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중원 정벌(征伐)에 나서겠다.”
십만 교도가 우러러보는 가운데.
천마의 입에서 마침내 그들의 염원이 사자후가 되어 울려퍼졌다.
정벌은 적 혹은 죄를 지은 무리를 무력으로 처단하는 의미.
중원은 적이며 그들을 배반한 무리이니 두 가지 모두에 해당했다.
교도들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내가 앞으로 나서서 천마라고 밝혔음에도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의 뒤에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육마를 보았기 때문이다.
감히 우러러볼 수도 없는 위대한 분들께서 그러한데 평범한 교도의 태도는 더 볼 것도 없었다.
준비 태세는 그야말로 속전속결.
거처로 돌아간 교도들은 각자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정마대전을 경험한 이는 그리 많지 않지만, 대단한 준비는 필요치 않았다.
애초에 척박한 땅에서 언제나 부족하게 살았던 탓이었다.
부족한 건 죽이고 빼앗으면 그만이다.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은 중원이 가지고 있으니.
“개문(開門)하라.”
교주의 명에 따라 문지기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천마신교의 정문을 활짝 열었다.
끼기기기긱-
지난 세월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듣기 싫은 소음이 시끄럽게 울려댔고 쌓여 있던 먼지가 풀풀 날려댔다.
오랜만에 열린 정문 사이로 교도들이 줄지어 하산하기 시작했다.
정벌의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자신들 대부분이 다시 천산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란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마도 중원에서 그들의 교리를 위해 죽음을 맞이하게 될 터였다.
하지만 교주를 따라나서는 그 누구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교도들이 중원을 향해서 행진하는 사이.
육마는 한 걸음 앞서 나가며 스스럼없이 회유와 협박에 들어갔다.
“본교의 의지에 합류할 텐가?”
갑자기 날아든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중년의 사내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참으로 안타깝지만 거절하겠소. 지난날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일에 어찌 손을 보탤 수 있겠소? 이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오.”
“그렇다면 나 역시 참으로 안타깝구나.”
화르르륵-
사방에 불길이 일어났다.
“자, 잠시만. 크아아아악-”
회유에 실패한 사내, 염마(炎魔)는 듣지 않겠다는 듯 상대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염마-!”
실시간으로 전신이 타들어 가는 와중에도 상대는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역시 평생 마공을 수련한 만큼 이 정도의 독기는 남아 있었다.
툭-
불길 속에서 검이 튀어나와 염마의 심장을 향해 찔러 들어 오다가 앞에서 멈춰 버렸다.
검을 잡고 있던 손이 녹아내린 것이다.
까앙-
그에 검 역시 땅에 내팽개쳐졌다.
훗날 육마를 뛰어넘을 것이라던 마두 천귀사신(天鬼死神)의 최후였다.
* * *
“고견들을 청하겠소.”
백발이 성성한 늙은 마두의 말에 한자리에 모인 여러 마두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맹세컨대 그 어떤 의견도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으리다.”
마인답지 않게 정중하면서도 신중한 태도.
이들은 지금껏 누군가의 밑에 들어가지 않고 스스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만 같은 이들도 고민에 빠져들었다.
무려 ‘천마(天魔)’가 재림하였기 때문이다.
“허장성세는 아니오?”
누군가는 여전히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마교가 자신들을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세월 잊혔던 천마를 내세운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교주가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지만, 감히 자신을 천마라고 지칭한 적은 없었소.”
늙은 마두가 그 의심을 단박에 부정했다.
마교 외부에서는 천마가 어떤 의미도 없었으나 그들은 광신도 집단.
감히 천마를 내세우거나 하는 일은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다.
“흐음…….”
당연한 말이지만, 정파라고 해서 무림맹에 소속된 것은 아니다.
정파와 사파 사이를 오가며 정사지간의 성향이 있는 이들 혹은 무림맹에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마찬가지로 마공을 수련하고 마인이라고 불린다고 해서 무조건 마교를 믿는 건 아니었다.
단순하게 마공을 무공의 개념으로만 접근하며 겉으로는 마교를 존중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광신도라 치부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세상은 이런 이들을 뭉뚱그려서 외마(外魔)라 하였다.
마교 역시 외마가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있었지만,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외마는 중원 무림을 막아줄 든든한 고기 방패 역할이었으니까.
그러나 천마의 등장과 함께 마교가 수십 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나서자 그들 역시 태도를 바꿨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천마신교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두가 죽을 것이오. 그들을 쉽게 보지 마시오.”
여기 모인 마두 하나하나가 내로라하는 강자였으나, 마교의 육마에 버금갈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마교의 육마만큼 강했더라면 칠마 혹은 그 이상이 되었을 테니까.
“일단 살고 봅시다.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으니.”
그 대단하다는 천귀사신이 염마의 권유를 거절하여 반항도 하지 못하고 잿더미로 돌아갔다는 소문은 이미 널리 퍼져나갔다.
자신들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신강성 각지에 분포된 외마는 천마신교의 등장에 환호성을 지르며 거대한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하산할 무렵에는 수만에 이르던 무리는 이들의 합류로 인하여 나날이 늘어났다.
사막에 불과한 남쪽의 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신강성과 비슷한 척박한 환경의 청해성 역시 마교에게는 그저 중원으로 가는 길에 불과했다.
수십 만에 달하며 계속해서 늘어나는 인파는 숨기려 들어도 숨길 수 없었다.
저 멀리서도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들어왔으니까.
이 부근에서 그 누가 저 정도 규모를 자랑할까.
깊게 고민할 것도 없이 떠오르는 건 마교 뿐이었다.
“서, 서둘러라. 어서-! 빨리!”
무림맹과 황궁의 첩자들은 기겁했고 그들이 날려 보낸 전서응은 동쪽을 향해서 다급하게 날아갔다.
