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b is one of the world's top ten master RAW novel - Chapter 81
◈ 81화. 이자는 막을 수 없다
슈아악!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 줄기 섬광이 벼락같이 내리친다.
‘이런 미친!’
경악한 언지상은 다급하게 몸을 비틀었다.
그에 맞춰 은광검의 궤적이 호선을 그려간다.
서걱!
“큭!”
단 한 수에 검을 쥔 오른팔이 싹둑 잘려나갔다.
시뻘건 선혈이 벚꽃처럼 흩날린다.
진무립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이 정도면 됐다.’
풍기는 기도를 보면 이놈이 지휘관이다.
이 정도로 잘 훈련된 적이라면 잘려나간 머리는 금세 다른 머리로 대체될 것이다.
죽이기보다는 적당한 고통 속에 살려두는 게 낫다.
고통에 이를 악문 언지상은 반대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쳐라!”
나무 위, 수풀 속, 땅밑을 가리지 않고 숨어 있던 흑의인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온다.
진무립은 그와 동시에 외쳤다.
“달려!”
오면서 약속했던 대로 용추가 몸을 날리자 그 뒤를 육군명이 바짝 붙었다.
돌진하는 용추에게 사방에서 시퍼런 섬광이 쏟아진다.
퍼퍼퍼퍽!
공격했던 적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찔러 간 검이 피륙조차 꿰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추는 히죽 웃었다.
“따끔하네.”
전신을 금강불괴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금영무단경(金影武鍛憬)은 어지간한 공격으론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뒤따르던 육군명의 입이 쩍 벌어졌다.
‘괴물이네.’
카앙!
전방에서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투가 시작되자 대기하고 있던 혈살추혼대원들이 천무대를 공격한 것이다.
소완공을 펼친 채 숨어 있던 단려화가 기습을 막아내며 외쳤다.
“원진을 만드세요!”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는데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원진!”
당자경의 외침에 천무대가 둥글게 진을 갖췄다.
진이 완성됨과 동시에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장대비 같은 공격이 쏟아진다.
까가가가강!
어스름한 어둠 속에 시뻘건 불꽃이 피어오른다.
압도적인 수적 열세.
부딪쳐오는 공격의 날카로움도 만만치 않다.
단려화는 절뚝거리는 나백륜 쪽을 물리치며 외쳤다.
“버텨야 합니다!”
천무대원들은 이를 악물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들의 굳건한 의지가 피부로 느껴진다.
단려화는 눈을 반짝였다.
‘내가 돕는다면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어.’
당자경이 외쳤다.
“백륜! 자네가 지휘하게!”
그는 나백륜을 진의 안쪽으로 잡아당기며 빈자리를 채웠다.
그때 좌측 수풀 너머에서 용추와 육군명이 나타났다.
“하하하! 전부 덤벼라!”
대소를 터트린 육군명이 전신 내력을 끌어올리며 쏟아지는 적의 맹공에 부딪혀갔다.
당자경이 비수를 고쳐 쥐며 물었다.
“정무원의 노사님들께서는 어디 계시는가?”
대답은 용추의 입에서 나왔다.
“영감님들은 지금쯤 집에서 밥 먹고 있을 건데.”
“…….”
당황한 당자경이 단려화를 쳐다봤다.
“그분들께선 오시지 않았단 말인가?”
대답하기도 전에 위아래로 두 개의 도신이 날아든다.
비스듬히 몸을 띄운 단려화의 신형이 교차하는 도신 사이에서 맹렬하게 회전했다.
치칭!
몸에 바짝 붙인 검신이 두 자루 도를 밀어낸다.
협공에 실패한 적은 지체 없이 뒤로 물러났고 순식간에 그 자리를 또 다른 적이 채웠다.
마치 차륜전의 표본과 같은 진퇴.
단려화는 이어진 공격을 막아가며 외쳤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버텨요! 버티면 돌아갈 수 있어요!”
이어서 육군명이 도초를 흩뿌리며 말했다.
