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으으음-.”
남궁연이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창을 열자 상쾌하다 못해 차가운 새벽녘의 공기가 그녀를 반겨주었다.
고작 두 시진에서 세 시진을 자다가 일어났을 뿐인데도 조금의 피로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도 너무 좋아.”
송윤천을 만난 이후.
그리고 무공을 접한 이후.
남궁연에게는 하루하루가 언제나 좋은 날이었다.
‘빨리 해야지.’
요즘 그녀의 관심사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음양일원공이라고 답할 테다.
외출했다 돌아온 송윤천이 챙겨준, 이 정체불명의 무공은 정말 재밌어서 한 번 집중하면 몇 시진이 훅하고 지나가 버릴 정도였다.
밖으로 나서자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사제인가?’
장원의 하루를 시작하는 건 언제나 그녀가 아니면 곽범이었다.
‘그나저나 사제가 요즘에 좀 예민해진 것 같은데.’
수련을 겸하여 빗자루질을 열심히 하는 곽범은 조금씩 성격이 바뀌고 있었다.
바닥에 작은 조약돌 하나라도 보이면 몸속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나 뭐라나.
‘그런 증상이 결벽증이라던데.’
덕분에 장원은 언제나 청결한 상태이지만, 한편으로는 곽범의 정신건강이 걱정되기도 했다.
“곽 사제? 오늘도 가장 먼저…….”
멀리 뒤에서 다가선 남궁연이 상대를 부르다가 입을 다물었다.
저런 기세와 움직임은 절대 곽범이 아니었기 때문.
‘사부님?’
장원의 아침을 연 이는 바로 월이었다.
저벅저벅 걷는 소리가 들렸음에도 월은 하던 동작을 이어나갔다.
일부러 못 들은 척하는 게 아니라 무아지경에 빠져들어서 주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
‘물러나자.’
자칫하다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에 남궁연이 뒤로 물러나며 수련에 열중하는 월과 거리를 벌렸다.
‘사부님, 진심이셨구나.’
요 며칠.
정확히는 월이 불청객으로 등장했던 척중근에게 된통 당했던 날 이후.
월은 다른 사람… 아니, 다른 괴력난신이 된 것만 같았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는데.’
물론 월도 지난 몇 년에 걸쳐 풍전에게 따라잡힐 수는 없다면서 뭔가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함께 지내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 입장에서 그걸 꾸준하다거나 열정이 넘친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하나 같이 입을 모아서 월이 불타는 모습도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벌써 닷새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분위기 자체가 바뀐 것도 같네.’
만약, 자신이나 동생 남궁헌이 지금 월의 모습을 처음 마주한 날 보았다면 지금처럼 살갑게 지내지는 못했을 터다.
‘이렇게 지켜 보고 있으니, 무서울 지경이네’
하지만 제자가 된 입장에서 스승을 쉽게 말릴 수도 없었다.
왜 이러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그 아저씨가 노안(老顔)이기는 해.’
척중근이 그 얼굴에 그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서 자신의 나이가 올해 서른하나라고 밝혔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월은 자신의 십분의 일도 살지 않은 인간에게 졌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래도 걱정은 되니까 장주님한테 한 번 여쭤보기는 할까…….”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지는 몰라도 물어보거라.”
“헉-! 자, 장주님.”
놀란 남궁연이 말을 더듬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송윤천이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장주님,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 연아. 그런데 질문이 뭐였지?”
남궁연의 인사를 받아준 송윤천이 말을 이어갔다.
“아, 그게요. 사부님이 뭔가 굉장히 날카롭게 변한 것 같아서요. 마치…….”
남궁연이 월이 보여주는 모습에 어울리는 표현을 떠올리려고 머뭇거리자 송윤천이 대신해주었다.
“마치 먹잇감의 목줄을 노리며 달려드는 맹수와 같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로구나.”
“네! 딱 그 표현이에요.”
남궁연은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부님은 괜찮은 건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주화입마에 빠진다거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단다.”
“네? 어째서요?”
