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한 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안 된다.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그 작은 틈을 파고들어서 끝장을 보기 때문이다.
이 잔인한 사실은 어느 바닥이나 마찬가지.
황금이 최고인 상계 혹은 권력이 최고인 황궁도 마찬가지만 그중 최고는 무력을 최고로 치는 무림이 아닐까 싶다.
권력이든 금력이든 상대를 물어뜯고 죽이기 위해서는 여러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무력이라면 홧김에 혹은 장난으로 휘두른 칼침 한 방에 사람 목숨이 오가니,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간단했다.
“죄송합니다…….”
검은색 야차 가면을 벗어던진 곽범이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뒷짐을 진 채 걸어가던 월이 휙 하고 돌아서서 곽범을 슬쩍 주시하다가 다시 돌아섰다.
‘제대로 해라. 제대로.’
곽범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차마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월이 생각하기에도 곽범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임무에 임했으니까.
‘사지 멀쩡히 붙어서 숨 쉬는 게 용하지.’
자신보다 더 강한 마인을 상대로 살아남은 게 대단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귀찮게 됐어.’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이 튀어나와서 귀찮게 구는 게 벌써 몇 번째 인가.
지난 몇 년에 걸쳐서 무한 흑도의 절대적인 지배자로 군림해왔던 흑백야차의 명성이 일순간에 깨져버렸다.
물론 변명의 여지는 넘치도록 많았다.
흑야차인 곽범이 알 수 없는 연유로 흘러들어온 마인 무리를 홀로 상대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났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야차 월이 직접 나서서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기는 했으니.
하지만 뒷말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인도 이길 뻔했는데 그렇다면 혹시 우리도……?
어라? 무적인 줄로만 알았는데 지기도 하네?
하긴 무서운 건 백야차였지, 흑야차까지는 아니지.
그럼, 백야차도 할만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우리끼리 힘을 모으자.
그게 아니라면 나도 어디서 괜찮은 마공이라도 한 번 구해볼까?
이런 생각을 가진 놈들이 ‘일부’.
그리고 오늘, 그 일부의 머리통이 백야차의 딱밤에 박살이 나고 말았다.
‘대놓고 죽여달라고 애원을 하는데 살려둘 필요가 있나.’
물론, 무한의 모든 흑도가 이렇게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백야차가 등장한 이후로 훨씬 살기 좋아졌지 않나?”
목소리 큰 흑도의 발언에 대부분이 술잔을 기울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뜻을 나타냈다.
흑도라고 해서 매번 목숨 걸고 살고 싶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제 권위와 벌이만 보장된다면 가만히 있고 싶은 게 흑도의 본능이라 할 수 있었다.
평화!
얼마나 좋은 단어란 말인가.
백야차가 무한을 평정한 이후 잡다한 다툼이 줄어들었다.
불법적이지만, 성공한다면 보수가 적지 않은 일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좋게좋게 지내며 먹고 살 만큼 벌어들이는데 굳이 뭣 하러 그런 일에 손을 댈까.
이런 의식의 흐름에 힘입어서인지 무한의 경제 규모가 지난 몇 년 동안 서너 배로 발전했다.
그리고 먹을 구석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조금 더 나은, 안락한 삶을 살고자 하는 놈들도 생겼다.
‘문제는 외부에서 나타나는 녀석들.’
그놈들은 무한이라는 탐스러운 먹잇감을 탐냈다.
평범한 흑도였다면 넘어갔겠지만, 그중 일부가 문제였다.
“장주님, 마인이 갈수록 자주 보이는 것 같은데요.”
월이 직접 확인한 기이한 현상은 송윤천에 흘러 들어갔다.
월과 곽범이 흑백야차로서 흑도를 두들겨 패는 사이 늘어지게 누워있던 송윤천이 말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나기는 하려는 모양이다.”
“예?”
고작 이런 놈들로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하지만 송윤천의 말은 그 뜻이 아니었다.
“마기가 동조하여 들끓기 시작했다.”
“……괜찮습니까? 뭐 눈이 확 뒤집힌다거나 그러시지는 않는 거죠?”
월이 괜히 겁을 먹고는 슬쩍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럴 리가 있겠나.”
송윤천이 가진 마기가 폭발하는 활화산에서 마구 터져 나오는 용암처럼 당장이라도 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거대하며 강력한 신력 앞에서는 마기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굳이 괴력난신이 가진 신력과 가장 흡사한 기운을 세상에서 찾아본다면 그나마 마기였다.
‘물론 모든 마기가 그러한 것은 아니며 정순한 마기만이 신력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마공은 마기를 받아들여서 괴력난신이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얌전히 좀 있거라.’
송윤천은 괜히 들끓는 마기를 진정시키는 한편 다시 자신의 내부를 관조했다.
‘이 정도로 강하게 자극할 정도라면…….’
마기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동등한 수준의 마기에만 반응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서로서로 흡수하며 더 강한 마기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가장 의심이 가는 존재는 셋 정도인데.’
첫 번째는 구미호 달기.
과거 중원을 혼돈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 직전, 송윤천에게 아홉 꼬리 중 하나가 잘리고 동쪽 바다 건너 왜국으로 도주한 괴물 여우였다.
당시만 해도 최초이자 최강의 구미호로 악명이 자자한 희대의 괴력난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꼬리가 하나 없으니 구미호가 아니라 팔미호라 부름이 맞을 터였다.
두 번째는 북해의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대설산의 설녀.
분명 그녀 역시 대단한 괴력난신이나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설산에서 잠적한 지 오래였다.
마지막은 신강성 천산산맥에 위치하며 현재는 천마신교의 본산으로 불리는 십만대산의 가장 깊은 골짜기에서 탄생할 수 있는 존재.
