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새가 두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하늘을 비상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마찬가지로 사람 역시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또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무림맹 와룡당의 막내, 소선생(小先生) 남궁헌에게도 그런 특별한 능력이 한 가지 있었다.
남들에게는 불가능하지만, 오직 남궁헌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 말이다.
넓디넓은 검문관을 전장으로 활용하기 바쁜 지금.
비장함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마교를 막아내는 무인만큼이나 후방의 와룡당 역시 쉴 틈이 없었다.
“갑인(甲寅) 지역에서 전투 불능 인원 칠할 가량 발생. 즉시 충당 필요.”
“병오(丙午) 지역에서 초절정 이상의 마두 둘이 등장. 현재 피해 속출.”
“무진(戊辰) 지역에서 다수 인원 중독 증상 발생.”
상황이 워낙에 시급한 터라 천막 따위가 전부인 후방 기지.
주변에서는 정보원들이 가져온 전황(戰況)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소식조차도 감히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자신들에게는 짧은 문장에 불과하지만, 최전선에서는 여러 목숨이 달려있었으니까.
모두가 각자의 임무에 매진하는 동안, 남궁헌 역시 자신이 맡은 임무에 모든 신경을 쏟아붓고 있었다.
남궁헌은 정중앙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실시간으로 사방에서 귓속으로 파고드는 여러 정보를 종합했다.
현재 검문관을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활용하여 모든 구역을 총 백 이십 곳으로 분류한 상황.
남궁헌의 머릿속에 그 모든 장소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가 그려졌다.
“무진 지역에서는 물러나도록 할게요. 정확히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르는데 나섰다가는 피해만 더 거칠 뿐이에요.”
남궁헌이 독의 대가는 아니지만, 독의 위험성은 알고 있었다.
“병오 지역에는 가장 가까운 병사, 병미에 있는 동급의 고수 셋을 동시에 지원하라 일러 주세요.”
여기는 비무대 위가 아니다.
동수를 이루는 게 아니라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니, 피해가 늘어나기 전에 둘을 제거하기 위해 이쪽에서는 셋을 동원했다.
마음 같아서는 넷 혹은 그 이상을 동원해서 확실하게 처리하고 싶었지만, 초절정 정도 되는 고수는 흔치 않았다.
또한, 어느 한쪽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무리하다가는 다른 쪽에 더 큰 구멍이 생길 수도 있었다.
‘냉정해야 해.’
남궁헌은 괜히 자신을 다독였다.
자신이 내리는 판단에 수없이 많은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
“그리고 갑인은…….”
남궁헌이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긴장과 함께 굵은 땀방울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려 책상 위에 뚝뚝 떨어졌다.
연락이 올 당시에만 피해가 칠 할에 달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미 사상자가 절반을 넘어섰는데 남은 절반이 의지를 불태워 기적적으로 잘 막아냈다는 망상은 현실도피에 불과하다.
남궁헌이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
자신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냉정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 두통이 몰려오는 탓이다.
“……갑인 지역은 포기하겠습니다. 남은 인원은 갑축, 갑묘, 을인 지역으로 합류토록 하세요.”
꽉 쥐어진 남궁헌의 손이 부르르 떨려 온다.
손바닥을 파고드는 손톱에 아린 통증과 함께 피가 흘렀다.
아무리 임기응변과 순간 대응 능력이 뛰어나도 모든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무력감이 몰려 닥쳐왔다.
탁-
그 순간, 누군가 절망하는 남궁헌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당주님.”
남궁헌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와룡당주 제갈과였다.
“헌아, 잠시 나가서 시원한 바람도 쐬고 이거 마시면서 머리 좀 식히고 오너라.”
제갈과는 직접 만든 차 한 잔을 내어주며 남궁헌에게 휴식을 명했다.
앉아서 머리만 쓰기에 무한정 괜찮을 줄 알지만, 이 또한 심력과 체력의 소모가 상당한 일.
내공과 체력이 다하면 물러나서 재정비에 들어가는 무인처럼.
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달궈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제가 자리를 비우면…….”
“벌써 사흘이 넘었다. 어서.”
제갈과와 시선을 마주한 남궁헌의 얼굴은 이미 피로로 퀭하게 물든 지 오래였다.
