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무릇 검을 잡은 무인이라면 뛰어난 검법, 막대한 기운이 담긴 영약만큼이나 집착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명검(名劍)이었다.
명검의 기준은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크게 보면 대부분 비슷했다.
부러지지 않으면서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검.
그런 기준에서 볼 때, 송윤천이 남궁연에게 선물해줬던 운철검은 명검이었다.
콰아아앙!
남궁연이 옆으로 눕힌 검면에 상대의 검 끝이 닿았다.
만약 검이 검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러진다면, 그 앞은 심장.
굳이 관통할 필요도 없이 조금만 파고 들어가도 즉사다.
하지만 운철검에는 실금조차 가지 않았다.
물론, 운철검이 명검이라고 해서 엄청난 충격을 상쇄시켜주는 건 아니었다.
쿠구구궁-
검이 받은 충격은 그대로 주인에게 전달된다.
혹여 놓치거나 흔들릴까 검을 꽉 쥔 남궁연의 손바닥이 마치 가시가 박힌 채찍 따위에 수 차례 맞은 것처럼 터져 나간다.
상대의 검격은 고작 거기서 끝나지 않고 손목을 지나 더 깊이 파고들고자 한다.
‘으윽.’
남궁연은 손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이를 꽉 깨물고 기운을 일으켰다.
그리고 여전히 검면을 부술 기세로 밀어붙이는 검 끝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뒤늦게 상대를 확인했다.
시선에서 상대를 죽이고 말겠다는 살기가 거친 파도처럼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사부님이 이럴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었더라.’
다행이라면 남궁연이 제 또래와 다르게 격차가 많이 나는 고수를 상대한 경험이 제법 많다는 점.
비슷한 경우가 있었기에 당시에 월이 해줬던 조언이 금방 떠올랐다.
‘흘려버리자.’
남궁연은 앞으로 미뤄내기를 포기했다.
동시에 그녀의 몸이 붕- 하고 뒤로 떠올라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간다.
콰앙-!
시체 더미에 처박히고 말았지만, 등이 미칠 정도로 아픈 게 전부.
다행히도 다른 부상은 없었다.
남궁연은 상대가 달려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애써 등에서 전해오는 통증을 무시하며 곧바로 일어나 자세와 검을 바로 잡고 상대를 관찰했다.
‘검을 들고 있는 사내, 피풍의. 그리고?’
그녀가 알아낸 사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누구지?’
마교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궁연 역시 육마가 누구고 그들의 특징이 대충 어떤지 정도가 전해 들은 전부.
거기에 더해 마교를 상대할 때는 확실히 마무리를 지으며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때는 망설이지 말고 도망치라는 조언이 끝이었다.
‘말이 쉽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
살짝 굽혀진 무릎은 언제라도 앞으로 튀어나올 준비가 되어있음을 알려왔다.
남궁연은 상대에게 집중하는 한편, 귀를 열었다.
‘다른 조원들은?’
목숨이 달려있는 와중에도 그녀는 조원을 챙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무언가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주변은 온통 공포를 몰아내기 위한 함성이나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으로 가득해서 정신이 없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눈앞의 상대부터 처리하자.
상대를 마주하는 남궁연의 눈빛에 살기가 일었다.
비무대 위에서 수련을 통해서 얻어지는 어설픈 살기 따위가 아니라 진짜 생사를 넘나드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살기.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치하고 있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이럴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죽이고, 한 명이라도 더 살린다.’
남궁연은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단지 상대를 향해 검을 세울 뿐.
그리고 남궁연의 살기는 그녀가 손발과 같이 자유자재로 부리는 기운과 함께 외부로 발현되었다.
스스스스스-
마치 한겨울에 허공에 물을 뿌려 얼리듯.
운철검을 빼곡하게 뒤덮은 검기가 얇게 그물망과 같이 펼쳐지다가 다시 하나로 뭉쳐 들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압축된 검기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갖추었다.
누군가 목격한다면 검강(劍罡) 이라고 표현할 그 기운에 상대도 기운을 일으켰다.
