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오랜만이구나.”
먼 옛날.
당시만 해도 마굴에 불과했었던 천마동을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입구에 선 송윤천은 천마동에서 바깥으로 조금씩 흘러나오는 텁텁한 공기에 뒤섞인 끈적한 마기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마기와 같은 성질이었던 까닭이었다.
“여기는 다시 닫아두도록 하지.”
천마동과의 해후에 짧은 감상을 마친 송윤천이 몇 걸음을 나아가자 어둠 속으로 홀연 듯 사라졌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마기의 반응이었다.
츠츠츠츠츠-
언제라도 천마동을 벗어나려 하던 마기가 송윤천을 감싸기 시작했다.
한 차례 겪었던 일이기에 송윤천은 당황하지 않았다.
여기에 천마동을 가득 채운 마기 역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 거칠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우웅-
오래전 송윤천의 일부가 되어버린 마기가 외부에서 달려드는 마기에 반응하여 흡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성급하게 굴지 말아라.”
주인이 달래보았지만, 마기는 못 들은 척을 하며 주변의 마기를 먹어 치워 댔다.
“여기서 별것도 아닌 기운으로 배를 채우면 나중에 가서는 분명히 후회할 게다.”
그러자 송윤천의 말을 이해하기라도 했다는 듯 날뛰던 마기가 진정되었다.
마치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처럼.
“그래, 조금만 참거라.”
송윤천은 조금은 뿌듯한 표정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 세월 동안 수없이 많은 마인의 무덤이 되었던 천마동이었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했다.
깊이 들어갈수록 천마동은 더욱 넓어졌다.
내부를 가득 채운 마기 역시 더욱 강해졌다.
사방을 둘러싼 벽에는 지난 세월의 흔적 일부가 남아있었는데, 들어갈수록 흔적 역시 줄어들었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티고 버텨서 여기까지 왔다면 제법인 놈들이었겠는데.’
아마도 바깥에서 천마동을 지키고 있는 검마 정도 되는 이들이었을 테다.
‘그보다 못한 이들 혹은 방심한 이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도 못했을 터였고.’
송윤천의 표정이 다소 어둡게 물들어갔다.
자신이 그렇게 몰아넣은 게 아님에도 약간의 죄책감이 몰려온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끝이다.’
송윤천은 이번에야말로 천마동의 길었던 역사를 끝마치고자 했다.
* * *
과거 천산산맥에서 송윤천은 전지전능한 유일신 취급을 받았지만, 모두 틀린 말이었다.
그는 전지전능하지도 않으며 신도 아니었으니.
그렇기에 천마동 끝자락에 봉인된 마귀의 존재는 천산을 떠나려 마음먹었던 당시의 송윤천에게도 커다란 골칫거리였다.
송윤천은 자신을 마왕이라고 칭하는 마귀에 대해 수소문했고 이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마계(魔界)? 그러니까 다른 세상이란 말인가?”
“그렇소. 크흠, 그나저나 목이 좀 마른데…….”
시끌벅적한 객잔에서 송윤천과 마주 보며 앉은 노인이 말을 하다 말고 헛기침을 하며 주방을 바라보았다.
“마음껏 드시게. 마음껏.”
송윤천은 손님을 극진히 대접했다.
천하를 주유하는 이를 어렵사리 이 구석진 장소까지 모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허허, 역시 천마라는 말을 들을 만하오. 여기 있는 술 다 가져오너라-!”
그러자 상대도 좋은 대우에 절로 신이 나서 점소이를 닦달했다.
어느새 산해진미가 한가득 차려졌고, 그에 걸맞은 명주가 잔에 채워졌다.
둘은 젓가락에 손도 대지 않았다.
송윤천은 음식이 급한 게 아니었기에 그러했으며 상대는 오랜만에 음미하는 만찬에 젓가락을 쥘 틈도 없이 이곳저곳으로 손을 뻗어댔다.
금방 상대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송윤천은 당장 대화를 이어 나가고 싶었지만, 차분히 기다렸다.
