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송윤천은 세상 그 어떤 새보다 빨리 날아와 사천성에 도달했다.
그는 여전히 한참 하늘 위에 있었지만, 사방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지상에서는 고개를 들어도 송윤천이 작은 점처럼 보일 터.
‘분위기가 유난히 고요하군.’
이곳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暴風前夜).
마교라는 강력한 폭풍이 휘몰아치기 직전에 놓여있었다.
처음 송윤천이 느낀 감상은 그러했다.
사천보다 한참 동쪽에 있는 무한의 무림맹까지 닿은 소식이 사천성에 닿지 않을 리가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얌전히 천산에 박혀 있었던 마교가 기지개를 켰다.
그것도 모자라서 거침없이 청해성에 등장했다는 소식은 이미 일파만파 중원 각지로 퍼져나갔을 테니까.
‘이미 대로는 꽉 막힌 수준이고.’
소나 말 따위가 이끄는 수레에 짐을 한가득 싣고 사천을 탈출하려는 양민들이 대로 위에 빼곡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쪽에서 몰려오는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지금 사천성을 탈출하는 무리는 그나마 동쪽으로 섬서, 중경, 귀주에 근접하기에 행동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사천성 서쪽 부근의 양민들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마교를 피해서 산속 깊이 숨어 들어갈 궁리를 하고 있을 터였다.
마교가 원하는 건 중원인의 피와 목숨이지 중원 땅을 망치는 게 아니니 깊은 산속을 뒤질 리가 없었으니.
‘그리고 마교는 몰라도 마인은 알 테니까.’
정마대전 이후로 수십 년.
분명히 마교는 잠잠했지만, 모든 마인이 마교는 아니었기에 ‘마인’까지 잠잠했던 건 아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시마와 같은 사례처럼 배교하고 중원으로 도주한 마인도 심심치 않게 있었고.
예부터 중원 무림의 최서단이라 할 수 있는 사천은 마교와 서장의 새외 무림의 공격을 심심치 않게 받아왔다.
마공에 사로잡힌 마인이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게 되면 그로 인한 사상자가 최소 수십이고 많으면 수백 혹은 그 이상이 되기도 했다.
사실상 마인 한 명으로 인하여 어지간한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림맹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다고 하지만, 그게 당장은 아닐 터.
무한에서 이곳까지 말을 타고 애로를 따라서 이동해도 한 달은 족히 걸리는 먼 거리.
심지어 대부분 정파 세력들은 무림맹보다 더 먼 거리에 있기에 사천까지 이르기까지 최소로 잡은 기한이 한 달이었다.
아마도 전력이 뭉치기까지는 그보다 두 배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리라.
그렇다면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는?
당연히 사천성에서 알아서 막고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마교라고 해서 그걸 예상하지 못할 리가 없다.
이전 수십 차례에 걸친 정마대전에서 양측은 매번 같은 모습을 보여왔으니.
송윤천은 서북쪽으로 비행을 이어갔다.
마을을 비우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험난한 산속으로 피신하는 모습이 갈수록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저쪽이 아미인가.’
고개를 살짝 꺾으니 북상하는 비구니 무리가 송윤천의 시야에 들어왔다.
의지를 다지려는 듯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듯한 모습.
‘가장 앞에서 무리를 이끄는 여승이 장문인이겠지.’
마치 호랑이를 닮은 인상을 지닌 여걸(女傑)이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가.’
송윤천이 주변에서 듣기로 당대의 아미파에서는 절대 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지금은 한 명이 줄어든 구성(九星)에도 아미파 출신은 없었고.
하지만 송윤천은 이렇게 멀리서 한 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장문인의 기세와 경지가 구성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림과 함께 불가를 대표한다고 할만해.’
당당한 걸음으로 장문인의 뒤를 따르는 젊은 비구니들은 하나같이 제 손목에 걸려 있는 염주를 한 알 한 알 새어가며 부정적인 감정을 떨치려 노력하는 듯했다.