중간중간 머리를 처박고 쪽잠을 자기야 했지만, 그런다고 될까.
제갈과는 강제로 남궁헌을 자리에서 일으키고 자신이 직접 남궁헌의 임무를 수행했다.
남궁헌도 대단했지만, 제갈과 역시 명색이 당주이며 고금제일의 기재라는 제갈량의 핏줄.
재능에 오랜 경험이 합쳐지니 그에게 익숙한 분야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능숙하게 해냈다.
“……감사합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남궁헌이 제갈과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기에 고마움을 담아 고개를 꾸벅였다.
남궁헌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듯한 차를 들고 천막을 나서서 뒤로 향했다.
앞으로 향하면 바로 저 아래에 넓게 전장이 펼쳐져 있다.
아군이 죽어가는 게 자신의 부족함 때문인 것만 같아서 차마 눈뜨고 지켜볼 수가 없었다.
‘누나랑 사제는…….’
최전선 어딘가에는 남궁연과 풍전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지 않은가.
풍전이야 워낙 거물이기에 속속들이 그에 대한 보고가 올라왔지만, 누나인 남궁연에 대해서는 딱히 전해진 바가 없었다.
장원에서야 소중한 일원이었지만, 여기서는 수많은 무인 중 한 명일 뿐이었으니까.
그나마 남궁연은 가진바 무력을 당당하게 인정받아서 네 명의 조원을 이끄는 조장으로 활약한다는 게 알려진 전부였다.
지난 몇 년.
남궁헌은 와룡당에서 많은 일을 겪고 또 익숙해졌기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와도 아무렇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인연이 닿은 이들이 위험한 가운데 직접 도울 수 없다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다.
“둘 다 무사해야 해.”
남궁헌이 하늘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리고 찬 바람에 식어버린 차를 한입에 털어 넣고 돌아가려 하는데.
툭- 툭- 툭-
몇 걸음 앞의 땅이 조금씩 움직이는 게 아닌가.
‘두더지?’
당연히 남궁헌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타악-
팔 하나가 위로 불쑥 튀어나오는 모습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
‘땅굴이다!’
이런 일에 대해서 아예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최전선에서 마교와 사투를 벌이는 무인들이 팔과 다리라면 후방에서 전장을 조율하는 와룡당은 머리라고 할 수 있었다.
마교 측에서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도 없을뿐더러 무슨 수를 쓸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서 주변에 경계를 서는 무인들이 여럿이었으니까.
그런데 설마 인적 없는 뒤편으로, 그것도 땅굴을 통해 기습할 거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땅에서 솟은 팔이 다시 들어갔다가 구멍을 넓히기 시작했다.
멀리서 경계를 서는 무인에게 맡기는 게 좋겠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자신이 그들을 불러오는 사이에 몇 명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일.
“기습! 기습이다아아아아-!”
남궁헌은 수십, 수백 장 떨어진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도록 내공을 담아서 우렁차게 외쳤다.
그리고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언제나 차고 다니는 검을 빼 들고서 이제는 머리를 위로 불쑥 내밀고도 남을 정도로 넓어진 구멍을 향해 달려갔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에 크게 울려댔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무공을 본격적으로 수련한 이후 겪는 실전은 처음이나 다름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 앞섰지만.
‘내가 해야만 해. 반드시.’
금방 다짐을 세웠다.
자신이 죽는 게 끝이 아니다.
저 뒤에서 죽어라 애쓰고 있는 와룡당주 제갈과.
자신을 자식 혹은 친동생처럼 여겨주는 사수 구성주.
그리고 자신을 소선생이라고 부르면서 챙겨주는 와룡당의 모두가 몰살당하고 말 것이다.
‘절대 안 돼.’
조금 지난 일이지만, 곽범이 마인에게 당해서 초주검이 되었을 때 남궁헌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피 한 방울 이어져 있지 않지만, 그 어떤 혈육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이 더해진 긴장감이 남궁헌의 머리에 가득 찼다.
이런 상황에 누군가는 몸이 굳어버리기도 하지만, 남궁헌에게는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구멍까지 세 걸음.
