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dern Life of the Ninth Circle Wizard RAW novel - Chapter 330
■ 대마법사는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평안한 현대 생활을 즐길 생각이었다 □
[구시가지 성명서]전 세계 그리고 모든 사람의 일상을 바꾸어 놓은 그날의 성명서 발표 이후 시간을 빠르게 흘렀다. 지구인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다른 차원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데 제법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도 그리고 문제도 생겼지만, 판 대륙과 지구는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우우웅- 우우웅-
빛을 발하는 형제 식당 차원문 앞에 건우와 파니르가 있었다. 주변으로는 다른 여럿의 존재도 있었다. 바로 판 대륙에서 지구로 넘어온 드래곤들이었다.
“어떤가? 차원문의 상황은?”
파니르의 질문에 차원문을 바라보던 건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일단 차원문 연구 기술팀의 말로는 성공 확률이 90% 정도라고는 합니다. 그런데 모르죠. 정말 성공할지는······.”
형제 식당 냉장고 안에는 최첨단 연구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건우의 공간 확장 마법으로 가능했는데, 아이언 왕국의 최정예 드워프 기술자들과 지구의 내로라하는 연구진들이 연구실을 꾸민 상태였다.
[차원 교류 활성화 연구단지]두 차원의 교류가 시작되고 정말 많은 사람이 차원문을 통해 판 대륙과 지구를 다녀갔다. 판 대륙인들과 지구인들은 서로 다른 차원에 방문해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즐겼다. 물론, 처음에는 대부분 사람이 차원 이동에 대해 꺼리기도 했다. 차원 이동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도 있었고, 불신도 있었다.
하지만 차원 이동의 안정성과 여러 가지 장점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차 쓰고 휴가 가기 패키지] [각종 시험 대비 집중 마무리 스터디] [차원 이동 치료] 등등.두 차원의 시간 배율을 이용해 여러 가지 부가 산업이 발생했다. 지구인들은 판 대륙에서 적은 시간을 투자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었다.
[지구 농장] [지구 농사] 등등.판 대륙인들은 지구의 시간이 빠른 것을 이용해 각종 농업을 해 식량 생산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또한 지구의 기술들을 받아들이며 기존의 판 대륙 문화와 조화롭게 융화해 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윈윈.
두 차원은 차원 교류를 통해 정말 많은 혜택과 이익을 누리게 되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당연히 형제 식당 주방에 있는 차원문 이용에 대한 수요가 대폭발했다.
우우웅-
지금도 차원문으로 끝없이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건우가 마법진을 설치해 주방에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게 했다지만, 한계는 있었다.
덜컥.
벌서 지금도 냉장고 문이 열리고 형제 식당에서 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난 사람들로 붐비는 차원문 주변을 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으아··· 오늘도 엄청나네. 진짜 여기가 내 식당 주방에 있는 냉장고 안인가 싶다니까.”
“왔어? 가게는 어때?”
건우가 형을 반겼다. 한창 장사 중인 가게에 필요한 재료를 가지러 온 듯했다. 연구실의 한쪽에는 최첨단으로 만들어진 [형제 식당 전용 재료 보관 공간]이 있었다. [마법 기계 공학]과 지구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곳이었다.
“가게야 항상 바쁘지. 일단 난 재료부터 꺼내 갈게.”
형이 연구진들을 힐끗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가끔은 정말 여기가 식당 주방에 있는 냉장고 안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도 않았고, 형제 식당을 통해 많은 사람이 차원 교류를 하니 좋기도 했다.
“응, 형 오늘 연구가 성공하면 여기 한산해질 거야.”
“그래? 난 상관없는데.”
“그래도. 미래를 생각하면 차원문 위치를 옮기는 게 맞기는 하지.”
“네가 그렇다면야 난 찬성이지.”
형이 씩 웃고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건우가 다시 차원문을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그동안 건우는 판 대륙과 지구 그리고 드래곤들의 도움을 받아 차원문 연구를 이어갔다.
