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기 전.
용완은 남궁세가를 쭉 훑었다.
명문가로 권세가 드높아 아흔아홉 칸에 달했던 자신의 본가가 개집처럼 작아 보일 정도.
하지만 그 웅장함도 오늘부로 종말을 맞이했다.
바로 자신이 휘두른 도깨비방망이로 인해.
바스락.
몇 걸음 걷다 소리가 들려 고개를 숙이니 발아래에 무너진 전각의 잔해와 함께 조각난 거울이 흩어져 있었다.
깨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던 젊은 날과 같았다.
용완은 흡족한 표정으로 마저 걸음을 옮겼다.
전신에 끓어 넘치는 힘 역시 전성기의 몇 배에 달했다.
도깨비 백두를 배신하고 백두산을 떠나던 날, 죽음을 앞두었던 늙은 산지기 용완은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자신감이 샘솟았다.
‘그러니 어서 내 앞에 나타나거라.’
이제는 감히 자신을 꼬드겨서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넣으려 했던 괘씸한 도깨비 길달마저도 가소롭게 여겨질 정도.
백두산에 처박혀 있을 때 이따금 들려오던 위대한 중원 무림 역시 너무나도 싱거워 보였다.
“용완.”
“나도 봤네.”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용완이 고개를 돌리니 저기 앞에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인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급박하게 돌아갔던 터라 정확히 누구였는지 떠오르지 않아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래, 기억났다.
“하북에서 혼자 도망쳤던 그놈이로구나.”
저놈이 그 유명하다는 구성(九星)의 맹호라 하였지.
제법 강했다만, 마지막 순간에 자신에게 손가락 몇 개를 잃고 도망쳐버렸다.
그런데 함께 나타난 녀석들은 또 누구일까.
나이도, 얼굴도, 복장도, 심지어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마저도 똑같아 보이는 녀석 둘이 함께 서 있었다.
“저놈들. 저놈들일세. 조심하게.”
맹호 팽무석이 개중 윤기가 흐르는 흑발에 귀밑머리만이 희끗희끗하게 물든 사내에게 경고했다.
용완과 사내 사이에 이렇다 할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용완은 어서 여기를 처리하고 떠나고 싶고.
사내는 가문을 불지옥으로 몰아넣은 적의 목숨을 끊어놓고 싶을 뿐이었으니.
“둘은 뒤로 물러서라.”
용완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사내가 그렇게 말하고는 검을 잡았다.
단순하게 상대를 향해서 검을 겨눴을 뿐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
푸르른 하늘이 적을 뒤덮었다.
제왕검형(帝王劍形).
하늘 아래에는 사내의 손에 쥐어진 검과 같은 거대한 검 형상이 자라났다.
창천검성 남궁겸을 무림의 정점으로 인도한 무공이 적을 겨누기 시작했다.
“그대가 창천이로군.”
용완이 상대의 정체를 파악했다.
쐐애애애애-
남궁겸이 검을 내리그었다.
그와 동시에 제왕검형이 사라졌다고 착각할 만큼 빠른 속도로 내려앉아 적을 세로로 양분하려 들었다.
천하를 통틀어서 이 간단한 일격을 감당할 수 있는 상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쿠웅-
그러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제왕검형이 용완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의외의 결과라는 듯 남궁겸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찬가지로 제왕검형과 검을 맞대고 있는 용완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전해 듣기로 내 손에 나가떨어진 맹호와 창천은 동등한 수준이라고 평가받던데.’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고작 일격을 교환했음에도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알 수 있었다.
‘아직도 대단한 놈들이 남아 있었구나.’
문득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목표인 송윤천에게 닿기 전에 필요 없는 것들은 모두 쓸어버리리라.
‘그러니 어서 죽어라.’
용완의 검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두산 산지기로서 살아온 용완에게 남은 유일무이한 흔적.
백두산 폭포에서 폭포수를 거슬러 오르는 용의 움직임에 영감을 받아 창안되었다는 비룡검법.
―――!
하늘에서 모든 적을 내리누르는 검과 하늘로 승천하려는 검이 만났다.
사방으로 퍼지는 충격의 파동에 남궁세가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었던 거센 화마(火魔)마저 멎어 들었다.
