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dern Life of the Ninth Circle Wizard RAW novel - Chapter 331
■ 아··· 좋다 □
화려한 제국 황궁의 연회장에 많은 손님이 몰려 있었다. 각양각색의 인종과 복장을 하는 손님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오늘 정말 의미가 깊은 날이군요. 두 분께서 드디어 결실을 본다니 말입니다.”
“정말 두 차원이 모두 주목하는 세기의 커플이 아니었겠습니까?”
“제국의 황제와 지구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돌의 멤버의 결혼이라니요.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은 데키우스와 효주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차원 교류가 시작되고 얼마 후 데키우스와 효주는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황제와 연예인.
대중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서로 다른 차원에서 제국의 황제와 정상급 아이돌이 연예를 한다고 하니 그것만큼 뜨거운 관심거리가 없었다. 처음 대중의 관심은 모두 효주를 향해 쏟아졌다. 아무래도 다른 차원의 황제보다 지구인인 효주였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판 대륙 최강국가인 드레스덴 제국의 황제와 사귄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발표로 무엇보다 효주의 삶이 크게 변했다.
먼저 유마이걸은 국내 정상급 아이돌을 넘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멤버들이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히 스케줄을 이어갔다. 그렇게 쏟아지는 관심 속에서 유마이걸은 폭발적 인기를 얻어갔다. 단지 효주가 데키우스와 사귄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파니르의 트레이닝과 작곡.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끝없는 노력.
유마이걸은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세기의 커플이 된 데키우스와 효주는 그 후로는 당당히 연애를 이어갔다. 모두가 예상했듯이 두 사람은 차원 교류를 상징하는 그런 커플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오는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보는 날이 온 것이었다.
판 대륙과 지구의 모든 관심이 지금 이 연회장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걸 증명하든 판 대륙의 왕국들과 이종족들의 왕국에서도 많은 사신을 파견했다. 또한 지구에서는 오늘 결혼식을 방영하기 위해 [가람 기획]에서 촬영팀이 파견된 상태였다. 수많은 방송국에서 오늘 있을 결혼식 촬영을 노렸지만, 데키우스는 망설임 없이 [가람 기획]을 선택했다.
그그긍-
그때, 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잘 차려입은 칼하우츠 공작이 들어섰다. 칼하우츠 공작의 옆으로는 효주의 부모님이 함께였다.
-지금부터 데키우스 황제 폐하와 효주 황후님의 결혼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들 정숙해지시기를 바랍니다.-
황궁 시종장의 말과 함께 시끌벅적하던 연회장이 잠잠해졌다.
“자리하실까요?”
칼하우츠 공작의 안내를 받아 효주 부모님이 자리를 잡았다. 잔뜩 모여든 손님들을 보며 연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물론, 아이돌로도 유명한 효주였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정말이지 하나같이 대단한 인물들뿐이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공간이 갈라지며 순간이동 포털이 열렸다. 열린 포털 너머로 데키우스와 효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의 주인공인 두 사람은 화려한 예복을 입고 있었다.
“오오!”
“정말 잘 어울리는군.”
데키우스와 효주의 등장에 손님들이 감탄성을 뱉어냈다. 예복을 입은 두 사람의 모습은 그야말로 선남선녀라는 말이 따 어울렸다.
은은한 음악이 깔리고.
두 사람이 연회장의 주인공들이 자리할 곳으로 이동했다.
“오늘 저와 효주의 결혼식에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데키우스가 사람들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오고 데키우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나갔다.
“먼저 저희가 이렇게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준 제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습니다. 특히 오늘도 평범한 현대 생활을 즐긴다며 참석하지 못한 건우에게요.”
데키우스의 말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데키우스의 얼굴에 섭섭함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미 동료들과 형제 식당 가족들과 함께한 조촐한 식을 올렸었기에 이해하기로 했다.
“저와 효주의 결합이 두 차원 교류가 더 평화롭고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저도 드레스덴 제국의 황후로 백성들을 돌아보고 지구의 효주로 많은 분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성대한 결혼식이 시작됐다. 그 장면은 카메라를 타고 판 대륙과 지구 전역에 퍼져나갔다.
두 사람의 결혼은 세기의 결혼식으로 기록에 남았다.
* * *
스르륵.
고급 세단이 5층 자리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덜컥.
뒷문이 열리고 박지혜가 차에서 내렸다. 잘 차려입은 박지혜가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박지혜가 올려다보는 건물은 5층짜리였지만, 정말 깔끔한 외관을 자랑했다.
