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장원의 식사를 책임지는 풍전이 바람처럼 내달려 한성객잔에서 철가방을 가득 채우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손님 한 명이 더 붙어 있었다.
“혼자 먹기도 적적한데 여기서 같이 좀 먹읍시다.”
바로 무림맹주 마석동이었다.
“무림맹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뭘 또 혼자 먹고 다니나?”
월이 아는 척을 하고 다가왔다.
“괜히 아랫사람들이 눈치만 보고 그러지. 뭐 어울리는 녀석들이 있기는 한데 다들 바쁘다더라고…….”
무림맹주라고 해서 남의 눈치를 안 보는 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무림맹보다는 이 한적한 장원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절친한 풍전이 있기도 하며 자신보다 강자임에도 한량처럼 구는 송윤천이나 월이 있어서인지.
자신을 그저 덩치가 조금 많이 거대한 할아버지 취급하는 남매가 있어서인지.
“아무튼, 그렇게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고 그러는 거 아니요. 섭섭하게 시리.”
마석동이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무식하고 고집불통일 거 같지만, 상당히 섬세한 인물이었다.
“아, 그리고 오늘 아침에 뜬금없이 불청객이 찾아왔지 뭐요.”
“불청객? 누구 말이냐?”
풍전이 궁금한지 입안 가득 있던 만두를 꿀꺽 삼키고서 물었다.
“대낮부터 황궁에서 칙사가 방문했다.”
“히야……, 그러니까 그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친히 무림맹주에게 칙사를 보내셨다는 거냐?”
“정확히는 황태자다.”
“황태자라니? 아…….”
얼마 전, 황제는 자신의 정력이 쇠하여 슬슬 황좌를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히며 뒤로 물러났다.
물론 수명이 다한 건 아니었기에 대리청정에 들어갔으며 전면에는 황태자, 즉 차기 황제가 될 제 아들을 세운 격이었다.
“차기 황제께서 내린 첫 번째 칙사라 이 말이로군.”
“그렇지. 처음이니만큼 힘도 잔뜩 줬더라. 덕분에 귀찮은 일도 많고 고생도 좀 했다.”
칙사는 황제의 뜻이 담긴 칙서를 전달하는 자.
마석동이 무림맹주니 구성의 일원이니 해도 엄연히 따지자면 평민이며 중원의 평범한 백성에 불과하다.
그러니 위대하신 황제의 대리인에게 예의를 갖추며 금가루로 황룡을 새겨놓은 붉은색 칙서를 받아들어야 마땅하다.
“누구 앞에 오랜만에 정중하게 무릎도 꿇어보고 별일이 다 있다.”
마석동이 괜히 제 무릎을 어루만졌다.
“그래서 무슨 일이길래? 비밀이냐?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말도 안 꺼냈을 녀석이고.”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중요한 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굳이 억지로 듣고 싶지는 않았다.
황궁과 얽히게 되어서 좋게 끝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으니까.
“그쪽에서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뭐 대단한 게 있겠나. 칙서에는 길게 수 천자로 이렇다 저렇다 쓰여 있기는 했는데……, 결국에는 손을 잡자 이거지.”
“왜 그런지는 말 안 해도 알겠다. 신강성이 수상하게 돌아가서 그렇겠지.”
풍전의 말에 마석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썩 마음에 드는 눈치는 아니었다.
신강성은 곧 천마신교의 본진이자 앞마당.
여기서 의문이 있을 수도 있다.
관과 무림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차기 황제가 이렇게 무림의 일에 관여하려 드는 걸까?
“그렇다고 황제를 탓할 수도 없지. 선조의 업보가 돌아올 뿐이니까.”
“쯧……, 그 대단하신 홍무제께서 싸질러 놓은 똥이 이렇게 오래 악취를 풍기는구먼.”
풍전은 혀를 찼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 * *
천마신교의 숙적은 ‘중원 무림’이 아니라 ‘중원’이라고 보는 게 적절했다.
현재 중원의 주인은 곧 대명의 황제였기 때문이다.
물론 작금의 황제와는 원한이 없었다.