두 차원 교류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면서 차원문에 관한 연구가 필연적이었다. 처음에는 차원문에 문제가 생길지 어떤 변화가 생길지로 시작한 연구였는데, 지금은 그 단계를 넘어서 차원문을 확장하고 위치를 옮기는 연구단계까지 진행이 되어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서 마법과 지구의 과학은 한층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지.’
연구를 주도한 드래곤들은 마법과 과학이 합쳐지면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에 매우 놀라워했다. 한편으로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낼 수도 있기에 경계했다. 그래서 지구의 정부들과 협력에 마법과 과학이 올바르게 사용되는지 감시하는 단체도 만들었다.
[M.S.G.A.]Magic and Science Guard Agent.
이 단체는 마법과 과학이 나쁜 일에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끝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지구인 중에서는 마법사는 건우와 라희뿐이었다. 하지만 차원 교류는 지금 두 차원의 시민들에게 거주의 자유권까지 주는 것을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러있었다.
지구에 살고 싶은 판 대륙인들도 있었고.
판 대륙에 살고 싶은 지구인도 있었다.
또한 판 대륙의 많은 이종족들 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차원문은 더 감시와 통제 그리고 연구가 수월한 곳으로 옮기는 게 맞아.’
그리고 건우는 그 장소로 역시나 구시가지 거리를 선정했다. 구시가지 거리에는 벌써 아이언 건설이 지은 차원문을 옮길 장소도 마련되어 있었다.
우우웅-
그렇게 건우와 드래곤들은 힘을 합쳐 차원문을 옮기려는 사상 초유의 실험을 실행할 예정이었다.
“준비됐습니다. 차원문 이동이 지금부터 금지됐습니다.”
“차원문 마나 수치가 안정권에 들어섰습니다.”
“양 대륙에 차원 이동 인원이 없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연구진들이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건우에게 보고했다. 건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파니르를 바라보았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건우의 말에 파니르와 드래곤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전능한 존재인 드래곤에게도 오늘 실험은 정말이지 마법의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것이었다. 아직 차원문을 만드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는데 건우는 심지어 만들어진 차원문의 위치를 옮기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다.
“정말 오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건 엄청난 사건이다. 기존의 마법 체계를 뒤흔들만한 엄청난 사건이지.”
“기대가 몹시 되는군.”
드래곤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건우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탁’하고 튕겼다.
우우웅-
건우와 드래곤들의 모습이 연구실에서 사라지더니 이내 익숙한 장소에 나타났다. 바로 형제 식당 앞에 있는 [엘렌 실]이었다.
“건우야.”
엘렌 실 앞에는 할매와 할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오늘 건우가 차원문을 옮겨 설치할 장소는 바로 엘렌 실이었다. 엘렌 실은 차원 교류가 시작되고 상징적인 장소가 되어있었다.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인 구시가지 거리를 오랜 세월 지켜왔던 할매의 사연이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엘렌 실에 추모를 위해 찾아오기도 했고, 할매의 업적을 기리기도 했다. 그리고 건우 역시 할매의 도움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계셨어요?”
“응, 밤새 한숨도 못 잤어. 여기에 차원문이 설치된다니······.”
할매가 눈시울을 붉혔다. 두 차원의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차원문이 아들이 묻힌 곳에 설치된다니 너무나 감격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배려를 해준 건우가 참 고마웠다.
“고맙다. 건우야. 듣자 하니 차원문을 유치하려고 전 세계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 말이야.”
할배가 건우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었다. 차원문 이동 설치가 알려지고, 정말이지 지구가 들썩거렸다. 각 나라의 정부는 물론이고, 세계적 기업들과 갑부들이 차원문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유치하려 엄청난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건우는 단호했다.
-차원문은 시작도 구시가지 거리였고, 앞으로 영원히 구시가지 거리에 존재할 것입니다.-
건우의 발표에 잔뜩 기대했던 모두가 아쉬움에 탄식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발표 이후 차원문의 위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건우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고.
아니라면 아니었다.
그것이 현재 건우가 두 차원에서 가진 위치고 영향력이었다.