‘물론, 아미파가 전면에 나선다고 해서 정파와 마교의 구도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이런 이들이 여럿 모이면 달라지겠지.‘
송윤천은 북상하는 아미파를 벗어나 다시 서북쪽을 향해서 이동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아미파가 전부였지만, 나머지도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터.
사천에서 가장 강하며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문파는 사천당가와 청성파 그리고 아미파가 있다.
정파를 대표하는 가문과 문파였다.
이 세 개의 세력은 언제나 그랬듯이 몰려오는 적을 막기 위하여 힘을 모으고 있었다.
마교를 피하고자 하는 무리와 마교를 막고자 하는 무리가 교차하기도 했다.
한쪽은 힘없는 양민이었으며 다른 한쪽은 무인이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고생하십시오.”
“무운을 빌겠습니다.”
단지, 양민들은 한 번씩 교차하는 무인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기도 하며 무림의 방식으로 포권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무림인이 양민을 지키려는 대의가 아니라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영역 속에서 자신들도 살아가니 최소한의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다.
높이서 바라보는 송윤천에게는 마치 일개미가 줄을 지어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 높이를 낮추며 안법을 전개하니 많은 이들의 표정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인을 맞이하는 공포,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분노와 중압감까지.
그들에게는 갖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다시 고도를 높인 송윤천은 저 멀리 앞을 바라보며 쏜살같이 서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사천성을 지나 청해성에 도달했으나 여전히 보이는 건 언제나처럼 험악한 산등성이가 전부.
청해성 전역에 마교가 출몰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서인지 가뜩이나 드문 인적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그들 역시 산속 깊이 숨어들었거나 동쪽으로 인접한 감숙 혹은 사천으로 피신했을 터.
‘하기야 거리가 거리이니.’
마교가 꼭꼭 숨어지내는 천산산맥은 길이가 무려 오천 리, 너비 역시 천 리에 달한다.
마교 입장에서는 천산을 내려오는 것만 해도 쉽지 않고 또 거기서 신강성 끝까지 도달하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거리다.
하물며 거기에 청해성을 횡단하는 시간까지 더한다면 그보다도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대충 흘려듣기로도 마인이 수십 만에 이른다고 했으니까.’
송윤천은 하늘을 종횡무진으로 비행하며 지상을 살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 멀리서 새까만 무언가가 꿈틀거리면서 두 갈래로 나누어진 채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했다.
송윤천의 시야에는 마치 길고 새까만 지네가 땅 위를 느리게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일 정도.
타악-
송윤천은 이동을 멈추고 땅을 밟듯이 자연스럽게 두 발로 하늘 위에 섰다.
‘마인은 확실하고.’
마공의 부작용으로 정수리 부근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피부가 까맣게 죽어 나간 마인 무리가 끝도 없이 감숙과 사천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중원에서야 이와 같은 마공의 부작용을 애써 숨기려 들었지만, 이제는 마치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 당당한 모습.
이제는 정상과 비정상이 자리를 바꿀 시기가 왔다는 듯한 확신.
마교를 막기 위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보이던 두려움이 이들에게서는 조금도 전해지지 않았다.
‘이미 거대한 광기(狂氣)로 거듭나버렸구나.’
혼자서는 하지 못 할 일이지만, 마(魔)라는 하나의 구심점을 가지고 여럿이 뭉치니 발생하는 기이한 현상.
‘역사는 끝없이 반복된다.’
송윤천에게는 더없이 익숙한 장면이었다.
시대가 어떠하든지 지금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었으니까.
송윤천은 저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대부분은 정말 하등한 수준의 마기를 가지고 있으나 그중에서 몇몇이 가진 마기는 정순했으며 그렇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두근-
그러자 송윤천의 전신에 가득한 마기가 반항하듯이 꿈틀거렸다.
