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무인을 구별하는 건 너무나도 쉽다.
일단 양민들과는 체격 자체가 다르다.
완숙된 경지에 이르면 체격에 변화가 찾아온다는데 그런 고수는 무한에서 보기 드물다.
또한, 어중간한 무인은 알게 모르게 아주 조금씩 기가 주변으로 흘러나와 조금만 집중한다면 그 수준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흑룡방 전원은 송윤천을 조금 사는 집안의 양민으로 판단했다.
복장은 단정하고 값이 나가 보이나 무인으로서의 특징이 딱히 드러나지 않은 탓이었다.
무림에서는 흔히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들을 넷으로 분류한다.
광인(狂人)이거나, 주제를 모르거나, 자신은 별 볼 일 없으나 뒷배경이 끝내주게 좋거나 아니면 엄청난 고수이거나.
다행히도 흑룡방주는 지난 세월 동안 이 넷을 모두 경험해봤고 적당히 대처했기에 잘 살아남았다.
실제로 지금도 속으로 치밀한 계산에 나서는 중이었다.
‘일단 광인은 아닌 것 같고.’
흑도에서 구르고 구르다 보니 미친놈들은 대충 보면 알 수 있다.
십중팔구는 미친놈 특유의 광기가 엿보이는 법.
그런데 지금 자신의 앞을 막아선 사내의 시선이나 행동에서는 어떠한 광기(狂氣)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잔잔한 호수와 같달까?
어찌 본다면 그 분위기가 막 하산한 도사를 닮기도 했다.
“소협께서는 어찌 오셨는지요.”
흑룡방주는 어울리지 않게 예의 바른 모습을 보였다.
주제를 모르는 놈이라면 자신이 고개를 숙인 몫까지 철저하게 계산하여 더 고통스럽게 쳐 죽이면 그만이고.
만약 뒷배경이 좋다거나 고수라면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되니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네가 흑룡방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놈인가?”
“예……, 본인이 방주를 맡고 있습니다만.”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녀석의 반말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
하지만 흑룡방주는 송윤천의 시건방진 말투에도 다시 한번 인내심 있게 이를 악물고 대화를 이어나가려 했다.
“실례지만, 소협께서는 어디에서 온 누구신지요……?”
다만, 대화는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거기서 더 이어지지 않았다.
“어? 분명히 여기에…….”
“귀, 귀신인가?”
눈앞에 있던 송윤천이 기척도 없이 사라졌다.
이에 흑룡방주를 필두로 뒤에서 그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던 방도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주님. 저, 저기 저놈 아닙니까?”
한 녀석의 말에 따라 다들 몸을 뒤로 돌리자 수십 장 뒤, 시비 옆에 서 있는 송윤천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이를 보고 흑룡방주를 포함한 수백의 방도 중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수준 높은 사술 혹은 뛰어난 무공.
어느 쪽이어도 그들로서는 곤란했다.
눈앞에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의 고수.
물론 보법이나 경신법이 곧 경지의 높고 낮음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무림의 중론이었다.
발 빠른 도둑놈이라는 말을 듣는 신투(神偸)조차 권각지공에 있어서 엄청난 고수라 하지 않았는가?
흑룡방에 긴장에서 비롯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송윤천은 정중앙에 서서 가볍게.
쿠우웅-
발을 무릎 높이로 들었다가 그대로 찍었다.
그러자 발끝에서 시작된 거대한 기운의 파동이 흩어지고 또 흩어지더니 원을 그리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드드드드드-
주변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요동치며 흙먼지가 높이 솟았다.
“크허헉-!”
공포에 사로잡힌 이들이 몸을 바짝 엎드렸다.
우뚝 솟아 있었던 흑룡방의 건물 십수 채와 연무장 따위가 빠짐없이 산산이 조각나며 무너져 내렸다.
이어서 주변을 둘러싼 담벼락 역시 무너졌다.
송윤천이 등장하기 전만 해도 영원히 흑도의 하늘로 남을 것만 같은 흑룡방은 사라지고 오직 폐허만이 가득했다.
“오늘부로 흑룡방은 해체한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힘을 마주하면 사람은 반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게 정상이다.
다만, 그 와중에 흑룡방주만이 이를 악물고 고성을 내질렀다.
“저놈을 포위해라! 어서!”
흑도에서는 기선을 제압하는 게 전부나 다름없다.
여기서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다면 끝이다.
방주로서 뭐라도 해야만 했다.