괴력난신이라고 해서 주화입마를 피해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무인이 축적하는 내공보다 괴력난신의 신력이 위험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으니까.
“너희야 같이 지낸 지가 고작 몇 년이니 모르겠지만, 지금 저 모습이 월의 옛 모습이란다.”
“저, 저 모습이요?”
남궁연이 평소 자신이 알던 월을 떠올렸다.
흔히 백수라 하여 놀고먹고 자는 게 일상인 게 바로 월이지 않았던가.
그야말로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몰랐는데 월 사부도 굉장히 많이 바뀐 거였네요.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그럼, 얼마든지 하려무나.”
“장주님이 음양일원공을 저 혼자 완성해 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었지.”
“그런데 며칠째 혼자 고심하다 보니 뭐랄까……, 앞서나가는지, 뒤로 물러나는 건지 구별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요.”
조심스럽게 질문을 마친 남궁연이 정말 모르겠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송윤천이 그 모습을 보고 기특해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며 답했다.
“대상의 본질을 살피는 과정을 관조(觀照)라고 한다.”
“관조요?”
“그래, 내공과 신력. 그 중심은 어디인지, 또 어떻게 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지금과 같이 스스로 고민해 나아가는 과정 역시 마지막에 나올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단다.”
답을 알려주면 당장이야 서로가 편할 테다.
하지만 분명히 결과만 알아서는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송윤천이 생각하기에 음양일원공은 바로 그런 부류 중 하나였다.
“세상 그 누가 옆에 붙어 도와줘도 결국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일이란다.”
“감사합니다! 헌이에게도 전해줘도 되겠죠?”
“하하, 누가 남매 아니랄까 봐, 헌이는 이미 어젯밤에 연이 너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단다. 당연히 같은 답을 얻었고.”
송윤천은 남궁연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장주, 좋은 아침이오.”
“좋은 아침입니다. 장주님.”
“그래, 다들 좋은 아침이다.”
송윤천이 남궁연의 질문을 받아주는 사이에 잠에서 깬 곽범과 풍전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직 한 명이 더 남아 있기는 했다.
‘어차피 다 드러나는 마당에 혼자 멀리도 갔네.’
장원을 나선 송윤천의 걸음이 멀리 들판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잠시 손님으로 머무는 척중근이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을 등진 채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첫날 지쳐 쓰러져서 죽은 듯이 잠들었다가 깨어난 이후로는 검을 놓지 않더니만.’
잠시라도 고뇌에서 벗어나기 위함인지 검에 몰두한 모습에서는 월 못지않은 살벌한 기세가 느껴졌다.
송윤천은 들판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걸터앉아 연초 한 대를 꺼내 문 채로 척중근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에도 군더더기가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동시에 빠른 움직임을 유지하며 급소를 파고드는 공격은 강하게 끊어지고.’
소수보다는 다수를 상대하기 위한, 즉 다대일의 상황이 빈번한 전장에서 그 어떤 검법보다 뛰어난 활약이 기대되는 검법이었다.
‘세상만사는 역시 모를 일투성이로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산지기로서 살아가는 자의 검의 실체가 저럴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뭐랄까.’
현재 중원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검은 크게 세 갈래로 분류된다.
‘화산파의 매화 그리고 무당파의 태극 마지막으로 남궁세가의 창천.’
그중 창천을 제외한 둘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송윤천과 인연이 닿아 있었다.
물론, 남궁세가 역시 시간을 조금 앞으로 되돌린다면 나름 굵직굵직한 일이 있었지만.
‘그 세 가지 검법에 밀리지 않는 검법.’
척중근이라는 존재 자체의 강함을 떠나서 이미 검법 자체가 완성의 경지에 올라섰다.
‘삼백 년? 대충 그쯤 되었으려나.’
송윤천 역시 과거 삼한 땅을 몇 차례나 방문했었던 만큼, 어렴풋이 기억 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검법이었다.
“언제 와계셨소?”
어느새 착검한 척중근이 송윤천에게 다가왔다.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조금 전에 막.”
