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또 무슨 일이길래.”
풍전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거친 바람에 머리를 긁적였다.
장원이 저 앞에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일 무렵.
풍전의 뒤에서 따라오던 송윤천이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무슨 일인지 말이라도 좀 해주고 가던가.”
풍전은 괜히 한 번 툴툴거리면서 장원으로 움직였다.
‘성격 더러운 사부나 사저, 작은 사형은 아마도 장원에 있을 테고, 큰 사형은 출근했으려나.’
풍전은 자연스럽게 남궁연, 남궁헌, 곽범의 얼굴을 떠올렸다.
‘다들 잘 지내고 있었겠지.’
송윤천이 아니었다면 아마 죽을 때까지 조그마한 인연도 닿지 않았을 세 명.
그러나 이제는 사형제의 인연을 맺고서 그 어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아진 사형제들.
사람이란 게 정말 신기하다.
뭣도 모르고 송윤천을 감시하려다가 된통 당하고 끌려온 게 벌써 몇 년은 지난 일.
스승과 제자 그리고 사형제라는 관계로 엮여서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
‘백 년을 넘게 살아도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니.’
그리고 송윤천이 머무는 장원은 평생 홀로 외로이 천하를 떠돌았던 풍전에게 살면서 처음으로 ‘집’이라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것.
아무 길바닥에나 몸을 눕히면 그곳이 곧 집인 풍전에게는 매우 생소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다들 잘 지냈겠지.’
오랜만에 만나서 또 무슨 말을 할까.
자신과 송윤천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장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증손자뻘인 남궁연 사저와 남궁헌 큰 사형은 또 얼마나 자랐을까.
이제는 남궁헌에게 조차 따라잡혀서 장원의 최약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작은 사형 곽범은 강해졌을까.
‘일단은 곤륜산맥과 진시황릉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부터 풀어놔야지.’
월 사부야 매사에 시큰둥한 모습이니 넘겨도 다른 셋은 정말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주겠지.
풍전은 자신이 장원을 떠나서 돌아오기까지 겪었던 나름 장황한 일화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또 거기에 살을 조금 더 붙여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활약이 더 멋있게 들릴지도.
“어라?”
그런데 저 앞에 장원에서 자신을 내버려 두고 먼저 도착했던 송윤천이 다시 나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옆에는 이상하면서 수상한 놈을 하나 끼고서.
한 번 쓱, 훑어봤을 뿐인데 이상하고 수상한 건 어떻게 알았냐고?
풍전이 지난 세월 동안 무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경험한 바로, 검은 피풍의를 깊게 눌러쓰고 그 안에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탈을 썼던 작자들은 백이면 백 그랬으니까.
“장주, 어딜 가시오?”
“이 자와 함께 무림맹에 다녀오려고 하니 먼저 들어가 있어라.”
“뭐, 다녀오시오.”
송윤천의 옆에 있는 자의 행색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려져 있어서 상당히 수상했지만, 알아서 하리라 생각했다.
‘장주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옆에서 같이 다니다 보니 송윤천이란 존재는 이상한 요소가 너무나도 많아서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풍전은 관심을 끄고 마침내 장원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송윤천이 먼저 왔다 갔으니 자신을 격하게 반겨 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뭐지?”
마치 누군가에게 습격이라도 당한 것과 같은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부?”
월이 땅에 주저앉은 자세로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또 양옆에는 월을 챙기려 드는 마음씨 좋은 남궁연과 곽범이 있었다.
“모두 잘 지냈습니까? 막내 사제가 돌아왔습니다.”
“어? 사제 왔구나.”
남궁연이 풍전이 돌아온 걸 보고 반겨 주었지만, 여전히 월에게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풍전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월에게 다가갔다.
“사부, 왜 그러고 있소?”
마치 무서운 귀신이라도 본 듯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런데 괴력난신이 귀신을 본다고 놀라는 게 말이 되나?
설명이 필요한데 재촉해봐도 월에게서 답을 듣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사저,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게 사실은…….”
남궁연은 자신이 본 그대로 불청객이 등장한 순간부터 송윤천과 함께 장원을 떠난 순간까지 풍전에게 알려주었다.
