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무인의 성장세는 일정하지 않다.
누군가는 무인이 되고 몇 년 만에 높은 경지에 오른다.
이들을 유망한 후기지수라 한다.
누군가는 그보다 두 배, 세 배 혹은 그 이상의 고비를 넘기며 벽을 허물어 경지에 오른다.
이들을 대기만성할 인재라고 한다.
하지만 벽을 넘어서면 더 높은 벽이 있고, 그 벽을 넘어서면 더 높은 벽이 가로막는다.
이것이 명성을 크게 얻는 후기지수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건 마교 역시 마찬가지.
차기 교주의 자리는 언제나 가장 뛰어난 재능이 돋보이는 후기지수에게 향했다.
교주 마창엽 역시 한때는 천마신교 제일의 후기지수였기에 천마신공의 차기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또 평범한 교도에서 십만 교도를 이끌어 나가는 유일무이한 교주가 될 수 있었다.
십만 교도가 그에게 기대했듯이.
본인 역시도 크게 기대했다.
자신의 대에서 천마신교는 중원에 대한 복수에 성공할 것이며 더 나아가 중원의 온전한 지배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천마신공 앞에서는 그 대단한 재능 역시 그리 대단하지 못했다.
천마신공의 창조자인 송윤천의 기준과 그저 재능이 조금 뛰어난 인간의 기준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기 때문.
결국, 당대의 교주 마창엽은 이전의 교주들과 비슷하거나 그보다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에 풍전은 말년에 기대하지도 않은 깨달음을 수차례 맞이하며 급성장을 이뤄냈다.
만약 풍전이 송윤천을 만나지 않았다면, 홀로 교주에게 맞선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감이니 정의로움이니 하는 것들을 떠나서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쿠르릉-
송윤천을 은근히 졸라서 얻어낸 타구봉.
운철로 만들어진 물건에 뇌기가 감겨들었다.
투두두둑-
마치 가죽을 찢듯, 천마신공과 함께 발현되는 마기가 타구봉에 담긴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밀려 나간다.
타구봉(打狗棒).
개를 잡는 몽둥이라는 이름처럼 풍전의 목줄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드는 공격을 하나도 빠짐없이 때려잡는다.
교주의 공격도, 풍전의 방어도 이렇다 할 형식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상대를 속이고 상대의 빈틈을 만들기 위하여 허초 사이에 살초를 섞고, 살초 사이에 허초를 섞을 뿐.
으득-
타구봉만으로는 부족했는지 풍전의 남은 손과 두 다리가 함께 거칠게 움직여 닥쳐오는 마기의 물결을 찢어놓았다.
그리고 닥쳐오는 마기의 틈바구니로.
쐐애애액-
마치 멀리 투창하듯 풍전이 만들어낸 벼락이 교주를 향해 날아가다가 막힌다.
절대 고수 간에 이뤄지는 대결이라고 하여 하수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오히려 난잡하기만 한 초식 따위는 벗어 던지고 극한의 깨달음 속에서 근원으로 돌아가 공격과 방어가 단순하게 반복됐다.
그리고 거기에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막대한 기운이 실리는 게 전부.
‘거리를 두고 말려 죽이겠다, 이건가? 그렇다면 이쪽에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방어에 전념하던 풍전의 기세가 순식간에 변한다.
타구봉을 허리춤에 매어두고 전신으로 뇌기를 발현했다.
눈이 부셔서 뇌기에 가려진 전신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빛이었다.
아무리 타구봉이 익숙하다고 하지만, 멀쩡하게 잘 있는 사지만큼 자유자재는 아니다.
휙-
풍전이 순식간에 마기를 뚫는다.
다른 동작은 필요치 않았다.
이미 전신을 감싸고 있는 뇌기가 마기를 주변으로 밀어냈으니.
순식간에서 빛이 어둠을 뚫고 교주의 전면에 당도한다.
눈이 부시지만, 교주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이미 그의 눈은 마기로 인해 새까맣게 덥혀 있어.
그의 시선에서 세상이 온통 흑백으로 물들어있기 때문이다.