㈜형제 식당
박지혜가 바라보는 건물은 바로 형제 식당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었다. 현재 ㈜형제 식당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나가는 그룹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고 돈을 아무리 벌어도 ㈜형제 식당은 여전히 구시가지 거리에 있었고,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으아··· 결혼식 진짜 멋졌어.”
박지혜가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눈을 반짝였다. 박지혜는 데키우스와 효주의 결혼식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을 보고 판 대륙에서 며칠 휴식을 취하기도 했었다. 그동안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박지혜였다.
“사장님, 바로 회의가 있으십니다.”
그런 박지혜에게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 박지혜가 비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바로 올라가요.”
“네, 사장님.”
박지혜는 건우를 대신해 ㈜형제 식당을 이끌고 있었다. 사장의 자리에 오른 박지혜는 ㈜형제 식당의 승승장구를 이끌고 있었다.
우우웅-
박지혜가 건물로 들어서자 안쪽에는 정말 넓은 사무공간이 있었다. 외관상 5층 건물에 불과하지만, 내부는 온갖 마법과 마법 기계 공학 기술로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 직원들 역시 예전보다 훨씬 많았다. ㈜형제 식당이 하는 여러 가지 사업 분야를 생각하면 당연하였다.
기존의 요식업은 물론이고.
건설, 여행, 가전, 생필품, 연구개발, 약품 등등.
㈜형제 식당은 지구의 모든 산업과 공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절대적 기업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힘이 생기고 돈이 생겼다 해도 ㈜형제 식당이 가진 좌우명은 여전했다.
[모두를 행복하고 즐겁게 그리고 나눔]이 좌우명을 지키며 ㈜형제 식당은 차원 교류의 가장 핵심적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박지혜가 들어서자 직원들이 일제히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결혼식은 어땠나요?”
박지혜를 편하게 대하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형제 식당의 사내 분위기가 여전함을 엿볼 수 있었다.
“끝내줬죠. 방송으로는 다들 봤죠? 그걸 라이브로 못 보다니 아쉽네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박지혜가 회의실로 향했다.
지이잉-
회의실 문이 열리자 박지혜의 표정이 대번에 진지해졌다. 회의실 안에 있던 전 세계 유명 그룹의 주요 인물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오래 기다리셨나요? 자리에 앉으세요. 그러면 회의 시작하죠.”
박지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비서가 감탄성을 뱉어냈다.
* * *
쿵. 쿵. 쿵.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연습실에는 한 명의 소녀가 춤을 추고 있었다. 음악 소리에 맞춰 소녀가 춤을 출 때마다 주변으로 마나로 이루어진 빛무리가 화려하게 수놓았다.
“후우······.”
이윽고 연습을 끝낸 소녀가 긴 숨을 뱉어내며 바닥에 앉았다. 소녀가 연습을 끝내자 한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가 물었다.
“라희야, 연습 끝났니?”
“네,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해야 할 거 같아요. 마법 수련하러 가야 하거든요. 오늘은 서클업도 있고요.”
춤 연습을 하던 소녀의 정체는 바로 건우의 조카 라희였다. 이제는 십대가 된 라희는 어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제법 숙녀티가 났다. 형과 형수를 닮아 시원한 이목구비에 긴 생머리를 가진 라희는 주변의 시선을 끌어당기기 충분히 아름다운 외모로 자라있었다.
“그래? 고생했어. 실장님한테는 내가 보고할 테니까. 어서 가봐. 아 그리고 내일 콘서트 리허설 있는 거 알지?”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언제 그런 거 빼먹는 거 봤어요?”
라희가 싱긋 웃었다. 라희는 건우에게 말했던 대로 아이돌이 되어있었다. 현재는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여성 솔로 가수였는데 댄스면 댄스 노래면 노래 모든 것에 만능인 가수였다.
[마법 아이돌 라희]판 대륙과 지구가 라희를 지칭하는 수식어였다. 라희는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였고, 지구에서는 인기 절정의 아이돌이었다. 라희는 두 차원 모두에게 인기가 있는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었다.
“그럼 먼저 가요.”
싱긋 웃은 라희가 손가락을 ‘탁’하고 튕겼다.
“이동.”
우우웅-
연습실에 있던 라희가 픽하고 사라지더니 이내 형제 식당 주방에 나타났다.
화르륵- 화르륵-
주방에는 여전히 형이 있었다.