송윤천이 아직 다 타들어 가지 않은 연초를 보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척(拓) 씨라고 해서 긴가민가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기억이 나더군. 곡산척가 그리고 곡산검.”
“……!”
줄곧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던 척중근이 송윤천의 말을 듣더니 저도 모르게 한쪽 눈썹을 살짝 움직였다.
“둘 다 맞소. 어디서 어떻게 알아내었소?”
사실이었기에 척중근은 굳이 부정하려 들지 않았다.
“옛날에 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았지. 아, 물론 지금과는 형태가 조금 다르더군. 전장이었기에 말 올라타 더 기다란 검으로 펼쳤던 거로 기억하거든.”
“……척준경 장군. 가문으로 본다면 내 선조가 되는 분이며 무공으로 보면 곡산검법의 종사시오.”
“호오, 그 검법은 백두산 산지기가 되기 전에 익힌 모양이군.”
“맞소. 곡산척가의 일원으로 나 또한 어릴 적 익혔소. 스승을 만나 ‘검’ 그 자체를 배우며 더욱 발전할 수 있었고.”
“그랬군. 그나저나 척준경이라…….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아무튼, 여러모로 대단한 검법이다. 지금까지 천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과거에는 고려라는 나라를 지키는 검이었소. 그리고 고려가 망한 뒤로 지금은 백두산과 삼한 땅을 지키는 검이오.”
“대단한 검법에 걸맞은 재능이로구나. 이제 막 서른 살을 넘었다고 들었는데.”
“……과찬이시오.”
절대적 강자인 송윤천의 칭찬을 듣고 있기가 부끄럽다는 듯 척중근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찾고 있는 자를 만나면 어쩔 텐가. 그 대단한 검으로 베어낼 각오는 되었나?”
“각오가 서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게요.”
자신을 산지기로 키워낸 스승 용완.
그가 발전시킨 곡산검으로 그를 처단하고 도깨비방망이를 회수해서 백두산으로 돌아가기까지가 척중근의 목적이었다.
“좋은 각오다. 그리고……, 뭔가 신호가 온 것 같군.”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멀리서부터 유난히 크게 보이는 거구가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무림맹주 마석동.
자주 장원에 들리고는 했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는 처음이었다.
과연 어떤 소식을 들고 왔길래 이런 새벽에 직접 왔을까.
“송 장주! 여기 있었구먼.”
“그래, 뭔가 새로 알아낸 모양인데?”
“정답일세. 와룡당주가 직접 예측하기로 마지막으로 산동성 제남 부근에서 나타난 천재지변이 남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군.”
“하북에서는 하북팽가, 산동에서는 황보세가 그리고 남쪽으로 내려간다면…….”
분명히 또 어딘가에 도깨비방망이를 이용하려는 목적일 테다.
그러니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이동할 터.
“안휘성일세.”
그리고 안휘성에는 무림을 떠나서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가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남궁세가에 나타나겠네.”
“우리도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여기로 왔다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뭔데 그러나?”
가장 중요한 주제를 말하느라고 깜빡 잊은 게 있었다는 듯 마석동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것도 산동성에서 온 제보인데 바닷가에서 왜선(倭船)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선단 수십 척이 나타났다가 떠났다더군.”
“정체불명의 무리라는 놈들이 그냥 왔다가 갔다고 하나?”
“왜구 놈들이 그럴 리가 있나. 그런데 누가 얼마나 내렸으며 또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일세.”
이번에는 송윤천이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서 묵묵히 듣고만 있던 척중근에게 물었다.
“들었지? 누구일 것 같나?”
“길달과 그를 따르는 무리가 아니겠소.”
“내 생각도 그러하다.”
송윤천이 척중근의 예상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완, 택근, 이용, 박제, 현중.
도깨비방망이로 천하를 평정하려는 을사(乙巳).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넣으려는 도깨비 길달.
그리고 길달의 명령에 따라 바다들 건너온 살수 집단 신풍회.
마지막으로 배신자를 처단하며 도깨비방망이를 제자리로 돌려놓으려는 척중근과 송윤천 그리고 그의 동료들.
이 판의 주인공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