흔히 만박노조(萬博老祖)라는 별호로 불리는 눈앞의 괴력난신이 자신보다 강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 자신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 이거 미안하오. 오랜만에 술이 들어가니 금방 취했지 뭐요.”
“더 취하기 전에 하던 대화부터 마치는 게 좋겠군. 어떤가?”
송윤천은 취객을 앞에 두고도 더없이 정중하게 요청했다.
지금 아쉬운 건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딸꾹-! 좋소! 이렇게 대접을 해주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않겠소. 그래서……, 그……,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었더라?”
만박노조 자신이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지 머리를 긁적거렸다.
“마계라고 불리는 다른 세상이 있다고 했었지.”
그러자 송윤천이 마지막 발언을 상기시켜주었다.
“아! 그랬지. 허허, 이거 나이가 들다 보니 자주 깜빡깜빡…….”
만박노조가 말을 하다 말고 멈칫거렸다.
송윤천은 불로불사였기에 외모가 젊어 보일 뿐.
실상 자신보다 몇 배는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까닭이었다.
“그래서 그 말이 사실이오?”
송윤천이 눈앞에서 계속 재촉하고 들자 만박노조의 풀린 눈이 조금이나마 뚜렷해졌다.
“그전에 새로 얻었다는 기운을 먼저 확인할 수 있겠소?”
그러자 송윤천은 서슴지 않으며 앞에 놓인 빈 잔에 약간의 마기를 담아서 만박노조에게 밀어주었다.
만박노조는 입안에 가득한 음식을 꿀꺽 삼키고 액체와 기체가 뒤섞인 상태의 새까만 무언가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대에 비할 바는 아니나, 나 역시 제법 많은 일을 겪었다고 자부할 수 있소. 하지만 이와 같은 기운은 태어나 처음 보오. 그대는 어떻소?”
송윤천이 고개를 저었다.
천산으로 오기 전에도 천하를 겪었다고 생각했다.
신화, 전설, 설화.
상상 혹은 허구 따위로 여겨지는 기묘한 일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었다.
애초에 송윤천 본인부터가 괴물이나 귀신이라 불리는 괴력난신이 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천마동에 봉인된 마귀와 마기는 그런 송윤천에게도 생소했다.
“미리 밝히지만, 내가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것은 아니오. 나 역시 이름 모를 고서에서 한 글귀를 보았을 뿐.”
“글귀라니?”
“흔히들 우화등선이라고 하면 무릉도원이 펼쳐진 선계로 간다고들 하지 않소. 이렇게 신선들이 모여 있는 세상처럼 마귀들이 모여 있는 세상도 있다고 하더이다.”
“그곳이 그대가 말한 마계라는 세상인가?”
“맞소. 다만 안타까운 건 더 자세히 파고들지 못했다는 거요. 알려진 사실도 이뿐이며 알고 있는 자도 없으니.”
송윤천이 만박노조를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무언가 숨기려는 기색은 엿보이지 않았다.
다만, 애써 만박노조를 수소문한 용건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존재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나? 아니면 다시 그놈이 있던 세상으로 돌려놓거나.”
송윤천은 천산산맥에서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돕는 한편, 천마동에 봉인된 마귀를 처리하고자 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동등한 격의 존재의 힘이 있으면 그만이지 않겠소?”
천마동의 마귀는 자신을 마왕이라고 소개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는 송윤천 역시 제대로 가늠하지 못할 정도이나 자신을 뛰어넘는 건 확실했다.
정말 무슨 수를 써봐도 자신은 마귀를 죽이거나 봉인할 수도 없었으니까.
“그러면 승천하는 용을 여기로 끌고 오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송윤천이 알기로 그보다 더 대단한 존재가 적게나마 존재하기는 했으나 각기 다른 이유로 자리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용을 언급했지만, 이조차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자 푸념을 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만박노조는 그의 말을 듣고 손뼉을 쳤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려?”