“알 만한 분들이 왜 남의 힘에 기대려고 하실까?”
쉬이익!
날아드는 세 자루 검신의 그림자에 한 자루의 날카로운 공격이 숨어든다.
육군명은 도신이 네 개의 잔영을 남기며 뚝 떨어졌다.
콰콰콰쾅!
강렬한 폭음과 함께 움찔한 적이 물러갔다.
짓쳐 드는 검신의 날카로움이 적사곡에서 상대했던 환염대를 훨씬 웃돈다.
게다가 완벽한 차륜전을 구사하는 통에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밤이 되면 제법 위험하겠는데.’
아직은 옅은 빛이 스며들고 있었으나 해가 완전히 떨어지면 이곳은 살수들의 놀음판이 될 것이다.
‘내력을 아낄 때가 아니야.’
생각이 끝난 순간 육군명의 전신에서 활화산 같은 기세가 솟구쳤다.
“정 누구에게 기대고 싶으면 멀리 계신 노사님들 말고 진무립을 믿어보라니까!”
공격을 피해 돌진한 육군명의 도가 벼락같이 떨어졌다.
콰아앙!
대지의 진동과 솟구치는 폭음은 제법 떨어진 곳의 진무립에게도 전달됐다.
‘서두르자는 거냐?’
눈앞의 살수들을 보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에게서 나올 만한 위력이 아니다.
자신이 갈 때까지 버티라고 했음에도 이만한 위력의 공격이 나왔다는 건 서두르자는 신호와 같다.
슈슈슈슉!
전방에서 네 개의 검영이 짓쳐 든다.
후방으로 미끄러진 진 진무립은 나무를 잡고 멈춰섰다.
“금방 간다.”
나무와 진무립 사이로 존재를 감춘 일검이 뚝 떨어진다.
부드럽게 나무를 밀어낸 진무립은 상체를 반쯤 회전에 후방으로 은광검을 내질렀다.
쉬익- 푹!
공간을 가른 예리한 일검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의 목을 관통했다.
“컥!”
그 짧은 시간 동안 쓰러진 살수가 다섯이다.
창백한 얼굴이 언지상은 볼살을 부르르 떨었다.
‘내 실수다.’
진무립을 은밀히 포위하고 일시에 습격하려던 계획은 놈이 먼저 움직임으로서 물거품이 됐다.
자신이 먼저 당하는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다.
‘혈위사신을 물리쳤다고 했을 때 조금 더 경각심을 가졌어야 했다.’
예상치 못하게 전투가 벌어지는 바람에 부하들까지 살수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살법이 아닌 검법의 조예 또한 깊은 부하들이었으나 진무립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언지상은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물리고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한발 물러난 언지상의 눈에 독기가 떠올랐다.
차륜전은 포기한다.
“혈무검진(血霧劍陣)을 펼쳐라!”
일사불란 움직인 살수들이 견고한 포위망을 갖췄다.
주변을 둘러본 진무립이 피식 웃었다.
어느새 나무로 빼곡한 숲에서 작은 공터로 이동한 상태.
피해를 감수하며 유인에 성공한 언지상은 이를 바드득 갈았다.
“네놈은 여기서 반드시 죽는다.”
쏴아아!
도합 스물다섯 명의 적이 일시에 짙은 사기를 분출한다.
진무립이 은광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내게 그런 말을 지껄인 놈들은 전부 죽었지.”
“건방진 놈.”
혈살추혼대는 일거에 전신의 내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어스름한 어둠 속, 적들의 눈동자에 맹수처럼 시뻘건 혈광이 떠오르더니 사방이 마치 지진을 만난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적들의 눈과 귀를 비롯한 오공에서 쏟아지는 피가 안개처럼 퍼져 나가더니 혈의 장막을 완성했다.
“쳐라.”
언지상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혈살추혼대는 일제히 지면을 박찼다.
혈무를 뚫고 사방에서 서릿발 같은 엄청난 예기가 짓쳐 든다.
진무립의 입꼬리가 길쭉하게 올라갔다.