“그런데 사제, 왜 안 놀라?”
남궁연은 풍전의 반응이 그리 격하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풍전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저, 제가 이번에 뭘 보고 왔는지 아십니까? 곤륜산맥에 수천 년 묵은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어 승천했습니다.”
“그걸 사제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왔다고?”
“그럼요. 승천하기 전에는 대화도 나눴다니까요.”
그런데 여기에 도깨비나 도깨비방망이가 더해진다고 해서 까무러치기라도 할까.
넋이 나간 월에게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여긴 남궁연과 곽범은 풍전을 따라 자리를 옮겼다.
“뱀이 이무기가 되고 이무기가 용이 된답니다. 그 이무기가 용 노사라는 분인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크고 길어요.”
이제는 거지 특유의 허풍을 가미하여 풍전의 대활약을 펼쳐놓을 시간.
가장 기대가 되는 남궁연의 반응은.
“어? 장주님, 벌써 오셨어요? 헌이도 왔구나. 맹주님도 같이 오셨네요.”
“풍전 사제!”
방해로 무산되고 말았다.
“응? 왜 이렇게 풀이 죽어 있어? 사부님이 뭐라고 한소리하셨나? 어라? 사부님은 더 그러신 거 같은데?”
그래도 퇴근하고 돌아온 남궁헌이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준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조금은 덜했다.
“석동이 너는 웬일이냐. 바쁘다고 먼저 가더니 밀린 일은 벌써 끝내고 온 거냐?”
풍전이 며칠 전 먼저 무한으로 향했던 마석동을 반겨 주었다.
“밀린 일이 끝나기는 무슨, 지금도 일하러 온 마당에……. 거지 너는 언제 도착한 거냐?”
“나도 방금 막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길래?”
풍전이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며칠 만에 다시 만난 마석동의 얼굴에 피로가 겹겹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얼마 전까지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화양연화를 추격할 때보다 무림맹에 가만히 앉아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게 더 곤욕스러울까.
진작에 제자에게 개방을 떠넘긴 풍전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 정확히는 모른다. 이제부터 제대로 알아봐야지.”
풍전과 마석동의 시선이 송윤천 옆에 서 있는 불청객에게 향했다.
그러자 탈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척중근이 길림성 특유의 거친 억양에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소개했다.
“백두산 산지기인 척중근이라 하오. 배신자들을 척살하고 도깨비방망이를 회수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척중근이 굳이 예의를 갖추는 까닭은 무림맹주라는 권위에 굴복한 게 아닌 그가 가진 권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깨비방망이? 도깨비가 가지고 있다는 그 보물? 그러면 이번에는 설마 도깨비를 잡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듯, 마석동의 시선이 풍전에게 향했다.
“후……, 나도 방금 들은 얘기다.”
풍전은 한숨을 내쉬며 남궁연이 자신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그대로 마석동에게 전해주었다.
‘이 자가 그 정도라고?’
마석동이 주목한 부분은 이 척중근이라는 젊은 사내가 월을 이겼다는 사실에 있었다.
사인검인지 뭔지 하는 특수한 무기의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
무기를 잡은 자가 형편없으면 그 어떤 보물이라도 빛을 내지 못하니 말이다.
그때, 곁에서 같이 듣고 있었던 남궁헌이 정리에 나섰다.
“합리적으로 추론하자면 이 백두산에서 중원 한복판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천재지변의 원인이 을사(乙巳)라는 조직과 도깨비방망이겠네요. 더 깊게 파고들면 길달이라는 도깨비가 근원이겠고요.”
다음으로 모두의 시선이 송윤천에게 향하며 그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화양연화를 상대하면서 깨달았겠지만, 소수정예를 상대할 때는 기다리면서 확실한 정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무림맹은 지금, 이 순간부터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까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소.”
송윤천이 마석동을 바라보자 그가 맹주로서 동의를 표했다.
“하오문과 흑점에는 내가 직접 일러두도록 하지. 우선 용모파기부터 분포해야 누구든지 찾을 수 있을 테니 척중근 너는 나를 따라와라.”
