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302
◈ 303화. 전투의 흐름
후두두둑…….
화창한 하늘 아래, 전장의 한복판에 난데없는 혈우가 쏟아졌다.
단 한 수에 쓰러진 무인의 숫자가 무려 스무 명이다.
검신을 늘어뜨린 주유성이 피에 젖은 섬뜩한 미소로 사방을 둘러본다.
화령의 무인이 되어,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던 그들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은은한 두려움이 번진다.
주유성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디 한번 막아보아라.”
재차 지면을 박찬 주유성이 밀집한 무인들 사이로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잔뜩 끌어당긴 검신이 뿌연 빛무리를 머금고.
쏴아아아-!
등골 서늘해지는 파공성과 함께 날카로운 검신이 전방으로 치닫는다.
‘막아야 한다!’
그를 상대하던 천영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곽인평에게 발이 묶인 상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화윤이 몸을 날릴 때였다.
“그대가 대군사 화윤이로군.”
오사령 자현이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검붉은 장력을 쏟아부었다.
콰아아아!
화윤은 멈추지 않았다.
노도와 같이 쏟아지는 장력을 향해 화윤의 수류장(水流掌)이 폭포수처럼 날아들었다.
콰쾅!
거친 폭음이 터져 나온 직후, 마치 공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화윤의 신형이 부하들의 앞을 지키고 섰다.
‘칫!’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자현이 인상을 쓰며 달려갈 때였다.
다섯 가닥으로 갈라진 주유성의 새하얀 검광이 어느새 화윤의 지척까지 도달한 상태.
눈을 부릅뜬 화윤이 손을 뻗으며 기함을 토해냈다.
“하앗!”
검푸른 기운이 두 손의 장심에 어른거리더니 빨랫줄처럼 전방으로 쏘아졌다.
쿠콰콰콰콰!
주유성의 련화참격(聯化斬擊)과 화윤의 멸화장(滅火掌)이 정면에서 충돌하며 사방으로 기파가 비산한다.
점점 번져가는 빛무리 너머에서 주유성이 물었고.
“되겠는가?”
화윤이 실핏줄이 터진 눈으로 쏘아보며 답했다.
“네놈 뜻대로 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이윽고 서로를 탐하던 두 기운의 강렬함이 극에 달하는 순간.
쿠아아앙!
새하얀 빛무리와 함께 일진광풍이 두 사람을 집어삼켰다.
“대군사!”
경악한 사마진의 절규가 하늘로 솟구친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터져 나온 폭발은 일순 전투를 멈추게 할 만큼 강렬했다.
잠시 후, 불어온 실바람이 흙먼지를 걷어가며 마주 선 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났다.
두 손을 뻗은 채 우뚝 선 화윤의 모습에 안도한 사마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아.”
화윤은 솟구치는 울혈을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단 한 수를 막았음에도 팔이 떨어질 것만 같은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아직은 쓰러질 수 없다.
‘얼마 남지 않았다. 여기선 버텨야 한다.’
주유성의 일격에서 부하들을 지킨 화윤이 즉시 보법을 전개하며 섭선을 휘둘렀다.
슈아악!
부채 끝에서 시작된 환무선(換武扇)의 초식이 수십 가닥 빛줄기로 변하며 주유성에게 날아들었다.
“후후후.”
나직한 조소에 이어 그의 검신이 허공에 원을 그린다.
콰콰콰콰쾅!
가볍게 환무선을 일소한 주유성이 화윤에게 달려드는 순간, 허공의 시꺼먼 그림자가 정확히 두 사람 사이로 떨어졌다.
쾅!
“화숙. 저도 돕겠습니다!”
다소 창백한 얼굴로 화윤의 앞을 막아선 이는 바로 단자룡이었다.
양무화와의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잠시 이탈했던 그가 돌아온 것이다.
화윤이 입술을 깨물며 그의 곁으로 달려간다.
“부탁하마.”
여기서 주유성을 막지 못하면 수하들의 피해는 극심할 터,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가까스로 주유성의 돌격을 저지한 두 사람이 필사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사사령 음묘악과 부곡채주 백채륜 사이의 치열한 전투는 점점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후후후. 이젠 웃을 여유가 없습니까?”
싱긋 웃는 백채륜의 미소가 그녀의 눈동자에 아프게 틀어박힌다.
‘방심했어.’
