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어릴 적.
그러니까 남궁연과 남궁헌이 송윤천을 따라 장원의 식구가 되었을 무렵.
첫 만남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풍전이 그들 앞에 기절한 채로 질질 끌려왔었다.
그렇게 풍전은 의도치 않게 남궁연과 남궁헌, 곽범에 이어 막내 제자가 되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여기에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무림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할 때였기도 하고 이미 부모뻘이나 다름없었던 곽범이 충실하게 사제 노릇을 했으니 말이다.
남매가 무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이후, 이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풍전은 백 살에 이르는 고령을 떠나서 정파 무림의 최강자로 명성이 자자했지 않은가.
하지만 풍전은 자신의 명성이나 무력 따위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남궁연과 남궁헌을 진심으로 대해주었다.
정말 손주들을 아껴주는 할아버지가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두 남매 역시 이런 풍전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풍전을 때로는 할아버지처럼, 때로는 짓궂은 늙은 사제처럼, 또 피를 나눈 가족처럼 대했다.
“사제……?”
남궁헌은 마석동의 등에 업힌 채 후방으로 실려 온 풍전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여기저기 화상을 입었으며 마기에 노출된 까닭에 팔꿈치 아래로 온통 새까맣게 물들어 있기도 했다.
전장에서 절대 고수의 부재는 곧 다수의 희생으로 이어지니 금방 의원들이 실신한 풍전에게 달라붙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지쳤을 뿐이니까.”
그 말처럼 중상을 입은 건 아니었다.
단지 며칠 밤낮을 잠시도 쉬지 못하고 이리저리 고생하느냐고 체력과 내공을 모두 소진했을 뿐.
풍전을 업고 돌아온 마석동이 솥뚜껑처럼 두꺼운 손으로 남궁헌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맹주님은요? 괜찮으세요?”
정신을 추스른 남궁헌이 뒤늦게나마 마석동을 챙겼다.
장원 식구들을 제외하면 가장 자주 보고 친분을 나눈 게 마석동이었으니까.
“흐흐……. 나야 당연히 끄떡없다. 저기 팔자 좋게 기절한 거지 녀석처럼 체력이 부족하지 않으니 말이야.”
마석동이 팔에 힘을 주고 부풀려 보이며 웃어댔다.
그는 자신도 한계에 도달하여 체력이 바닥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허세를 부렸다.
사방에 보는 눈이 적지 않으니 괜히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기세가 죽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마.”
“네, 맹주님. 저도 조금만 더 있다가 돌아가려고요.”
“오냐. 흐흐. 사형이 이렇게 옆에서 봐주고 있으니 거지가 마음이 든든하겠구나.”
마석동은 목구멍에서 비릿함과 함께 피가 올라오는 것을 참으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괜히 남들 앞에서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우웨에에엑-!”
마석동은 거대한 덩치를 숨기기 위해 최대한 구석진 곳에서 양껏 죽은 피를 토해냈다.
그리고는 휴식과 안정을 취하기 위해 편한 자세에서 곧바로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그가 내뱉은 피가 말라 갈색이 되었을 무렵에야 다시 눈을 떴다.
‘그리 늦지는 않은 모양이야.’
하늘을 쓱 쳐다보니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것으로 봐서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운기조식이 만능은 아니기에 지치고 다친 신체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야지.’
이렇게 약간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전장은 마석동을 필요로 했다.
그렇게 다시 성큼성큼 전선으로 나아가려는데.
그리우면서도 익숙한 목소리들이 그를 찾았다.
“늦어서 미안하네.”
“오랜만일세.”
고개를 돌리니 가장 빛나는 민머리와 그 뒤로 수백 명의 민 머리가 줄을 지어 있었다.
또 바로 옆으로는 창천(蒼天)이라는 두 글자가 멋들어지게 새겨진 검집을 착용한 수백의 무리가 있었다.
중원 최고의 문파와 최고의 가문으로 손꼽히는 소림사와 남궁세가의 등장이었다.
