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사람도 그러하듯 괴력난신에도 선악(善惡)이 나뉘곤 한다.
도깨비 역시 마찬가지로 선한 도깨비가 있고 사악한 도깨비가 있다.
도깨비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거나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님에도 사람들의 인식이 그러하다.
실상 도깨비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건 바로 도깨비방망이에 대한 소문이 알게 모르게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간 탓이다.
금은보화를 얻어서 인생 역전을 이루어냈다더라.
못된 탐관오리를 혼쭐을 내주었다더라.
쫄쫄 굶주리다가 잔치를 열었다더라.
텅 빈 곳간이 가득 찼다더라.
이 소문들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도깨비방망이로 기적을 본 다음 반드시 이어져야만 하는 후일담은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보물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 딱 한 번만 사용하고 얌전히 도깨비에게 돌려줄까?
그런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은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으려 한다.
문제는 도깨비방망이가 애초에 평범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괴력난신의 신력이 깃든 보물이라는 점.
만약 평범한 사람이 오랜 시간 욕심을 부려 도깨비방망이를 가까이 둔다면 결과는 단 하나.
그 막대한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여 미쳐버리고 만다.
백두산 산지기로서 수십 년 넘게 도깨비 백두를 보필했었던 용완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미치지 않기 위한 유일한 대비책도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백일 밤낮에 걸쳐 잠들지 않고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
도깨비방망이는 정신이 가장 취약한, 그러니까 잠들어 있을 때를 노리기 때문이다.
만약 잠들지 않고서 백한 번째 날을 맞이할 수만 있다면 도깨비방망이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백두산에서 도깨비방망이를 탈취한 이후, 용완은 단 하루도 잠들지 않았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혹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잠이 들까 싶어서 앉거나 눕지도 않았다.
단 한 번도.
정말 참지 못할 지경이 닥쳐오면 허벅지 따위를 찔러 고통을 주며 선 채로 잠시나마 이렇게 운기조식에 몰입하는 게 전부…….
짜악-!
입술이 찢겨나가고 뺨이 부어오르는 거센 통증에 감겨 있던 용완의 눈이 번쩍 떠졌다.
“용완! 이보게-! 용완! 용완-! 정신 차리게나!”
세상 그 무엇보다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리자 흐린 시야 너머로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택근.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을사오웅(乙巳五雄) 중 한 명이었다.
용완이 미친 듯이 쏟아지는 잠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거칠게 흔들어댔다.
“자네가 너그러이 이해하게. 운기조식에 들어선다길래 혹시 몰라 지켜보고 있었는데 목이 꺾일 정도로 고개를 꾸벅거리더군.”
택근이 장황하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을사니, 을사오웅이니 하면서 다섯이 나란히 뜻을 모았지만, 백두산에서 용완이 도깨비방망이를 쥔 이후 자연스럽게 그가 무리를 이끌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찮네.”
“잠은 좀 깼나?”
“자네 덕분에. 고맙네.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니 언제라도 깨워주게나.”
용완이 온통 나무뿐인 주변 숲을 돌아보며 답했다.
“이 친구야, 오히려 우리가 고마우니 그런 말은 하지 말게나.”
택근이 용완의 어깨를 두드리려 손을 뻗다가 멈칫하며 회수했다.
이 동작에서 자연스럽게 누가 위고 아래인지 다시 한번 드러났다.
“다른 세 친구는 뭘 하고 있나?”
“저쪽에 있는데 용완 자네도 한 번 보겠나?”
“좋지, 같이 감세.”
택근이 마침 잘됐다는 듯 용완과 함께 숲속 더 깊이 걸어 들어갔다.
그들이 잠시 몸을 숨기고 있는 이곳은 산동성 제남 인근의 어느 숲.
인적을 찾아볼 수 없어서 뭐든 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아, 저기일세.”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니 고통에 찬 신음이 귀를 찔러 온다.
작은 공터에서는 그들과 함께 행동하는 이용, 박제, 현중이 각기 한 명씩 맡아 고문하고 있었다.
하나는 하북팽가에서 자신이 태상가주, 무슨 맹호니, 뭐니 하는 늙은이의 친동생이라는 늙은이.
다른 하나는 황보세가의 총관.
마지막 하나는 무림맹 어느 지부의 지부장.
그런데 이미 셋 중 둘은 여기저기 훼손된 흔적이 가득한 채로 싸늘한 시체가 되어버렸다.
용완의 시선이 이용과 박제에게 향했다.
둘이 변명하듯 말했다.
“팽, 뭐시기라는 늙은이가 목소리가 너무 크길래 거슬려서 그만……. 손을 살짝 댔을 뿐인데 이렇게 쉽게 죽을 줄은 정말 몰랐네.”
“여기 황보세가의 총관이라는 녀석은 점혈을 풀자마자 입안에 숨겨 두었던 독단을 깨물고 자살하더군. 내가 부주의했네.”
마지막으로는 유일하게 숨이 멀쩡하게 붙어있는 무림맹의 모 지부장.
그 앞에 서 있는 현중이 말했다.
“나는 둘 중에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 지켜보고 있었네만.”
“내가 이어서 하지. 자네는 뒤로 물러나게.”
용완이 흥분하여 혀를 할짝거리는 현중을 물리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허리를 조금 숙여서 지부장이라는 자와 정면에 서서 시선을 마주쳤다.
“반갑소. 무림맹에서 대단하신 분이라고 들었네만.”
불안감이 가득한 지부장의 시선이 계속해서 상하좌우로 멈추지 않고 움직여댔다.
현재 용완은 원치 않은 불면증이 두 달가량 이어짐에 따라 안색은 창백했으나 반면에 눈가는 더없이 검게 물든 모습.