찐득한 기운이 검에 모여 넘실거렸다.
탓-
살짝 굽혀져 있던 무릎이 쫙 펼쳐지며 상대가 남궁연을 향해 빠르게 접근.
상대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남궁연 역시 절대 밀릴 생각이 없다는 듯 검을 앞으로 했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발에 힘을 가득 담아서 땅을 박찼다.
쿵-
잔뜩 구부러져 있었던 발가락이 쫙 펼쳐졌다.
순식간에 수 장 너머로 날아갔다.
상대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은 남궁연은 굳이 목이나 심장을 노리지 않았다.
‘힘의 강약을 떠나서 길이에서 질 거야. 그럴 바에는 차라리.’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머리가 휙휙 돌아갔다.
흐읍-!
짧고 굵은 복식호흡과 함께 만근추의 묘리로 둥실 떠오른 채 날아가는 몸에 무게를 실어 낮추고.
자연스럽게 검 또한 낮춰서 상대의 단전이 있을 하복부를 노렸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공격보다 더 아래를 향하는 게 유리하다.
반대로 상대는 위에서 사선으로 남궁연의 목을 일격에 베어내겠다는 듯 오른팔을 왼쪽으로 살짝 굽혔다가 폈다.
손에 쥐어진 검이 목과 어깨 사이를 노리고 사선으로 날아왔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
둘은 자신이 노리는 목표지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힘?
양쪽 검 모두 검강으로 뒤덮여 있다.
금강불괴가 아닌 이상.
아니, 금강불괴라도 구멍을 내기에는 충분한 파괴력이 담겨 있었다.
그나마 차이가 난다고 하면 속도와 길이.
남궁연보다 상대의 팔이 더 길고, 마찬가지로 상대의 검 역시 더 길고 굵다.
이렇게 보면 남궁연에게 무조건 불리해 보였지만.
‘하지만 내가 조금 더 빨라.’
큰 차이는 아니지만, 계산해보면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
먼저 움직였고 가속도도 붙었다.
남궁연은 자신이 내린 판단에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에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확신, 고집.
그 앞에서 상대가 먼저 꼬리를 내렸다.
애써 고개를 돌리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지만, 들린다.
콰드드득-
뒤늦게 굽어지는 허리와 어깨, 팔꿈치 그리고 손목.
하체 역시 발목과 무릎이 옆으로 비틀리며 관절에 과부하가 찾아온다.
어떻게 들리는지는 남궁연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둘의 검이 맞닿았다.
쿵-!
상대는 남궁연과 비등했다.
아니, 미세하나 조금 더 높은 경지에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가진 망설임이 경지의 우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결국, 남궁연이 상대의 검을 튕겨냈다.
그러나 그 충격으로 검의 방향이 미세하게 왼쪽으로 틀어졌다.
‘안돼!’
검 끝이 상대의 단전에서 벗어났다.
공격에 실패하면 바로 저 위로 튕겨버린 검이 남궁연의 머리든 등판이든 내리꽂힐 게 분명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꾸드득-
남궁연이 검을 쥔 손목을 억지로 회전시켰다.
관절이 강제로 돌아가는 기분 나쁜 소음에 이어 통증이 찾아왔다.
하지만 검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데는 성공했고.
푸욱-
남궁연의 검은 상대의 오른쪽 옆구리를 완전히 관통했다.
상대의 몸이 움찔거리는 게 검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위에서 검이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소리도.
“흡!”
남궁연이 안간힘을 쓰며 검을 오른쪽으로 밀었다.
푸풋-
왼쪽 옆구리에 아슬아슬하게 꽂혀있던 검이 검강에 힘입어서 상대의 몸통을 절단시켜버렸다.
“……!”
상대의 놀란 표정과 부릅뜬 눈이 들어온다.
상대가 움직이려 하지만, 분리된 상반신이 뒤로 나가떨어진다.
쿵!
뒤이어 남은 하단신에서 사방으로 피를 튀기며 쓰러졌다.
“허억, 허억.”
