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때때로 누군가가 이 깊고 어두컴컴한 골짜기를 찾아오는 이유는 단 두 가지.
하나는 검마 본인에게 용건이 있든가 혹은 천마동에 용건이 있든가였다.
“그, 천마동에 들어가고 싶습니다만…….”
오늘 역시 낯선 방문객 여럿이 무리 지어 이곳을 찾아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괜히 겁을 먹고 검마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같은 교도라고 하지만, 마검의 주인은 그들에게조차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신물인 마검이 두려운 것인지 혹은 검마가 두려운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누구도 살아나오지 못했다는 천마동에 도전하는 자신의 상황이 두려운 것인지.
하지만 검마는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원한다면.”
그는 단지 굳게 닫혀있는 천마동을 개방할 뿐.
천마동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도전자의 신분 역시 마찬가지.
당장 약자이든 강자이든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천마동에 들어가려는 본인의 의지뿐이다.
마검의 주인이 된 이후로 천마동의 수문장으로 살아온 검마는 정말 많은 이들이 천마동으로 들어가는 모습만을 보았다.
그가 수호하는 이곳이 바로 천마동의 입구이자 출구였건만, 그 오랜 세월 한 번도 출구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여 항간에는 천마동에는 오직 입구만이 존재한다는 괴담이 떠돌기도 했다.
검마는 남은 왼팔만으로 가볍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천마동 앞에 섰다.
천마동에서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마기를 막기 위해 세워진 두텁고 거대한 철문.
이 철문을 움직일 수 있는 자는 마교에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선택에 후회는 없겠는가?”
검마는 도전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질문을 되뇐 이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의지를 다졌다.
그사이 되돌아선 검마가 철문 앞에 서서 남은 왼팔로 손잡이를 잡고 개방하려는 찰나.
“……!”
그 너머에서 거대한 기운이 전달되었다.
“모두 뒤로 물러나라.”
검마는 본능적으로 철문에서 멀어지며 다른 이들 역시 자신의 뒤로 물렸다.
곧이어서 강한 진동이 시작되며 닥쳐오는 마기의 파도가 진해졌다.
투웅-!
철문이 한차례 크게 울리더니 중앙을 시작으로 검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완전히 물든 거대한 철문이 조각나며 무너져 내렸다.
흩날리는 먼지 사이로 한 인형이 천천히 천마동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검마는 희열에 찬 눈빛을 빛내며 천마동을 향해 무릎을 꿇고 더없이 경건한 자세를 취했다.
그 뒤에서 서로를 두리번거리던 이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 검마를 따라 했다.
신을 영접하듯 여럿이 무릎을 꿇고 기다리는 가운데.
마침내 두 번째 천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마가 아니라면 감히 그 누가 천마동에서 살아 나올 수 있을까.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감히 위대하신 분의 존안을 바라보는 것조차 불경하다는 듯, 검마를 비롯한 교도들이 땅에 이마를 찍을 기세로 처박았다.
“고개를 들어라.”
다가온 사내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검마와 교도들이 그의 명을 따라서 아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고개를 들었으나 감히 시선을 마주하지 못했다.
사내가 조금 더 앞으로 걸어와 검마를 살폈다.
“너는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그 검마가 아니로구나.”
사내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가 천마동으로 들어갈 무렵 문을 열어주었던 검마는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던 사내였다.
그 또한 같은 모습의 마검을 들고 있었으며 오른팔이 없었다.
그러나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노인과는 얼굴이 달랐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쪽 뺨에 사선으로 길게 남아 있던 흉터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검마는 뺨에 길게 흉터가 있었다.”
그러자 검마가 전대 검마를 떠올렸지만, 그 역시 어떠한 흉터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 위로는 마주했던 적이 없었기에 아는 바가 없었고.
“저와 전대 검마에게는 흉터가 없었습니다.”
검마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들은 사내가 다시 생각에 잠겨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천마동에 들어가기 전, 새로운 교주의 계승식이 있었다. 그때 그자의 이름이……, 그래. 마군악, 마군악이었다.”
그는 어렵사리 자신이 천마동으로 들어서기 이전의 마교를 떠올렸다.
안타깝게도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검마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 뒤에 있던 먹물 좀 먹은듯한 교도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소, 소인이 알기로는 중원 정벌이 있기 전 교주님의 성함이 마군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중원 정벌이 또 있었나?”
중원 정벌.
중원 입장에서는 정마대전이라고 하지만, 교인들은 이를 중원 정벌이라고 불렀다.
“그렇습니다. 마지막 정벌로부터 수십 년이 넘게 흘렀으며 백 년에 가까워졌습니다.”
“백 년, 아니 그 이상이란 말이로구나.”
사내가 허탈한 눈빛으로 뒤돌아서서 자신이 나온 천마동을 응시했다.
천마동에서는 공간의 개념도 시간의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마기뿐이며 들어간 인간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두 가지.
마기에 굴종하거나 마기를 지배하거나였다.
그리고 사내는 유일무이하게 마기의 지배자가 되어 이렇게 살아남았다.
“검마여, 나를 교주에게 안내해다오.”
“저, 그것이…….”
