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조금 떨어진 거리.
익숙한 기운이 뒤에서 닥쳐오자 저도 모르게 남궁연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희미하게나마 벼락이 불길과 어울리며 주변으로 치닫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사제구나.’
자신보다 한참 강하고 또 대단한 풍전이 활약하고 있음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전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순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직 마교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문제는 정파가 수적으로 밀리는 게 아니라 양측을 대표하는 절대 고수들에게 있었다.
마교에서는 검마를 제외하고 육마 중에 다섯이 전장을 휘젓고 있었다.
그리 악명을 떨치지는 않았지만, 육마에 버금가는 마두 역시 전원 참전했고.
그런데 정파를 대표하는 구성은 풍전과 마석동, 소림의 금강과 사천당가의 신의가 전부였다.
물론 남궁세가의 창천 남궁겸이 조만간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또한, 사망한 태극의 제자인 일원 진인이 스승의 빈자리를 메꾸려 노력했으며 실제로 버금가는 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듣기로는 한참 떨어진 장소에서 교주를 상대로 합공에 나서고 있다고 했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궁연 역시 그 소식을 마지막으로 다른 소식은 듣지 못했다.
당장 그녀의 눈앞에 절벽을 기어 올라오는 마인이 끊이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내 일부터 제대로 하자.’
남궁연은 잡념을 거둬들이고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푸욱-
앞에 선 남궁연이 자신보다 덩치가 두 배는 더 거대해 보이는 마인의 옆구리를 찔렀다.
검이 비스듬하게 몸통을 관통하여 척추 부근을 뚫고 튀어나왔다.
팟-
검이 빠져나가자 양쪽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어찌나 빨랐는지 상대는 남궁연이 검을 거둬들인 후에야 고개를 숙여 관통당한 부위를 눈으로 확인했다.
눈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인지한 뇌가 고통을 잠재우기 위해 전신에 분노를 들끓게 했다.
“흐아아악-!”
눈이 뒤집힌 마인이 옆구리와 등에 난 구멍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남궁연에게 성큼성큼 달려들었다.
덩치만큼 길고 굵은 검이 남궁연의 목을 노리고 사선으로 그어졌지만, 그녀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스릉-
남궁연이 상반신을 바짝 숙이고 상대의 곁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며 상대의 경동맥 부근을 제대로 그었기에 마인은 또다시 피를 뿜으며 금방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조장 뒤에!”
이미 몇 차례나 남궁연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개방의 거지가 소리쳤다.
남궁연은 조원의 외침과 동시에 뒤에서 자신의 목 부근을 노리고 날아드는 무언가를 감지했다.
그녀가 무릎을 살짝 굽혔다가 튕기면서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허리를 구부리고 뒤쪽으로 한 바퀴 도는 게 시장바닥에서 묘기를 부리는 듯했다.
그러나 결과는 끔찍했다.
스아아-
그녀는 뒤에서 자신을 노리고 달려든 상대의 정수리 부근을 두 쪽으로 쪼개버린 뒤 땅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
그와 동시에 마인이 갈라진 머리를 붙잡은 채 죽었다.
이번에는 왼편에서 암기가 다발로 날아들었다.
고개를 돌린 남궁연의 눈에 각기 다른 암기의 궤적이 예측되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바로 오른 편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군이 다른 마인을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다다당-
남궁연은 그 자리에서 검을 역으로 들고 손목을 아주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 암기를 차분히 막아냈다.
마지막으로 날아든 암기는 상대에게 들키지 않도록 검게 칠해진 비수.
카앙-
남궁연은 그 비수를 빗겨 쳐서 속도를 죽이고 허공에 뜬 상태 그대로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왼쪽으로 한 바퀴를 회전하며 힘을 실어 자신을 향해 비수를 날린 상대에게 도로 비수를 던졌다.
콰직-
반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마인은 막거나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이마가 꿰뚫리면서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
송윤천이 풍전을 비롯한 장원의 모두에게 늘 강조했기에 남궁연 역시 그의 영향을 크게 받은 터였다.
“후우-.”
남궁연은 숨을 크게 쉬어대며 호흡을 조절했다.
따로 휴식을 취하지 않고 단지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전신에 쌓여가는 피로가 줄어 들어갔다.
남궁연의 몸에 흐르는 괴력난신의 신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
거기에 음양일원공으로 인해 적어도 회복력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다친 사람은요?”
남궁연이 헐떡이는 거지에게 다가가 물었다.
죽은 사람은 따로 물어보지 않았다.
이 넓은 전장에서 시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으니까.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없소. 그런데 조만간 죽을 것 같기도 하네. 퉷.”
거지가 임시방편으로 피부가 벗겨진 제 팔에 침을 덕지덕지 발라대며 답했다.
가지고 있었던 금창약이 바닥을 보인 까닭이다.
“그게 정말 효과가 있기는 해요?”
“효과가 없으면 진작에 팔다리 하나씩은 잘렸겠지. 조장도 나중에 정 급하면 나처럼 해보든가.”
“아무튼, 조금만 더 버텨요.”
거지가 엄살을 부리는 건 아니었다.
남궁연과 같은 조로 함께 행동하면서 정말 최선을 다했으니까.
단지 무력이 그녀보다 부족했을 뿐.
“조장은 괜찮소? 우리야 돌아가면서 잠깐이라도 쉬었는데…….”
“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은 끄떡없어요.”
남궁연은 어림도 없다는 듯 답했다.
“히야…….”
남궁연의 정체를 모르는 조원들은 그녀를 괴물처럼 여기기도 했다.
자신들은 돌아가면서 쉬지 않으면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을 지경이었는데 남궁연은 한 번도 쉬지 않았으니.
“조장, 잠시라도 좋으니 쉬었다가…….”
