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대대로 마검의 주인은 마치 오욕칠정(五慾七情)이 없는 것 같이 무감각했다.
혹자는 그들을 보고서 마검에게 영혼을 팔아넘겼기 때문이 아니냐고도 했다.
검마(劍魔)라는 대단한 별호를 가진 이들은 하나같이 괴팍했다.
평생을 어두컴컴한 골짜기에서 나오지 않고 성화의 불빛 아래에서 천마동을 지키는 게 전부였으니.
하지만 시마가 보기에는 단순히 마검을 감당하기도 힘든 까닭에 정신이 무너져내린 게 아닌가 싶었다.
살아남기 위해 마검에 매몰된 제 팔을 자를 적에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던 게 바로 검마였다.
‘그런 놈이 웃어?’
시마는 자신이 알고 있었던 개념이 틀린 것 같아서 껄끄러운 감정에 휩싸였다.
대체로 위험이라는 건 약간의 이상함에서 오곤 했으니.
‘그렇다면 천마는?’
분명 하산하는 정벌대에는 천마라고 의심되는 존재가 없었다.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구나.”
웃음을 멈춘 검마는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갔다.
“그 대단한 천마는 어디에 있느냐?”
“……네 발로 순순히 죽으러 돌아왔으니, 이만 죽여주지.”
시마의 시건방진 언행에 검마는 정말 눈이 돌아버렸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하나뿐인 팔을 높이 올렸다.
쐐애애애액-
검마의 손에 쥐어진 마검이 분노하여 비명을 지르듯이 거칠게 울부짖었다.
짙은 마기가 담긴 검격이 수장 너머 시마의 목덜미를 몸통과 분리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시마는 피하거나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시마의 곁을 지키던 자가 한발 앞으로 움직였다.
밀려드는 검격을 향해 한 손을 내밀더니 그대로 잡아서 짓이겨 버렸다.
마치 지푸라기 한 단을 비틀어 끊어내는 듯한 동작.
무려 검마의 검격을 맨손으로 막아냈지만, 사내의 손바닥에는 작은 상처조차 생기지 않았다.
검은 연기가 사라지자 이어서 검마가 직접 앞으로 튀어 나왔다.
그그그그그극-
검 끝이 땅바닥을 그으며 기괴한 소음이 일었다.
상대와의 거리가 세 걸음 정도 남았을 무렵.
검마가 쇄도를 멈추지 않으며 굽혀진 왼쪽 무릎을 힘주어 살짝 옆으로 튕기면서 회전력을 더했다.
동시에 왼손에 쥐어진 마검을 사선으로 올려 그었다.
목표는 검격을 아무렇지 않게 막아낸 자의 오른쪽 팔.
성공한다면 공평하게 둘 다 외팔이가 될 터.
하지만 사내가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팔꿈치를 세워 아래로 숙였다가 위로 올렸다.
채앵-
팔꿈치가 검면을 밀어내자 마검이 단번에 바깥쪽으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콰가가강-
검격은 골짜기의 높은 암벽에 거대한 상흔을 새겨놓았다.
그로 인해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쿵쿵거리면서 암벽 겉면이 무너져 내리는 소음이 가득 울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완벽한 파훼는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 검 끝에 잘려나간 피풍의가 스르륵 흘러내렸다.
그러자 정체를 감추고 있던 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안색이 창백했다.
분명히 멀쩡하게 살아 움직이는데 상대에게서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강시로군. 그것도 생강시.”
강시 특유의 딱딱한 움직임이 아니라 살아있는 무인과 같은 자연스러움이 바로 그 증거였다.
“호오……, 검만 파고드는 무식한 놈이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나?”
“그래서 이놈은 또 어디서 구해왔지?”
검마는 강시의 얼굴을 확인하고도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기억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으니까.
“흐흐……, 그래. 역시 너 같은 애송이가 알 리가 없지.”
시마가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노장과 같은 말투로 검마를 비아냥거렸다.
“배신자가 중원으로 갔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거기서 구해온 놈이더냐?”
“원래는 그럴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만…….”
시마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계획대로라면 화양연화 혹은 구성 중에서 마음에 드는 녀석을 재료로 사용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도망치듯 중원을 떠났으니.