남궁연 역시 자리 잡은 검강을 거둬들이며 숨을 헐떡거렸다.
“카악-.”
먼지 섞인 가래를 뱉자 피가 조금 섞여 나왔지만, 아무렇지 않게 소매를 들어 입가를 쓱 닦아냈다.
“눈이…….”
순간, 시야가 흐릿해지고 초점이 맞지 않았다.
아주 짧은 순간에 막대한 체력과 내력을 소모하니 뒤늦게 피로가 밀려들어 오는 까닭이었다.
‘이름도 별호도 모르는 마인 한 명을 상대했을 뿐인데…….’
남궁연은 놀란 표정으로 죽은 상대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정말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최후를 잠시 떠올린 남궁연은 괴리감이 들었다.
‘자기가 여기서 이렇게 죽을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어.’
남궁연은 고개를 젓고 검에 묻은 피와 내장, 살점 따위를 시체의 옷더미로 닦아내고서 자리를 떠났다.
절체절명의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휘한 힘의 정체가 검강이라는 사실조차 모른 채로.
* * *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당연히 무인에게도 전성기가 존재한다.
다만 하나 특이한 사실은 무인의 전성기는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
육체가 창창하던 젊은 날에 짧은 전성기가 지나가는 이들과는 다르다.
이는 무공이 쇠하는 육체를 거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과장 좀 보태자면 무인의 최전성기는 죽기 직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
풍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벼락에 맞은 날 이후로 그는 꾸준히 강해 져왔다.
그리고 송윤천을 만난 이후.
풍전은 자신이 전성기라고 생각했던 시기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나만이 아닐 수도.’
무림맹주 참월.
화산의 매화.
신창양가의 유수.
남궁세가의 창천.
소림의 금강.
자신을 비롯한 구성(九星) 중에서 송윤천과 한 번이라도 인연이 닿은 이들은 모두 성취를 이뤄냈다.
‘비록 매화와 유수 두 녀석은 지리적인 이유로 금군과 연합하고 있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쪽이 밀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처음에야 풍전과 마석동을 필두로 해 가까스로 막아내는 느낌이 컸던 게 사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창천과 금강이 지원군으로 합류하자 여유가 생겼다.
—–!
창천 남궁겸이 일으킨 제왕검형이 묵직한 존재감을 만인 앞에 뽐냈다.
이어서 남궁겸의 의지에 따라 소환된 제왕검형이 전장을 누비기 시작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내공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검에 불과하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이면 말이 달랐다.
콰지직-
마치 빗자루로 마당에 모인 개미떼를 훨훨 쓸어내리듯.
제왕검형이 한곳에 뭉쳐있던 마인 수십을 일격에 찍어눌렀다.
검이 뽑힌 자리에는 보기 싫게 토막 나버린 시체가 한가득하였다.
마찬가지로 반대편에서는 금강이 눈을 감고 염주를 만지작거리면서 큰 목소리로 불경을 읊었다.
도가와 불가 계열의 무공은 하나같이 항마(降魔)의 성질을 자랑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금강은 특출났다.
그러자 항마의 기운이 담긴 사자후에 마공을 익힌 적군이 하나같이 경기를 일으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다만, 마공의 경지가 높지 않은 이들만이 칠공에서 피를 뿜어내며 혼절할 뿐, 경지가 높은 마인들은 쓰러졌다가도 다시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지독한 녀석들.’
풍전은 순순히 제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인들을 향해서 혀를 차대며 벼락을 일으켰다.
파지지직-
길이만 수십 장에 이르는 벼락이 마인을 향해 내리쳤으나.
우웅!
진동과 함께 역으로 바람이 불어와 몰아치는 벼락과 사자후를 멈추게 만들었다.
상황을 역전시킨 주인공은 뒷짐을 지고 하늘을 걸어 다가왔다.
“천마…….”
저들이 감히 천마라 착각하는 존재.
교주 마창엽의 등장.
기다렸다는 듯 뒤이어 주변에 권마와 염마, 청마, 혈마가 나타났다.
아린 기억에 풍전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