“쉿, 조용.”
남궁연이 걱정하는 조원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들도 전장에서 겪은 게 있으니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눈을 감고 귀를 활짝 연 남궁연에게 자칫 놓칠 뻔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야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지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여전히 부딪치며 나는 소음이었다.
“다들 조금만 더 쉬다가 와요.”
마음 같아서는 함께 움직이고 싶었으나 조원들은 정말 지친 상태.
“나, 나도 함께 가겠소.”
자신들보다 한참 어린 조장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소용없었다.
대나무를 잘라 만든 물통을 입에 가져가는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게 그 증거였다.
‘이 상태로 바로 간다면…….’
남궁연은 다른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이들의 목숨을 거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조장-!”
남궁연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조원 넷을 두고 박차를 가했다.
주변 배경이 휙휙 바뀌면서 귀를 자극하는 소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살과 근육이 잘리고 찢기고 뚫리는 소리.
뼈가 끊기는 소리.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
고통에 찬 비명.
이런저런 끔찍한 소리들이 마구 뒤섞여서 들리다가 조금씩 잠잠해졌다.
남궁연은 더욱 속도를 내서 가파른 절벽을 훌쩍 뛰어올랐다.
그러자 거기에 어느 젊은 사내가 홀로 서 있었다.
피부가 유난히 창백한 사내의 왼손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그 주변은 온통 메마른 시체로 가득 했다.
사내 역시 다가오는 남궁연을 발견했는지, 입맛을 다시며 그녀를 바라봤다.
남궁연은 사내에게서 어딘지 모를 익숙함을 느꼈다.
‘분명히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은 그런…….’
자신과 남궁헌과 비슷하고, 그보다는 송윤천이나 월과 더욱 같은 기운.
“괴력난신.”
“어라……?”
사내는 남궁연의 확신에 찬 말에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남궁연을 뚫어지게 살폈는데,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는 남궁연이 괴력난신과 사람으로서 뒤섞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세히 뜯어보면 알겠지.”
언제라도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먹잇감을 앞에 둔 것과 같이 여유로운 태도.
남궁연은 몰려오는 불쾌한 감정을 애써 뿌리치고서 온전히 검에 집중했다.
“괜히 반항하면 시체가 훼손될 수 있으니 얌전히 있거라. 얌전히. 흐흐흐.”
이미 남궁연을 잡은 것처럼 웃음을 자아내는 사내의 한껏 벌려진 입안.
거기서 길고 날카롭게 자라난 송곳니가 빛을 발했다.
* * *
한편 풍전은 염마를, 마석동은 권마를 상대하고 있었다.
하나 걱정스러운 건 여기서 또 다른 방해 요소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것.
이들과 비등한 혹은 그에 못 미치지만, 제법 성가신 수준의 마인이 합류한다면 복잡해질 터.
반대로 이쪽에서는 지원을 바라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쉽지도 않았다.
그러니 풍전이든 마석동이든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
현 상황을 바라볼 때, 마석동과 권마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등했다.
어느 한쪽에 작은 추가 더해진다면 그 순간 상황이 기울 정도.
반대로 풍전과 염마는 이미 어느 정도 풍전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상황이었다.
‘장주, 고맙소.’
문득 풍전은 송윤천을 떠올렸다.
약자가 강자를 바라보면 모든 게 강점으로만 보일 것이다.
약점이 노출될 약간의 틈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동등한 위치에 선 자가 바라본다면 강점과 약점이 뒤섞인 채로 보일 것이다.
어디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강하지만, 또 어딘가는 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강자가 약자를 바라본다면 모든 게 부족하기에 온통 약점으로만 보일 것이다.
풍전은 송윤천을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천하가 풍전 자신을 구성(九星)이라고 받들어주었다.
자신과 같은 경지에 오른 고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 단순히 무공의 경지가 상승한 게 아니라 수많은 경험이 더해지면서 노련미가 엿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송윤천에게 있어서 풍전이 백 년에 걸쳐 쌓은 굳건한 성은 모래성에 불과할 뿐이었다.
풍전은 송윤천에게 깨지고 또 깨지면서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받아들였다.
또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몇 년에 걸친 피와 땀의 결실이 지금 전장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순수하게 무공의 경지로 견주어 볼 때 염마가 풍전에게 밀리느냐 물으면 그건 또 아니었으나…….
‘이 녀석에게는 요령이 부족하다.’
자신에게 접근하는 풍전을 막아서기 위해 염마가 사방에 거센 불길을 일으켰다.
하지만 풍전은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살짝 닿기만 해도 타죽을 것만 같은 불길 사이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풍전은 전신에 뇌기를 덮고 있었다.
약간의 방심이 염마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하지만 마석동을 상대하면서도 그 장면을 놓치지 않은 권마가 나섰다.
“어딜-!”
마석동에게 묵직한 일격을 선사하는 동시에 권마가 뒤로 물러났다.
염마가 풍전을 상대하지 못하면 이번에는 자신이 둘을 상대해야 한다.
그러니 권마로서도 좋든 싫든 염마가 이 자리에서 죽어서는 안 될 일.
파지지직-
풍전도 옆에서 갑자기 달려드는 권마를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염마를 향하던 뇌기의 방향을 급격히 꺾어버렸다.
염마 역시 위기가 기회로 급변했음을 놓치지 않고 양손에 불을 머금고 풍전을 노렸다.
마찬가지로 마석동 역시 한발 늦게 대열에 합류하여 팔을 들고 풍전의 앞을 막아섰다.
염마의 불길은 마석동에게.
풍전의 뇌기는 권마에게 적중되었다.
말 그대로 난장판.
이렇듯 권마가 위기에 몰린 염마를 구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난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한참 멀리 천마동 끝자락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