁!
양삼의 왼발이 전방으로 치달았고 깃털처럼 날아간 도신이 그의 목을 단숨에 갈라버렸다.
서걱!
전투가 시작된 후, 백화무단에서 나온 첫 번째 희생자였다.
뜻밖의 죽음에 백화무단원들의 눈이 부릅떠졌고.
전장의 한복판에서 양삼의 득의한 미소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
놀란 것은 백화무단만이 아니었다.
“가, 각주께서?”
“각주께서 적을 죽이셨어?”
양삼의 부하들도 그에 못지않게 놀랐던 것이다.
휙 돌아본 양삼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네놈들이 왜 놀라!”
그사이 양삼을 향해 두 자루 검신이 날카롭게 짓쳐 들었다.
“아버지!”
그의 곁을 지키던 양춘이 다급하게 부친을 밀친다.
콰쾅!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공격이 지면에 처박히며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 앞을 화령의 다른 고수들이 막아서자 양춘이 눈총을 던졌다.
“간이 배밖으로 나왔네. 전장에서 한눈을 팔아요?”
침을 꿀꺽 삼킨 양삼이 짐짓 대담하게 대꾸했다.
“이 또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양천도법을 배웠다는 놈이 허허실실도 모르느냐?”
“죽을 뻔했으면서.”
“……아니야.”
분전하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보내줄 것 같으냐!”
귓전에 걸걸한 목소리가 스치더니 산패전주 우창이 전방으로 쌍도끼를 휘둘렀다.
스가가가가가!
소름 돋는 파공성과 함께 허공에 다섯 개의 백륜(白輪)이 떠오르더니 백화무단에게 쏟아진다.
잔뜩 인상을 쓴 단원들이 백륜을 향해 다섯 줄기 검초를 퍼붓는다.
콰콰콰콰쾅!
백륜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우창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억!”
단주도, 부단주도 아닌 자들이 회심의 초식을 가볍게 파훼했기 때문이다.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양삼이 해냈기에 자신도 해낼 줄 알았는데 그와 같은 우연은 두 번 오지 않았다.
경악한 우창의 머리 위로 새하얀 빛무리가 벼락같이 떨어진다.
“전주!”
부전주 추오삼이 다급하게 우창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콰콰쾅!
바닥을 나뒹군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나는 사이.
선천교의 방어선 일부가 무너지며 구십여 명의 백화무단원이 밀물처럼 쏟아져 온다.
화령의 무인들이 필사적으로 몸을 내던져 방어선을 수복하기 시작했다.
난전이 벌어지면 피해가 커진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아는 것이다.
일선에 선 백화무단원들이 가공할 공격을 쏟아붓기 시작했고.
쿠콰콰콰쾅!
“크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혈우가 쏟아지며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간에 처절한 사투가 시작됐다.
양무화의 입에서 쩌렁쩌렁한 호통이 터져 나왔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보아라!”
쿠콰콰콰콰콰!
피를 흠뻑 뒤집어쓴 그의 도신이 닥치는 모든 적을 찢어발긴다.
단 한 수에 쓸려나가는 무인이 최소 다섯 명이다.
그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령의 무인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신위를 선보이고 있었다.
내상을 추스른 화윤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생각보다 격렬해.’
역시 머리로 계획한 것과 직접 경험하는 실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정도 변수는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검랑.”
화윤은 십이사령과의 싸움을 대비해 아껴두었던 패를 꺼내 들었다.
나직한 목소리에 반응한 서천휘가 검파를 움켜쥐고 나선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흑사칠랑 전원이 함께 가는 것이 좋아. 미안하지만 천영이 올 때까지 시간만 벌어줘.”
서천휘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흑랑 장우기가 기다렸다는 듯 외치며 발을 내디뎠다.
“가자! 이놈들아!”
도랑 도운수의 주먹이 여지없이 그의 머리를 후려친다.
쾅!
“악!”
“이 새끼가 누구보고 이놈이래.”
서천휘가 검신을 뽑아 들고 말했다.
“정면은 내가 맡습니다. 보조를 부탁합니다.”
“알았다.”
시선을 교환한 흑사칠랑이 일제히 몸을 날려 양무화에게 달려든다.
그 사이 스무 명의 무인을 도륙한 양무화가 혈귀 같은 몰골로 이들을 확인했다.
“오너라!”
악을 내지르며 기합을 불어넣은 양무화가 정면의 서천휘를 향해 일도를 내리찍는다.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뚝 떨어지는 도신에 서천휘의 상체가 갈대처럼 흔들렸다.
스르륵.
흔들리는 어깨 옆으로 도신이 빗나가는 순간.
온 힘을 쏟아부은 서천휘의 검극이 일점으로 쏘아지며 양무화의 어깨를 찔러 갔다.
