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nster Duke Mistook Me for His Wife RAW novel - Chapter (96)
96화.
“어떻게 맞힌 거죠?”
“네?”
“이 거리에서, 움직이는 목표물을 어떻게 단번에 맞히고, 말을 진정시킨 거죠?!”
숨 쉴 틈도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 * *
사실, 비앙카는 리아의 형편없는 검술 실력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하고 있었다.
자신과의 대련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왔다는 점만큼은 높이 샀으나, 그 실력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분명 무기를 써본 자의 손인데.”
리아의 손에 박인 굳은살은 하루, 이틀로 생긴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무기를 든 자의 손이 확실했다.
“검이 아니라 다른 무기를 배웠나?”
리아가 쉬는 종안 무기 창고의 문을 연 비앙카는 리아가 쓸 법한 무기를 추려내기 시작했다.
단검, 석궁, 너클, 도끼, 채찍…….
리아의 속내를 알아내겠다던 목적은 던져버린 지 오래였다.
그녀는 리아의 진짜 재능을 찾아내는 것에 몰두했다.
“활은 거기에 있던가.”
아직 리아를 포기하지 못한 비앙카는 무기를 주섬주섬 챙겨 연무장으로 향했다.
실력은 엉망이지만 기본기는 확실하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가.
오랜만에 의욕에 불타오르던 비앙카는 연무장에 들이닥친 말을 보고 경악했다.
“위험……!”
비앙카는 눈을 의심했다.
흐느적거리며 걸어 다니던 리아가 별안간 달리기 시작하더니 활을 들었다.
그리고 달리는 말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눈을 깜박인 그 순간, 날아간 화살이 말과 마구간지기의 발을 엮은 줄을 단번에 꿰뚫는 게 아닌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날뛰는 말과 그 말을 진정시키려는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하지만 놀라운 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망나니 같던 말이 순한 양처럼 변해 리아에게 순순히 갈기를 내어주었다.
비앙카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서 말해보세요. 어떻게 한 겁니까?”
어떻게 했냐고 물어도, 그냥 했는걸.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고민하던 리아는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
“그냥, 목표물 조준만 잘하면 할 수 있어요.”
“그냥, 이라…….”
그 순간, 비앙카의 얼굴이 놀람, 경악, 그리고 환희로 물들었다.
리아는 목표물 조준을 잘한 것뿐이다. 그게 다였다.
비앙카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론은 쉽다. 말은 누가 못해. 그렇게만 한다면 세상 모든 사람이 신궁이 됐을 거다.
“델리스 양, 활을 배운 지 얼마나 됐나요?”
“일 년 조금 넘었어요.”
돌아온 리아의 대답에 비앙카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천재다, 천재가 나타났어!
머리를 찌르르 울리는 희열에 덥석 리아의 손을 붙잡았다.
“델리스 양, 아니. 리아 양!”
“네, 네?”
갑자기 달라진 호칭에 당황한 리아가 말을 더듬었다.
“검으로 대련한 건 제 실수였어요. 지금부터 방법을 바꾸죠. 활을 마음껏 쏴봐요.”
“아니, 저기…….”
리아가 비앙카를 말려보려 했지만, 날뛰던 말처럼 흥분한 비앙카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뭘 가만히 보고 있는 거야! 어서 그 말은 마구간으로 보내고 당장 과녁판을 준비해!”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에게 매섭게 명령을 내린 비앙카는 부드럽게 얼굴을 풀고, 리아를 바라보았다.
“우리, 해가 질 때까지 신나게 놀아봐요.”
해가 질 때까지……? 리아는 고개를 들어 해를 바라보았다.
쨍쨍했다. 해가 지려면 족히 3시간은 지나야 했다.
“그리고 말을 진정시킨 방법도 알려줄 거죠?”
“……알려주면, 훈련 한 시간 줄여주실 거예요?”
“그냥 모르는 거로 하죠. 사실 별로 안 궁금해요. 제가 궁금한 건 리아 양의 실력이니까요.”
그 순간, 리아는 생각했다.
제대로 걸렸다고. 오늘이 내 제삿날이라고.
* * *
딜리언이 돌아왔다.
그 소식에 나는 당겼던 활시위를 풀고 어깨를 늘어트렸다.
‘드디어 탈출이다.’
3시간 동안 활시위를 당긴 손가락이 저릿했다.
‘이렇게 열심히 해본 게 언제더라.’
활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화살이 손에 익을 때까지 쏘아대던 그 시절 이후로 처음이었다.
“아쉽네요. 지금이 제일 중요한 순간인데.”
여기서 더 할 게 있단 말이야?
나는 질린 눈으로 비앙카를 바라보았다.
훈련의 시작은 과녁을 맞히는 것이었다.
쏘는 족족 가운데 박히는 화살에 환호를 터트리던 비앙카는 갑자기 도전정신이 발휘됐는지 과녁을 과일로 바꿨다.
배부터 사과, 키위, 자두, 딸기까지.
화살에 꿰뚫려 터진 과일들이 땅에 나뒹굴었다.
“마지막에 체리를 걸었어야 하는데…….”
진심인지, 그녀는 아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맹수와도 같은 그 미소에 흠칫 놀란 나는 재빨리 주변을 정리했다.
“천천히 해요.”
“아니에요. 정리정돈은 바로바로 해야죠. 뒷정리는 제가 할게요. 백작님은-.”
“비앙카라고 부르기로 했죠?”
“……비앙카 님은 먼저 들어가세요.”
비앙카의 마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말이었지만, 착각의 늪에 빠진 비앙카는 너무 좋은 자세라며 나를 칭찬했다.
“어쩜, 마음씨도 예쁘네요. 전하께서 정말 좋은 분을 만나셨어요.”
