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
10화
무한에 널리고 널린 게 기루라고는 하지만 다 같은 기루가 아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무한 최고의 기루, 천화루.
흑룡방이 관리하는 이 기루의 최상층에서 곽범이 겸손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방주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뭐냐~?”
일류 무인이면 어지간해선 잘 취하지도 않는데 혀가 조금 꼬인 것을 보니 대낮부터 진탕 마신 듯했다.
“왜 저번에 흑점 건 있지 않습니까. 의뢰에 실패하여 위약금을 받았던.”
“아……, 그랬지. 그 콧대 높은 점주가 직접 찾아와서 사과했는데 괜히 속이 후련했더랬지.”
“예, 바로 그 건입니다.”
“그래서 할 말이 뭔데? 바쁘니까 본론만 말해라.”
곽범은 한시라도 빨리 유흥에 집중하고자 하는 방주를 위해서 자신이 보았던 바를 사실대로 고했다.
‘다혈질의 방주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게다가 술이 잔뜩 들어간 상태이니 가뜩이나 더러운 성질이 어디로 갈 리도 없었다.
그리고 방주의 반응은 대략 그가 예상했던 바와 같았다.
“흐음……, 그러니까 애초에 실패가 아니라 다른 놈이 중간에 낚아채 가버린 꼴이네?”
“예, 젊은 사내 두 놈이었는데 애들과 같은 배에 있던 것으로 보아 그놈들이 중간에 낚아채 간 녀석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더 머리 굴릴 필요도 없지. 그냥 애새끼들이 따로 다닐 때를 노리면 되겠군.”
솔직히 총관이 요구했으니 의뢰한 것이지, 방주 자신은 별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무려 점주가 직접 사과와 함께 위약금도 넉넉하게 내어주지 않았는가.
‘문제는 총관 그놈이 노발대발했다는 건데…….’
부하들을 물리고 난 뒤 총관이 대뜸 자신에게 성질을 부려댔던 것을 떠올리니 기분이 영 좋지 못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 새끼를 무시할 수도 없고.’
괜찮은 무공에 적당한 영약까지.
널리고 널린 뒷골목 건달에 불과했던 자신을 이 자리까지 끌어 올린 데에는 총관의 도움이 컸다.
뒤늦게 총관의 뒤를 봐주는 세력이 있음을 알았으나 자신이 피해를 본 것도 아니어서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무한 흑도 바닥을 접수한 이후 총관이 그에게 요구하는 바는 단 하나, 특이한 아이들을 데려오라는 것뿐.
지금까지 그 요구에 따라 열댓 명을 바쳤는데 이번에 딱 한 번 좀 망쳤다고 그렇게 싸늘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
‘다시 가져다 바치고 지금처럼 원만하게 받아먹어야지.’
언제까지 무한 흑도 바닥에만 머물 생각은 없었다.
자신은 더 높이 올라가 언젠가는 천하에 그 명성을 떨칠 사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방주님. 흑점 쪽은 괜찮겠습니까? 제가 공가에게 들은 바로는 평범한 자는 아니었습니다.”
곽범은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진 방주에게 슬쩍 경고를 해주는 듯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책임을 상급자에게 떠넘기는 행위였다.
일이 잘 풀리면 고개 바짝 조아려서 콩고물이라도 받아먹고, 실패하면 자신은 말렸다는 식으로 가면 되는 일이다.
‘세상일이야 모르는 거니까 나도 살길 하나 정도는 열어둬야 하지 않겠어? 이제부터 난 모르는 일이야.’
그리고 당연히 흑룡방주는 곽범의 의도적인 충언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했다.
“이미 흑점과의 거래는 끝난 이후인데 납치 좀 한다고 뭐 있겠느냐? 그 흑점에 개 부리는 자식은 애새끼들 하나 제때 찾지도 못하고 말이야……. 아무튼, 너는 조만간 그냥 아래에 몇 놈 데리고 가서 잡아 오기나 해라.”
흑룡방주는 당연하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곽범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강하면 빼앗고, 약하면 뺏긴다.
언제라도 뺏길 수 있으며 뺏을 생각을 해야 한다.
이게 바로 흑도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 * *
터벅- 터벅-
남매와 월이 함께 장원을 나서는 길.
남궁연이 몇 걸음 앞서 느직느직 걸어 나가던 월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월 사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 그러냐?”
“저희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요?”