“승천하는 용을 강제로 지상에 머물게 할 방법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그 말은 곧 승천에 실패하니 다시 이무기로 돌아간다는 뜻.
그리고 이무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송윤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으니 소용이 없었다.
“그게 아니오. 조금 그렇지만, 역린(逆鱗)이 있지 않소.”
역린이란 용의 목 아래에 거꾸로 배열된 딱 하나의 비늘을 의미한다.
용이 있는지도 모르며 한평생 용을 볼 일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역린을 건드렸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
“실제로 역린을 건드리게 된다면 용의 분노를 사서 죽임을 당하게 되니.”
즉 만박노조의 말은 용의 역린으로 마귀를 제거하라는 뜻이었다.
방법은 송윤천이 생각하기에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다.
“그래서 용의 역린은 어디서 구할 수 있나?”
바로 역린의 행방이었다.
용이라는 존재도 그리 흔한 게 아니었는데 역린을 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한다는 말인가.
송윤천 역시 승천하는 용을 가까이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용에게서 역린을 강탈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건 나도 모르겠소.”
만박노조 역시 제대로 도움이 되지 못함에 민망하여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그렇게 송윤천과 만박노조와의 만남은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마무리되었다.
한참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천운이 닿아 송윤천의 손에 역린이 들어오게 되었다.
바로 얼마 전, 진시황릉에서 최후를 맞이했었던 화양연화의 혈화백 강휘에게서 얻은 역린이었다.
‘그것도 가장 난폭하고 강력하다는 화룡의 역린을 말이지.’
어쩌면 혈화백 강휘가 정신이 나가 있지도 않음에도 화룡을 그리고 다닌 까닭이 여기에 있을지도 몰랐다.
용의 기운이 담긴 역린은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웠으니 말이다.
다행인 점은 혈화백이 역린의 용도를 알지 못했기에 이렇게 멀쩡하게 송윤천의 손에 들어왔다는 사실이었다.
‘잘 써주도록 하지.’
송윤천은 역린의 존재를 상기하며 천마동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벽에 봉인된 마귀와 그에게 간절히 애원하고 있는 두 번째 천마 북리천이 송윤천을 맞이했다.
대충 훑어보기에 마귀와 북리천은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른 듯했다.
“오랜만이군. 마귀……, 아니 마왕이라고 했었지.”
송윤천은 다급한 표정의 북리천을 무시하며 뒤편에 봉인된 마왕과 시선을 마주했다.
“……! ……! ……!”
마왕은 송윤천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짐작이라도 하는 것처럼 분노했다.
말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감정만큼은 확실하게 전달되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처럼.
마왕과 북리천은 송윤천이라는 공동의 적이 눈앞에 당도하자 서로의 고집을 꺾으며 손을 잡았다.
푸우욱-
마왕의 입에서 검은 줄 하나가 튀어나와 채찍처럼 마구 휘다가 북리천의 등에 닿아 연결되었다.
그리고 마왕에게서 강력한 기운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천마동을 채우고 있는 마기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강한 기운.
“으으으으-.”
북리천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고통에 몸이 앞으로 활처럼 휘어 들어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대신에 전신에 힘이 샘솟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안 그래도 갈라진 입술이 마구 터져나가며 흐르는 피가 턱을 타고 뚝뚝 떨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마기의 화신이 되어버린 북리천이 송윤천을 향해 손을 뻗자 마기가 튀어 나갔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구나.”
송윤천 또한 지지 않고 당장이라도 날뛰고 싶어 하는 마기를 마음껏 풀어헤쳤다.
투두두두둑-
손처럼 사방으로 뻗어가는 마기가 한가운데에서 맞닥트린 가운데 북리천은 한치의 물러남도 없었다.
아니, 조금이지만 송윤천을 압도하는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끄드드드-
송윤천의 마기가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북리천과 그와 연결된 마왕은 그 장면을 보고 흡사한 웃음을 지어냈다.
마왕을 등에 업은 두 번째 천마와 첫 번째 천마의 대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