“그래도 조금은 섭섭하군. 아무리 이 늙은이가 교를 떠났다고는 하지만, 삼백 년 가까운 세월을 마교에 헌신했는데 말이다.”
시마가 자신과 검마 사이를 막아서고 있는 존재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소개하지. 마군악이라고 한다. 아마 무식하기 짝이 없는 네놈은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누군지 모를 테지만…….”
“마군악?”
그런데 무시하던 시마와 다르게 검마는 마군악이 누군지 알고 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분명히 들어본 이름이다.’
그는 어렵사리 그 이름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떠올렸다.
-내가 천마동에 들어가기 전, 새로운 교주의 계승식이 있었다. 그때 그자의 이름이……, 그래. 마군악, 마군악이었다.
바로 위대하신 천마께서 재림하셨을 때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그리고 천마께 설명하던 교도의 말 역시 떠올랐다.
“마지막 중원 정벌이 있기 전의 교주.”
검마가 알고 있는 정보는 딱 거기까지였지만, 그조차도 시마에게는 놀랍게 다가왔다.
‘이놈이 어떻게?’
검마가 태어나기 한참 전의 인물을 알고 있는 사실이 평범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으니까.
그것도 얼굴도 기타 특징도 모르고 오직 이름만으로.
“그래서 진작에 죽은 교주를 강시로 만들어서 뭐가 달라졌다는 거냐?”
검마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했다.
그가 섬기는 건 오직 마검과 위대한 천마가 전부.
교주의 권위나 대대로 전해지는 천마신공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당장 현 교주에게도 무력으로 밀리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되니 언제까지 검마 네놈이 그렇게 고개를 높이 치켜들지 궁금하구나.”
“고기 방패를 믿고 있나?”
서로가 상대를 당연히 이긴다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셋이 혈투를 시작했다.
그리고 저 높은 골짜기 위에서 누군가 이들의 싸움을 무심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송윤천이었다.
“검마 그리고 시마라…….”
손에 꼽히는 마인 간에 벌어지는 사투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그에게는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사람들은 개미가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지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처럼.
단, 송윤천이 따로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도 있었다.
“천마가 재림했단 말이지…….”
송윤천은 셋에게서 시선을 돌려 그 뒤의 천마동을 바라보았다.
꿈틀-
이제는 송윤천의 일부가 되어버린 정순한 마기가 당장이라도 천마동으로 들어가라는 듯 그를 재촉하고 들었다.
“기다리면 알아서 나오겠지.”
송윤천은 마기를 진정시키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검마와 시마의 사투를 다시 눈에 담았다.
눈에는 목숨을 건 살벌한 싸움이 담기고 귀로는 그들이 부딪치며 내는 소음이 흘러들었다.
‘집중이 안 되네.’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생각이 컸다.
‘천마동.’
한때 그 자신도 머물렀던.
그리우면서도 그립지 않은 그런 장소.
송윤천의 정신이 조금씩 과거로 스며들어 갔다.
* * *
지금이야 천산산맥이라는 멋들어진 명칭이 붙었지만, 예전에는 그런 이름조차 없었다.
과거 주변 사람들은 이곳을 험지(險地)라 불렀다.
사람보다는 맹수가 많았고 맹수보다는 괴력난신이 더 많았던 탓이다.
괴력난신으로 거듭난 송윤천 역시 어쩌다 보니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힘은 하늘에 닿았으나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람이니 그를 따르고 신봉하는 자들이 늘어갔다.
인연이 없었으면 모를까, 이미 생긴 인연이었으니 송윤천으로서도 쉽게 그 믿음을 저버리지 못했다.
괴력난신과 맹수를 홀로 감당하던 송윤천은 어느 날 수상함을 느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어디에나 괴력난신, 맹수, 사람이 어우러져 살곤 했지만, 이곳은 유난히 거친 이들이 많았다.
천산산맥에서 더 깊이 들어갈수록 그러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사람조차도 마귀처럼 변해버렸다.
참다못한 송윤천은 근원을 찾기 위해 나섰고,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역시 괴력난신이었으니 자신을 자극하고 때로는 유혹하며 또 제압하려는 기운에 대항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여기가 마굴(魔窟)이로구나.”
지금은 천마동이라고 불리는 장소였다.
