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정마대전에서는 무수히 많은 별호가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또 무수히 많은 별호가 생기기도 한다.
단, 여기에도 차이점이 있다.
아군이 붙여주는 별호와 적군이 붙여주는 별호.
그리고 특이한 경우가 하나 더 있다.
아군과 적군이 각기 다른 별호를 붙여주는 경우.
남궁연이 바로 그러했다.
연배로 보면 당연히 후기지수였음에도 무력을 바탕으로 한 활약은 여느 고수 못지않았다.
물론 중원 무림에 그녀 정도 되는 활약을 내비친 후기지수가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유아독존(唯我獨尊) 하지 않으며 적을 멸살하는 만큼, 아군을 살리는 활약이 돋보였다.
그녀로 인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이들이 붙인 별호는 개화(開花).
남궁연의 검 앞에서 마인은 죽어 나가고 아군은 살리니 이를 새롭게 피어나는 꽃에 비유함이었다.
이렇듯 아군 사이에서 남궁연의 명성이 퍼지는 만큼.
반대로 마교 측에서도 악명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거, 검귀(劍鬼)다-!”
누군가 멀리서 남궁연을 알아보고 외칠 무렵.
상대와 다섯 장 넘게 떨어진 거리를 단 세 걸음 만에 좁혀버린 남궁연의 검이 순식간에 좌에서 우로 움직였다.
스삭-
검 끝이 살을 자르고 스쳐나오는 느낌이 그대로 손아귀에 전달되었다.
남궁연은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옆으로 이동했고.
“끄륵-, 끅.”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인이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자신의 목을 양손으로 부여잡다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하지만 마인이라고 모두 그녀보다 하수는 아니었고, 일격에 당하지 않고 어렵사리 대처하는 자도 여럿이었다.
특히 혼잡한 전장에서 적에게 포위되는 건 매번 있는 일.
순식간에 다섯에게 포위당한 남궁연이 잠시 검을 멈추고 기운을 일으켰다.
―――!
살기는 아니었다.
마치 주변의 공간이 멈추듯, 무거워진 기운이 잠시 남궁연만을 가볍게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은 남궁연이 몇 번 검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팔을 둘러싼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핏줄이 곤두선다.
남궁연은 자신이 노려야 하는 목표를 굳이 눈으로 하나씩 확인하지 않았다.
이 전장에서 쌓은 경험은 이제 사람의 급소가 어디인지.
어느 곳을 자르고 또 어느 곳을 얼마나 깊이 찔러 넣으면 죽는지 알게 해주었다.
옆에서 두꺼운 도가 그녀를 사선으로 베기 위해 들이닥친다.
하나 남궁연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공격에 맞춰서 몸을 사선으로 하며 검을 그었다.
스악-
털썩-
도를 쥐고 있는 상대의 오른팔이 팔꿈치 위쪽부터 잘려 땅에 떨어졌다.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빠른 일격.
자신의 팔이 떨어졌음을 눈으로 보고 뒤늦게 인지한 상대.
팍-!
검을 움직일 틈이 보이지 않은 남궁연은 그대로 이마에 기운을 실어 상대의 얼굴을 찍었다.
콰직-
이마를 떼자 상대의 눈코입이 매몰된 게 보였다.
더 볼 것도 없이 즉사.
푹-
다시 옆으로 움직인 그녀의 검이 무식하게 생긴 도끼를 들고 선 사내의 이마를 비스듬하게 파고들었다.
우득-
뼈를 부수고 뇌를 관통한 검이 정수리 부근으로 튀어나왔다.
‘흡!’
살점과 피, 뼛조각 따위가 검과 함께 주변으로 산파했다.
당연히 남궁연의 얼굴로도 튀었으나 이제 피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을 지경.
심지어 등 뒤에서 목을 노리고 닥쳐오는 공격이 굳이 고개를 돌려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거칠게 느껴졌다.
왼손을 올려 허리춤에 꽂혀 있는 단검을 집었다.
그리고는 손목을 꺾어서 뒤로 날렸다.
그녀가 투척한 단검에 실려 있는 기운은 능히 사람의 몸통을 파고 들어가 손잡이만 남길 정도.