그렇게 전 세계적 아니 두 차원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나가는 인물이 되었지만, 건우는 형제 식당을 처음 시작 때처럼 여전히 주변 사람을 챙기는 것에 완벽했다.
“차원문은 당연히 구시가지 거리에 있어야죠. 그리고 형제 식당 주방이 아니라면 엘렌 실이 가장 적합한 곳이고요. 그러면 지금부터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니까. 두 분은 조금 물러나 계세요.”
“그··· 그래.”
할배가 할매를 이끌고 엘렌 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지금 이곳에서 마나의 폭풍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마나를 뛰어넘는 차원력의 간섭이 일어날 것이었다. 일반인인 두 사람이 그것에 휘말린다면 위험했다.
할매와 할배가 나가자 건우가 엘렌 실의 중앙에 섰다.
“시작합니다.”
건우의 말이 끝나자 드래곤들이 건우를 중심으로 원형을 그리고 자리를 잡았다. 건우가 손을 앞으로 내밀자 대마법사 지팡이가 소환됐다.
펄럭- 펄럭-
건우의 마나가 극한으로 뿜어져 나오며 대마법사 로브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연구실에 전송되며 연구진들이 난리가 났다.
-마나 수치가 계속 올라갑니다. 차원문이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차원문의 마나 수치가 요동칩니다. 차원문 주변으로 차원력 발생!-
쏟아지는 데이터에 연구진들이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한 편으로는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건우의 능력에 감탄하고 경외심을 품었다.
“지금입니다.”
건우의 지시가 떨어지자 파니르를 비롯한 드래곤들이 마나를 모두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마나 하트에서 각양각색의 마나가 뿜어져 나와 건우를 향해 흘러 들어갔다.
“세계수!”
건우의 부름에 형제 식당에서 세계수 요정이 빛 가루를 뿌리며 나타났다. 차원 교류가 시작되며 더욱더 강력해진 세계수 요정이 뿌리는 빛 가루가 허공에 뿌려졌다.
우우웅- 우우웅-
건우가 지팡이를 허공으로 추켜 올렸다. 마나가 그대로 세계수 요정에게 쏘아져 들어갔다. 세계수 요정이 온전히 그 힘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엄청난 빛이 세계수 요정에게서 뿜어져 나오더니 엘렌 실의 한쪽에 희끄무레한 빛이 뭉치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공간이 갈라지자 그 틈으로 판 대륙에 있는 세계수의 힘이 흘러들어왔다. 극한의 마나와 두 차원의 세계수가 가진 힘이 합쳐져 점점 허공에 커다란 차원문을 만들어 갔다.
우우웅- 우우웅-
“차원문이 이동되고 있습니다. 이제 안정화 단계를.”
건우의 말에 드래곤들이 일제히 용언을 뱉어내 차원문 주변으로 마법진을 그렸다. 건우는 그 모든 마법진을 중앙에서 제어하며 하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차원문이 옮겨지는 역사적인 현장이 전 세계에 흘러나갔다. 그렇게 엄청난 마나와 차원력이 휘감기던 때였다.
화아아악-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엘렌 실의 한쪽에 차원문이 생겨났다. 형제 식당 주방에 있는 냉장고에 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것이었다.
“서··· 성공인가?”
마나를 전부 쏟아부은 건우가 차원문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9서클의 경지를 뛰어넘은 후 건우가 마법사로 해야 할 최후의 사명을 해냈다 생각했다.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귀에 꽂힌 마법 인이어에서 연구진들의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세계수 요정은 성공을 기뻐하며 건우의 주변을 맴돌았다.
“건우님, 성공이에요. 이제 차원문은 더 강해졌고 안정화됐어요.”
차원문의 이동 성공에 두 차원 모두가 기뻐했다. 그 기쁨과 설렘이 건우는 온전히 느껴졌다. 건우가 차원문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시작도 차원문이었고. 마무리도 차원문이군.’
이제 자신이 할 사명은 끝났다.
대마법사는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평안한 현대 생활을 즐길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