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북원의 잔당이 장원 바깥에 자리를 잡은 지도 어언 수백 년.
그 시기 동안 여러 황제가 북원을 뿌리 뽑으려 노력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무림에서는 이런 금군을 보고 무능력하다느니 하는 말도 나왔다.
황제가 진심에 성의를 더하여 자신들에게 부탁한다면 북원 따위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굴어대기도 했다.
무인이란 일정 경지 이상만 되어도 어지간한 군마보다는 빠르게 그리고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한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고작 말을 잘 타는 정도로 북원의 잔당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창천 남궁겸 역시 이러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고정관념에 갇혀서 목숨을 잃을 뻔했기 때문이다.
“살아서 또 보는구먼.”
그는 팔을 들어서 뒤늦게 귀환한 금강을 반겨주려 했지만, 들지 못했다.
독화살이 깊이 파고들어 있었던 탓이다.
문제는 이 독이 중원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합성독이라는 사실.
사천당가 만큼은 아니더라도 독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남궁겸 역시 홀로는 해독이 불가하여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자네, 괜찮나……?”
금강은 남궁겸의 한쪽 팔이 완전히 검게 물들어 있음에 놀라 물었다.
“그러는 자네는 내 걱정을 할 때인가.”
“대부분 내가 흘린 피가 아니니 걱정은 마시게.”
그렇게 물어오는 금강 역시 피로 흥건히 젖은 상태였다.
게다가 멀쩡했던 승복은 여기저기가 찢어지고 구멍이 큼지막하게 나 있어서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금강 정도 되는 고수가 이렇게 애를 먹을 상대는 그리 많지 않으니 고생을 했을 터.
“남궁 대협, 준비가 끝났으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러지, 부탁하겠네.”
남궁겸은 잠시 친우와의 대화를 멈췄다.
동시에 곁에 붙은 사천당가 출신의 젊은 사내가 독화살을 조심스럽게 제거한 뒤 곧바로 시침을 시작했다.
의원인 동시에 무인이기도 했기에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고, 순식간에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침 수백 개가 꽂혔다.
잠시 후, 시침에 성공한 것인지 검게 물든 피부 위로 찐득한 검은 액체가 방울처럼 나와 뚝뚝 흘러내렸다.
독이 흘러내린 땅이 녹아내리며 스멀스멀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연기가 올라왔다.
“으음…….”
남궁겸 역시 고통을 완전히 참지는 못한 모양인지 꽉 악문 입가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고, 이마와 등판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들었다.
피부 위로 나오는 검은색 액체가 잦아들 무렵, 꽂혀 있던 침을 제거한 사내가 남궁겸에게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지요. 당분간은 이쪽 팔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응? 오늘은 이라니? 이게 끝이 아니란 말인가?”
남궁겸은 남궁세가의 적자로서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무공을 수련했다.
당연히 지금껏 사소한 잔병치레 따위도 없었으며 감히 그를 중독되게 할 작자도 만무했기에 이쪽으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대협, 이 화살촉에 대충 십여 가지 독이 섞여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칠보사(七步蛇)라는 독사가 가진 독인데 어지간한 무인도 여기에는 일곱 걸음을 가지 못하고 심장이 멈춰버리지요.”
사내는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참고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독 역시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중에서 단 하나만 사용해도 무인 수십을 단번에 죽이고도 남지요.”
쉽게 말하자면 네가 조금만 약했거나 운이 없었다면 이렇게 치료를 받기 전에 죽었을 테니 얌전히 치료나 받으라는 것.
“크흠, 고맙네. 자네도 고생했네.”
“예, 다시 말씀드리지만, 치료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니 조심하십시오. 아직 세맥에는 잔여물이 있을 터이니 자칫하다가는 역류하여 심장이나 단전으로 향할 겁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재차 경고하며 인사를 올린 의원은 다급하게 다음 환자를 찾아 나섰다.
남궁겸이야 뛰어난 무공과 막대한 내공으로 부상을 찍어눌렀다지만, 그러지 못한 이들이 태산이었으니.
“오래 기다렸나?”
자리를 털고 일어선 남궁겸이 곁에서 줄곧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던 금강에게 물었다.
“겸이 자네가 워낙 태연해 보이기에 별일 아닌 줄로만 알았네.”
“흐흐, 멀쩡해지지 않았는가.”
남궁겸이 조심스럽게 여전히 검게 물들어 있는 팔을 움직여댔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검을 잡는 팔은 아니니까.”
남은 한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게 걸림돌이 되긴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괜찮을 터였다.
그가 두 손을 모두 쓰게 만드는 상대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놈을 포함하여 손에 꼽을 만큼 적었으니.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가?”
“지원에 나서며 도주하는 놈들을 추격했네. 다른 녀석들은 좀처럼 따라붙지 못해서 말이지.”
북원의 잔당들은 압도적으로 뛰어난 기마술을 활용하여 소규모 부대를 이루어 유기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일부 무인은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한 자들이 더욱 많았고, 늘어나는 피해를 보다 못한 남궁겸이 전면으로 나선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포위되었더군.”
“포위? 자네를?”
금강이 의문을 표했다.
절대 고수 앞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건 부질 없는 짓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지만, 훨씬 나약한 수백, 수천 명을 감당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까.
금강 역시 파안대소 한 명을 상대하는 것보다 동시에 평범한 수백 명을 상대하는 게 더 편하게 느껴졌을 정도이니.
“내가 처한 상황을 인지한 직후, 사방에서 화살이 한여름의 폭우처럼 쏟아졌네.”
이 역시 북원의 주특기였지만, 어지간한 무인을 상대로는 먹히지 않는다.