“나를 유인했다고 생각하나?”
이윽고 전신에서 섬뜩한 한기가 솟구치더니 차분히 가라앉았던 소매가 풍랑을 만난 듯 거칠게 펄럭거린다.
나무를 밟고 올라선 언지상이 악을 쓰듯 외쳤다.
“죽여라!”
일제히 달려들던 살수들이 마지막 도약을 위해 지면을 밟기 직전, 진무립은 무릎을 들어 올렸다.
언지상은 콧방귀를 뀌었다.
‘고작 진각에 깨질 검진이 아니다.’
혈무에 잠긴 살수들은 서로의 내력을 보완하며 여느 때보다 단단해진 상태.
진각에 내상을 입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살수들의 발이 지면에 닿으려는 찰나, 거력을 머금은 진무립의 발이 벼락 치듯 땅에 떨어졌다.
쾅!
굉음과 함께 반경 삼 장이 거미줄처럼 쩍 갈라진다.
때마침 갈라진 땅을 밟은 살수 일부가 미세하게 휘청거렸고.
그걸 놓치지 않은 진무립은 순식간에 삼 장의 간격을 압축하며 은광검을 출수했다.
쌔애액!
차가운 검신에서 북풍한설보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더니 순식간에 한 명의 목이 떠오른다.
서걱!
일격에서 이어진 번개 같은 쾌검은 좌우에 서 있던 적의 목까지 갈라버리며 검진을 돌파했다.
전신을 압박하던 농밀한 사기가 씻은 듯 사라지더니 이어서 주변을 잠식한 혈무까지 걷혀 간다.
언지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주를 제외하곤 누구도 파훼하지 못한 혈무검진이 완벽히 깨진 것이다.
‘그 찰나의 틈을 노릴 수 있단 말인가!’
나무 위의 언지상을 쳐다본 진무립은 씩 웃었다.
“고작 이 정도로 거들먹거렸단 말이냐?”
“이, 이놈!”
“거기서 잠깐 기다려라.”
몸을 돌린 진무립은 모든 살수를 눈에 담았다.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말이 끝나고 일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던 진무립이 부하들의 앞에 나타났다.
“조심해라!”
언지상이 외치는 순간 진무립의 소매가 흔들리더니 엄청난 쾌검이 살수의 가슴을 관통했다.
“컥!”
이곳은 거치적거릴 것 없는 공터.
애당초 이곳을 원한 것은 진무립이었다.
나무 위에서 지켜보던 언지상이 악을 내질렀다.
“물러나지 마라! 놈의 다리를 묶는 거다!”
하지만 부하들이 반응하기엔 진무립의 공격은 너무도 강렬했다.
슈슈슈슈슉!
점점 빨라지던 진무립의 검신에서 수십 다발의 검영이 솟구친다.
“크악!”
비명과 함께 쏟아진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팔천영신공 경천검무(驚天劍舞)의 초식.
마치 고슴도치가 일시에 가시를 세우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쾌검의 향연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순식간에 열 명의 목이 꿰뚫리자 살수들의 눈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안 와?”
방어에서 공세로 전환한 진무립은 적을 향해 돌진하며 현란한 검무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를 악문 살수들이 두려움을 떨쳐내며 검초를 전개했다.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진무립의 경천검무는 쏟아지는 모든 공격에 부딪혀갔다.
치치치칭!
단지 검신이 스쳤을 뿐인데 망치에 맞은 것처럼 살수들의 팔이 벌어진다.
그들의 눈에 절망이 깃들었다.
‘아아!’
도무지 저항할 방법이 없다.
물러나면 그보다 빠르게 접근하고 돌진하면 반드시 꿰뚫린다.
스물이 넘던 살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며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지켜보던 언지상의 머릿속이 허탈한 감정에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이자는……. 막을 수 없다.’
이윽고 피륙이 갈리는 오싹한 소리와 솟구치던 핏방울이 그쳤을 무렵.
서걱!
지그시 눈 감은 언지상의 목이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먼 곳에서 들려오던 쇳소리와 비명이 사라지자 단려화는 확신했다.