“하, 하하하.”
어색한 웃음과 함께 정리를 마친 그때, 딜리언이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딜리언 씨!”
나는 딜리언을 향해 달려가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내가 이토록 격하게 반겨 줄 줄은 몰랐는지 놀란 얼굴이 선명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기다렸어요?”
“당연하죠, 기다리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
아이처럼 칭얼거리던 나는 비앙카가 잡으러 올세라 딜리언의 뒤에 숨었다.
그리고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재촉했다.
“빨리 방으로 가요. 빨리!”
“그렇게 보고 싶었어요? 당장 침실로 가고 싶을 만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으나, 보고 싶었던 건 사실이니 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평소라면 질색했을 내가 긍정하자 딜리언이 웃음기 가득한 낯으로 내 뺨을 문질렀다.
“그레타 백작이 어지간히 못살게 굴었나 봅니다. 얼굴이 먼지 범벅이네요.”
딜리언에게 얌전히 얼굴을 맡기자, 품에서 손수건을 꺼낸 그가 본격적으로 내 얼굴을 문질렀다.
“그런 건 아닌데, 훈련이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있었던 걸 보니, 리아 씨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너무 들어 해서 문제예요.”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툴툴거리던 나는 멀어지는 딜리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딜리언 씨, 내일도 나가요? 안 가면 안 돼요?”
공작성에서 비앙카를 막아줄 사람은 딜리언뿐이었다.
“리아 씨가 이렇게 불안해하는데 제가 어딜 가겠어요. 집에 있을 겁니다.”
“정말?”
잔뜩 신이 난 나는 두 팔을 벌려 딜리언을 껴안았다. 그러자 단단한 몸이 경직되는 게 느껴졌다.
“내일도, 모레도 매일매일 있어요. 알았죠?”
“…….”
“딜리언 씨?”
대답이 없는 딜리언이 이상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입을 가린 그가 중얼거렸다.
“……종종 그레타 백작에게 리아 씨를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 우린 파혼이에요.”
딜리언의 팔을 뿌리치고 으름장을 놓자, 그가 잘못했다며 손을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됩니까.”
“왜요?”
“리아 씨 작전은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린 아내 연기를 함으로써, 백작에게서 벗어나는 거 아닙니까?”
……연기 아닌데.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진심을 연기라 오해한 딜리언이 팔을 벌렸다.
“어서 안겨야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그 모습에 나는 마지못해 넘어가는 척, 딜리언의 팔에 팔짱을 꼈다.
“손도 잡았고, 포옹도 했으니까 이번엔 팔짱을 껴야죠.”
“그럼 다음엔 키스겠네요.”
“그건 안 해요.”
“아쉽네요.”
전혀 아쉬운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는 내가 먼저 다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 보였다.
“오늘은 유스틴 백작이랑 안 마주쳤어요?”
“네, 머리카락도 못 봤어요.”
“조용했겠네요.”
“그건 아니에요. 아까 낮에 마구간에서 탈출한 말이 연무장에 쳐들어와서…….”
내가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딜리언은 그랬냐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를 치며 나와 눈을 맞췄다.
전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건만, 누가 간지러움을 태우는 것처럼 심장이 간질거렸다.
* * *
그날 밤, 비앙카는 테르제의 부름에 그의 방으로 향했다.
테르제의 방에는 그녀를 제외한 가신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그레타 백작. 늦었다.”
타박하는 지젤의 말을 무시한 비앙카는 테르제에게 인사를 올렸다.
“리아 양은 어르신께서 생각하는 그런 음흉한 마음을 품은 자가 아닙니다.”
자신이 묻기도 전에 리아에 대해 늘어놓는 비앙카에 테르제가 눈썹을 들썩였다.
“리아 양 솜씨가 보통이 아니에요. 백발백중, 쏘는 족족 목표물을 다 맞히는데 신궁이 따로 없었습니다.”
낮에 있던 일을 떠올리자 다시금 흥분한 비앙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시나이즈에 어울리는 인재이십니다. 그분이야말로 시나이즈의 안주인이 될 분이세요!”
“비앙카, 진정해.”
지나치게 흥분한 비앙카를 로이드가 말렸지만, 이미 눈이 돌아버린 비앙카에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어르신도 보시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실 거예요.”
리아에게 홀딱 반한 비앙카의 모습에 당황한 테르제가 입가를 쓸었다.
언제는 정체를 밝혀내 보겠다더니, 지금은 거의 추종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비앙카. 너보다 한참 어린 녀석에게 그렇게 머리를 굽히고 싶은가?”
한심하다며 혀를 차는 지젤의 말에 울컥한 비앙카가 테이블을 쾅, 쳤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지? 리아 양은 천재야!”
말이 안 통했다.
도대체 뭐 하는 여자인지, 딜리언과 단테를 홀리더니 이번엔 비앙카마저 제 편으로 돌렸다.
지젤의 마음속에서 리아의 평판이 한층 더 낮아지는 순간이었다.
“저는 이 결혼 반대입니다. 시나이즈의 안주인이라면 황녀님처럼 교양 있고 우아하고, 지적인 분이셔야 합니다. 윗사람에 어울리게 말이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리아를 윗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젤이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어르신, 이 결혼 계속 반대하실 겁니까?”
“……그래.”
“잘됐네요.”
“잘됐다고?”
리아를 좋아하니, 당연히 화를 낼 줄 알았던 비앙카가 오히려 반색하며 좋아했다.
“네, 전하와 파혼하면 제 며느리로 삼겠어요.”
비앙카의 폭탄 선언에 정적이 흘러간 것도 잠시,
“네가 정녕 미쳐버렸구나.”
상상을 초월하는 대답에 지젤이 질색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