양손이 땅을 짚고 머리통 하나가 반동과 함께 불쑥 위로 튀어나왔다.
남궁헌은 만약의 만약을 대비하여 그 즉시 뒤통수만 보이는 상대의 정수리부터 확인했다.
땅굴을 파고 후방에 침입하기 위함인지 가발로 가려보려 했지만, 찬 바람에 모습이 드러났다.
주먹만큼 빠져나간 머리와 그 아래로 드러난 거무죽죽하게 죽어버린 두피.
분명히 마공을 수련한 흔적이었다.
‘마인……!’
상대가 아군이 아닌 적이라는 확신이 섰으니 망설임이 필요치 않았다.
남궁헌은 역수로 잡은 검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양손으로 꽉 쥐며 이마 높이까지 올렸다가 그대로 내리찍었다.
푸욱-
땅굴 위로 튀어나온 머리통 정중앙.
가발로 어설프게 숨겨두었던 정수리 부근에 남궁헌의 검이 삼 할 정도 파고들었다.
두개골을 깨부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뇌가 부드럽게 잘리는 촉감이 그대로 양손에 전달되었다.
한 차례 작은 떨림과 함께 땅을 짚고 있었던 마인의 양손에 힘이 쭉 빠졌다.
쑤욱-
남궁헌이 정수리부터 깊게 파고 들어간 검을 뽑아냈다.
뼛조각, 피, 살점, 알아볼 수 없는 조각들이 매끄러운 검날을 타고 흘러내렸다.
쿠궁-!
아래에서 시체가 무언가 강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땅에 떨어진 건 아닐 테니 필시 침입자가 더 있다는 뜻.
‘하기야 절벽 중심부부터 힘들게 이 멀리 후방까지 땅굴을 팠는데 고작 한 명일 리가 없지.’
남궁헌은 어서 지원이 오기를 기다리며 처음으로 행한 살인에서 오는 여러 감정을 억지로 매몰시켰다.
‘나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충분히 죽일 놈이었으며 만약 죽이지 않았으면 자신이 먼저 죽었을 터이니 결코 잘못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성적인 논리에도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아래에서는 떨어진 시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또 다른 마인이 위로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바로 위에 먼저 나가려던 동료를 처참하게 죽인 상대가 있음을 알면서도 망설임은 없었다.
만약에 땅굴을 조금 더 넓게 팠다면 바로 튀어나왔을 테지만, 양어깨를 좁혀봐도 걸릴 정도였다.
머리와 함께 오른팔이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그 손에는 단검이 들려 있었다.
운이 따라주는 건지 이번에도 상대는 뒤돌아선 채였다.
남궁헌의 앞에 상대의 뒤통수가 훤히 드러났다.
사삭-
거친 바람이 불며 남궁헌의 옷가지가 펄럭이는 소리가 주변으로 퍼졌다.
“……!”
마인의 귀가 이를 놓치지 않고 쫑긋거렸다.
적이 뒤에 있음을 알고 곧바로 돌려보려 했지만.
콰지직-
뒤에서 다가간 남궁헌은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고 상대의 정수리에 검을 깊게 쑤셔 박았다가 뽑았다.
쿠궁-
땅굴 위에 놓친 단검만을 남기고 아래로 시체가 떨어져 버렸다.
연달아서 두 명이 시체로 돌아오자 땅굴에서도 누군가 바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소선생, 무슨 일입니까?”
마침 주변을 경계하던 무사 여럿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달려왔다.
“땅굴이에요.”
남궁헌은 바지에 튄 핏자국과 검을 타고 뚝뚝 흐르는 핏방울을 보여주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무인들이 땅굴을 포위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침입에 대해 경계를 바짝 올리는 가운데.
“어떻게 위치를 알아냈는지는 몰라도 장소가 노출됐어요. 그러니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해요.”
다급하게 천막으로 돌아간 남궁헌이 강력하게 주장하자.
“다들 헌이 말 들었지?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
제갈과 역시 당주로서 남궁헌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와룡당은 보다 철저한 방비를 위하여 지금처럼 완전히 동떨어진 곳보다는 전장에 조금 더 가까운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거기서 사형제의 해후(邂逅)가 성사되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