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309
◈ 310화. 천경봉의 대접전
튕기듯 솟구친 제갈경이 분지에 올라섰다.
‘아.’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빛무리가 분지를 화려하게 수놓는다.
카카카카카캉!
칼날처럼 비산하는 기파가 일진광풍이 되어 휘몰아쳤고 서릿발 같은 섬광은 사투의 현장을 지배한다.
제갈경의 눈동자가 자욱한 먼지를 뚫고 전황을 파악한다.
‘강하다.’
동쪽의 진무립은 황천패를 상대로 용호상박의 전투를 벌였고 서쪽에서 장천무를 상대하는 위사영은 수비 일변도의 필사적인 사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과연 천하의 명운을 결정지을 마지막 전투에 걸맞은 싸움이다.
제갈경은 초조한 듯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위공.’
장천무의 공세가 상상 이상으로 강렬하다.
그에 맞선 위사영은 전력으로 보법을 전개하며 전장을 넓게 활용하고 있었다.
당초 진무립은 장천무의 상대로 위사영과 진대천을 점찍었다.
그러나 협곡에 한 명이라도 더 강한 자가 필요하다는 위사영의 의견에 따라 그가 단신으로 장천무를 상대하게 된 것이다.
제갈경은 진무립의 전언을 상기했다.
‘위대협이 장천무를 붙잡지 못한다면 태종무단의 배후가 위험해집니다. 언제든 지원할 수 있게 준비해둬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위사영이 상대를 잘 묶어두고 있다.
그러나 천마 장천무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전투가 길어지면 어느 순간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제갈경이 분지와 협곡을 번갈아 살피고 있을 때.
그의 생각처럼 직접 장천무와 맞서는 위사영은 좀처럼 왠지 모를 위화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무엇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으나 상대는 분명 자신보다 한 수 위의 고수.
이따금 쏟아내는 자신의 절초를 가볍게 피해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전력을 다하는 것 같은 느낌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위사영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패인다.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냐?’
다섯 가닥으로 갈라진 시꺼먼 흑광이 위사영의 검신에 부딪쳐 온다.
쏴아아-!
위사영이 손목을 흔들자 눈앞의 검신이 부챗살처럼 갈라지며 공격을 튕겨 냈다.
카카카카캉!
눈앞에서 선명한 불꽃이 피어오르며 마주 본 두 사람은 서로의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쌔애액!
직선으로 뻗어 나온 위사영의 검이 초승달 같은 궤적으로 휘어지며 장천무의 어깨를 노렸고.
슈욱!
사선으로 치솟은 장천무의 검신이 위사영의 검을 그대로 튕겨 냈다.
카앙!
차갑게 눈을 빛낸 위사영은 밀려나는 검의 흐름에 맞춰 몸을 회전시켰다.
그 찰나의 순간 위사영의 허리춤에 작은 틈이 생기자 장천무의 검신이 번뜩이는 흑광을 쏟아냈다.
서걱!
길게 갈라진 요대가 바람에 나풀거리며 위사영의 신형이 튕기듯 간격을 벌린다.
‘싸울 의지가 없는 건 아니다.’
틈새를 노리는 공격의 날카로움은 살아있다.
태세를 정비한 위사영이 다시금 상대를 향해 짓쳐들 때였다.
그는 살짝 흔들리는 장천무의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다.
‘아!’
위사영은 그제야 자신이 느끼는 위화감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황천패인가!’
지금은 손을 잡은 두 사람이었으나 천하 독패를 꿈꾼다면 언젠가 상대해야 할 적이다.
그가 보는 곳에서 전력을 다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기회인가?’
만일 자신이 장천무를 잡아내기만 한다면 진무립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카카카카카캉!
연이어 충돌하는 검신 사이에서 시뻘건 불꽃이 피어오른다.
좀처럼 끊이질 않는 쾌속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협곡에선 연이어 찢어질 듯한 비명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중에는 무림맹 무인들의 것도 있을 터.
결국 위사영은 결심을 내렸다.
‘여기서 기회를 잡는다!’
매섭게 눈을 빛낸 위사영의 전신에서 활화산 같은 기운이 솟구친다.
쏴아아-!
그와 동시에 위사영의 진신 무공, 천사구류검(千絲九流劍) 낙사초연(落死草聯)의 초식이 벼락같이 쏟아져 나왔다.
이채가 떠오른 장천무의 눈동자에 흩날리는 풀잎처럼 종잡을 수 없는 섬광이 가득 떠오른다.
‘그대도 탐색전이었다 그건가?’
검파를 쥔 손에 자연히 힘이 들어가더니 오싹한 마기가 솟구쳐 그의 검신을 검게 물들여갔다.
장천무는 사방으로 흩날리는 섬광을 향해 흑천마공(黑天魔功) 유봉차경(流蜂車京)의 초식을 전개했다.