* * *
마석동은 맹주이자 중원 무림의 대표로서 그리고 같은 구성의 동료로서 창천과 금강을 맞이했다.
“풍전은 어디에 있나?”
“저쪽에 누워 있다.”
금강의 물음에 마석동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우연인지 뭔지 모르게 그쪽에는 땅을 깊게 파고 시체를 묻는 이들이 땀을 뻘뻘 흘려대고 있었다.
중독되어 사망한 시체를 아무 데나 내버려 두다가는 큰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설마 관에 누워 있다는 말인가……?”
그 모습에 금강이 식겁했다.
“왜? 멀쩡히 살아 있는 놈을 부처님께 보내려고?”
마석동은 알아서 따라오라는 듯 앞장섰고, 창천과 금강이 뒤를 따랐다.
풍전이 누워 있던 침상 곁에는 어딘가 많이 익숙한 노인 한 명이 신중하게 침을 놓고 있었다.
“설마 유신이 자넨가?”
누가 같은 오대세가 아니랄까 봐 창천 남궁겸이 가장 먼저 상대의 정체를 알아봤다.
그러자 노인이 여전히 풍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침을 놓으며 입을 열었다.
“옛 친우들. 다들 오랜만일세.”
그 노인이 바로 사천당가의 신의(神醫) 당유신.
금강, 창천, 참월, 풍전과 함께 구성(九星)으로 불리는 절대 고수였다.
괜히 신의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는 듯.
풍전이 금방 눈을 떴다.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힘이 잔뜩 빠졌지만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다들 모인 마당에 만찬이라도 즐기고 싶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뤄두지.”
이렇게 여럿이 한자리에 모이는 게 얼마 만이던가.
기억하기로는 백 년 넘게 산 이들이 파릇파릇한 청춘이던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 오랜 시간 사지 멀쩡히 붙어 있는 채로 재회하니 기분이 좋기는 했다.
“상황은 어떤가?”
신의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지금 막 합류한 창천과 금강은 둘째치고 여기 있는 참월과 풍전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 역시 정말 쉴 틈이 없었다.
전장에서는 한 명의 절대 고수로서 사투를 벌여야만 하고, 후방에서는 한 명의 의원으로서 손을 써야만 했으니까.
물론 별호에 신(神)이 붙었다고 해서 정말 신처럼 죽을 운명을 되살리지는 못하나, 살릴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살려냈다.
“검마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 육마 중에서도 참전한 건 다섯 명이 전부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염마와 권마는 나와 거지가 함께 상대하고 있었고.”
혈마와 청마는 전장이 워낙 넓기에 다른 쪽에서 감당하고 있었다.
“그들의 특징이야 워낙에 잘 드러난다고 하니 착각할 리는 없겠지. 그리고 남은 건…….”
“천마로군.”
천마동에서 잿더미로 돌아 가버린 두 번째 천마 북리천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천마신공을 익혔기에 중원에서는 줄곧 교주를 자연스럽게 천마라 부르곤 했다.
애초에 두 번째 천마라든지 하는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천마께서 재림했다는 말조차 교주에게 현혹된 광신도들의 허상으로 해석했을 뿐.
“그래서 천마는 어떤가?”
질문을 던져오는 신의나 곁에서 대답을 기다리는 이들이나 표정이 굳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주를 천마라 부르는 다른 한 가지 이유를 꼽자면 지난 정마대전에서 교주는 항상 최전선에서 천마신공으로 가장 많은 죽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들이 젊은 날 겪었던 정마대전 당시의 천마 역시 그러했다.
여전히 이들의 마음 한편에는 천마라는 존재에 대한 막연한 한줄기의 공포가 남아 있을 정도.
“천마는 단 한 번도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모습을 감추는 건 아닌 듯했다.
지난날 무림맹의 첩자가 알아낸 용모파기와 일치하는 인물이 허공에 등장하기도 했으니까.