그중 무림맹 소속의 전서응 한 마리는 곤륜산 어귀에 착지했다.
기겁한 곤륜의 도사들은 미리 준비해 놓았던 수십 장 깊이의 안가로 모두 피신했다.
그리고 나머지 전서응 중에서도 가장 빠른 한 마리는 북경에 도달했다.
“폐하-! 마교가 중원으로 향하고 있다는 급보이옵니다.”
대리청정에 들어가 황태자의 성장을 느긋하게 바라만 보던 황제가 기겁하며 중원 무림에 읍소하듯이 황명을 내렸다.
한시가 급한 마당이니 체면을 차리기 위해 직접 칙사를 파견하는 일도 생략되었다.
북경에서 무림맹까지 칙서가 전달될 즈음이면 마교는 중원에 들어와 있을 터이니.
평소 온갖 영초를 먹이로 삼던 황제의 영물 매 한 마리가 무림맹을 향해 날아갔다.
“금군은 들어라. 대명 황실과 중원의 존폐가 달린 중대한 일이니 하루빨리 역적 무리를 처단하라.”
좀처럼 침상을 벗어나지 않던 황제가 체면을 차릴 틈도 없이 허겁지겁 달려가 외쳤다.
위대하신 천자의 외침에 황궁이 자랑하는 백만 금군의 절반가량이 서쪽을 향해 줄지어 나아갔다.
그보다 조금 늦은 시기.
무림맹 역시 이 소식을 듣고 다급하게 행동에 나섰다.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전해 들었던 와룡당의 소선생 남궁헌 역시 회의에 소집되었다.
와룡당이 무력을 담당하는 건 아니지만, 그 무력을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쓸지 미리 결정해야만 하니까.
“어디까지 도착했나?”
“덕령합에 도달하기 직전이라고 합니다. 거리상 하루에서 이틀입니다.”
와룡당주의 다급한 물음에 실시간으로 서쪽에서 날아오는 소식을 정리하던 남궁헌이 전서응이 전해준 쪽지 한 장을 확인하며 외쳤다.
쪽지에는 어찌나 급한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마구 휘갈겨 쓴 문장이 적혀 있었다.
와룡당주가 중원 전도(全圖)를 뚫어질 기세로 살펴보다가 구불구불한 선을 그었다.
청해성과 붙어있는 사천성, 감숙성의 경계였다.
“최소 여기까지는 물러나야겠습니다.”
“그렇다면 곤륜은…….”
내당 소속의 누군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꺼냈지만, 와룡당주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끊었다.
“이미 곤륜에도 경고했소. 그리고 위치상으로 볼 때 무림맹에서 지원에 나서는 건 불가능하오. 알아서 대피했을 것이라 여기며 뒤로 물러나야만 하오.”
평소에는 수하들과도 실실거리며 어울리는 그였지만, 비상시가 되자 냉철한 책사의 모습을 내비쳤다.
“…….”
비보가 전해지면서 급하게 소집된 회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와룡당 내부에 숨소리와 함께 정적만이 그득했다.
감히 그 누구도 그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으음…….”
심지어 무림맹주인 마석동조차도 안타까움이 담긴 신음만을 작게 낼 뿐.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와룡당주의 판단이 옳았음을 자리한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단지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뿐이다.
언제나 무림맹의 일원이며 최전선에서 마교와 새외에 맞섰던 곤륜파를 저버리겠다는 결론이었으니까.
그러는 사이, 다시 생각에 잠겨있던 와룡당주의 손이 전도로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조급한 나머지 제 판단이 틀렸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여 청해성을 포기하지 않으려 함일까?
모두는 약간의 기대를 담아서 그의 손끝에 집중했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그의 손끝은 조금 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전도 위에 다시 그려진 선은 이제 청해성과 사천성의 경계가 아니라 사천성의 절반을 비스듬하게 세로로 갈라놓는 위치에 놓였다.
“헌아, 그, 황궁에서 온, 다오.”
와룡당주는 말보다 생각이 앞서는 듯 말까지 더듬거리며 남궁헌에게 뭐라 뭐라 하면서 손짓했다.
“네, 당주님. 잠시만요.”
그러자 남궁헌이 귀신같이 그의 말을 단박에 알아먹고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쪽지를 뒤져서 한 장을 건네주었다.
바로 황제가 무림맹에 보낸 쪽지였다.
“금군을 동원하여 감숙에서 막아보겠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북쪽 장벽 너머 북원 세력을 막는 병력을 아래로 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금군이 마교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또한, 중원 무림과 손을 잡았다고 해도 엄연히 하나는 아니다.
결국, 황제가 우리가 피를 덜 흘리게 하려고 금군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다.
와룡당주의 설명은 길지 않았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핵심이 무엇인지는 알아들었다.
황궁과 무림맹은 일시적인 동맹이지만, 그들은 눈치를 보면서 이쪽에 희생을 강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사실상 청해성과 감숙성은 물론 사천성의 절반 역시 포기해야만 합니다. 황궁 측에서도 섬서성을 포기하지는 않을 터이니.”
최종 결론을 내린 와룡당주가 맹주인 마석동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 와중에도 와룡당주의 머리는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혹시라도 마석동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마련해야만 했으니.
하지만 마석동 역시 어리석은 자가 아니었다.
“여유가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이 도출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여유가 없으니 이게 최선이겠지.”
마교는 시시각각으로 중원에 접근해오고 있으니 무림맹 역시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
“무림맹 산하에 소집령을 선포하겠다.”
맹주의 명은 전서응에 실려 천하 각지의 무림맹과 연관된 모든 세력으로 전달되었다.
“저도 갈래요. 사천으로.”
여기에는 승천당 출신의 남궁연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