“아빠!”
“어? 우리 딸! 이게 얼마 만이야.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까.”
형이 환하게 웃으며 라희를 반겼다. 유명한 연예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라희였다.
“칫··· 그게 나 때문인가? 아빠도 바빠서 그렇지.”
“아··· 그런가.”
형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형은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어있었다. 형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요리는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또한 형이 개발한 레시피는 모든 요리사가 얻기를 원하는 꿈의 레시피였다.
“그러니까요. 아빠가 매번 전 세계 지점을 점검한다고 돌아다니고 계시니까요. 그러면서도 본점에 신경도 엄청나게 쓰고.”
“알았어. 아빠가 미안해.”
“또 그렇게 말하면 딸이 미안해지는데.”
라희가 킥하고 웃더니 형을 꼭 끌어안아 주었다. 형의 얼굴에 대번에 미소가 번져나갔다.
“오늘 서클업이지?”
“응, 얼마 만인지 몰라. 정말 기대돼.”
잔뜩 상기된 라희의 표정에 형이 씩 웃었다.
“가만 보면 연예인 하는 거보다 마법이 더 좋은 거 같아?”
“그럼 당연하지 내 근본은 마법사니까요. 그나저나 삼촌은요?”
“건우? 글쎄? 오늘 너 서클업하는 거 보러 온다고 하긴 했는데.”
형과 라희가 건우를 떠올렸다.
* * *
엘드라실에 특이한 건물이 하나 지어져 있었다. 자연 그대로에서 살아가는 엘프들이 사는 곳과는 매우 다른 지구의 양식으로 지어진 아담한 주택이었다.
덜컥.
방문이 열리고 앞치마를 두른 아르엔이 침대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건우, 일어나요. 언제까지 잘 생각이에요.”
“으응?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
침대에 누워있던 건우가 부스스한 얼굴로 아르엔을 돌아보았다. 아르엔이 킥하고 웃었다.
“아니 무슨 잠을 그렇게 자요?”
“그러게. 요새 이상하게 잠이 많이 온다니까. 그동안 못 잔 잠이라도 다 몰아 자려나.”
“오늘 라희 서클업하는 날이잖아요.”
“아! 맞다. 오늘 라희가 7서클 올라가는 날이네. 알려줘서 고마워.”
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르엔을 안아주었다. 아르엔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침부터 먹을까?”
“네, 준비 끝냈어요.”
건우와 아르엔이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담한 주택만큼 깔끔한 주방이었고, 식탁에는 잘 차려진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이야··· 음식솜씨가 점점 늘어나네.”
“그럼요. 아주버님이 알려주셨죠.”
아르엔이 차린 한 상은 정말 근사했다. 형의 요리를 전수하여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요리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덜컥.
아르엔이 주방 한쪽에 있는 창문을 열었다. 엘드라실에 가득한 생명력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건우와 아르엔의 표정이 대번에 편안해졌다.
“어때요?”
“어, 좋다. 역시.”
건우가 부드럽게 웃었다.
“빨리 마나 하트가 회복되어야 할 텐데요.”
“이제 멀지 않았어.”
아르엔이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건우는 지금 회복 중이었다. 바로 몇 년 전 차원문을 이동시키며 대량의 마나를 쏟아낸 탓이었다. 또한 차원문 이동을 하며 대량의 차원력에 노출되어 마나와 차원력이 뒤섞인 특이한 상태가 된 것이었다.
그런 상태가 되자 건우는 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을 선택했다.
그리고서 한동안 정말 온전히 평범한 현대 생활을 누렸다.
사랑하는 사람과 매일 아침을 같이 맞이했고.
마법도 일도 잊고 늘어지게 잠도 자고, 하고 싶은 것도 전부 했다.
“이야~ 진짜 맛있네.”
“그래요? 다행이네요.”
아르엔의 음식을 먹은 건우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르엔이 오늘 해준 요리는 바로 김치찌개였다.
“지구에 돌아왔을 때도 김치찌개였는데 말이야.”
“어머? 그래요? 맛은 어때요?”
아르엔의 질문에 건우가 엄지를 ‘척’하고 들었다.
“당연히 끝내주지, 누가 해준 건데.”
건우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생활에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두 차원이 다시 건우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나설 건우였다.
“아··· 좋다.”
평범한 일상의 나른함에 건우가 크게 하품을 했다.
대마법사의 평범한 현대 생활.
어쩌면 건우가 가장 바라던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 싶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