“뭘 말이냐? 아, 설마 무공을 말하는 거냐?”
“네.”
“하, 참. 왜, 며칠 좀 막혀서?”
“아무래도요. 수련은 매일 하는데 그러면 매일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놈들아, 그거 좀 배웠다고 금방 강해지면 죄다 수련하고 개나 소나 천하제일이니 뭐니 하겠지.”
“그런가요?”
“무림에서 가장 강하다고 손꼽히는 놈들이 못해도 반백 년은 먹은 녀석들이다. 뭐 아주 가끔은 새파랗게 어린놈이 보이긴 하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전에 구걸하다가 들었는데 다들 한참 나이가 많다고 했어요.”
“그래? 아무튼, 내가 잘 모르긴 해도 그놈들도 너희랑 똑같이 재능있다는 소리를 지겹게 들었을 거다. 그런 놈들이 인생을 갈아가면서 수련해야 고수가 되는 거고.”
“그러면 사부, 저희도 그렇게 반백 년 동안 열심히 수련하면 장주님처럼 강해질 수 있나요?”
“뭐? 장주님처럼?”
월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남궁연을 바라봤다.
‘아니, 대체 얼마나 강해지려고 장주님을 목표로 삼나?’
상식적으로 자신부터 목표로 삼고 그다음으로 송윤천을 목표로 잡아야 하지 않나?
‘끄응…….’
그런데 대답을 갈구하는 남궁연의 눈빛이 너무나도 진지해서인지 차마 허튼 소리하지 말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월은 대충 말을 돌렸다.
“글쎄다, 그런데 네 질문에 문제가 하나 있구나.”
“네? 문제가 뭔데요?”
“장주님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구나. 적어도 나는 그 양반이 누군가에게 지는 걸 한 번도 못 봤거든.”
지금이야 송윤천이 한량처럼 한적한 장원에서 유유자적한다지만, 무한에 정착하기 직전까지는 월과 함께 천하를 유랑하며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그 와중에 별의별 놈이 다 있었지. 천하제일이라는 무인이나 눈이 돌아간 천살성, 이천 년 묵은 괴력난신…….”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장주님 진짜 대단한 분이시네요.”
셀 수 없이 많은 강자가 어디서 기어 나와서는 송윤천의 목을 노리기도 했고, 때로는 가르침을 얻어가려 하기도 했다.
심지어 그중에는 월조차 감당할 수 없는 미증유의 존재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누구 하나 송윤천을 상대로 이기지 못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말거라. 장주님이 저번에 뭐라고 했지?”
“재능과 시간, 노력이 들어가면 강해질 수 있다고요.”
“맞다. 너희는 이제 막 시작했으니 아직 한참은 멀었지.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좋다.”
“후……, 그럴게요.”
대화가 끝나갈 무렵, 무한의 저잣거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월은 그중에서도 한성객잔이라는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여기에서 파는 돼지국밥이 또 기가 막히거든. 거기에 술 한 잔 걸치면, 크흐……. 어째 너희도 같이할 테냐?”
“술이요? 저는 쓰기만 하고 맛있는지 잘 모르겠던데요?”
남궁헌이 고개를 저었다.
멋모르고 길바닥에 거지가 남겨두었던 싸구려 탁주를 통째로 들이켰다가 구토와 함께 머리가 지끈거렸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가 아직 고생을 덜 해서 그래. 나는 그냥 달달한 조청 같거든.”
“혹시 사부님이 그냥 달달한 술을 마셨던 게 아닐까요?”
“쩝, 됐다. 너희도 크면 알겠지. 그러면 둘이 알아서 먹고 여기로 돌아오거라. 옜다.”
월은 전낭에서 부족하지 않을 만큼 넉넉히 은전을 꺼내어 남매에게 전해 주었다.
아마 저 은전을 다 쓸 정도면 둘 다 배가 터지기 직전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그러자 남매가 모처럼 예의 바르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재빠르게 저잣거리로 향했다.
장원에서 평소에 먹는 음식도 당연히 맛있지만, 당과와 같은, 저잣거리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만이 내는 맛이 따로 있었다.
“누나 얼른 가자.”
“헌아, 이쪽으로 와.”
그렇게 남매가 복잡한 거리에 스며든 사이.
“붙어 있던 놈이 떨어졌다. 지금 바로 갈까?”
