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1
11화
“허억……, 허억…….”
타다다닥-
남궁헌은 당장이라도 숨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그럼에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자신이 멈추는 순간, 자신을 위해 희생한 누나의 목숨마저 위태로워질 테니까.
빠악-!
“이 자식아! 앞 똑바로 보고 다녀!”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그러다가 앞서가던 사내의 등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치고 코가 터져 피를 줄줄 흘리기도 했고.
행인들 사이에서 갑자기 나타난 방해물에 걸음이 꼬인 탓에 넘어져 발이 짓밟히기도 했다.
하지만 소매를 들어 흐르는 피를 닦아낼 틈조차 부족한 마당.
남궁헌의 의지가 당장 밀려오는 고통을 지배했다.
‘더 빠르게 가야 해.’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아주 조금만 더.
그러면 저기 있는 사부가 어떻게든 누나를 도와줄 터였다.
평소에는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분명 월은 자신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자였으니 말이다.
살면서 그렇게 강하고 빠른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남궁헌의 생각은 거기서 끊겼다.
이제는 너무나도 힘들어서 더는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조금만 더 달리면 심장이 펑 하고 터질 것만 같을 무렵.
마치 신력이 마구 찢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 고통마저 꾹 억누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타악-!
마침내 한성객잔으로 뛰쳐 들어가는 데에 성공했다.
“월 사부!”
그리고 상 위에 국밥 한 그릇과 두툼하게 썬 수육을 앞두고 술을 음미하던 월과 남궁헌의 시선이 맞닿았다.
“응? 무슨 일이냐?”
월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다.
간식을 사러 나선 녀석이 하나는 어디 갔는지 홀로 죽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났으니 말이다.
허리를 바짝 숙이고 가래가 섞인 침을 질질 흘려대고 있었다.
슬쩍 살펴보니 남궁헌이 이제는 가래에 피까지 섞인 침을 마구 토해내고 있었다.
‘쯧, 아직 제대로 기운도 조절 못 하는 놈이 저렇게 무리를 하면 …….’
여기서 이렇게 내버려 두다가는 주화입마가 닥쳐 폐인이 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신력은 시전자에게 강한 힘을 가져다주는 만큼 위험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월이 남궁헌의 혈을 빠르게 집어주자 그제야 폭주하던 신력이 가라앉았다.
“누, 누나. 도와……, 주세요.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케엑. 켁.”
다소 진정된 남궁헌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힘들게 손가락을 들어 누나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나갔다.
“무슨 말인지 알아먹었으니 그만하고 진정해라.”
굳이 말을 더 듣지 않아도 누구나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음을 짐작할 수 있을 터였다.
타앗-
월은 대충 사건의 전모(全貌)를 파악했다는 듯 수혈을 짚어 남궁헌을 잠들게 하고는 객잔을 나섰다.
그런데 마침, 남궁헌을 쫓아온 흑룡방의 흑도 하나가 입구로 들어섰고…….
“후, 이 애새끼가 여기 누워있었군.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진작에 잡힐 것이지.”
가쁜 숨을 고르면서 터벅터벅 접근해오던 놈을 월이 막아섰다.
“거기 멍청하게 생긴 녀석, 혹시 이 녀석을 잡으러 왔냐?”
“꺼져라, 흑룡방의 일이다. 네 놈도 얽히기 싫으면 얌전히…….”
짜악-!
끝까지 참아 보려 했지만, 뻔한 개소리에 듣다 못 한 월이 놈의 뺨을 후려갈겨 단번에 기절시키고 말았다.
일수에 나가떨어진 흑룡방도는 뺨이 빨갛다 못해 거무죽죽하게 부어올랐다.
주변 바닥에는 원래 자리를 탈출한 누런 이빨 너덧 개가 피와 함께 흩뿌려졌다.
“에잇, 더럽게……, 그나저나 흑룡방이라고? 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들인지는 몰라도 대충 내 선에서 끝났으면 좋겠는데.”
월이 두어 방울 튀긴 피를 닦아냈다.
송윤천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들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물론 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다만, 아이들과 약간은 정이 든 모양이었다.
“이놈 한동안 못 일어날 테니 여기 가만히 두고 있어라. 금방 다녀오마.”
월이 친분이 있는 점소이에게 은전 하나를 던져주며 말했다.
“대협 천천히 다녀오십쇼! 제가 반드시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겠습니다.”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고. 혹시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보내줘도 된다. 아, 저기 쓰러진 애는 위로 올려서 좀 눕혀놓고.”
“당연하지요.”
“오냐, 그럼 이 국밥이 식기 전에 돌아오도록 하마.”
“무운을 빌겠습니다요.”
“이런 일에 운까지는 필요 없다.”
휘이이익-
가볍게 바닥을 쳐 도약한 월의 신형이 수십 장 높이로 떠올라 남궁헌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 * *
하늘에 맹세컨대, 남궁연은 송윤천과 월에게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로 최선을 다해왔다.
혹여라도 그들이 실망하여 자신과 동생을 내치는 일이 없도록.
자신과 동생을 지킬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그런데도 후회가 되었다.