하지만 대명의 천하를 열었던 주원장.
태조 홍무제와 천마신교 사이에는 절대 잊지 못할 지독한 악연이 존재했다.
당시 천하를 얻기 위해서 강력한 무력이 필요했었던 홍무제는 고심 끝에 마교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기에 천마신교(天磨神敎)를 마교가 아니라 신교로 중원에 존재하게끔 하겠다는 약속이 제안에 더해졌다.
더는 천대받지 않으며 나아가 중원의 일원이 되어 하나의 국교(國敎)로의 편입까지.
천마신교에게 있어서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원나라를 멸망시키며 잔당을 북쪽 초원으로 내쫓아 천하의 주인이 된 홍무제는 변심했다.
그는 가장 먼저 천마신교를 그들의 본산이 있는 신강성으로 쫓아내 버렸다.
그들을 곁에 두면서 그들의 압도적인 무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까닭이었다.
정파와 사파, 즉 중원 무림은 홍무제의 결정에 내심 환호하고 또 지지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감히 그들의 허락도 없이 마교를 중원으로 끌어들이려 한 일종의 괘씸죄였다.
결과적으로 천마신교는 신교로 거듭나지 못하고 마교로 불리며 신강성으로 패잔병처럼 쫓겨나고 말았다.
“지금까지 마교가 황제에 대한 원한을 잊지 않은 것처럼, 황제 역시 돌아올 업보를 잊지 않았겠지.”
“그래서 실상은 황제의 명령을 받들어서 우리보고 고기 방패가 되어달라 이건가?”
풍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쪽에는 마교, 저쪽에는 황궁.
무림맹은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너도 알겠지만 거부할 수도 없다.”
마석동도 골치가 아픈 모양이었다.
권력자, 특히 황제와 같이 만인지상의 위치에 오른 이들은 크게 둘로 분류된다.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는 권태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주지육림에 빠지거나 그보다 더한 업적을 쌓아가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대리청정에 들어간 늙은 황제는 그 중간 정도였다.
국정을 운영하면서 적당히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업적을 자랑하기 위해 진시황릉에서 전국옥새를 찾고자 안달이 나 있었으니까.
“그리고 차기 황제는 눈엣가시 같은 마교를 뿌리 뽑으면서 겸사겸사 영토 확장도 노리겠다는 거지.”
“잘 풀리면 중원 무림도 노릴 테고.”
당연한 말이지만 황제가 무림을 좋아할 리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권위를 무력으로 덮으려 하니 정, 사, 마를 가리지 않고 제거하려 드는 게 정상.
다만 현존하는 절대 경지의 고수들.
즉, 구성의 존재가 이러한 욕심을 제어하고 있었다.
그들이 독심을 품게 된다면 언제라도 황제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하나라면 모를까 여럿이 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목숨을 걸고서 황제를 암살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송 장주,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마석동이 시선을 돌려 곁에서 말없이 연초만 태워대는 송윤천을 찾았다.
송윤천은 평소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입을 열지 않았다.
굳이 먼저 나서서 남들에게 자기 생각을 조언이랍시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입을 닫고 사는 게 편하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은 까닭이었다.
다만, 상대가 질문을 던져오면 애써 무시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남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었으니까.
“지금까지는 일이 어떻게 흘렀었나?”
“과거에 말이오?”
“그래, 과거에.”
송윤천은 답변 대신에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닥치지 않은 미래를 추론하는 건 불확실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송윤천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될 줄 몰랐고, 세상이 이렇게 발전할 줄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지나간 날을 떠올리는 건 간단했다.
일어난 일은 반드시 또 일어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마석동이 무공에만 전념한다고 해서 무식하지는 않았다.
무림맹주로 지내온 세월이 수십 년이다 보니 무림사에 대한 지식은 빠삭한 편.
그는 지난 무림사를 떠올렸다.
마교는 어떻게 행동했고 정마대전은 어떻게 일어났는지.
황궁은 여기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그리고는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이든, 아니면 조금 더 시일이 걸리든, 마교는 반드시 사달을 일으킬 거요. 그게 놈들의 본성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놈들을 막을 거요.”