타앙-
뒤에서 다가오던 상대 역시 남궁연에게 칼침 한 방 놓자고 목숨을 걸 수는 없었던 모양.
남궁연의 등판으로 향하던 검을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 날아오는 단검을 옆으로 쳐냈다.
기지(奇智)를 발휘하여 빈틈을 만들어낸 남궁연이 바닥으로 납작 엎드리며 그대로 뒤로 검을 돌렸다.
스악-
다시 검을 들려는 상대의 왼쪽 발목이 잘려 나가고, 상대의 몸이 왼쪽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분한 나머지 이를 악문 상대는 오른발로 전신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간신히 균형을 잡는다.
그리고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찍어 내렸지만.
쑤욱-
아래에서 튀어 오른 남궁연의 검이 그의 아래턱을 찔러 관통해버렸다.
“죽…….”
상대의 초점이 풀리고 입을 벌린 채로 움직이지 않는다.
툭-
가슴 높이로 든 검이 손에서 먼저 빠져나가 땅에 떨어지고.
쿠웅-
남궁연의 검이 빠져나온 시체가 더는 한 발로 몸을 지탱할 수 없다는 듯 왼쪽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몇 명 남았지.’
검을 바로 잡은 남궁연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계속해서 피를 봤기 때문인지, 힘을 주지 않은 시선에도 핏빛과 함께 은은한 살기가 넘실거렸다.
“히익!”
그 모습에 안색이 창백해진 마인 몇몇이 거리를 두고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뒤돌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래, 가라.’
남궁연도 이들을 굳이 쫓을 생각은 없었다.
‘안 그래도 조금 지친 마당이었는데.’
괜히 저쪽에서 덤비기라도 하면 무리라도 할까 싶었는데 알아서 멀어지니 쉴 틈이 생겼다.
“온몸이 쑤시네.”
마치 월이나 송윤천과의 거친 비무를 끝내고 비무대 위에 쓰러지는 풍전처럼.
남궁연은 그냥 시체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다리를 쭉 펴고 누웠다.
여전히 주변에는 온기가 남아있는 시체와 피 냄새가 가득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진 탓에 딱히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음양일원공 덕분인지 아니면 절반은 괴력난신의 피가 흐르기 때문인지.
내공과 체력이 남들보다 덜 지치고 더 빨리 회복되었지만, 그래도 엄연히 한계는 있었다.
‘언제쯤이면 끝나려나…….’
남궁연은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승패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무림에서는 절대 고수 간의 승패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내가 더 강했더라면.’
그랬다면 풍전이든 마석동이든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거기까지는 아직도 한참 멀었지만.’
얼마 전.
남궁연은 자신이 사용하는 힘의 정체가 검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녀가 아니라 조원들이 보고 놀라서 알려준 것이었지만.
‘이 정도는 풍전 사제나 맹주님한테는 누워서 떡 먹기지.’
남궁연은 이곳과 한참 떨어진 전장에서 애쓰고 있을 풍전과 마석동이 무사하기를 빌었다.
동생인 남궁헌 역시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명 더.
‘장주님은 언제 돌아오실까.’
할 일이 있다면서 혼자서 훌쩍 떠난 이후로 제법 오랫동안 소식이 닿지 않으니 섭섭할 지경이었다.
그 순간.
하늘에 먹구름이 지고 비가 한두 방울씩 뚝뚝 떨어져 메마른 남궁연의 피부를 적셔 주었다.
‘세수 좀 하겠네.’
먹을 물도 부족한 마당이니 씻기도 쉽지 않은 상황.
특히 쉬지도 않고 상대를 죽이면서 튄 피가 머리를 적셔 찐득해진 터였다.
남궁연은 얇은 빗줄기 속에서 양손을 모아 빗물을 모았다.
그리고는 평소 장원에서 풍전이나 곽범이 세수하는 것처럼.
속칭 ‘아저씨 세수법’으로 머리를 적시고 얼굴을 거칠게 비볐다.
“에이씨.”
그런데 물이 부족한 탓에 어중간하게 씻다 말아서 얼굴에 찐득하게 굳은 핏물이 눌어붙었다.