‘조금만 덜 쉬고 조금만 더 수련할걸.’
그랬다면 지금보다 한 놈 정도는 더 상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 놈은 어디 갔지?”
“왕구 녀석이 잡으러 갔으니 곧 돌아오겠지.”
정신없이 도망치다 보니 도달한, 어딘지도 모르는 복잡한 골목의 끝자락.
흑룡방의 방도 넷이 남궁연을 포위하고 있었다.
얼마 전, 흑점에서 점원들에게 당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
다행인 점은 그때와 다르게 남궁연에게도 의지할 구석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그때보다는 조금 더 강해졌다.
‘어떻게든 버텨보자. 분명히 사부님이 구해주러 올 거야.’
그렇게 도움을 요청하러 간 동생과 월을 믿으며 남궁연은 이를 악물고 버텨보려 했다.
하지만 드높은 의지와 다르게 이미 바닥난 내공과 부족한 무공의 경지가 따라주지 않았다.
무림의 표현을 빌리자면 십초지적이나 되려나 싶을 정도.
퍼억!
왼쪽을 막다 보면 오른쪽에서 찔러 들어왔고, 이걸 피하다 보면 다시 반대 방향에서 남궁연을 압박해왔다.
결국, 남궁연은 무기도 꺼내 들지 않은 사내들을 상대로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혹시 여기 혈 짚을 줄 아는 놈 있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가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형님. 우리가 점혈을 그렇게 잘하면 여기서 이러고 있겠어?”
“기대한 내가 머저리지. 그러면 대충 내려쳐서 기절시켜 들고 가자고.”
동료의 반박에 민망하다는 듯, 다른 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렇듯 흑룡방에게 아이를 납치하는 일 따위는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일상의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남궁연은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떠서 앞을 바라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저벅- 저벅-
무력함 속에서 사내들이 성큼 다가오는 발걸음이 울렸다.
참으로 무인답지 않은, 기초와 경신법을 소홀히 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세 걸음 정도를 남겨 두었을 때.
사르륵-
마치 낙엽이나 깃털 따위가 땅으로 내려앉듯.
귀를 기울여 집중하지 않는다면 들리지도 않을 만한 움직임이 일었다.
이에 남궁연이 저도 모르게 희망에 찬 미소를 지었다.
장원에서 함께 수련하며 수십, 수백 번은 더 들었던 그 소리였다.
“하……, 내가 오면서 예상은 했다만, 어찌 너희 같은 흑도 잡놈들은 변하질 않는 거지?”
그와 함께 더없이 익숙하고 듣고 싶었던 월의 음성이 남궁연에게 와닿았다.
“뭐, 뭐냐!”
“웬 놈이냐!”
“식상하다. 식상해. 이새끼들아.”
흑룡방도들이 갑작스레 뒤편에서 들려온 낯선 음성에 다급히 무기를 뽑아 들며 뒤돌아섰다.
“휴우…….”
하지만 왜일까.
“사부. 늦었어요.”
월의 극적인 등장에 남궁연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으로 잔뜩 찌푸렸던 표정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 방심하고 있었나.’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다만, 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본적이 까마득히 오래되었다.
월 역시 강자의 반열에 오른 지가 오래된 탓에 어지간해서는 누군가에게 핍박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핍박받는 즉시 박살을 내었던가.
그리고 그 대상에 흑도는 포함이 되지 않았다.
나름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무인이라든가 급이 되는 괴력난신 정도는 되어야지.
급도 맞지 않는 녀석들과는 애당초 어울릴 상황 자체가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저 연약한 남매는 자신들과 다르니 예외로 두었어야 했다.
흑도 놈들을 수도 없이 겪었으면서 왜 저놈들의 끈질김을 예상치 못했을까.
흑점이 아니더라도 다른 놈들이 남매에게 달라붙었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저들은 남매가 따로 떨어져 있기를 기다렸을 터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안 좋게 돌아가기 전이니 다행이다. 이번 기회에 아예 뿌리를 뽑아놔야지.’
우선 저놈들을 박살 내고 장원으로 돌아가면 남매를 빡세게 굴려야겠다고 다짐하는 월이었다.
아이들이 어디 가서 당하는 일은 없도록 말이다.
한편, 갑작스러운 월의 등장에 잠시 당황했던 흑룡방 인원 넷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무기 따위는 보이지도 않는다.
산책 나온 노인처럼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서서는 몇 걸음을 앞두고 자신들을 하나씩 쭉 훑어보고 있다.
‘홧김에 등장은 했는데 우리 쪽 머리가 생각보다 많으니까 고민하는 건가? 아무렇지 않은 척이라도 하려고?’
‘도둑놈처럼 경신법만 죽어라 익힌 녀석인가? 왜 갑자기 나타나서는 덤벼들지 않지?’
‘용모를 보니 어디 이름난 녀석은 아닌 듯한데.’
‘우리가 먼저 칠까?’
‘그나저나 실눈이 참 재수 없게 생겼네. 지금 눈을 뜬 거야 감은 거야?’
‘방주님이 매번 말씀하시지 않냐. 선공필승.’