그의 시선에는 오로지 피로만이 담겨 있어 마주 보는 상대에게 쉽게 이겨낼 수 없는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었다.
용완은 입을 다문 채 공포에 질린 상대를 유심이 바라보다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살고 싶나?”
“예?”
“살고 싶냐고 물었다.”
“예! 예! 살고, 살고 싶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신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아니 무슨 일이든지 하겠습니다.”
지부장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숨을 구걸했다.
가능하다면 발을 핥기라도 할 듯.
죽음에 몰린 상황에서 끝까지 반항한 하북팽가의 노인이나 자결을 선택한 황보세가의 총관이 정상이고 지부장이 비정상인 건 아니었다.
그저 앞서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한 둘이 너무나도 대단한 것뿐이며, 지부장은 지극히 평범하며 자신의 목숨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다수 중 한 명일 뿐.
용완 역시 적극적으로 목숨을 구걸하고 드는 지부장이 어떤 인간인지 금방 파악한 모양이었다.
“너를 죽이고 살리는 건 우리에게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너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겠지. 안 그런가?”
“무, 물론입니다!”
“좋다, 우리가 너를 살려주는 대가로 알고자 하는 건 딱 하나다.”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송윤천.”
“……?”
“송윤천을 찾고 있다.”
용완이 두 번이나 밝혔음에도 지부장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만, 어디의 누구인지는 모르십니까? 자리 잡은 지역 아니면 소속된 세력. 무엇이든 좋습니다.”
“우리가 그걸 알고 있다면 지금 너를 죽이지 않을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명확한 사실에 지부장이 입을 싹 다물었다.
“현중.”
용완이 여전히 지부장과 시선을 마주한 상태로 옆으로 물러나 있었던 현중을 불렀다.
“음? 왜 부르나?”
“옆에서 이 녀석을 잘 감시하다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면 즉시 죽이고 돌아오게나.”
“그리하지.”
현중은 당장 죽이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삼일, 지금부터 정확히 삼일의 시간을 주겠다.”
지부장은 그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부리나케 숲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는 용완의 말에 따라서 현중이 달라붙었다.
혹시 모를 추격에 대비하여 남은 둘이 시체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워버리는 사이.
택근이 옆으로 다가와 용완에게 물었다.
“용완, 그 송윤천이라는 자가 대체 누구길래 그렇게 열심히 찾으려는 건가?”
“무어라 설명하면 좋을까……. 그래, 그는 일종의 변곡점(變曲點)일세.”
“변곡점이라니?”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표현을 사용할까.
바로 이어져 나오는 택근의 질문에 잠시 멍한 상태로 고민하던 용완이 답을 내렸다.
“내가, 아니 우리가 모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에 닿을 수 있는 변곡점 말일세.”
저도 모르게 꽉 쥐어진 용완의 손아귀에는 도깨비방망이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절대 놓치거나 남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
이 모습을 지켜본 택근의 안색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자신 그리고 동료들이 알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용완, 그 도깨비방망이는 우리가 길달 님께 바쳐야 하는 물건이지 않은가.”
그들 다섯 명이 이런 신세가 된 것도 모두 다 도깨비 길달의 유혹 탓이었다.
도깨비방망이를 훔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또 이들이 비좁은 삼한 땅에서 바로 사로잡히지 않고 무사히 중원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마저도 모두 길달의 소행.
심지어 길달은 자신들이 삼한 땅의 지배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며 누누이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와 길달을 배신하겠다고?
“용완, 자네 설마……!”
택근은 어째서 용완이 중원에서 필요 이상으로 도깨비방망이를 사용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단지 길달에게 넘기기 전에 그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려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길달에게 건네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셈이다.
“용완, 침착하게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게. 길달 님이 앞서 우리에게 경고도 하지 않았던가. 만약 약속을 어길 시에는……!”
“우리를 죽이고 도깨비방망이를 회수할 때까지 살수를 보내겠다고 했었지.”
그것도 보통 살수가 아닌, 왜국에서 가장 강력한 살수 집단으로, 그 악명이 천하에 자자한 신풍회(神風會)였다.
길달의 후원을 받아 을사라는 조직이 만들어진 뒤.
택근은 처음으로 용완의 의견을 반대하고 또 설득하려 들었다.
하지만 용완의 발언에 택근 역시 입을 다물게 되었다.
“길달에게 이 도깨비방망이를 순순히 넘겨준다면. 그다음은?”
“다음?”
“그래, 다음.”
“다음은……. 우리가 삼한의 지배자가 되게 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봐, 택근. 정신 차리게나. 우리 다섯 명이서 고작 그 작은 반도를 나눠 먹고 거기서 끝내겠다는 셈인가?”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넣고 이 보물이 가진 권능에 가까운 능력을 엿보기 전에는 용완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배신 대신 삼한 땅의 왕이 되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그런데 아니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며 이 보물의 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욕심이 끝없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여길 보게. 우리가 백두산을 벗어나 도달한 이 끝을 모를 정도로 넓고 풍요로운 중원을 말일세.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삼한은 물론 중원, 나아가서 만천하의 주인이 될 수도 있을진대-!”
여기까지 와서 고작 다섯 명 중 하나인 왕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하늘의 아들, 천자(天子)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용완이 가진 이 미친 듯한 포부는 동료를 유혹하기에 넘치고도 남았다.
어느새 욕심이 전염되어 용완의 의견으로 마음이 완전히 기울어 버린 택근이 물었다.
“그런데 그 송윤천이라는 자는 뭘 하는 작자이길래 자네가 그렇게 찾으려고 하는 건가?”
“송윤천, 그자는…….”
용완이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돌아가고 싶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과거를.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