상대의 행동을 보니 어떻게 해도 자신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방금 보인 움직임을 보니 도주하는 것 역시 불가능해 보였다.
‘내가 상대할 수 없다면 힘을 빼놓고 기회를 노리면 되는 일.’
가끔은 강자를 상대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즐겨 써먹는 방법이다.
수하들을 고기 방패로 써먹어서라도 어떻게든 빈틈을 노리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
‘분명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흑룡방주는 낯선 습격자의 외모를 보고서 냉정하게 판단했다.
‘어디 구석에서 내공만 죽어라 쌓아 올린 도련님 같은데……. 제대로 된 실전은 몇 번 겪지 않았을 터다.’
고상한 정파의 무인들이 흑도를 멀리하며 천대시하는 이유는 그들이 비열하며 정도(正度)를 모르기 때문이다.
정파의 무인 사이에서 행해지는 비무에서는 볼 수 없는 온갖 비열하고 치졸한 술수가 난무한다.
강호행에서 실전을 경험한다고?
그놈들 중에 제대로 된 실전을 경험한 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칼 들어가면 피 흘리고 모가지 날아가면 뒤지는 건 매한가지.’
고수여도 그 사이에서 빈틈이 보이면 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보다 경지가 높은 고수와 겨뤄, 죽인 경험만 십수 차례.
쉽지는 않겠지만, 못할 일은 아니다.
“네놈 눈알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흙먼지가 걷히자, 송윤천이 산산이 조각난 파편 더미에서 빠져나와 한데 뭉쳐있는 시비와 하인들에게 다가섰다.
“자신이 흑룡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면 거수.”
그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시비가 손을 번쩍 들고 나섰다.
비록 무인은 아니지만, 한 발은 걸친 채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어 불청객이 일으킨 현상이 기이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지켜봐 온 흑룡방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는 없다는 사실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또한, 당장 송윤천이 손만 내밀어도 흑룡방에게 죽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들이 지금까지 흑룡방이라는 강자에게 복종했듯, 이제는 그보다 더한 강자의 말을 따를 뿐이었다.
“제, 제가 가장 오래 일했습니다.”
“그래?”
다급하게 입을 열며 나선 시비는 한쪽 눈이 퍼렇게 물들었고, 입가는 터졌으며 양쪽 볼이 부어 있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인 폭력의 흔적이었다.
“어떤 놈이 널 그리 만들었나?”
그 말에 잠시 두려움에 떨던 시비의 시선이 이내 매서워졌다.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인 분노는 공포를 이겨내기에 충분했다.
“저기……, 저 가장 좌측에 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르고 있는 자입니다.”
“왜 그랬지? 사실만을 말해라.”
“목욕물이 조금 식었다고……. 그래서 제가 일을 똑바로 하지 않는다고 죽기 직전까지 매타작을 당하고 사흘 동안 감금당했습니다.”
“한 번 더 물어보지. 사실인가? 거짓이면 너 역시 그에 합당한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제 목숨을 걸겠습니다. 한 점의 거짓조차 없습니다.”
시비가 핏줄이 선 눈으로 송윤천의 시선을 피하지 않으며 한 자 한 자 씹듯이 말했다.
“좋다.”
송윤천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비가 죽일 듯이 째려보는 그 방도 앞에 나타나 손날을 네 차례 그었다.
“끄아아악-! 파, 팔이, 내 다리가 왜……!”
그러자 방도는 그 자리에 쓰러져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사지 근맥을 깔끔하게 절단시켜버린 결과였다.
얼마 없는 내공으로는 근맥이 잘린 몸을 거동하는 것도 어렵다.
죽지는 않으나 죽는 것만도 못하게 평생 땅을 기어 다니며 구걸할 운명이었다.
돌아선 송윤천의 시선이 바로 옆에 서 있는 자에게 향했다.
“자, 그래서 여기 이놈의 죄목은?”
“…….”
그 말이 방도들에게는 그들의 목숨을 거두러 강림한 명계의 사자(使者)와 같이 다가왔다.
* * *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
시비와 하인들도 처음에는 흑룡방에 대한 두려움이 골수까지 새겨진 탓에 한 명을 제외하고는 입도 제대로 열지 못했다.
하지만 송윤천이 시비에게 악인으로 지목받은 놈을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자, 금세 돌변하여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 대머리 자식은 수시로 부녀자를 겁탈하고 다니는 나쁜 놈입니다!”