‘끝났어!’
서둘러 진무립이 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일흔 명의 적.
적을 도륙하기보다 부상자를 지켜야 하는 싸움.
육군명과 용추의 엄청난 무용으로 한순간 반전을 이끌어내긴 했으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두 사람이 만만치 않다는 걸 확인한 적은 철저히 부상자만 노려오며 반전의 기회를 틀어막았다.
천무대원들은 자신들이 이들의 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몇 번이나 개의치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단려화와 용추, 육군명 세 사람은 절대 그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둠이 짙어지던 숲은 완연한 밤에 이르렀다.
‘생각보다 질긴 놈들이군.’
나무 위에서 전장을 주시하던 부대주 태굴이 입을 열었다.
“밤이다. 태세를 전환한다.”
그 말에 해일처럼 몰아치던 공세가 잠시 멈추더니 살수들의 신형이 어둠에 스며들었다.
‘칫. 하필 이 시점에.’
육군명의 표정이 구겨졌다.
우려했던 일이 찾아온 것이다.
자신들이라면 몰라도 극도로 지친 천무대원들은 어둠 속의 은밀한 공격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차갑게 눈을 빛낸 육군명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머리부터 딸까?’
하지만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는 반드시 죽는다.
망설임이 짙어지며 숲에 깃든 정적이 사천맹 무인들을 짓누르기 시작할 때.
좌측의 나무 사이에서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오래 기다렸나?”
싱긋 웃으며 나타난 인물은 진무립이었다.
육군명이 대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드디어 왔구나!”
단려화와 용추는 안도한 듯 웃었고 천무대원들의 눈은 격동에 휘말렸다.
“광무대주가…….”
적의 수장과 싸운다기에 살아오리란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는 나중에 합시다.”
싱긋 웃은 진무립의 시선이 나무 위의 태굴과 마주쳤다.
“어떻게 이곳까지 온 것이냐?”
단려화의 앞으로 걸어간 진무립은 그에게 이리 오라는 듯 손짓했다.
“네놈의 대주도 나무 위에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다가 뒈졌지. 내려와라.”
진무립의 당당함에 천무대의 눈이 부릅떠졌다.
상대는 이제까지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던 자들.
그런 상대를 어린아이 보듯 대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태굴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스치고 사라졌다.
‘대주가 살아있다면 저놈이 여길 오는 건 불가능하다. 믿고 싶진 않지만 대주가 당한 모양이구나.’
단신으로 언지상과 서른 명의 대원을 죽였다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그러나 전세는 여전히 자신들에게 유리하다.
“오라니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안 오면 넌 죽어.”
태굴은 진무립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흥. 다 죽어가는 것들을 지키면서 내 목을 딸 수 있겠느냐?”
“하나같이 말을 안 듣는 새끼들이네. 진짜 죽는다니까.”
“허세는 통하지 않는다.”
“해봐?”
“후후후. 그래. 해봐라.”
진무립은 태굴의 뒤를 쳐다보며 말했다.
“해보라는데.”
“누구에게 말하…….”
태굴은 그제야 진무립의 뒤에 있던 단려화가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진무립이 시선을 끄는 사이 소완공을 전개한 단려화가 어느새 그의 뒤에 도착한 상태.
쉬익!
빗살처럼 쏘아진 검신이 태굴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렸다.
서걱!
분리된 목과 몸통이 나무 밑으로 떨어진다.
대주가 죽고 부대주마저 허망하게 잃었다.
어둠 속의 적이 동요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날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니에요?]단려화의 볼멘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돌아가면 몇 배로 보상하지.] [매번 말만 그러지.] [진짜라니까?]진무립은 순식간에 나무 밑으로 이동해 열양지기를 끌어올렸다.
“우선 불 좀 켜고.”
화르륵.
순식간에 불이 붙은 나무가 사방을 환히 비춘다.
타오르는 불빛 속에 진무립의 미소가 섬뜩하게 빛났다.
“끝을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