무작정 수상한 놈들 다섯 명을 찾으란 건 말이 되지 않으니 이쪽에서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셈이었다.
* * *
송윤천은 다시 척중근을 데리고 장원을 나섰다가 밤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괜히 바깥에서 소란 피우거나 하지 말고, 얌전히 머물고 있어라.”
송윤천은 객실 중 하나를 내어주었다.
사정이 있었다고 한들 월에게 했던 행동들을 떠올리면 어디서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일.
‘자고로 위험 요소는 최대한 가까이,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게 상책이니.’
게다가 혼자 중원을 돌아다닌다면 연락할 방도도, 찾을 방도도 없었다.
“고맙소.”
척중근 역시 송윤천의 걱정 어린 배려를 받아들인 모양인지 고개를 살짝 숙이고서 얌전히 비어 있는 객실으로 들어갔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백두산에서 이곳 호북성 무한까지 오는 길은 가깝지도 평탄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단순히 장거리를 이동한 게 아니라 추격에 나섰으니 당연히 심신에 피로가 잔뜩 쌓여 있을 터였다.
대하기 힘든 손님이 자리를 비우자 약간의 긴장감과 어색함이 감돌던 장원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장주님, 인사가 늦었죠. 잘 다녀오셨나요?”
그사이에 개운하게 목욕을 마친 남궁헌이 송윤천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그래, 헌이는 그 잠깐에도 자랐구나.”
“어? 정말요? 헤헤.”
남궁헌은 워낙 바쁘게 일하느라 자신도 알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뻐했다.
“거기 연이도 이리 와보거라.”
“네!”
송윤천이 할 말이 있다는 듯 남궁연을 불렀다.
“부르셨어요?”
그러자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한창 풍전의 허풍 섞인 무용담을 들어주고 있던 남궁연이 허겁지겁 앞으로 달려왔다.
“너희에게 줄 테니 이 자리에서 둘이 한번 잘 살펴보거라.”
송윤천이 남매에게 서책 한 권을 내어주었다.
서책의 정체는 무학사 제갈유의 시신에서 습득한 음양일원공.
“헷갈릴 수 있으니 해석에 앞서서 하나만 조언하마. 음양(陰陽)의 구분에 있어서 음기(陰氣)를 괴력난신으로서의 신력으로, 양기(陽氣)는 무인으로서 쌓은 무공으로 치환하면 될 게다.”
조언은 딱 그것뿐.
이제 나머지는 온전히 남매의 몫이었다.
남궁연과 함께 풍전의 무용담에 열렬히 맞장구를 쳐주던 곽범은 내심 섭섭한 눈치였다.
하지만 풍전이 음양일원공의 역사, 그러니까 아흔일곱 명이 도전해서 전원이 도중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기겁해서는 시선을 반대로 돌렸다.
남궁연과 남궁헌은 어느새 책 한 권을 두고 나란히 앉아서 무아지경에 빠진 듯 구절을 중얼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중얼거리는 입을 싹 다물더니 남궁연이 앞으로 손을 모으고 기를 발현하기 시작했다.
송윤천의 눈에는 한쪽에는 내공이, 다른 한쪽에는 신력이 흘러나오고 있음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우웅- 우웅- 우웅-
모인 양손에서 음기와 양기가 하나로 이어졌다.
예전 만통자가 밝힌 것처럼 남궁연은 역시 내공보다는 신력의 비중이 높아 보였다.
그리고 누나의 성과에 자극이라도 받은 것인지, 바로 옆에서도 같은 그림이 그려졌다.
남궁연과 비교하자면 부족한 무재(武才)이지만,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뛰어난 이해력으로 결과를 도출해낸 것이다.
“축하한다. 앞으로는 너희가 이 음양일원공의 주인이다.”
“와-!”
“사저, 사형. 축하드립니다-!”
“두 분 모두 축하합니다!”
곽범과 풍전은 진심으로 어린 사저와 사형의 진전을 축하해주었다.
이렇듯 기쁜 분위기에서 두 남매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내었을 무렵.
중원 어딘가에서도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