검마가 천마동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임무는 천마동을 수호하는 것이니 자리를 비울 수 없음이었다.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천마동은 세상 그 무엇보다 정순한 마기가 끊이지 않는 공간.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마기를 받아들이고 지배하기에 외부로 흘러나오지 않을 터였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사내가 천마동 입구에 조각난 철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에게서 파도처럼 거칠게 흘러나오는 짙은 마기가 조각난 철문을 하나로 만들었다.
거기에 마기를 더하자 천마동은 다시 빈틈없이 가로막혔다.
감히 그 어떤 마인이 천마지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안내해라.”
검마는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마검의 주인이 된 이후 검마는 처음으로 이곳을 벗어나 본산으로 향했다.
* * *
거처이자 집무실인 복마전에서 한창 업무에 시달리던 교주 마창엽은 총관의 보고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의아해했다.
“검마께서 누군가와 동행하여 방문했습니다.”
“지금 검마가 제 발로 걸어서 나타났다고? 그게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마교가 위기에 빠져도 등장하지 않는 녀석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하지만 이러한 질문은 금방 소용없어졌다.
복마전에 들어선 검마와 동행한 낯선 사내.
더 신기한 건 검마가 예의를 갖추며 그를 보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교주조차도 가볍게 무시해버리는 그 검마가?
교주의 시선이 검마를 떠나서 한 걸음 뒤에서 따라 들어오는 사내에게 향했다.
그 순간.
쿠웅-!
마치 정수리에 번개가 내려친 듯한 충격과 함께 마기가 반응했다.
눈이 번쩍 뜨인 교주가 미동도 없이 사내를 응시할 때.
사내는 어느새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네가 교주로구나.”
사내의 시선이 천마신공으로 어렵사리 쌓아 올린 교주의 모든 것을 훑었다.
그 목소리에서 교주는 얼마 전 검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기다림의 시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니 교주로서 십만 교도를 이끌며 천마를 맞이할 준비에 나서라.
“만나서 반갑구나.”
교주와 사내의 시선이 마주쳤다.
교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 앞에 정중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천마시여.”
“말하지 않아도 알아보는구나.”
“어찌 모르겠습니까.”
천마신공이 그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자신이 복종해야만 하는 위대한 존재가 누구인지를.
“되었으니 그만 일어서거라.”
“제가 어찌 감히…….”
“내가 원하는 건 나를 따르는 교도이지 노예가 아니다.”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검마에 이어서 두 번째 천마를 영접하게 된 교주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날, 교주의 명으로 십만 교도가 한자리에 모였다.
교주는 그 자리에서 정중한 태도로 오랜 기다림 끝에 천마신교에 두 번째 천마가 현신했음을 선언했다.
십만 교도가 그들 앞에 강림하신 천마를 향하여 무릎을 꿇고 이마를 조아리며 외쳤다.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천마재림(天魔再臨)-!
만마앙복(萬魔仰伏)-!
십만 교도의 기쁨과 눈물이 가득 찬 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모두가 모인 자리가 파한 뒤, 천마신교를 대표하는 마두가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상석에는 천마가 자리했으며 좌우로는 교주와 검마가 서 있었다.
그 앞으로 다시 네 명이 자리했다.
“교주에게 들었다. 너희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들 하던데.”
“과찬이십니다.”
염마, 권마, 혈마, 청마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답했다.
“너희를 이렇듯 한 자리에 모은 이유는 앞으로 마교가 나아갈 길을 의논하기 위함이다.”
“천마시여, 저희가 어찌 감히…….”
검마가 그 앞에 무릎을 꿇으며 읍소했다.
자신들은 그저 천마를 따르는 교도에 불과하다는 태도.
“그렇지 않다. 본교는 함께 나아가기에 존재할 수 있다. 천마가 없어도 교는 존재했지만, 교가 없다면 천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마시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내 진심이다. 지난 세월에도 교는 있지도 않은 천마를 찾지 않았던가. 나 역시 한 명의 교도였기에 잘 알고 있다.”
천마는 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저었다.
실로 광오(狂傲)한 발언이었다.
만약 그가 천마 본인이 아니었다면 당장에 죽어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감히 천마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본인이 본인을 낮추고 들어오니 듣는 이들로서도 감히 어떠한 의견도 꺼낼 수 없었다.
잠시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교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천마시여, 중원을 어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중원? 중원이라…….”
천마가 교도였던 시절을 떠올리면 중원은 죽여야만 마땅한 이들.
자신이 가진 탐스러운 과육을 이웃과 나누지 않는 탐욕스러운 자들.
언젠가는 처리해야만 하는 숙적.
딱 이 정도였다.
대대로 중원과 천마신교는 대립했으며 그 역시 세뇌에 가까운 교육을 받으며 교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내가 천마동에 들어가 있었던 사이에도 한 차례 중원 정벌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모두가 제 잘못이 아님에도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중원 정벌에 나섰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이 척박한 땅에 머물고 있으니 결과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실패였다.
“그래……, 중원은 여전한가?”
앞뒤로 많은 문장과 단어가 생략된 질문.
하지만 여기 모여 있는 이라면 당연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과거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쫓아냈듯.
현재도 그들을 경시하듯.
“그렇다면 하산해야겠구나.”
“마땅히 받들겠습니다.”
천마의 허허로운 발언에 모두가 무릎을 꿇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두 번째 천마는 육마 앞에서 중원 정벌을 선포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