최초의 일격에서 백채륜이 보인 초식은 그다지 위력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상대의 혼백을 자신의 노예로 만드는 귀혼공(鬼魂功)을 사용했고 그것이 통한 줄 알았다.
전투의 초중반까지만 해도 이 싸움을 압도한 것은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혈흔이 낭자한 백채륜의 의복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온 부하의 비명에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가공할 일격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고 말았다.
백채륜은 귀혼공의 사슬에 걸려들지 않은 것이다.
상대는 교활하다.
그리고 강하다.
가슴에서 쉴 새 없이 피가 콸콸 쏟아지는 가운데 그녀는 흐릿해지는 의식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연검을 휘둘렀다.
촤르르륵!
낭창낭창한 검신이 곧게 뻗어 나가며 백채륜의 요혈을 노려간다.
“후후후.”
나직한 조소에 이어 백채륜의 신형이 우측으로 길쭉하게 미끄러진다.
콰직!
담장에 틀어박힌 연검을 회수하는 사이, 백채륜은 그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단숨에 음묘악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서걱!
부릅뜬 그녀의 눈빛에 지독한 한이 서린다.
피를 흠뻑 뒤집어쓴 백채륜이 가늘게 뜬 눈으로 고개 돌렸다.
“어디 보자…….”
막월의 독이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며 흑의인들의 몸놀림이 극도로 느려졌다.
‘저들은 돕지 않아도 될 것 같군요.’
자칭 상천의 삼인자라 칭하는 시평은 삼사령 평사군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저쪽은 돕기 싫고…….’
시선을 돌린 백채륜의 눈에 이하빈이 떠오른다.
이하빈을 상대하던 열 명의 흑의인들은 어느새 절반이나 줄어든 상태였다.
침착하게 사방을 살피던 와중에.
주유성의 등을 발견한 뱀 같은 눈매가 호선을 그리며 휘어진다.
“역시 당신과 싸우는 게 재미있을 것 같군요.”
입술에 묻은 피를 섬뜩하게 핥아낸 백채륜이 주유성의 등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진다.
피이이잉!
마치 화살처럼 쏘아진 백채륜의 검신이 주유성의 배후를 노려간다.
쉬익!
일검을 그어 전방의 화윤과 단자룡을 떨쳐낸 주유성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백채륜의 검을 쳐내 간다.
백채륜의 상체가 마치 땅을 기듯 잔뜩 숙여졌고.
치잉!
그의 검신과 주유성의 검신이 미세하게 스쳐 간다.
쌔액!
궤적을 바꾼 주유성의 검신이 하체를 노려오는 백채륜의 검에 부딪혀 갈 때였다.
콰직!
뚝 떨어진 백채륜의 검이 땅에 틀어박혔고 주유성의 검신이 간발의 차이로 그 위를 가른다.
둘의 검신이 충돌을 피해간 찰나의 순간.
검을 놓은 백채륜의 손이 품 안의 비수를 꺼내더니 벼락같이 상대의 옆구리를 갈라버렸다.
서걱!
시뻘건 피가 튀며 주유성의 몸에 처음으로 생채기가 생겼다.
검수가 차마 손에서 검을 놓을 것이라 생각지는 못했던 것이다.
주유성의 두 눈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다.
“감히…….”
백채륜이 싱긋 웃었다.
“당신도 그녀처럼 방심했습니까?”
쿠아아아!
벼락같이 뻗어 나온 그의 좌수가 백채륜의 어깨를 노려왔고.
우수의 비수를 어깨로 끌어당긴 백채륜이 땅에 박힌 검파를 쥐었다.
콰앙!
백채륜의 신형이 화살처럼 튕겨 나간다.
산산 조각난 비수가 왼쪽 어깨에 틀어박혔지만 백채륜은 개의치 않았다.
‘어디 볼까요.’
뱀 같은 그의 눈동자가 주유성의 뒤를 지키며 화윤과 단자룡을 상대하는 오사령 자현을 확인했다.
백채륜의 영민한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조금 아프겠지만…….’
주르륵 미끄러지던 백채륜이 지면을 박차고 주유성의 우측으로 달려들었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
사방으로 흩어진 주유성의 검극이 폭포수 같은 궤적을 그리며 백채륜의 전신을 덮쳐 온다.
백채륜은 그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소리신야검(小利迅惹劍)의 초식을 전개했다.
까가가가가강!
피어오른 불꽃과 함께 백채륜의 전신에서 시뻘건 피가 튀어 오른다.
서걱!