“단주!”
다급한 외침이 닿기도 전에 양무화가 그에 반응한다.
서걱!
서천휘의 가공할 일격에 양무화의 옷이 갈라졌고.
팟!
처음으로 그의 어깨에 옅은 상처가 생겼다.
두 눈에 불길이 치솟은 양무화가 손목을 비트는 순간, 그의 좌우로 도랑 도운수와 흑랑 장우기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어딜 보는 거냐!”
“하하하하! 받아봐라!”
호선을 그리며 종잡을 수 없는 궤적으로 떨어지는 도신과.
태산 같은 거력을 머금은 장우기의 주먹이 양무화의 좌우를 강하게 압박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수의 등장에 백화무단원들이 서둘러 몸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휘리릭.
손목을 튕겨 도신을 눈앞에 띄운 양무화가 두 손을 좌우로 활짝 펼쳤다.
핏발선 눈동자로 흑사칠랑을 담은 양무화가 피에 젖은 섬뜩한 미소를 보인다.
“감히 들개 따위가.”
말이 끝나는 순간 단전에서 솟구친 가공할 내력이 양손의 장심으로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콰쾅!
달려들던 도운수와 장우기가 달려들던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어억!”
그사이 검을 회수한 서천휘는 다음 초식을 전개한 상태.
경이로운 쾌검이 양무화의 사지육신을 노리며 쏟아지는 순간.
눈앞의 도를 회수한 양무화가 마치 산을 가르듯 사선으로 도신을 내리찍었다.
보법을 전개한 서천휘의 신형이 우측으로 미끄러졌고.
콰아아아앙!
간발의 차이로 서천휘를 비껴간 도신이 지면을 강타한다.
쩌저적!
지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흙먼지가 역류하는 폭포수처럼 치솟는다.
간발의 차이로 검신을 회수한 서천휘는 차갑게 눈을 빛냈다.
상대는 힘과 속도, 모든 것을 갖춘 괴물 같은 무인이었다.
‘이게 백화무단의 단주인가.’
서천휘와 눈을 마주친 양무화가 입가의 피를 핥으며 싱긋 웃었다.
“그대는 제법 쓸만하구나.”
화령도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직접 손속을 겨룬 상대 중에서도 서천휘의 기세가 가장 날카롭다.
양무화는 단전 속 내력을 아낌없이 끌어올렸다.
두드드드드드…….
그야말로 이 전장을 지배하는 절대자의 기도가 그의 전신에서 쏟아져 나온다.
어느새 양무화의 좌우로 달려든 백화무단원들이 흑사칠랑을 거칠게 몰아붙인다.
잠시 멈췄던 양무화가 도를 휘두르자 서천휘가 보법을 전개하며 외쳤다.
“비랑, 독랑은 뒤로! 사연진(社硏陣)을 펼치세요!”
그에 이어 단자룡이 몸을 날리며 외쳤다.
“흑사칠랑을 보조하라!”
흑사칠랑은 오로지 양무화만을 상대해야 한다.
단자룡이 양무화의 우측으로 몸을 날리자 내상을 수습한 검신운이 좌측으로 달리며 백화무단을 밀어낸다.
그에 이어 잠시 물러났던 화령의 수뇌들이 전열을 재정비해 필사적으로 백화무단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쾅!
뇌성벽력이 연신 터져 나오며 다리 끝의 좁은 전장을 가득 채워간다.
줄곧 우위를 유지해왔던 백화무단원들도 화령의 거센 반격에 하나둘 상처를 입고 쓰러지기 시작한다.
거기에 활을 쥔 대별채주 송조광이 요소마다 화살을 쏘며 화령의 무인을 돕자 백화무단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단원들이 이를 악물고 탈출로를 뚫고자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백화무단의 후방에서 은밀한 공격을 준비하는 인물이 있었다.
‘누구도 날 보지 않는군.’
히죽 웃으며 품 안에 손을 넣는 이는 바로 광마 당명이었다.
초전이 벌어진 이후 눈에 띄는 행동을 자제했던 당명이다.
그는 적의 눈을 피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패를 준비한 상태였다.
‘히히히! 그럼 시작해볼까?’
은밀하게 부하들 틈으로 스며든 당명이 한순간에 지면을 박차고 그들의 머리 위로 솟구쳤다.
슈우욱!
당명의 눈동자에 밀집한 적이 빼곡하게 들어찬다.
시꺼먼 독낭을 쥔 두 손이 벼락같이 뻗어 나올 때였다.
“지금이다!”
날카로운 외침이 하늘로 솟구쳤다.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은 당명만이 아니었다.
당명의 교활한 심성을 잘 아는 당천은 오로지 그만을 주시해왔던 것이다.
