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각자 뿌리 깊은 역사와 전통 그리고 명성에 맞는 실력을 겸비했다.
그들은 정파를 지탱하는 기둥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도 분명히 차이는 존재했다.
당연히 누군가는 조금 더 뛰어났고 또 누군가는 조금 모자랄 수밖에 없었으니.
닭의 머리가 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치지만, 용의 머리는 되지 못하고 몸통이나 꼬리에 해당하는 수준도 있었다.
몇 년 전 멸문지화를 당해버린 공동파를 비롯한 청성파와 점창파, 종남파가 이런 경우였다.
이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소림사, 무당파, 화산파의 영향력이 컸던 탓도 있다.
하지만 무림에서 살아가는 무인에게 안분지족(安分知足)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닭의 머리 혹은 용의 꼬리로만 살고 싶은 무인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도가 계열인 청성파, 점창파, 종남파 역시 도사이면서 무인이었기 때문에 끝내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들은 무당파, 화산파가 되기 위하여 과거부터 부단히 노력해왔다.
특히 사천성에 자리한 청성파의 경우가 유독 이런 경향이 심했다.
이웃으로 같은 구파일방이며 한 걸음 앞서 나가는 불가의 아미파나 사천성의 주인이라고도 불리는 사천당가가 함께 하기에 그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청성파는 누군가 들춰본다면 마교의 방식이 아니냐고 착각할 정도로 혹독하게 제자들을 몰아세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혹독한 과정을 견뎌내고 우뚝 성장한 몇몇 제자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제자는 청풍신검(淸風神劍)이라 불리게 되었다.
청성파는 그가 현재 중원의 절대자라 평가받는 구성(九星) 이후 천하제일로 우뚝 서리라 기대했다.
실제로 청풍신검은 별호에 신(神)이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무공 실력을 자랑했다.
문제는 날로 높아져 가는 무공과 반비례하는 인성이었다.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는 오래된 격언과 같이 인간이 되지 못한 자를 제자로 거두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청성파에게는 오로지 그들을 무당파나 화산파로 만들어줄 무공의 천재만이 필요했을 뿐.
인성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그 결과, 무공은 뛰어나지만, 인성은 파탄 나버린 무지막지한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결국에 비뚤어진 심성은 오래 숨기지 못했고, 사악한 본성이 드러난 청풍신검 앞에서 무수한 생명이 저버리고 말았다.
보다 못한 사천당가가 직접 나섰지만, 이를 눈치챈 청풍신검은 신강성으로 도주했고 자연스럽게 마교에 투신했다.
그로부터 십여 년.
청성파의 청풍신검은 마교의 청풍마검이 되어 중원 정벌의 뜻을 품고 사천성으로 돌아왔으나 또다시 도망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가 이끄는 수하들 역시 중원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 마교에 투신한 처지.
당연히 중원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으니 청풍마검을 따르며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죽여댔다.
누군가 나타나 그들을 보고 분노를 불태우기 전까지는.
* * *
살다 보면 가끔은 그런 경우가 있다.
주변에 일어나는 상황을 무어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움직이는,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순간이.
남궁연에게 있어서는 지금이 바로 그런 때였다.
서걱-
어느새 남궁연의 손에 검이 쥐어져 있었다.
송윤천이 그녀에게 선물해 주었던 운철검.
세상 그 무엇보다 높은 강도를 자랑하며 그 무엇도 벨 수 있는 검.
검집에서 빠져나온 검은 이미 한 차례 선을 그은 후였다.
털썩-
뒤늦게 목 위에 붉은 실선이 보이기 시작하며 그 위로 제대로 달려 있던 머리가 분리되어 땅 위로 떨어져 나갔다.
그 뒤에야 머리를 잃은 몸뚱어리가 앞으로 처박혔다.
거리낌 없이 양민을 겁탈하던 마인의 최후였다.
남궁연은 뒤늦게 자신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힘없던 시절의 자신이 떠올라서였는지도 몰랐다.
송윤천을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 역시 약자였을 테니까.