교주는 거듭되는 공격에 실패했음에도 전혀 지친 기색도 없이 다시 마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에게 빠르게 달려드는 풍전을 중심으로 마치 늪과 같은 공간을 형성했다.
압박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과 그 공간을 벗어나려는 뇌기의 대결.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자연지기와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마기.
어둠을 벗어 던지고 나오려는 빛이 점점 옅어졌다.
‘……!’
기세를 제압함과 동시에 교주의 눈이 부릅떠진다.
힘의 강도와는 별개로 힘의 깊이, 즉 내공의 총량은 교주가 풍전보다 앞서는 상황.
교주는 마기에 전혀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 아래 풍전과 제법 오랫동안 대치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상대와 비교하여 앞서나가는 이점을 깨달았으니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이윽고 늪에 빠진 사납고 거대한 사냥감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리기 위해 끝이 날카로운 화살을 퍼붓듯.
교주는 칠흑 같은 마기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작아지는 빛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 전력을 일으켰다.
스스스스스-
교주를 중심으로 자라난 마기가 살아있는 뱀과 같이 울렁이며 움직이다가 늪을 향해 움직였다.
사방에서 늪으로 들어간 뱀이 꼬리를 꿈틀거렸다.
그와 함께 빛이 더욱더 작아지고.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던 교주의 표정이 환희로 가득 차오를 무렵.
푸스스스-
풍전을 짓누르던 마기가 안개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사이로 풍전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뇌기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딱 하나.
오른팔을 제외하고는.
마치 축제에서 사자탈을 뒤집어쓴 것처럼.
어깨에는 꼬리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고.
팔에는 몸통이 넘실거렸으며.
그의 펼쳐진 손끝에는 용이 아가리를 쫙 벌린 채 항마(降魔)의 기운이 깃든 눈동자와 함께 도사리고 있었다.
교주와 풍전의 시선이 마주쳤다.
교주는 당황했고, 풍전은 그저 웃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이뤄냈음에 뿌듯하여 짓는 웃음.
“뇌룡승천(雷龍昇天).”
풍전의 입이 벌어지며 나온 네 글자와 함께.
쿠르릉-
한 마리의 뇌룡이 아가리를 쫙 벌리고 교주를 문 채로 하늘 위로.
높이, 더 높이 승천했다.
상대의 절기임을 깨달은 교주는 양손을 앞으로 모아 손바닥을 벌리고 마기를 발현했다.
하지만 뇌룡은 그 모든 마기를 태워 까만 연기로 만들어 버릴 뿐.
풍전의 압축된 전력 앞에 교주의 마기가 모두 타들어 간다.
천마신공을 수련하며 한계를 넘고 또 뛰어넘어 괴력난신에 근접해진 육신만이 남아서 뇌룡을 감당했다.
그리고 솟아오르던 뇌룡이 제 역할을 다하고 사그라듦과 동시에 교주 역시 추락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웅-
저 높은 하늘 위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는 것처럼 땅에 처박혔다.
거대한 흔적 가운데에서 교주가 전신이 끊어지는 고통을 이겨내고 일어선다.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기에.
자신을 믿고 따르는 교도들이 있기에.
크게 일어난 먼지가 가시자 풍전이 위에 서서 올라오려는 교주를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혼자서 뭘 할 수 있지?”
“혼자서……?”
교주는 뒤늦게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하산했던 교도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풍전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물러나던데.”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었지만, 풍전은 사실을 알려주었다.
교주에게 더 지독한 절망을 안겨주고 싶어서였다.
혈마, 권마, 염마, 청마.
배신자들은 자신을 따르는 교도들을 이끌고 이 전장에서 벗어났다.
중원 무림의 피해도 컸지만, 마교 측의 피해 역시 마찬가지.
굳이 줄어든 전력으로 사투를 벌이기보다는 북쪽에서 남하하고 있는 북원의 지원을 기다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교주는 다른 육마가 거래를 통해 중원의 온전한 주인이 아닌 절반을 가지려 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배신? 여기까지 와서? 대체 어째서?’
그래서 그는 단순히 그들이 손을 잡고 자신을 희생양 삼아서 다시 천산으로 돌아갔다고만 여겼다.