“아니, 혹시 모르니까 대기해. 충분히 거리를 벌리고 들어간다.”
어느새 오른팔 어귀에 흑룡 문신이 새겨진 이들이 하나둘 근처에 나타나더니 서서히 남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 * *
누군가 그랬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나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따로 없다고.
바로 인파가 가득한 무한의 저잣거리를 보고 한 말이었다.
한참 멀리서 바라보면 축제의 장처럼 보이나 인파 속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남의 전낭을 노리고 드는 소매치기.
대충 만만해 보이면 어깨를 부딪치고 시비를 걸어오며 난동을 피우는 건달.
만취해서 인파 속에서, 속에 있던 것들을 거하게 게워내는 술꾼.
가관이 따로 없었다.
물론 남궁연, 남궁헌 남매에게는 익숙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누나, 딱 밥 먹을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제법 많은데?”
“무한이 그렇지. 혹시 모르니까 떨어지지 않게 누나 손 꼭 붙잡아.”
동생도 무공을 배웠으니 비슷한 또래 사이에서는 제 한 몸이야 지킬 수 있지만, 이 인파 속에서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인상이 좀 더럽다 싶으면 짧은 단검 하나쯤은 품에 담고 다녔으니 말이다
남궁연은 동생과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뭐든 좋으니까 헌이 너 먹고 싶은 거로 천천히 골라봐.”
객잔을 나선 바로 앞부터 온갖 간식들이 눈앞에 나타났지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그들에게는 뭐든지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은전도 있었고, 시간도 있었으니.
“그러면 지금까지 안 먹어본 거 먹어보고 싶은데.”
둘은 좌우로 늘어선 온갖 향미의 유혹을 이겨내며 마침내 머나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인파에 막혀 천천히 움직이다 보니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동생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고생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누나! 저기야, 저기!”
신이 잔뜩 난 남궁헌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즈음에는 그들만큼 깨끗한 복장의 또래가 잔뜩 모여 있었다.
제법 값이 나가는 음식을 팔고 있다는 뜻이며 대체로 값은 맛과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빙과? 맛있겠는데?”
어느새 남궁 남매의 손에는 다양한 과일이 곁들어진 빙과 그릇이 들려 있었다.
하압-
한입 가득 털어 넣자 입안에 퍼지는 시원함과 달콤함, 새콤함까지.
“헌아, 어때? 맛있어?”
“응, 누나는?”
“나도.”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빙과는 그야말로 대만족.
“커헉, 끄응-.”
한 그릇을 깔끔하게 비워내던 남궁헌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에 남궁연이 기겁하며 물었다.
“헌아, 갑자기 왜 그래?”
“누나, 조심해. 빨리 먹으니까 머리가…….”
너무 빨리 먹다 보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왔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남매는 이 주변에서 구걸하면서 상상만 했었던, 그 이상의 맛에 너무나도 기뻤다.
‘이게 행복이구나.’
그 와중에 수저를 뜨던 남궁연이 고개를 살짝 돌려 동생을 바라보았다.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썩기 직전인 오물 범벅을 동생에게 양보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이를 경험하지 못하는 이는 모르는 일이다.
“헌아, 아직 배고프지? 한 그릇 더 먹을래?”
“응!”
“여기 빙과 두 그릇만 더 주세요. 양 많이요!”
그렇게 각자 그릇에 새롭게 담긴 빙과를 비워가는 가운데.
입맛을 다시는 동생을 보고 한 그릇을 더 주문하던 남궁연이 돌연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시선에 무언가 심상치 않은 사내가 시야에 들어온 탓이었다.
‘저 복장은…….’
거지들과 뒤섞여 거리를 떠돌던 시절.
남매가 가장 경계하던 이들은 흑도였다.
그들이 정파나 사파의 무인보다 무공의 경지가 높아서가 아니라 약자를 상대로 온갖 패악질을 서슴지 않고 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가 아니야.’
송윤천에게 배운 그대로 기감에 집중해 보니 사내에게 속칭 ‘지저분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조금 더 집중해 보니 그와 흡사한 기운이 사방에서 여럿 감지되었다.
기감을 살피는 게 익숙하지 않고, 인파가 워낙 많아 무리하여 집중하는데,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둘, 셋, 넷……, 최소 다섯 명.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이는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그들의 적의와 시선은 자신들을 향하고 있었으니.