남궁연은 어쩔 수 없이 눈을 꼭 감은 채로 한 번 더 양손을 모아 쭉 내밀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모은 손에 금방 빗물이 고였다.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여깄다.”
“어……?”
남궁연은 화들짝 놀라 손아귀에 모인 물도 내팽개치고 눈을 떴다.
“고생이 많구나.”
“장주님!”
송윤천이 돌아왔다.
* * *
여전히 굵어지지 않은 빗줄기 아래.
송윤천은 내리는 빗물을 움직여 남궁연에게 쏟아주었다.
“더 줄까?”
“아뇨! 덕분에 깨끗이 씻었어요.”
그로 인하여 남궁연은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모양새가 되었지만, 기쁜 표정이었다.
간신히 세수나 할까 했는데 개운하게 몸에 덕지덕지 붙은 피 따위도 다 씻어냈다.
그리고 송윤천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기쁘기도 했고.
“일은 잘 끝내신 건가요?”
“그래, 제법 힘들었지만.”
송윤천의 기준으로 제법 힘들었다니.
하지만 표정은 평소와 같으니 무엇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었길래 장주님이?’
남궁연은 그와 같이 살면서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터라 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물론 지금은 들을 상황이 아니었지만.
“나중에 무슨 일인지 꼭 알려주세요.”
짧게나마 해후를 마친 남궁연의 눈에 뒤늦게 주변 상황이 들어왔다.
가득 널려 있는 시체들.
그리고 자신이 남긴 흔적들까지.
송윤천에게 자신은 보호해야 하는 아이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자라서 힘을 키우고 이렇게 남을 죽이고 다니는 모습이.
과연 그에게는 어떻게 비칠지 뒤늦게 근심과 걱정이 몰려왔다.
남궁연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결국 그런 생각들이 겉으로도 확연히 드러났고, 송윤천이 먼저 남궁연의 걱정을 눈치채곤 입을 열었다.
“네 행동을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게 무인의 숙명이니까.”
“제가 틀린 걸까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일인지 몰랐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는 게 옳은 일인지.
흔히 협객이라 불리는 이들처럼 힘을 얻었다면 선행만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남궁연의 이러한 고민은 옛날 옛적 송윤천 역시 한차례 거쳐 갔었다.
“세상에 틀린 건 없다. 다른 것만 있지.”
송윤천의 과거에는 정파도 있고 사파도 있으며 마교, 심지어 새외조차 존재한다.
남들이 진심으로 우러러보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반대로 모두가 그를 증오하고 원망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송윤천은 이 모두를 직접 경험했기에 더더욱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죽이지 않고 평화롭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세상?
송윤천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런 세상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조만간 보자.”
“조만간이요?”
할 일을 마쳤다는 듯 떠나려는 송윤천에게 남궁연이 놀라서 물었다.
“그래, 어느 쪽으로든지.”
중원 무림은 중원 전체에 흩어진 무인을 모으고 모았다.
이제는 더 나올 구멍도 없다.
그리고 이건 마교 역시 마찬가지.
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 번째 천마는 욕심을 부리다가 역린과 함께 잿더미로 돌아가고 말았다.
‘구원은 없다.’
자신을 구하는 건 자신일 뿐.
송윤천은 남궁연을 남겨두고 하늘로 올라가 주변을 쓱 훑었다.
‘저쪽인가 보군.’
보인다.
이 전장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처절한 몸부림이.
들렸다.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외치는 거친 비명이.
느껴졌다.
이제는 끝을 향해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정마대전의 행방이.
그리고 하나 더.
자신을 향해서 애원하는 천마신공이.
송윤천에게 천마신공은 마검과 마찬가지로 애증의 대상이었다.
마검은 그를 선택했으나 그가 떠나보냈다면, 천마신공은 자신이 선택했으나 그게 자신을 떠나보냈으니.
송윤천은 천천히 자신의 감각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아래에.
마(魔)를 응징하는 벼락이 내리쳤으며 벼락에 대항하는 마(魔)가 있었다.
익숙한 천마신공의 마기를 소유한 교주 마창엽 그리고 풍전의 사투.
그 위에서 송윤천은 말없이 턱을 괴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