마기는 기타의 다른 기운과 다르게 상위와 하위로 분류된다.
그리고 상위의 마기는 하위의 마기를 제어하고 제압하며 때로는 흡수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송윤천의 마기는 지금 저 아래에 놓인 수많은 마기를 제압하고 흡수하려 했다.
‘이런.’
너무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기조차 감당하지 못할 송윤천의 신력이 간단하게 마기의 움직임을 제한했다.
내부에서 꿈틀거리던 마기는 신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이내 조금씩 잠잠해졌다.
마기를 진정시킨 송윤천은 지상을 관찰하며 조금은 천천히 이동했다.
둘로 보이는 대열은 자세히 관찰하자 그 안에서 또 여럿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쪽은 마교에 소속되지 않은 신강성의 외마(外魔)들.
‘저쪽은 막연하게 감정에 휘말린 녀석들일 테고.’
길게 이어진 대열에서도 앞쪽에 크게 뭉쳐있으며 유난히 들떠 보이는 듯한 무리.
자신이 고기 방패인지도 모르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저기 저놈들은…….’
사천성으로 향하는 대열 중 극히 일부가 송윤천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쪽으로만 신경을 집중시키자 기분 나쁘게 익숙한 기운이 포착되었다.
‘천살성이 뿌린 악(惡)이 여기서 이어지고 있었어.’
지금은 무너져 내린 진시황릉의 깊은 방구석에 봉인된 천살성의 영혼.
바로 그 천살성이 과거 흡혈괴마를 신봉하며 또 흡수하여 세웠다가 송윤천에 의해 멸망의 끝자락까지 간 혈교의 잔재.
마교로 피신하여 줄곧 몸을 숙이고 있었던 무리.
육마의 일인인 혈마(血魔)로 대표되는 혈종(血宗)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정도인가.’
천살성에 버금가거나 그놈의 발끝에라도 닿은 놈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붉게 물든 의복을 하고 피처럼 붉은 눈빛을 가진 혈마조차도.
‘저건 나중으로 미루고.’
사실 처음에는 마기가 반응하여 저 혈마라는 녀석을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기가 저쪽으로는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니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저놈은 애초에 마기와는 연관되지 않았으니까.’
혈교 혹은 혈마라 부르며 무공 역시 혈마공이라고 부르지만 엄격하게 따지면 마공은 아니었다.
단지 마교의 아래에 있기에 뭉뚱그려서 마(魔)를 붙였을 뿐.
송윤천은 혹여 방심했다가 놓칠세라 수십 만에 이르는 마인 무리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한참 시간이 흘러 저들이 멀리 이동할 때까지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이렇다 할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는 아니란 말인가.’
따로 선발대는 발견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본대에서도 작은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먼저 가지도 않았으며 함께 가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인데.’
송윤천의 시선이 더 멀리 서북쪽으로 향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그 끝에는 신강성 천산산맥이 있다.
그리고 그 깊은 골짜기의 구석 어딘가에는 천마신교의 본산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고.
‘오랜만의 귀환이 되겠어.’
수십 만의 마인들이 중원을 향해서 나아갈 무렵.
그들을 지나친 송윤천은 홀로 천산을 향해 나아갔다.
휘이이잉-
거친 바람이 송윤천 주위로 따라 불어왔다.
두근두근-
마치 심장이 뛰듯이.
마기가 꿈틀거린다.
송윤천은 초대 천마로서 한때 자신이 세우고 지켰던 고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송윤천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각.
먼저 마교의 준동을 파악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명이 기척을 숨긴 채 마교의 본산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거친 산바람이 한차례 불어왔고 깊게 눌러쓴 피풍의 아래에 숨겨진 얼굴이 드러났다.
“이런.”
주변에 아무도 없건만 그는 서둘러 다시 피풍의를 눌러썼다.
그의 정체는 바로 시마.
화양연화의 생존자 중 한 명이자 마교의 배신자였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