중원에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를 만난 용완이 이를 악물었다.
지금껏 용완이 도깨비방망이로 받아들인 신묘한 기운이 주인의 감정을 따라 거칠게 요동치다가 검으로 승화되었다.
쿠우우웅-!
제왕검형 역시 더욱 거칠어진 상대에 맞서 물러나지 않았다.
남궁세가를 벗어나 사방으로 뻗어 나간 도깨비방망이의 흔적은 궤를 달리하기 때문에 사람은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라면 놓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
근처에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셋이나 있었다.
“장주님, 벌써 시작한 것 같은데요.”
“그래. 나도 확인했다.”
도깨비방망이를 막으려는 송윤천과 월이 그중 둘이었고.
“은혜도 모르는 배신자들이 여기 모여 있었구나.”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넣으려는 도깨비 길달이 남은 하나였다.
세 명의 괴력난신이 더욱 속도를 내어 격전지(激戰地)인 남궁세가로 향했다.
정신 없이 두 자루 검이 어울리는 사이.
누군가 다 무너진 담벽을 뛰어넘어 부서지고 타버린 잔해 위에 안착했다.
또한, 그 뒤로 왜국의 ‘오니’를 본떠 만든 붉은색 가면을 눌러쓴 무리가 하나둘 나타났다.
그 수가 수백, 아니 수천은 족히 넘을듯했다.
그들은 말없이 잔해만 남은 남궁세가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만든 채,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을사는 죽이고 도깨비방망이는 내게 가져와라.”
명령이 하달되자마자 조금씩 포위망이 좁혀져 갔다.
도깨비 길달이 그 뒤를 따랐다.
제왕검형과 비룡검은 주변이 포위됨에 따라 멈춰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달이 바라 마던 대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용완.”
익숙한 목소리가 자신을 부름에 용완이 시선을 돌렸다.
용완이 비릿한 표정으로 그를 부르려는 순간.
“길달.”
누군가 길달을 불렀다.
이번에는 길달과 용완의 시선이 같은 곳을 향했다.
“오랜만이로구나.”
상대의 정체를 확인한 길달이 용완과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뗐다.
“송윤천.”
그 말을 들은 용완이 송윤천을 달리 보았다.
저 평범해 보이는 사내가 도깨비 백두가 그렇게 칭찬하던 존재라니.
길달이 아니었다면 의심부터 하고 들었을 터였다.
‘둘 다 이렇게 만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지만.’
하늘은 아직 그를 버리지 않았다.
‘모두를 벌해다오. 그리고 내게 무한한 힘을 다오.’
용완이 염원을 담아서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다.
뚝딱-
조금 전에 주변의 자연지기를 모조리 흡수하여 지진과 화마를 불러일으켰던 방망이가 용완의 염원을 실현했다.
쿠구구구-
구름 한 점 없었던 맑은 하늘에 짙은 먹구름이 가득 차더니 거칠게 요동치며 굵직한 벼락을 마구 내리꽂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시에 용완은 도깨비방망이를 통해 자신에게 힘이 흘러들어오고 있음을 느꼈다.
‘더. 더. 더-!’
용완이 힘을 받아드리는 순간 조금이나마 주변에 대한 경계가 흐트러졌고.
“잡았다.”
덥썩-
도깨비 길달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접근하여 도깨비방망이의 뭉뚝한 끝부분을 움켜쥔 채 힘을 주어 당겼다.
감히 사람이 도깨비의 괴력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끝까지 귀찮게 만들었구나.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그러나 도깨비방망이는 끄덕하지 않았다.
어떤 손아귀가 도깨비방망이의 가운데 부분을 잡아버렸던 탓이다.
“송윤천.”
길달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옴에 조금 전까지 용완과 대척하던 창천 남궁겸과 가주 남궁철의 시선이 송윤천에게 향했다.
그들에게는 더없이 익숙하며 중요한 이름이었기 때문.
마찬가지로 길달과 용완의 시선 또한 자신들을 가로막는 존재에게 몰렸다.
송윤천은 용완을 무시한 채 고개를 완전히 돌려 길달과 시선을 마주했다.
“내가 네놈의 방망이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억하고 있나?”
송윤천이 방망이를 쥐고 있는 손아귀를 통해 신력을 불어넣었다.
