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301
◈ 302화. 사투
화령도의 마지막 싸움이 점점 무르익어간다.
오싹한 살기와 날카로운 쇳소리가 난무하는 전장.
콰르르릉!
간발의 차이로 곽인평의 곁을 스친 이하빈의 일격에 담장이 터져 나간다.
곽인평이 검신을 고쳐 쥐며 외쳤다.
“제법이로구나. 계집!”
그녀가 자신의 상대가 된 순간 창을 휘두르기 어려운 좁은 골목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 정도 장애물은 이하빈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그녀는 창끝에 걸리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부수며 곽인평의 숨통을 노려왔다.
“이사령!”
이하빈의 공세가 좀처럼 꺾일 줄 모르자 곽인평의 수하들이 몸을 날렸다.
그러자 화령의 낭사전주 부차성과 스무 명의 무인들이 일제히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보내줄 것 같으냐!”
그들은 순간적인 화윤의 지시에 따라 이하빈을 보좌하는 상태.
“감히 화령의 잡졸 따위가 우릴 막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벼락같이 호통친 흑의인들이 부차성들을 향해 강맹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쏴아아아-!
부차성의 월도가 곡선으로 휘어지며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쳤다.
쿠콰아앙!
두 자루 검신이 튕겨 나가며 양측이 공평하게 두 걸음씩 물러났다.
부차성은 놀란 내심을 감추며 각오를 다졌다.
‘대체 이런 자들을 어디에서 키운 것이냐?’
상대는 어제 만난 백화무단 못지않게 강한 자들.
화령에서도 대주 이상의 무인들만 일대일로 싸워볼 만했다.
“전원 다섯 명씩 짝지어 상대하라!”
그들이 필사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곽인평을 따라 전각으로 뛰어들어간 이하빈이 좁은 복도에서 그와 맞닥뜨렸다.
“도망치지 못한다.”
그녀의 차가운 말에 곽인평이 콧방귀를 뀌었다.
“계집. 설마 내가 네년이 두려워 이곳에 들어온 것 같으냐?”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가 발산하던 가공할 기세가 마치 거짓말처럼 그의 몸속으로 빨려들었다.
앞뒤로 보폭을 벌린 곽인평이 매섭게 눈을 빛냈다.
“이 모두 최고가 되기 위함이다.”
곽인평의 분위기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처럼 달라졌다.
척.
한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그의 검극이 일직선으로 쏘아졌다.
슈우우웅!
간격을 벌린 이하빈이 그것을 향해 창두를 찔러넣는 순간이었다.
곽인평의 손목이 살짝 흔들리더니 창두를 타고 올라간 검신이 옆면을 밀어쳤다.
콰아앙!
강렬한 폭음과 동시에 거칠게 튕겨 나간 창두가 벽을 깨부쉈다.
단지 손목만 흔들었을 뿐인데 흑창이 부러질 듯 비명을 내지른다.
‘중검?’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두 번째 공격이 가슴을 노리며 날아든다.
슈우우!
이하빈은 창을 회수하는 대신 흘러가는 창대를 따라 몸을 날렸다.
뒤쫓던 곽인평의 검이 간발의 차이로 그녀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갔고.
쾅!
빗나간 공격에 벽이 흔적도 없이 소멸하며 커다란 바람구멍이 생겼다.
곽인평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처음 본 자신의 중검을 완벽하게 피해낸 까닭이다.
상대는 소문대로 만만치 않은 고수였다.
곽인평이 이하빈을 쫓아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콰직!
별안간 우측의 벽에 구멍이 뚫리며 시꺼먼 창두가 짓쳐 들었다.
“어딜!”
곽인평의 중검이 뚝 떨어지는 순간, 창두가 춤을 추듯 흔들리더니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콰아앙!
벽을 뚫고 튕겨 나간 곽인평이 넓은 대전의 기둥까지 무너뜨리며 처박힌다.
이하빈은 멈추지 않고 몸을 날렸다.
‘막혔다.’
마지막 순간 상대의 좌수가 자신의 창두를 받아친 까닭이다.
그녀의 예상대로 벌떡 일어난 곽인평이 쏟아지는 창영의 바다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쏴아아아-!
물결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대전의 중앙에서 시꺼먼 창영과 새하얀 검영이 거칠게 충돌했다.
쿠콰아아아앙!
경천동지할 굉음과 함께 몸을 떨던 전각이 폭삭 무너져 버렸다.
잔해를 뚫고 뛰쳐나온 두 사람이 자리를 옮겨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을 때였다.
바로 옆 전각의 지붕에 올라선 화윤은 전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조금 더 버티면 독의 효과가 돌 거다. 그때까지만 수비에 치중하면…….’
빠르게 사방을 살피던 그의 눈이 조금 전 지나쳤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응?’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십사령 운청을 상대로 고전하는 고수들이 있었다.