소리신야검으로도 주유성의 공격을 완전히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우측으로 미끄러진 백채륜은 이번에도 주유성의 우측으로 달려들었다.
“후후후!”
피에 흠뻑 젖은 상태로 섬뜩하게 웃으며 달려드는 백채륜은 범인이 보았다면 오금이 저릴 만큼 오싹했다.
주유성의 검이 백채륜의 움직임에 따라 대나무처럼 휘어진다.
쐐애액!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우를 빠르게 확인한 백채륜이 지면을 박차며 검면에 장심을 붙였고.
히죽 웃는 입술 사이로 악다문 이빨이 주유성의 눈에 빨려들 듯 확장된다.
‘이놈?’
콰아앙!
주유성의 검극이 순식간에 백채륜의 검면에 틀어박혔다.
부서진 검 끝이 가슴에 틀어박히는 가운데 화살처럼 튕겨 나간 백채륜의 뒤에는 화윤을 상대하는 자현이 있었다.
주유성은 그제야 피투성이가 된 백채륜이 집요하게 우측만을 노려온 이유를 깨달았다.
“자현!”
그에 반응한 자현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콰직!
토막 난 백채륜의 검신이 자현의 목에 틀어박혔다.
“컥!”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뜬 자현이 목을 움켜쥐는 사이 추락한 백채륜이 형편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쿨럭!”
시뻘건 피가 왈칵 쏟아지며 지면을 붉게 물들인다.
이 기회를 놓칠 화윤이 아니었다.
쐐액!
그의 손끝을 떠난 섭선이 반쯤 남은 자현의 목을 그대로 관통했다.
서걱!
자현의 머리가 허공에 둥실 떠오르는 가운데 단자룡이 다급하게 몸을 날렸다.
“부곡채주!”
연신 검붉은 울혈을 토해내던 백채륜이 그대로 드러누우며 히죽 웃었다.
“밥값은 했습니다.”
빠르게 지혈한 단자룡이 다급하게 말을 걸어오는 가운데, 흐릿해지는 백채륜의 눈동자에 고전하는 시평의 등이 들어온다.
‘오늘은 내가 이겼습니다. 시평.’
삼사령을 상대로 고전하는 시평과 달리 자신은 십이사령 중 두 명을 죽였다.
그러나 그 대가로 큰 부상을 입은 백채륜은 손끝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빠르게 달려온 화령의 무인들이 백채륜을 들고 전장을 이탈했다.
여유가 생긴 고수들이 화윤과 단자룡에게 가세해 분노한 주유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큭큭큭.’
속으로 삼키는 쓴웃음과 함께 주유성의 전신에서 활화산 같은 기세가 줄기줄기 솟구친다.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건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
각오를 다진 주유성이 포위망을 상대로 가공할 초식을 흩뿌리는 사이.
막월의 독이 점점 위력을 발하며 흑의인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굳어갔다.
쐐애액!
벼락 치듯 쏘아진 흑창이 앞을 막아선 흑의인의 목을 단숨에 꿰뚫었다.
“컥!”
쏟아지는 피를 피해 훌쩍 물러난 이하빈이 나직이 호흡을 골랐다.
마침내 열 명의 흑의인을 모두 쓰러뜨린 것이다.
그녀는 빠르게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처음엔 다섯 명이 달라붙어도 우위를 점했던 흑의인이었으나 지금은 세 명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한다.
고수들을 상대하는 십이사령의 움직임도 마찬가지였다.
부하들과 달리 큰 차이는 없으나 그들 역시 독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눈이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이긴다!’
초반의 밀리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며 전세가 아군을 향해 기울기 시작했다.
쓰러지는 흑의인들이 빠르게 늘어가는 사이.
천영을 상대하던 곽인평의 눈에도 점점 절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독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으나 그것이 크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상대는 검황 천영.
멀쩡한 상태에서도 줄곧 밀리기만 했는데 독까지 발목을 잡으니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천영의 발이 우측으로 미끄러지는 순간.
서걱!
피륙이 갈라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곽인평의 옆구리에서 시뻘건 피가 튄다.
‘큭!’
무음사식의 초식에 반응했으나 한발 늦은 것이다.
재차 꺼지듯 사라진 천영이 곽인평의 좌측에 나타났다.
“억울하다 생각 말거라.”
질끈 입술을 깨문 곽인평이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푸욱!
소리 없이 날아든 검극이 그의 가슴을 정확히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