“인피면구 따위로 정체를 숨겼을 가능성은?”
그것 또한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
전장은 이곳만이 아니었으니.
마교는 중원 무림을 증오하는 만큼, 황제 역시 증오한다.
가장 마지막으로 그들을 배신하고 내쫓은 건 중원 무림이 아니라 황제였으니까.
그리고 그 피를 이은 자가 지금도 중원을 다스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이쪽의 전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며 금군을 상대하러 떠났다고 추측하는 것도 과하지는 않겠지.”
이러한 창천의 추측에도 어느 정도 논리는 있었다.
그러나 마석동은 단박에 그의 말을 부정했다.
“허공답보를 할 수 있는 경지의 마두가 굳이 그런 일을?”
“그건 모르는 일이지.”
마교 내부의 첩자는 모두 발각된 지 오래다.
당장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교주의 심리를 파악할 수도 없었다.
“일단은 눈앞의 마교 놈들을 죽이는 게 우선일세.”
마석동이 믿는다는 듯 자신의 동료들을 훑어보았다.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듯한 기분.
수십 년 전의 정마대전이 그러했듯이.
이들과 함께하니 질 것 같지 않았다.
* * *
종교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믿음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한 걸음씩 일직선으로 나아감이다.
참으로 쉬우면서도 무엇보다도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간.
시간이 흐르면서 목표가 변하기도 하며 길을 벗어나 이리저리 맴돌기도 하며 때로는 반대로 나아가기까지 한다.
세상 그 어떤 종교가 다 비슷하듯.
초심을 유지하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분명히 그럴 것이다.
천마신교 역시 마찬가지다.
초대 천마로 칭송받던 송윤천을 따라 하나둘씩 모였다.
또 그를 구원자로 믿어 의심치 않으며 믿고 따름으로서 구원받고자 했었다.
그 아래로 교주가 생기고 교도가 생겼다.
처음에는 그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오직 천마만을 숭배했다.
여기에는 조금의 사심도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중원에서는 천마라 불리며 교에서는 교주라 불리는 마창엽은 신실하지 않았다.
그에게 천마는 천마신공일 뿐.
신도 아니었으며 구원자도 아니었다.
단지 그에게 막대한 무력을 쥐여주며 십만 교도 앞에 서게 해주는 일종의 오래된 옛 허상에 불과했다.
물론 그 역시 생각이 있기에 이런 사상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천마를 부정하고 믿음이 약함을 들키는 순간, 더는 교주가 아니게 될 테니까.
오랜 기다림 끝에 두 번째 천마가 재림했지만, 이런 마창엽의 생각에 큰 변화가 찾아오지는 않았다.
‘무림 정복? 중원 정벌? 교의 숙원을 이뤄내는 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다음은……?’
감히 두 번째 천마로 등장한 북리천을 부정하는 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전부가 되어버린 천마신공이 반응이 심상치 않았으니까.
천마신공은 그에게 완전히 복종하고 말았다.
여기서 문제는 그가 광신도가 아니라는 사실.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거듭날 기회.’
그는 살아남아서 중원의 주인이 된 천마신교의 교주로 거듭나고 싶었다.
고작 중원 정벌에서 천마신교를 위해 장렬하게 희생하고 싶지는 않았다.
‘심지어 천마는 금방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교주는 이상보다는 현실을 중요시했다.
‘본교와 중원 사이에는 완승도 완패도 없다.’
딱 이 정도가 그의 판단.
그래서 교주가 된 이후로 줄곧 중원 정벌은 꿈도 꾸지 않았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늙은 마두가 대부분인 장로부터 그와 같이 육마로 불리는 혈마, 청마까지.
어떤 생각을 가졌고 또 그 수는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때를 기다린다.’
마창엽은 교주로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숨을 죽이려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으윽…….”
마창엽이 심장을 부여잡고 헐떡였다.
어째서인지 천마신공으로 쌓아 올린 마기가 날뛰기 시작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