무공이나 기감 이전에 거리를 떠돌던 시절 쌓아 올린 눈치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설마 나랑 동생을 노리고서? 대체 누구지?’
남궁연은 가장 먼저 흑점을 의심했다.
그들은 분명히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자신들을 납치해갔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다.
‘그때 분명히 우리를 물건 취급하면서 어딘가로 팔아넘긴다고 했었어.’
그러니까 저들은 흑점 혹은 흑점과 연관된 어떤 무리.
이게 남궁연의 판단이었다.
뿌드득-
남궁연이 손을 꽉 쥐었다.
자신들이 약해서, 자신을 지킬 수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하필이면 빙과를 먹으러 멀리까지 와서…….’
이럴 줄 알았으면 월과 함께 객잔에서 있을 걸 하는 후회가 뒤늦게 밀려왔다.
‘어쩌지?’
월이 한창 식사 중일 한성객잔과는 워낙 멀기에 아무리 목청껏 고함을 지른다고 해도 들리지 않을 터였다.
분명 주변에 무인의 복장을 한 이들이 보였지만, 남궁연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이 우리를 도울 거라는 보장이 없어.’
그들이 옛날에 들은 바로 무림은 은(恩)과 원(怨)에 의해서 돌아간다.
그렇기에 개방 소속의 일결개나 흑도 마저도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수 있는 행동을 쉽게 하지 않는다.
정파는 다를 거라고?
누군가는 다를 수 있고, 위기에 처한 자신들을 도우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그런 협객이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다가 시선이 끌려 더 큰 위기에 처할 수가 있다.
‘지금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해.’
고로, 남궁연은 도움을 요청하기를 포기했다.
확신이 없는 이상, 하지 않는 것만 못할 터이니.
‘차라리 인파 속에 숨어들어서 도주하는 게 맞아.’
최대한 주변을 감싸고 있는 인파를 활용해야 한다.
‘눈치챘다는 사실을 저쪽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행동해야만 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생은 새롭게 추가된 빙과에 집중한 나머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저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자신이나 동생이나 아직 무림인들이 흔히 익힌다는 전음을 습득하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말을 걸며 이 상황을 알려주려 했다.
“헌아, 그렇게 입가에 다 묻히고 먹으면 안 되지?”
“응? 어디? 어디에 묻었는데?”
“여기.”
남궁연이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곁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남궁헌의 입가를 소매로 닦아주며 짧은 틈을 타 동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시야가 가려지는 순간 바로 뒤돌아보지 말고 객잔 쪽으로 뛰어가. 그리고 월 사부에게 도와달라고 말해.”
순간, 남궁헌의 표정이 멀리서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굳어갔다가 금방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면 누나는?”
“나도 바로 뒤따라 갈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위험해. 그러다가 누나가 다칠 거야. 그냥 나랑 같이 가자.”
“걱정하지마.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빠르니까 금방 따라잡을 거야. 누나도 제법 강해졌어. 알지?”
“……. 알겠어 누나.”
남궁헌은 고집 피우기를 포기했다.
여기서 괜히 자신이 더 머뭇거리다가는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다.
저들에게 완전히 포위되는 순간, 빠져나가지 못할 터이니.
차라리 지금처럼 약간의 빈틈이라도 있는 순간을 노리는 게 맞았다.
“조심해, 누나.”
남궁헌은 누나의 말대로 자연스럽게 빙과를 한 입씩 떠먹다가 인파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순간.
스윽-
손에 들고 있던 빙과 그릇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인파에 스며들었다.
덩치가 있는 사내 뒤에 바짝 붙은 남궁헌은 월이 있는 객잔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다음 인파.
우웨에에엑-!
“아니, 이 늙은이가 어디에 대고!”
“뒤로, 뒤로 가. 어, 어……! 묻는다, 묻어!”
술기운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노인이 옆에서 대뜸 속을 게워내며 바닥에 큼지막한 전을 구워내는 작은 소동이 일었고.
‘지금!’
휘익-
남궁연 역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숨겨 숨겼다.
둘이 떠난 자리에는 먹다 만 빙과 그릇만이 남아있었다.
“저……!”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 남매를 주시하던 사내가 뒤늦게 하나가 사라졌음을 눈치채고 나섰다.
-저 새끼들 쫓아!
먼저 눈치챈 사내를 시작으로 사방에 전음이 전파되었다.
타악-!
저잣거리 추격전의 시작이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