시체에서 눈을 뗀 남궁연이 문을 박차고 나섰다.
주변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파악한 듯 몰려든 마인 여럿이 사방에서 남궁연을 포위했다.
눈빛에 색욕이 가득한 사내가 입을 연다.
“상처는 내지 말고 제압만…….”
쐐애액-
허리를 숙이고 다가선 남궁연의 검이 사내의 두 다리 사이로 들어가 그대로 위로 올라온다.
검기로 감싼 검날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파앗-
사방으로 피가 튀어 나가며 양분된 시체가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어어…….”
남은 이들의 눈빛이 모두 달라졌다.
당황하고, 분노하고, 겁에 질리고.
하지만 남궁연은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든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놓치지도 않고 살려두지도 않을 테니까.
푸욱-
“끄으.”
남궁연이 위로 선 검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옆을 찔러 나갔다.
그러자 눈 밑이 시꺼먼 여인의 단전이 관통되었다.
남궁연은 빠르게 검을 거둬들였다.
뒤늦게 구멍이 뻥 뚫린 복부를 쥐어 잡았지만, 이미 늦었다.
앞뒤로 출혈이 시작되고 단전에 그득하던 마기가 새어 나왔다.
“끄아아아-.”
여인은 고통이 가득 담긴 신음과 함께 작게 몸부림치며 발작했지만, 죽음만이 기다릴 뿐.
극한의 분노 속에서 되레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남궁연의 시선이 다음 상대에게 돌아갔다.
서걱-
긋고.
푸욱-
찌른다.
신체 곳곳에 검이 박혔다 빠져나가며 구멍이 생기고 하나이던 신체가 조각나 떨어져 나갔다.
이쯤이면 지쳤겠지 싶어서 합공에 나선 이들도 마찬가지.
남궁연의 검은 처음에 검집을 빠져나온 이후로 변화가 없었다.
조금도 물러섬이 없고 빠르고 강했다.
남궁연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에 물드는 것조차 잊은 채 계속해서 검을 움직였다.
그녀를 온전히 감당할 수준의 적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은 금방 정리되어 갔다.
그런 와중에 오직 한 명만이 조심스럽게 마을을 빠져나가려 시도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저기 저년과 일행인가?”
수하들을 등지고 도망치려던 청풍마검 앞에 송윤천과 서청연이 등장했다.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가만히 지켜보던 둘 앞에 청풍마검이 나타난 꼴이었지만, 딱히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서로를 상대로 보지 않았던 까닭이다.
청풍마검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남궁연을 상대로 질 것 같지는 않다만,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도 없었다.
시간을 끌게 되면 다른 지원이 올 수도 있었고.
차라리 이 둘을 인질로 삼는다면 남궁연을 처리하거나 도주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정파라는 놈들은 쓸데없이 인연 앞에서 마음이 약해졌으니까.
결정을 내린 청풍마검이 빠르게 앞에 서 있는 사내를 향해 검을 찔러온다.
절제된 동작에서 나오는 민첩함.
목표는 당연히 단전이 위치한 하복부.
그런데 검이 송윤천의 손바닥 앞에 가로막히는 것도 모자라 잡혀버렸고.
“……!”
놀란 청풍마검이 검을 다시 뒤로 무르려고 해봤으나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타다다닥-
하여 별호에 붙은 검(劍)이 부끄럽게 청풍마검은 바로 자신의 애검을 놓아버리고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쐐애액-
등 뒤에서 날아온 자신의 애검이 오른쪽 어깨를 관통했다.
그것도 모자라 상체를 쓰러뜨려 땅에 푹 박혀 들어갔고, 등에 박힌 손잡이만이 보일 지경이 되었다.
땅에 처박힌 청풍마검이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검은 좀처럼 빠져나오지 않았다.
그 뒤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발소리가 울려 퍼져 나감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뒤늦게 따라온 남궁연의 발소리였다.
“잠시만, 뭔가 오해가……!”
푸욱-
남궁연은 변명을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어깨를 관통한 청풍마검의 애검을 뽑아서 그대로 다시 심장에 꽂아 넣었다.