중원 정복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마교는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분노와 절망이 동시에 몰아닥쳤지만, 그의 감정과 별개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건 모두 자신이 모자란 탓이었다.
교주는 그렇게 자책하며 뒤돌아섰다.
신강성의 천산.
자신들이 떠나온 고향이자, 재림하신 유일신 천마께서 머무시는 장소.
“천마시여.”
풍전을 상대하며 힘이 다한 천마는 천마를 찾아 헤맸다.
정작 두 번째 천마로서 화려하게 십만 교도 앞에 등장한 북리천이 한참 전에 잿더미로 돌아가 퇴장했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오겠다는 천마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교도들은 교주를 저버렸다.
이제 교주에게는 아무런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천마시여.”
교주는 넋이 나가버린 표정으로 하염없이 천마를 찾았다.
여기에 천마 대신 풍전이 응답했다.
푸욱-
뇌기와 함께하는 손끝이 아주 천천히 등 뒤에서 파고 들어갔다.
뇌기 때문인지 피와 살이 튀지 않고 익으며 나는 탄내와 함께 연기만 피워댔다.
풍전의 손아귀에 약하게 뛰고 있는 교주의 심장이 잡혔다.
“끝이다.”
팍-
마치 고깃덩이를 으깨듯.
교주의 심장이 터져버렸다.
풍전이 손을 빼내자 교주의 시체가 앞으로 처박혔다.
그렇게 교주가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마교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제는 주인 잃은 교도를 처리할 차례였다.
* * *
마교는 전력을 다했다.
만약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천산.
정확히는 천산산맥.
돌아가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찾지 못하고 공격하지 못한다.
“맹주님, 놈들이 후퇴합니다.”
“나도 알고 있다.”
보고하는 수하와 다르게 대답하는 마석동은 전혀 기쁜 표정이 아니었다.
‘뭔가 있어.’
잔뜩 기세를 올리며 상대하던 권마가 눈치를 보다가 뒤로 내뺐으니 모를 리가 있나.
“어찌할까요?”
무림맹은 마교와 다르게 훗날을 생각해야 했다.
평소에는 무림이라는 굴레 안에서 사파와 공존한다.
더 나아가서 중원이라는 굴레 안에서는 황궁과 공존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서로 간의 세력이 비등할 때나 가능한 얘기다.
대체로 남쪽에서 득세하는 사파와 북경의 황궁을 거점으로 한 황제의 금군은 맹수.
정파가 약해진다면 언제라도 먹이를 노리고 달려들 것이다.
그러니 정파는 마교에 맞서면서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들에게는 돌아가서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잔뜩 있었으니까.
“바로 쫓지 않는다. 우선은 정비부터, 그리고 거리를 두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만 계속 확인한다.”
마석동 역시 마음 같아서는 물러나는 마교를 턱 끝까지 쫓아가 한 명도 남김없이 죽여놓고 싶었지만, 그는 무림맹주.
여기에 모인 이들을 책임져야만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었다.
‘아쉽지만.’
이런 현실의 장벽이 그를 막아섰다.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금강과 창천도 마찬가지.
돌아가서는 각자 소림사와 남궁세가를 지켜야만 하니. 마석동의 결정에 따라 순순히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
교주를 죽게 내버려 두고 물러선 마교 측 역시 빠르게 정비에 나섰다.
이번에는 천산으로 물러나는 게 아니라 남은 외마, 더 나아가서 장벽을 넘은 북원의 수십만 대군과 합류할 예정이었으니.
“그런데 청마가 보이지 않는군.”
“청마? 설마 배신을?”
“배신? 말도 없는 놈이 혼자서 배신을 한다고? 그럴 리가.”
“또 어디서 혼자 있나 본데, 찾아보도록 하지.”
천마, 혈마, 권마, 염마, 청마.
다섯에서 천마가 줄어 넷이 되었고, 금방 하나가 더 줄어들어 셋이 되었다.
사실, 청마는 사라진 것도 아니었으며 이들을 배신한 것도 아니었다.
청마는 지금 낯선 사내에게 잡혔다.
“반갑다고 해야 하나.”
송윤천이 가면 사이로 드러난 푸른 눈동자 앞에 나타났다.
“괴력난신이여.”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