마교는 ‘중원’을 증오하면서 또 원한다.
그렇기에 모두 무시하면서 황궁까지 가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청해, 감숙, 사천, 섬서를 지나가며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황궁은?”
송윤천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뒤늦게 나서 우리를 후방에서 지원할 거요. 자신들의 목 아래에 칼날이 닿기 직전에야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황궁은 늘 중원 무림을 방패막이로 삼아서 둘이 지쳐 나가떨어지게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오.”
“정답이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면서도 때로는 변치 않는 게 존재한다. 바로 사람이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망설이지 않고 상대를 이용하고 또 서슴없이 죽인다.
세상이 아무리 변화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은 쉽게 변치 않는다.”
황궁, 중원 무림 그리고 마교.
모두 사람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러니 이 집단들의 행동 역시 변치 않을 터였다.
“세상의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 땀을 흘린다면 훗날에는 조금이나마 피를 아낄 수도 있겠지.”
그리 대단할 것도 없는 조언이었지만, 마석동은 송윤천에게 크게 감동한 듯했다.
자신이 그리고 자신들이 대단한 준비를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강해지고 적극적으로 막아낼 뿐이다.
“그런 의미로 소화도 시킬 겸 한 판 어떻소? 요즘 업무가 바쁘다 보니 몸이 근질근질한데.”
“얼마든지.”
부우웅-
송윤천이 준비를 마치고 거칠게 달려드는 마석동의 손목을 잡고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방향을 전환했다.
“으허헉-.”
방향을 잃은 거대한 힘은 곧 하늘을 비상하게 되었지만, 추락은 없었다.
“자, 어떻소.”
나아가는 속력에 균형을 잡지 못하던 마석동이 십수 장 높이에 우뚝 선 채로 지상 위의 송윤천을 내려다보았다.
“그게 끝인가?”
물론 경공으로만 따진다면 허공답보야 대단한 경지였지만, 어디에 쓰임새가 있을까 싶었다.
“하하, 역시 장주는 여유가 넘치는구려. 그러면 이것도 한 번 당해보시게!”
그러자 마석동이 씩 웃어대며 허공을 달렸다.
이형환위와 같이 허공 이곳저곳을 누비던 마석동이 다리를 쓱 하고 사선으로 그었다.
쐐애액-
허공을 찢듯 반월 모양의 참격 수십 발이 서슬 퍼런 소음과 함께 하늘이 아닌 지상을 향해서 쏟아져 내렸다.
“훌륭하다.”
송윤천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이루어낸 마석동의 발전에 실로 대견하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한 손을 앞으로 들어 좌우로 내저었다.
콰가가가강-
그의 별호인 참월(斬月)처럼 발끝에서 쏟아져 나온 참격이 지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뒤늦게 먼지가 가시고 주변이 드러났다.
유일하게 멀쩡한 건 송윤천과 그가 서 있었던 땅이 전부.
주변에 가득했던 굵직한 나무나 집채만 한 바위도 모두 가루가 되다시피 했다.
“대단하지만, 아직은…….”
방어를 마친 송윤천이 마석동과 같은 높이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마찬가지로 이형환위를 펼치며 마석동을 압박했다.
“어라……?”
“공격은 부족해도 살아남지만, 방어는 부족하면 저승길로 가는 법이지.”
바짝 세워진 송윤천의 손날이 예사롭지 않은 빛을 머금었다.
마석동이 만들어낸 것보다 훨씬 작고 훨씬 빛나며 훨씬 강력한 참격이 사방에서 마석동을 향해 쏟아졌다.
마석동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마치 철인과 같이 전신의 색이 변하며 금강불괴와 같은 성질이 되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송윤천의 참격도 참을 만했다고 느꼈건만.
“으허헉-.”
몇 번이나 적중된 참격에 그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한바탕 곤욕을 치른 마석동이 당장 눈이 감길 정도로 지쳤음에도 한껏 개운해진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신강성과 청해성, 감숙성 근지에서 수 차례 비보가 들려왔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