“안돼-! 멈춰!”
“그만!”
양쪽을 잡고 있던 길달과 용완이 송윤천의 의도를 눈치채고 기겁하며 소리쳤다.
남에게 내주기도 싫었고, 잃는 것도 싫었다.
하여 그들은 제 것으로 생각하는 도깨비방망이를 사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콰드득-
송윤천이 잡고 있었던 중심 부근이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양쪽으로 짧게 조각나버린 도깨비방망이가 각각 길달과 용완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다.
둘은 자신의 손에 남은 방망이를 바라보았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용완과 다르게 한 번 당했던 길달은 곧바로 송윤천을 향해 강한 살기를 뿜어댔다.
송윤천을 향해 휘둘러지는 짧은 방망이 역시 거침이 없었다.
그는 도깨비 길달.
사람에 불과한 용완과는 태생이 다른 존재.
도깨비방망이는 도깨비를 위해 존재하며 마찬가지로 도깨비는 도깨비방망이를 위해 존재한다.
뚝딱-
송윤천을 죽이고 싶다는 길달의 강한 염원이 방망이로 승화되었다.
동시에 맞은편에서도 자루만 남은 방망이가 휘둘러졌다.
뒤늦게 상황을 깨우친 용완이 길달에게 송윤천을 내어줄 수 없다는 듯 짧아진 방망이에 염원을 담은 것이다.
한쪽에서는 송윤천을 죽이고 싶다는 염원이.
반대편에서는 송윤천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염원이 송윤천을 향해 쏟아졌다.
송윤천에 의해 부서지고 둘로 나뉘었지만, 하나였던 도깨비방망이는 동시에 빌어진 두 가지 염원을 하나로 해석했다.
이에 마치 피를 빨아먹는 모기처럼.
송윤천의 끝을 모르는 신력이 방망이로 빨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흘러들어오는 막대한 기운에 길달과 용완의 머리가 찌릿하게 울려댔다.
실시간으로 자신이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
눈을 몇 번 깜빡이면 그 강함이 달라져 있는 수준.
상황이 이러하니 양쪽에서는 웃상을 하고 송윤천은 울상을 지어야 했으나.
“자충수를 두는구나.”
상황을 정확하게 파고든 송윤천은 미소를 지었다.
자연지기를 흡수하여 힘을 발휘하는 물건의 균형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
‘균형이 깨져버렸으니 조절이 될 리가 있나.’
송윤천은 과거 도깨비 백두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졌기에 그에 따른 답을 알고 있었다.
균형이 깨진 도깨비방망이는 끝을 모르고 힘을 갈구하게 된다.
이건 방망이를 잡은 대상 역시 마찬가지.
그나마 도깨비 길달은 자신의 방망이를 잃었을 뿐, 태생이 강력한 괴력난신이었으니 조금이라도 감당이 되었다지만…….
“크아아아악-!”
사람에 불과한 용완은 경우가 달랐다.
송윤천의 신력을 흡수하던 방망이는 그 막대한 신력을 그대로 용완에게 전달해주었다.
손잡이를 쥔 손이 기괴하게 휜 채로 방망이에 착 달라 붙어버렸다.
또한, 손등 위에 굵게 돋아난 핏줄이 꿀렁거렸다.
망망대해를 호수에 담으려는 것처럼.
방망이를 거친 송윤천의 신력이 끝없이 용완에게 흘러들어왔다.
이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며 넘쳐 흐르는 신력에 전신 혈도가 확장되었다.
차고 넘치는 신력을 감당하지 못한 단전이 넓어졌다.
용완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내부가 완전히 변해감을 직감했다.
그리고 곧 내부의 변화는 외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뿌드드득-
뼈와 근육이 뒤틀리고 자라나는 기괴한 소음.
머리카락 역시 덥수룩하게 자라났다.
이마에는 어느새 맞은 편에 있는 길달에 버금가는 흉측한 뿔 두 개가 짝으로 자라났다.
정신은 사람이되 사람이 아니며.
신체는 도깨비이되 도깨비도 아닌.
그러나 송윤천을 닮은 강함을 자랑하는 무언가.
그게 바로 지금의 용완.
도깨비방망이는 용완의 소원을 다른 방향으로 이뤄주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