바로 두 번째 천마였다.
셋 모두 송윤천에게 있어서도 꺼림칙한 존재였다.
물론 그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송윤천은 절대 죽지 않을 테지만, 그 사이에 천하가 혼란에 빠지고 종말에 이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또 어느 녀석이더냐.’
북쪽으로 또 동쪽과 서쪽으로 집중해봤지만, 송윤천도 정확한 방향을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천하 어딘가에서 상당히 불편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만을 인지할 수 있을 뿐.
‘아니면 그놈들이 아닌 예상 밖의 존재려나.’
송윤천이 짐작한 셋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이 맞다면 큰일도 이런 큰일이 없었다.
‘앞서 나타난 천살성이나 도깨비 길달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임이 분명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끓어오르던 마기가 저절로 진정되었다.
‘우선 경고는 해둘까.’
송윤천이 풍전을 찾아서 슬쩍 언질을 주었다.
“정확히 어떤 위협으로 닥칠지는 장주도 아직 모르는 거요……?”
고기만두로 가득 찬 배를 신나게 두드리던 풍전이 정색하며 물어왔지만, 안타깝게도 더 자세한 내용은 없었다.
“일단은, 혹시라도 차후에 알게 된다면 바로 알려주도록 하지.”
“……, 알겠소. 무림맹에 잠시 다녀와야겠구려.”
대화를 마친 풍전이 번개가 되어 사라졌다.
무림맹이 최근 마인이나 마공의 등장으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이 경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등장할 수도 있으니.
그리고 풍전이 부리나케 무림맹으로 출발한 즈음.
무림맹에서도 심상치 않은 신호가 회의의 주제로 올라오고 있었다.
* * *
첩자, 간첩, 간자, 밀정.
이런 단어들이 도대체 언제 어떤 이유로 생겼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높은 수익과 높은 위험을 겸비한 이 직업군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물며 적군이 아니라 아군 사이에도 첩자는 존재한다.
당연히 무림맹에서 훈련되거나 포섭된 첩자들도 천하 각지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마교에서 오던 소식이 완전히 끊겨버렸다는 말이지?”
무림맹주 마석동이 편두통을 호소하듯 한쪽 관자놀이를 눌러대며 물었다.
“예, 하나도 남김없이 비슷한 시일에 끊겼습니다. 분명히 이러한 행동에 담긴 의도가 있겠지요.”
와룡당주 제갈과가 확신을 담아서 답했다.
첩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한다.
잡부, 마부, 숙수, 무사, 짐꾼…….
마교에서도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직업군부터 고위급까지.
서로가 첩자인지도 모르는 이들의 숫자만 백 명을 넘어섰다.
“우리 쪽 조치에 대한 보복? 뭐 이런 건 아니겠나?”
내당주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듣기에는 유치하고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무림맹에서도 마교와 연관된 첩자를 대부분 처단한 바가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첩자나 이후 스며든 첩자, 무림맹 측에서 역정보를 흘리려고 일부러 남겨둔 첩자가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마교에서도 이 소식을 듣고 누군가 한 번 발끈한 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바로 조치했다가는 괜한 손해만 입을 수 있으니 한 걸음 물러나서 지켜보도록 하게.”
결국, 회의에서 제대로 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여기 있었나?”
회의를 마친 마석동 앞에 풍전이 나타났다.
그는 곧장 송윤천의 경고를 전달했다.
“송 장주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마석동 역시 경고를 되뇌며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은 무림맹 쪽에서도 어떤 낌새가 있었는데…….”
마석동은 앞선 회의에서 오갔던 대화를 요약해서 풍전에게 전했다.
“자네 생각은 어떻나?”
“마교가 섣부르게 움직이는 편은 아니지.”
마교를 달리 부르는 표현이 바로 십만대산이다.
교를 따르는 인원이 물경 십만에 이른다는 뜻.
물론 실상을 따져 그중에서 마공을 수련한 제대로 된 마인으로 분류한다면 십만은 허수이지만, 단일 세력으로 최고임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는 중원 무림.
그러니 한 번 움직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휘몰아치곤 했다.
제어가 되지 않는 마인은 제멋대로이지만, 마교는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니 당장 가능성이 가장 큰 건 마교라고 할 수 있겠지.”
풍전이 송윤천에게 미지의 대상이 누구인지 물었지만, 그 역시 아직 확신하기에는 이르다고 했었다.
그런데 또 무림맹에서 상황을 살피니 무게추가 마교를 향해서 급격히 기울어버린 모습.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겠네.”
무림맹뿐만이 아니다.
마교는 말 그대로 중원을 넘어서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무리였으니까.
본격적으로 마교가 중원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중원 땅을 밟고 살아 숨 쉬는 모두가 고통받을 것이다.
“우리의 운명이 여기까지일 수도 있겠어.”
지난 정마대전.
구성(九星)으로 대표되는 영웅이 있기 전 무림을 대표하는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마교를 막아내고 지금의 중원이 존재할 수 있었다.
만약 또 정마대전이 일어난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희생할 차례가 될 터.
“나는 이만 돌아가마.”
“오냐.”
마석동과 풍전이 서로를 각오가 선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멀어졌다.
송윤천의 경고를 전달하고 다시 장원으로 돌아오는 길.
풍전은 문득 자신이 놓친 사실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대체 송윤천은 마교의 어떤 존재를 경계하고 있는 걸까.
현재 마교의 정점이라 불리는 육마(六魔)가 합공을 해도 송윤천이 진다는 상상은 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말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송윤천은 허풍을 늘어놓지 않는다는 점.
“심연 밑에 더 깊은 심연이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이들은 그 심연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쩐지 돌아가는 발걸음이 조금 더 무거워져 갔다.
@TOO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