송윤천이 발견했을 당시에는 내부에서 마기가 마구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기에 홀린 괴력난신과 맹수들이 그리 미쳐 날뛰었어.’
목표를 발견한 송윤천은 별다른 고민도 없이 마굴로 향했다.
고작 몇 걸음뿐인데 금방 마기가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의 전신에 스며들고 끝을 모를 정도의 고통을 선사했다.
“으음…….”
송윤천은 신음과 함께 멈칫했지만, 다시 아무렇지 않게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고통을 참아내며 더 깊숙이 전진했다.
자신은 불로불사(不老不死).
세상의 그 어떤 존재도 자신을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이보다 더한 신비로움도 이보다 더한 강함과 고통도 마찬가지.
송윤천은 계속해서 끝을 향해 나아갔다.
심연의 일부가 되어 며칠을 쉬지 않고 이동하니 마침내 끝자락에 도달할 수 있었다.
“……?”
벽 한가운데 흉측한 생김새를 한 존재가 얼굴만을 앞으로 불쑥 내밀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惡)을 담고 있는 것만 같은 모습.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마귀(魔鬼)가 아닐까 싶었다.
그 존재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검게 물든 눈동자로 송윤천을 응시했다.
“……. ……. …….”
입을 벌려서 뭐라고 말을 하려는데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에 그 존재가 내려는 말이 그대로 송윤천의 머릿속으로 전달되었다.
물론, 완전한 문장은 아니고 일부 단어 혹은 함축적인 뜻이었다.
“이곳에 봉인되었다?”
송윤천은 벽에 갇힌 존재와 거리를 두고서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을 이곳에서 꺼내 달라며 애원하기도 했고, 협박을 일삼기도 했다.
실제로 그 존재는 송윤천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기도 했으나…….
“손속이 제법 거친 편이로구나.”
죽음을 거스르는 존재인 송윤천은 안타깝다는 듯, 그 자리에서 즉시 되살아났다.
송윤천은 오랜 시간 동안 벽에 갇힌 존재를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 존재가 자신을 마왕(魔王)이라 칭했으며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마기라 하였다.
마왕은 송윤천을 설득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그런 술수에 쉽게 넘어갈 리가 없었다.
“내게 힘을 주겠다는 말이더냐?”
하나 송윤천이 아니었다면 넘어갔을 테다.
“그게 아니라면 영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마왕은 상대를 만인지상 일인지하로 만들어주거나 불로불사로 만들어주겠다고 유혹해왔으니까.
그 누구라도 마왕의 제안을 덥석 물었겠지만, 상대가 영 좋지 못했다.
“설마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전부인가?”
송윤천은 실망한 기색을 대놓고 비췄다.
그러자 마왕이 원하는 바를 밝히라 하였고, 송윤천은 자신을 사람으로 되돌려 달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부탁에 마왕은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본 적도 시도해본 적도 없었던 일.
만약 송윤천을 죽이게 된다면 자신은 다시 오랜 세월을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할 터다.
마왕에게서 흘러나오는 정순한 마기를 이겨내고 이곳까지 도달하는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으니.
결국, 마왕은 자신의 정순한 마기로 괴력난신으로 거듭난 송윤천의 신력을 소멸시키고자 했다.
세월이 오래 흘렀지만…….
“실패로군.”
송윤천은 처음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여전히 사람이 아닌 괴력난신이었다.
아니, 오히려 마왕과 가까이하며 그의 마기를 받아들이다 보니 마왕을 닮기도 했다.
“……, ……, …….”
마왕은 뭐라고 읍소하듯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송윤천은 듣지 않고 그대로 마굴을 벗어났다.
지난 세월 그가 모든 마기를 감당하고 있었던 까닭인지 그 많던 괴력난신이나 맹수 역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대신, 갑작스레 떠나간 송윤천을 절실하게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마기 속에서 마기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송윤천은 천마(天魔)라고 불리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가 등장한 마굴을 천마동이라 지칭했다.
그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송윤천을 구원자인 동시에 유일신 천마로 대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교주가 되었으며 장로로 뽑히기도 하며 위대하신 천마를 보필할 마(魔)가 탄생하기도 했다.
남은 이들은 교도라 하였다.
모든 것이 갖춰진 순간.
천마신교(天魔神敎)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