내공의 소모가 따르기는 하지만, 기막을 전개하기만 한다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 따위야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었으니까.
하물며 남궁겸이라면 칠주야가 넘게 감당하고도 남는다.
문제가 있다면 북원의 잔당에도 고수는 존재하며, 그들은 검술, 기마술, 궁술 모두에 능하다는 점이다.
화살에 내공을 담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에 궁술을 멀리한 중원과는 달랐다.
“그리고 쏟아지는 화살 사이로 한 발이 단번에 기막을 파쇄해버리더니 연달아서 날아온 화살이 그대로 적중했네.”
이조차도 남궁겸의 반응 속도가 조금만 느렸다면 팔이 아니라 가슴에 맞았을 것이다.
“심장에 가까울수록 독이 빨리 퍼진다고도 하니 재수가 없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수도 있지.”
남궁겸의 방어를 뚫은 화살.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와 모든 것을 뚫어내는 창의 대결에서 방패가 패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적어도 남궁겸에게 밀리지 않는 강자임은 확실했다.
“설마 북원에 그 정도의 고수가……, 아니, 있겠군.”
금강은 놀라워하다가 자신의 손 아래에 최후를 맞이한 파안대소 도경이 저들과 함께했음을 뒤늦게 인지했다.
미치광이가 따랐을 정도라면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강자가 있다는 뜻이었으니.
“그런데 북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떠한가?”
이 전장에서 싸우는 건 중원 무림과 금군, 북원의 잔당만이 아니었다.
기존에 상대하던 외마는 물론이며 사천성에서 북상한 마교의 잔당 역시 건재했다.
동쪽을 제외한 나머지 방향이 각기 다른 적군에게 포위된 상황이나 마찬가지.
“그나마 풍전이 교주를 사살한 뒤에 우리 쪽으로도 충원이 적지 않게 되고 있으니 다행이지.”
“그래, 거지 녀석이 크게 한 건 했어.”
풍전, 금강, 창천.
세 명 모두 이전 정마대전의 영웅이었다.
그들은 직전 교주가 어떤 괴물인지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 등장한 교주 역시 그 정도는 되리라 여겼는데 아닌 듯했다.
“아니면 풍전 그 녀석이 갑자기 각성했다든지.”
“그 친구가 그렇게 높은 경지까지 도달했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렇고말고.”
금강과 창천은 어디까지나 정파 측 무인의 시선에서 전황을 예측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예측이 모두 엇나가 버렸음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봐라. 적들이 물러나? 대체 어디로?”
“동쪽입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추측으로는…….”
“다 집어 던지고 황궁부터 노리겠다?”
“일단은 이동 경로가 그렇게 보입니다.”
외마, 마교의 잔당, 북원의 잔당.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동맹 세력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섬서성의 전장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자 신강으로 또는 북쪽 장성 너머의 초원으로 돌아간 건 아니었다.
단지 중원을 공략하되 최우선 목표를 옮겨갔을 뿐.
그렇다면 이곳을 포함하여 중원 각지에 있는 백만 금군 역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바로 그들의 주인인 황제의 터, 북경을 수호하기 위해서.
적군이 물러나지 않고 목표를 변경했다는 건, 충돌해서 피를 보겠다는 뜻.
지금까지는 중원 무림이 앞서고 금군이 그 뒤를 받쳐주는 처지이었다면, 이제는 정반대가 되었다.
예상대로 금군은 적군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먼저 추격에 나섰다.
그러니 이 자리에는 중원 무림을 대표하는 세력만이 남게 되었다.
주변에서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쉴 새도 없이 들려오는 듯하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이용하여 이득을 볼 수 있을지.
괜히 고개를 들지 않는다.
혹여 여기 모인 이들 중 누군가와 눈을 마주쳐서 괜히 부끄럼을 사는 일이 없기 위해서.
“…….”
“크흠. 큼, 큼.”
모두가 입을 다물고 생각을 정리하며 뜨겁게 김이 피어나는 차를 입에 털어 넣는다.
또는 입에 물고 있는 연초를 뻐끔거리며 헛기침만 해댔다.
그들이 이렇게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이 누군가는 희생당할 테지만, 그게 대수랴?
생각해보면 이건 비겁한 한 게 아니라 오히려 현명한 행동이었다.
황제 역시 금군을 앞세워서 동맹을 청해오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방패처럼 무림을 내세우지 않았던가.
상황이 역전되었으니 지금 자신들의 생각과 행위 역시 정(正).
올바를 뿐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속세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동시에 여기 모인 모두 앞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소림사의 금강이 그러했다.
“정비를 마친 직후 동쪽으로 추격에 나섭시다.”
듣는 이들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무림이 황제를 상대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냥 내어주겠다고?
진심으로?
금강이 속세와 동떨어져 살아왔다고 하여 눈치가 없을 리가 없었다.
또한, 그가 불가에 귀의한 몸이라고 해도 현실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을 테다.
당장 소림사만 하더라도 속가를 비롯한 외부의 후원이 없다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었으니까.
“핏값은 이 모든 일이 끝나는 즉시 받아내면 되는 일이오.”
이제는 무림이 금군을 지원하게 되는 정반대의 상황.
하지만 무림이 나선다고 해도 피해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또한, 이렇게 굼뜨며 지체할수록, 무림이 봐야 하는 피 역시 더욱 늘어나게 될 터.
금강은 차라리 피를 덜 흘리면서도 더 많은 핏값을 받아내는 길을 택했다.
그게 바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였기 때문에.
이러한 금강의 발언이 퍼지고, 전장은 북경을 향해 나아갔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