그러다가 한순간, 넷의 시선이 모였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흑도의 본능대로, 넷의 의견은 합공으로 처리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화아아악-!
파바밧!
한 놈이 앞으로 차고 나가는 것을 신호로 넷이 동시에 월을 향해 달려들었다.
좌측에 있던 놈은 옆구리를, 우측에 있던 놈은 무릎을, 한 놈은 등을, 또 다른 한 놈은 단전이 있을 하복부를.
손은 둘,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넷.
혹여 운이 좋아 한둘 정도는 막거나 피해간다고 해도 어디 한 방은 제대로 들어갈 테다.
비열한 합공과 기습에 익숙한 흑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이들은 애석하게도 상대의 수준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들이 정상적인 판단을 내렸다면, 월이 눈치도 채지 못하는 사이 자신들에게 접근한 것만으로 고개를 조아리며 물러났어야 한다.
까아아앙-!
일말의 내공도 맺히지 않은, 평범한 손짓 한 번.
다만 거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단련된 철과 사람의 가죽이 아니라 철과 그보다 단련된 무엇이었다.
손가락 사이에 꽂힌 날붙이가 뚝 하고 부러져 나갔고, 검을 든 이는 기의 반동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뿌드득-
손등으로 가볍게 튕겨낸 대도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며 팔과 어깨 부근의 근맥이 완전히 찢어졌다.
손바닥 중앙을 노리고 들었던 도끼날이 산산이 조각나 주인의 몸통에 사정없이 박혀 들었다.
“……!”
마지막으로 좌측에서 옆구리로 찔러 들어간 검은 목표에 제대로 닿지도 못하고 튕겨 나갔다.
넷이 들어가서 셋은 박살이 나고 한 놈만이 멀쩡하게 서 있는 상황.
뒤늦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는 말이 있었다.
“히이익! 죄, 죄송합니다. 대협, 부디 용서를……!”
남은 한 녀석이 공포에 사로잡혀 빌었다.
“오냐, 너그럽게 용서해, 죽이지는 않으마. 그런데 내가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뭐, 뭐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우리 다 함께 사이좋게 대화를 좀 나눠 보자고. 너희도 죽기는 싫잖아?”
“……,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처음부터 아는 게 있으면 다 불어.”
“예, 저는 호북성 선도의 부장현에서 화목한 부모님을 두고 포목점 집안의 팔남 칠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어디 취직이라도 하시게? 심심하면 다리 하나 부러지고 시작할래? 인생 더 피곤해지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제대로 말하는 게 좋을걸?”
“히익-!”
월은 상대를 배려하여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상대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 * *
간단하게 납치에 실패한 납치범들을 처리한 뒤, 월은 긴장이 풀려 주저앉은 남궁연에게 다가갔다.
“크흠, 내가 생각이 짧았구나. 미안하다.”
“예?”
월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남궁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도와주러 온 사람에게 사과를 받다니.
아니 월은 사람이 아니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인가?
잘 모르겠다.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그래, 다친 곳은 없고?”
“네, 사부님이 조금만 더 늦었으면 위험할 뻔했지만요.”
“크흠. 딱 알맞게 왔으니 다행이구나.”
여기저기 타박상을 입어 전신에서 통증이 일었지만, 죽을 정도의 부상은 아닌 듯했다.
실제로 월이 살펴보니 기가 바닥을 치고 체력이 다해 지쳤을 뿐,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그저 과다하게 사용되어 폭주의 기미를 보이는 기운을 점혈을 집어 진정시켜 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헌이는요? 헌이는 괜찮아요?”
월이 늦지 않게 등장한 것으로 보아 동생이 도움을 요청하기는 한 것 같은데 함께 있지 않으니 조금 걱정이 되어 물었다.
“객잔에 두었다. 점소이에게 객실 하나를 잡아서 침상에 눕혀두라 하고 왔으니 푹 쉬고 있겠지.”
“휴우……, 다행이네요.”
“업히거라.”
월은 주저앉은 남궁연의 앞에서 뒤돌아서 등을 보이며 말했다.
“네? 업히라고요?”
“그래, 혈을 집어도 다리가 여전히 떨리는 것을 보니 이미 근육이 한계에 달한 것처럼 보이는데.”
“괜찮아요. 저 혼자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연아, 너무 고집부리지 마라. 의지할 수 있을 때는 의지하는 것도 괜찮다. 네가 폐를 끼치는 게 아니다.”
“…….”
순간, 남궁연은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이 차오름을 느꼈다.
세상 처음 겪는 위로였다.
부모는 병들고 약하여 어리광을 부리지 못했고.
이후로는 동생을 챙기기 위해 이를 악물어야만 했다.
월처럼 듬직하게 자신을 위해주는 건 송윤천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럴게요. 꼭이요.”
덥석 하고 월의 등에 몸을 의지한 남궁연은 금방 지쳐 잠들고 말았다.
‘아무리 철이 든 것처럼 굴어도 애는 애라니까.’
담장 위로 훌쩍 올라선 월은 남궁연이 깨지 않도록 가볍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한성객잔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남궁헌을 챙긴 월이 송윤천이 기다리는 장원으로 돌아갔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