청풍마검이 한 차례 몸을 부르르 떨다가 멈춰버렸다.
“장주님, 다음은 어디인가요?”
피로 목욕을 한 듯 붉게 물든 남궁연이 등을 돌린 채로 물었다.
분노로 차갑게 식어버린 눈으로 송윤천을 바라볼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북서쪽이다.”
송윤천도 그런 남궁연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 기감을 넓혀서 다음 목적지를 확인해주었다.
남궁연은 추격자가 되어 이동했고 심판자가 되어 검을 움직였다.
몇 번이나 목욕해도 전신에 베인 피 냄새가 쉽게 지워지지 않을 지경이 되어서야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의 끝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남궁연이 사천성에서 뒷수습에 열중하는 동안.
멀리서는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북원의 수괴 철목진이 죽었다는군.”
“멀쩡하던 작자가 그냥 죽을 리는 없고, 어째서?”
“황제께서 직접 나섰다는 모양이야.”
* * *
황제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자신이 다혈질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자신은 언제나 너그러웠으며 차분하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목 아래에 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본성이 드러났다.
그는 누군가의 반항을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앞서 대영반의 조언을 얻어 무림과 손을 잡았지만, 마교와 북원의 합공을 간신히 막아내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그들은 괜히 모든 초원이 자신들의 집이라고 말하고 다닌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말 위에 올라타 중원 땅을 누비고 다녔다.
가뜩이나 상대하기 쉽지 않은 무력에 뛰어난 기동력이 더해지자 금군이고 무림이고 그들의 움직임을 쉽게 쫓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황제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동창을 소집하라 이르시오.”
자신이 꺼낼 수 있는 비장의 한 수를 손에 쥐고 상대의 급소를 찌를 준비에 나섰다.
흔히 앞에서는 금군이 나서고 뒤에서는 동창이 나선다고도 한다.
황제는 오직 자신에게만 충성을 바치는 황궁 무력의 정점을 불러 모았다.
언제나 함께 하는 호위대의 대장과 금군의 대영반, 동창의 제독이 바로 그들이었다.
“조금 전에 본인 앞으로 이런 전서가 왔더군. 한 번 읽어보시오.”
황제는 그들 앞에 잔뜩 구겨진 전서를 내놓았다.
자신이 분노를 참지 못한 흔적이 남아있어 부끄러웠지만, 이들 앞에서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힘이 한껏 전해지는 힘찬 서체.
하지만 전서에 담겨있는 내용은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였다.
주(朱) 모여.
너희의 옛 주인을 죽이려 사람을 보내지 말아라.
오늘로써 정확히 서른 명을 적발하였는데 하나는 벽력탄을 소지하고 다른 하나는 납을 쏘아대는 서역의 기물을 가지고 있더군.
만일 또다시 암살자를 보낸다면, 그때는 내가 직접 황궁으로 한 명을 보낼 테다.
그리고 나는 두 명을 보낼 필요가 없을 것이니 주(朱) 모는 꼭 옛 주인의 충고를 명심하도록. – 철목진
감히 황제를 주 씨라 언급하는 것부터 상대의 오만한 성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전장에 한창 나서고 있는 대영반은 적잖이 분노했다.
“…….”
황제의 호위를 책임지는 호위대장과 정보와 암살 등을 책임지는 동창 제독의 얼굴은 전에 볼 수 없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
황제에게 이 전서가 전해졌다는 사실을 인제야 뒤늦게 파악했던 까닭이며 자신들로 인해 황제가 치욕을 당한 까닭이었다.
“그대들은 어찌하면 좋겠는가?”
황제는 자존심이 밟힌 나머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하된 도리로서 그들은 감히 황제의 의지를 저버릴 수 없었다.
또한, 자신들이 저지른 실책을 지워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나서야만 했다.
“이번에 마지막일 겁니다.”
전면에서는 전쟁이 치열하게 치러지는 와중.
황제가 품에 지닌 가장 날카로운 비수 세 자루가 적군의 수장을 향해 날아갔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