그 외침과 함께 대기하던 당가의 무인들이 일제히 암기와 장력을 쏟아부었다.
슈슈슈슈슈슉!
때마침 독낭을 내던졌던 당명의 눈이 튀어나올 듯 부릅떠졌다.
“엇?”
허공을 가득 채운 암기 다발과 장력이 일진광풍을 몰아치며 독낭을 정확히 받아쳤다.
콰콰콰쾅!
마치 눈송이처럼 새하얀 가루가 허공에 흩날렸고.
악에 받친 당천의 외침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장력을 퍼부어라!”
온 힘을 다해 솟구친 당가의 무인들은 아군에게 독이 날아들지 않도록 장력을 퍼부었다.
쏴아아아아!
방향을 바꾼 백사독(白死毒)이 부하들을 향해 쏟아지자 당명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이런, 이건 좀 곤란한데.”
흩날리던 독분이 백화무단의 머리 위로 내려앉기 직전이었다.
슈아아아!
지면에서 솟구친 한 줄기 강풍이 내려앉던 독분을 휘감고 하늘로 솟구쳤다.
히죽 웃는 당명의 귀로 날카로운 전음이 파고들었다.
[한 번만 더 잔머리를 굴리다간 너부터 죽이겠다.]부하들이 흑사칠랑과의 전투에 가세한 사이, 전황을 파악하고 장력을 쏟아낸 인물은 바로 양무화였다.
‘칫. 마음에 안 든다니까. 어서 뒈져달라구요.’
인상을 쓴 당명이 부하들 뒤로 착지하는 순간,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양무화의 일격이 정면으로 뚝 떨어졌다.
“산개!”
서천휘의 외침에 흑사칠랑이 좌우로 갈라졌다.
간발의 차이로 그들 틈을 파고든 도신이 지면을 거칠게 후려쳤다.
쿠콰아아앙!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강렬한 충격이 지축을 뒤흔들었고.
양무화의 눈앞에 일직선으로 탈출로가 열리는가 싶더니 잠시 물러났던 흑사칠랑이 다시금 그의 시야를 가려버렸다.
‘음.’
상대의 계략에 완전히 말려든 순간부터 각오한 일이었으나 역시 쉽지 않았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양무화가 다시 한번 도신을 끌어당겼을 때였다.
콰콰쾅!
후방에서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오며 부하들의 비명이 하늘로 솟구친다.
“크악!”
흑사칠랑의 맹렬한 반격을 피해 뒤로 빠져나온 양무화가 다리의 건너편을 쳐다봤다.
“너는…….”
심연의 어둠을 품은 눈동자로, 백화무단을 차례로 둘러보는 무인은 검황 천영이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천영의 전신에서 살갗이 에일 듯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버려라.”
그의 뒤로 배에서 내린 화령의 정예들이 해일처럼 백화무단의 후미를 덮쳐 온다.
“후후후.”
쓴웃음을 흘린 양무화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버지.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후미를 덮친 화령의 정예들이 백화무단의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를 드리워온다.
파아아아앙!
후방에서 들려오는 거친 파공성에 이어 장대비 같은 화살 비가 백화무단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크아악!”
천영과 함께 섬을 떠났던 궁황 투월초의 가공할 초식이었다.
후방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전방 또한 버틸 재간이 없다.
양무화가 후방으로 달려가자 고개 돌린 화윤이 이하빈을 찾았다.
[부탁하지.]천영이 양무화를 맡는다면 상천팔기에게 위협이 될 만한 적은 없다.
여기선 온 힘을 다해 빠르게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
고개를 끄덕인 이하빈과 상천팔기가 마침내 지면을 박차고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후후후. 오래 기다렸습니다.”
조소를 흘린 백채륜의 검신이 시퍼런 검광을 쏟아냈고.
그에 질세라 화살처럼 튀어 나간 시평의 봉영이 허공을 가득 채우며 백화무단에게 쏟아진다.
콰콰콰콰쾅!
가까스로 육지를 밟았던 백화무단원들이 다시금 다리 위로 밀려난다.
그사이 후방에 도착한 양무화와 천영은 경천동지할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뚝 떨어지던 도신이 사방으로 갈라지며 천영의 전신을 노려온다.
날카로운 천영의 눈동자가 양무화의 움직임을 빠짐없이 담으며 엄청난 보법을 전개했다.
콰콰콰쾅!
폭음과 함께 천영의 귀로 화윤의 전음이 파고든다.
[지금은 일대일을 고집할 때가 아니야. 절대 다치면 안 돼.]그가 말하지 않아도 굳이 여기서 자존심을 내세울 생각은 없다.
천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우측에서 궁황 투월초가 달려들며 양무화를 몰아붙인다.
부하들이 빠르게 무너져가는 가운데 양무화의 고독한 사투가 점점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