“저희 급여를 중간에 가로채 가는 놈입니다! 이 벼룩의 간을 빼먹을 자식! 천벌 받을 놈! 그놈 때문에 제 가족이 굶다 못해 쓰러졌습니다!”
“여기를 봐주십시오. 작년에 그 자식이 무공을 수련한답시고 제 양팔을 부러트렸습니다!”
“그림을 그린답시고 제 등을 단검으로 마구 난도질한 잔인무도한 자이옵니다. 그놈만큼은 부디……!”
이들의 하소연은 끊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입을 여는 대로 송윤천이 다가가 사지 근맥을 절단하는 벌을 내렸다.
그 와중에 겁에 질려 무너진 담장 너머로 도주하는 놈은 끌려와서 사지 근맥이 잘렸다.
그게 몇 명이든, 사방팔방으로 흩어져서 도망가든 송윤천은 놓치지 않았다.
마치 부처님 손바닥 안에 손오공처럼 그 누구도 흑룡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악물고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반항하는 놈은 더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점혈 한 방에 분골착근(分骨錯筋)이 시작되자 움직이지 않는 사지를 힘없이 꿈틀거리며 입에서는 피거품을 물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
송윤천은 귀를 열어 죄목(罪目)을 담아 들으며 한 명씩 처리해 나갔다.
그 주변을 보면 방도들이 땅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악인들만 모여든 것인지, 모여들다 보니 악인이 된 것인지.’
손에 꼽을 만큼 소수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악행을 저지르는 작자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사실이 있었으니 그 누구도 죽지 않았다는 거다.
당연히 이는 송윤천이 의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쉽게 죽는 꼴은 못 보지.’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까마득한 옛날.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 누가 봐도 죽어 마땅한 자는 망설임 없이 죽였다.
그러다가 송윤천 자신이 어떤 짓을 해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막 깨우쳤을 무렵부터.
그는 마치 득도한 도인(道人) 혹은 불자(佛子)라도 된 것처럼 굴며 살생을 자제했다.
이는 시기였고 질투였다.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자신과 달리 너무나도 쉽게 죽어버리는 이들을 시기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이 신념은 지금까지 지켜왔다.
“죽지 말고 반드시 살아남아라. 그리고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가거라.”
사방에 널브러져 고통을 호소하는 놈들에게 송윤천이 무심하게 말했다.
이제 자신 앞에 멀쩡하게 서 있는 자들은 단 세 명.
바로 흑룡방주와 총관 그리고 삼인자 곽범이었다.
사실 송윤천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였지만, 그나마 이 셋이 다른 녀석들보다는 강했다.
“이제 대가리 셋만 남았나? 마음대로 해봐라.”
그들이 어떻게 나와도 송윤천에게는 상관없는 일.
죄가 있다면 벌을 받을 것이고 죄가 없다면 저기 구석에서 충격에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과 같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자 셋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흑룡방주는 뒤늦게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악행이었으며 자신이 흑룡방에서 제일가는 악인임을 깨달았다.
곽범은 나름 떳떳했다.
정의롭게 살지는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하는 적에게나 잔인할 뿐,
양민들에게 손찌검하거나 괴롭히지는 않았다.
‘물론 위아래로 악행을 저지름을 알고 있음에도 못 본 척 넘어갔으니 할 말이 없다만…….’
심장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곽범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총관은 앞으로는 침착한 척하며 뒤로는 식은땀을 줄줄 흘려대고 있었다.
‘이놈……, 뭔가 알고 있기라도 한 건가?’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잡히는 법이라지만, 그게 오늘이고 이놈일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꼬리가 밟힐 뻔하기도 했으나, 어찌어찌 무사히 잘 넘어가지 않았던가?
‘이번까지만 어떻게 잘 넘어가고 다른 곳으로 떠야겠어.’
지금까지 얌전히 지낸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저 무식하기만 한 흑룡방주나 곽범이나 한 번씩은 놈의 다리를 걸고넘어질 수 있을 거다.
‘그사이에 나는…….’
빠르게 계산을 마친 총관이 둘에게 은밀히 전음을 날렸다.
-셋을 세겠소. 방주가 중앙, 내가 좌측, 곽 무인이 우측이오.
합공에 나서자는 뜻이었다.
대답은 필요치 않은 상황.
저들도 머리가 있다면 알아먹고 받아들일 것이다.
총관은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자신도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목숨이 달려서일까.
쿵- 쿵- 쿵- 쿵- 쿵- 쿵- 쿵-
그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아주 거칠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셋.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