콰아아아!
수레바퀴처럼 회전하는 흑광이 일진광풍을 몰아치며 쏟아지는 모든 공격을 받아친다.
쿠콰콰콰콰콰쾅!
완벽에 가까운 방어와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한 기세의 공격이 허공에서 충돌하며 굉음을 자아낸다.
온 힘을 다해 상대를 공략하던 위사영의 눈동자가 흑광 너머의 장천무를 떠올렸다.
‘지금!’
낙사초연의 초식이 완전히 끝나는 순간이었다.
쉬익!
장천무가 수비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그 찰나의 틈새로 위사영의 검신이 전광석화처럼 찔러 들어갔다.
장천무는 즉시 좌측으로 보법을 전개하며 회피를 시도했고.
서걱!
길쭉하게 갈라진 옷자락이 위사영의 엄청난 내력에 바스라 졌다.
‘음.’
회심의 한 수가 빗나가자 위사영의 눈에 낭패한 빛이 스치듯 사라진다.
“이번 공격은 제법이었다.”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해낸 장천무가 살기 가득한 미소를 보인다.
“그토록 빨리 죽고 싶다면 원대로 해주겠다.”
쿠구구구구…….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내력에 분지가 지진을 만난 듯 진동하기 시작한다.
장천무가 지면을 박차는 순간.
콰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쩍 갈라진 땅거죽이 거미줄처럼 패여 나간다.
슈아아악!
공간마저 찢어버릴 듯한 엄청난 흑광이 장대비처럼 쏟아지며 위사영의 전신을 압박한다.
‘빠르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쏟아지는 공세에 위사영의 눈이 부릅떠진다.
보법을 전개해 물러날 틈도 없다.
전신이 난자당하고 싶지 않다면 여기선 받아치는 길밖에 없다.
척.
보폭을 앞뒤로 벌린 위사영은 풍엽화선(風葉畵渲)의 초식을 전개했다.
슈우우우우…….
찔러넣은 검신이 춤을 추듯 흔들리더니 일진광풍이 몰아치며 쏟아지는 흑광을 튕겨내기 시작한다.
콰콰콰콰콰콰쾅!
고막을 후려치는 강렬한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이 희뿌연 흙먼지에 사로잡혔다.
‘위공!’
지켜보던 제갈경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진다.
두 사람의 싸움이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강렬해지고 있었다.
제갈경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분지 아래로 몸을 날렸을 때.
반대편에선 진무립과 황천패가 경천동지할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차르륵!
진무립의 공격을 피하며 미끄러진 황천패가 방향을 바꿔 일직선으로 쇄도한다.
쾅!
으깨진 땅거죽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제법 쓸만하구나!”
뜯겨 나갈 듯 휘날리는 앞머리, 부릅뜬 두 눈에 도를 그어오는 진무립이 떠오른다.
황천패는 일직선으로 검을 내질렀다.
쐐애액!
무령진검(無靈進劍)의 일초식, 광선참(光線斬)의 빗살 같은 공격이 벼락같이 짓쳐 들었다.
황천패가 쏟아내는 가공한 기세는 단지 마주한 것만으로도 살갗이 아려올 정도로 강렬하다.
슈우!
휘두르는 도신을 거슬러 올라 순식간에 진무립의 간격을 파고든 검극이 목젖을 노려온다.
진무립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패인다.
‘말뿐인 놈이 아니다.’
상대의 쾌검은 이제까지 진무립이 경험한 그 어떤 검수보다 빠르고 날카로웠다.
진무립은 급히 상체를 비틀며 고개를 모로 틀었다.
스팟!
미세하게 살가죽을 스친 검신이 방향을 비트는 순간, 진무립의 상체가 꺼지듯 숙여진다.
파아앙!
방향을 바꿔 허공을 가른 검신에서 강렬한 파공성이 터져 나오며 몇 가닥 머리칼이 흩날린다.
황천패가 내지른 검을 회수하는 순간, 일직선으로 뻗어 나온 진무립의 장심이 검신을 따라 빨려 들어간다.
쐐애액-!
단전에서 쏟아져나온 가공할 장력이 순식간에 황천패의 복부를 파고든다.
일격의 날카로움에 황천패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난다.
‘움직임이 제법이야. 팔천영신공을 아버지 이상으로 익혔어.’
진무립이 보여주는 날카로움은 자신이 아는 팔천영신공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정도 무위라면 자신이 기억하는 팔천영신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 봤자 패배자의 무공일 뿐이지!’
상대는 패배자의 무공을 버리지 못했다.
반면 자신은 패배자의 무공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한 대종사.
자신의 무령진검(無靈進劍)이 팔천영신공에게 깨질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
히죽 웃은 황천패의 신형이 눈앞에서 꺼지듯 사라진다.