‘대체 왜 저들이 함께?’
치열한 전투 중에도 화윤의 입에서 한숨부터 나오게 하는 이들은 양삼과 양춘 부자, 그리고 산패전주 우창과 부전주 추오삼이었다.
슈아아악!
하늘거리며 솟구친 운청의 연검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네 사람을 휩쓸어간다.
“히익! 아, 아부지!”
“춘아!”
기겁한 양춘이 다급하게 나려타곤을 펼쳤고 물러나던 추오삼은 하필 그것에 걸려 뒤로 넘어진다.
“억!”
서걱!
간발의 차이로 비껴 나간 연검에 그의 윗머리가 싹둑 잘려나간다.
나풀거리는 머리칼을 보며 기겁한 추오삼이 길길이 날뛰었다.
“이 망할 놈아! 염라대왕이랑 면담할 뻔했잖아!”
양춘이 쏟아지는 연검을 피하며 억울한 듯 외쳤다.
“그러게 왜 거기로 피해요?”
“내가 피한 곳에 네놈이 있었던 거다!”
양춘도 지지 않고 대들었다.
“내가 먼저 누웠잖아요!”
이 상황에서 말다툼을 벌이는 두 사람에게 운청의 연검이 춤을 추며 짓쳐 든다.
쐐애액!
“피해!”
우창이 다급하게 두 사람을 밀어내며 쌍도끼를 휘둘렀다.
까가가가가강!
튕겨 나간 연검이 공교롭게도 운청에게 달려들던 양삼의 엉덩이를 스쳐 지나간다.
“으악!”
싹둑 잘려나간 바지 아래로 새하얀 궁둥이가 시원하게 드러났다.
우창이 껄껄 웃으며 몸을 날렸다.
“껄껄껄! 미안하네.”
양삼이 버럭 소리쳤다.
“미친놈아!”
화윤은 그만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긴 저대로 둬도 되겠지.’
악을 쓰고 타박하는 것도 여유가 있으니 가능한 일.
실제로 네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십사령 운청을 상대로 제법 잘 버티고 있었다.
고개 돌린 화윤은 육사령 모용무를 상대로 위기에 몰린 연길상을 확인했다.
화윤은 즉시 뒤에서 대기하던 대중경에게 말했다.
[거련채주를 지원하시오!]말이 끝나는 순간 대중경의 신형이 화살처럼 튀어 나가더니 모용무의 우측에서 나타났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모용무가 말했다.
“고작 둘로 되겠느냐?”
모용무의 번뜩이는 소검이 연길상의 어깨를 노리고 쏘아진다.
자존심이 상한 연길상의 표정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감히!”
대노한 연길상의 전신에서 지독한 살기가 줄기줄기 솟구친다.
“침착해라.”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느새 그의 곁에 도착한 검산채주 대중경이었다.
맹렬하게 돌진한 대중경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검의 궤적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쾅!
주먹에 적중한 검이 거칠게 흔들리는가 싶더니 대중경의 다리를 노려온다.
정신을 바짝 차린 연길상이 벼락같이 달려들며 도를 내리찍었다.
쐐애액!
모용무는 할 수 없이 검을 회수하며 간격을 벌렸다.
위기에서 벗어난 대중경이 우측으로 미끄러지며 물었다.
“정신이 좀 드나?”
연길상의 눈에 결연한 각오가 되새겨졌다.
“그래.”
대중경의 눈동자에, 푸른 무복을 입고 살기를 발산하는 모용무의 전신이 떠오른다.
모용무는 한심하다는 듯 둘을 쳐다봤다.
“별거 아니군. 상천팔기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그의 자극적인 도발에도 연길상과 대중경은 넘어가지 않았다.
대중경이 주먹을 말아쥐며 말했다.
“간다.”
지면을 박찬 두 사람이 좌우로 흩어지며 상대를 공격할 때였다.
콰콰콰쾅!
강렬한 소음과 함께 사방에서 치열한 사투가 좀처럼 끊이질 않고 이어진다.
‘이 정도면 여긴 버틸 만해.’
화윤은 이어서 다른 곳의 약점까지 차례로 보완했다.
[무영! 검신운을 도와!]몸을 날린 담대무영이 검신운과 싸우는 칠사령 남윤도에게 달려들었고.
이번에는 투월초와 함께 흑의인들에게 화살을 쏘던 대별채주 송조광이 움직였다.
일부 밀리던 싸움이 팽팽해지며 흑의인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지는 게 보인다.
화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약효가 돌기 시작한 거다!’
적들의 당혹스러운 표정에서 확신할 수 있었다.
내력이 고강한 십이사령은 아직 별다른 변화가 없었으나 부하들은 분명 독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화윤은 즉시 지붕에서 화살을 쏘는 투월초를 찾았다.