콰아앙!
빗나간 장력이 지면을 들썩이는 사이, 어느새 진무립의 우측으로 이동한 황천패는 사선으로 검을 그어오고 있었다.
쉬익!
예비 동작조차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가공할 쾌검이 중검의 묘리까지 담고 떨어진다.
‘막아낼 수 있겠느냐?’
지금의 일검은 일사령 주유성이 온다 한들 완벽하게 피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진무립은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뜯겨나갈 것 같은 매서운 검초를 향해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쩌렁쩌렁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두 사람의 신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간다.
콰직!
‘제법!’
미끄러지던 황천패의 발이 지면을 강하게 박찼다.
쉬이익!
그사이 도를 던져낸 진무립의 손으로 육병흑궤의 흑검이 빨려들었다.
황천패의 두 눈이 타오르는 살기로 번들거린다.
“애송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던 두 사람의 간격이 일 장 안쪽으로 좁혀진 순간.
치잉!
둘의 검 끝에서 동시에 피어오른 빛무리가 허공에서 복잡하게 어우러졌다.
콰콰콰콰콰콰쾅!
몰아치는 광풍, 산이 무너질 듯 울려 퍼지는 뇌성벽력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치열한 검초와 검초의 향연이 끝이 났을 때.
콰아아앙!
한쪽에서 육중한 굉음과 함께 피어오른 흙먼지에서 위사영이 피를 토하며 튕겨져 나왔다.
“큭!”
치열한 사투를 뒤로하고 분지에서 내려온 제갈경은 곧장 진대천을 찾았다.
[진대협!]위사영이 무너지기 전에 도와야 한다.
그러나 진대천은 그의 목소리에 고개조차 돌리지 못했다.
목숨을 도외시한 채 필사적으로 쇄도하는 마인들로 인해 몸을 뺄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를 악다문 진대천이 전방을 향해 검초를 흩뿌렸다.
슈아아악!
검 끝에서 피어오른 불꽃이 화려하게 적들을 휘몰아친다.
“크아악!”
일부가 비명을 내지르며 나가떨어졌으나 찰나의 공백은 순식간에 다른 마인이 보충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단 말이냐?’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었다.
죽은 동료의 시신을 밟는 것은 예삿일이고 동료의 등판에 칼을 관통시켜 태종무단을 위협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천마신교의 정예들은 질릴 정도로 무서운 집념을 불태우고 있었다.
처절한 사투에 고전하는 것은 진대천만이 아니었다.
마침내 화살이 동이 난 투백비와 후영은 봉과 소검을 들고 절벽을 올라오는 적에 맞섰고, 건너편 절벽에서는 육군명과 자영이 개떼처럼 밀려드는 적을 뿌리치고 있었다.
누구 한 사람 움직일 여유가 없는 것이다.
길게 생각할 여유가 없다.
‘나라도 가야 한다!’
다급히 몸을 돌린 제갈경이 지면을 박차고 산비탈을 뛰어오른다.
신법에 전력을 쏟아부은 그가 마침내 분지 위로 솟구쳤을 때였다.
콰아아앙!
강렬한 굉음과 함께 위사영이 피를 토하며 튕겨 나왔다.
“큭!”
제갈경은 망설임 없이 지면을 박찼다.
“위공!”
장천무의 검 끝에서 피어오른 가공할 마기가 위사영을 완전히 끝장내려는 듯이 쏟아진다.
슈슈슈슈슈슈!
시꺼먼 어둠이 제갈경의 두 눈에 절망처럼 엄습해온다.
‘늦는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는 것은 비단 그만이 아니었다.
황천패와의 전투 중 이변을 감지한 진무립도 위사영의 위기를 직감하고 있었다.
‘역시 쉬운 일이 없군.’
제갈경이 홀로 돌아왔다면 진대천이 당했거나 몸을 뺄 겨를이 없다는 것과 같다.
‘여기서 위대협을 잃어선 안 된다.’
황천패를 상대하며 한눈을 팔 여유는 없지만 일격을 각오한다면 위사영을 살릴 수는 있을 것이다.
진무립이 몸을 돌리기로 마음먹었을 때였다.
“하앗!”
마치 천신이 강림한 듯 쩌렁쩌렁한 기합성과 함께 한 줄기 섬광이 쏟아지는 흑광의 중심을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대지의 진동에 천경봉이 무너질 듯 몸을 떨었고 고막이 찢어질 듯한 폭음이 오후의 하늘로 솟아오른다.
먼 산으로 메아리치던 굉음이 완전히 사라질 무렵, 잠시 전투를 멈춘 천경봉의 무인들이 약속한 것처럼 한쪽을 쳐다본다.
“후후후. 이제야 오셨구려.”
상대를 확인한 장천무의 입가에 진심으로 반가운 미소가 떠오른다.
“신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