[초. 위험한 곳이 있으면 알아서 개입해줘.]투월초를 향한 화윤의 눈동자에 강한 신뢰감이 엿보인다.
그라면 상대가 누구든 반드시 위기에 빠진 아군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투월초가 일자 머리를 살랑이며 싱긋 웃었다.
[내게 맡겨요.]고개를 끄덕인 화윤의 눈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투가 들어온다.
날카로운 공격으로 상대와 그 부하들을 몰아붙이는 이들은 바로 흑사칠랑이었다.
이들은 지난번 산에서 만났던 팔사령 구소군을 상대하고 있었다.
“내 제안을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백연사검(百聯死劍)을 전개한 구소군의 검극이 허공에 일곱 개의 혈륜(血輪)을 만들었다.
쐐애액!
둥실 떠오른 혈륜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비사령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런!’
그녀의 눈에 낭패한 기색이 떠오른다.
일곱 개의 혈륜이 피할 방위를 완벽히 차단하며 숨통을 조여오는 것이다.
“비랑!”
다급해진 도운수가 그녀를 도우려 할 때, 구소군의 부하들이 일제히 달려들며 지원을 차단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비켜. 이 새끼들아!”
공간마저 찢어발긴 엄청난 권영이 날아들더니 흑의인 한 명을 날려버리며 혈륜을 깨뜨렸다.
콰아아아앙!
강렬한 굉음과 함께 지축이 들썩인다.
구소군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이놈이 이렇게 강했나?’
주먹을 전방으로 내지른 채, 매섭게 눈을 빛내는 이는 흑랑 장우기였다.
위기에서 벗어난 비사령이 후방으로 물러나는 사이.
잠시 멈칫한 흑의인 사이로 맹렬하게 쇄도한 검랑 서천휘가 구소군을 목전에 두었다.
“왔어?”
히죽 웃은 구소군의 검이 장대비처럼 서천휘의 전신으로 쏟아진다.
백연사검(百聯死劍) 팔비초(捌批艸)의 초식.
콰아아아아!
엄청난 쾌검의 향연에 뒤섞인 은밀한 변초가 미세한 시간 차이를 보이며 서천휘의 숨통을 옥죄어온다.
서천휘는 물러나지 않고 쏟아지는 공격에 풍신검법(風迅劍法) 원공환무(院攻換舞)의 초식을 전개했다.
슈아아악!
눈앞에서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쏟아지는 구소군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콰아아앙!
귓전을 후려치는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주르륵 미끄러지더니 이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카카카캉!
오싹한 소음과 함께 비산하는 기파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친구들도 없이 혼자 날 상대하려는 거야?”
“말이 많은 사람이로군요.”
그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엄청난 쾌검술로 상대의 목숨을 노려갔다.
흑의인들의 이변을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화윤이 아닌 일사령 주유성이었다.
쐐애액- 콰앙!
튀어 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묵직한 굉음이 솟구친다.
천영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전황을 확실히 인지한 것이다.
주유성의 미간이 좁아진다.
‘독의 영향을 받고 있다.’
부하들의 목숨이야 어쨌건 저들이 쉽게 당하면 그만큼 꿈도 멀어져 간다.
“어딜 보는 거냐?”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싶더니 사각에서 예리한 공격이 옆구리로 쏘아졌다.
카앙!
검신을 옆구리에 붙여 받아낸 주유성이 좌측으로미끄러지며 검을 흔들었다.
슈우우우우-!
팔사검해 련화참격(聯化斬擊) 의 초식.
갈지자로 쏟아지는 새하얀 검광이 두 사람 사이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쩌렁쩌렁한 굉음과 함께 지축이 몸을 떨었다.
그사이 뒤로 물러난 주유성이 생각을 바꿨다.
‘상대를 바꾼다.’
천영은 결코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무인이 아니다.
잠시 그를 다른 이에게 맡긴 뒤 적의 숫자부터 줄일 생각이었다.
곧이어 그가 도착한 곳은 무너진 담장의 안쪽.
무너진 담장 너머에 도착한 주유성이 곽인평을 찾았다.
[네가 잠시 검황을 맡아라.]곽인평이라면 천영을 상대로 능히 일정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이하빈의 거센 일격에 튕겨 나가던 곽인평이 물었다.
[이 계집은?]주유성이 손을 까딱거리자 화령의 정예들을 상대하던 열 명의 흑의인이 나타나 이하빈을 막아선다.
그리고 주유성은 흑의인들의 빈자리로 몸을 날렸다.
타탓!
“저놈이 일사령이다!”
“조심해!”
그들을 향한 주유성의 두 눈이 지독한 살기로 번들거렸다.
“조심한다고 되겠느냐.”
주유성의 검극이 그들을 향해 쏘아졌고.
콰아아아아!
솜털이 쭈뼛거리는 강렬한 파공성에 이어 전장의 한복판에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