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당씨 성을 가진 의원이 고치지 못하는 것은 오직 천명(天命)뿐이다.
사천성에는 예전부터 이런 속담이 있었다.
당연히 과장된 표현이었다.
의술이 뛰어난 사천당가에서도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분명히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천당가의 의술이 뛰어난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그 사천당가의 중심에서 송윤천은 꼭 성이 당 씨가 아니어도 의술이 뛰어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불편하거나 통증이 심하다면 오른손을 높이 드시오.”
아무렇지 않게 남의 뱃속을 뒤적거리는 송윤천을 중심으로 그의 의술에 감탄하는 의원이 여럿 모였다.
그 사이에 송윤천은 신들린듯한 손기술로 조각난 장기를 원상복구 시키고 있었다.
“크헉. 거기는 너무 아픕……!”
이를 악물고 있던 환자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손을 번쩍 들려고 했으나.
꾸욱-
송윤천이 환자의 손을 지그시 눌러주며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아픈 게 아니오.”
“하, 하지만 정말로 아랫배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심한데….”
“여기서 참지 못하면 조만간 관속에 눕게 될 것이오. 그것도 높은 확률로 내일 해가 뜨기 전에.”
“……참아 보겠소.”
환자는 죽어서 편한 것보다는 살아서 아프기를 원했다.
“끝날 때까지 이거라도 물고 계시오.”
송윤천은 시끄럽게 굴지 말라는 듯 둘둘 만 천을 환자의 입에 물려주고는 개복되어 드러난 장기를 뒤적이며 치료를 이어나갔다.
“흐으읍-!”
환자는 그래도 칼밥 먹고 사는 무인이랍시고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송윤천도 굳이 상대를 더 오래 괴롭게 만들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박차를 가했고, 마침내 열려 있던 복부를 닫았다.
그와 동시에 사천당가에서 의술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노인들이 마구 질문을 던져댔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치료법을 설명해 줄 수 있소?”
사천당가의 한복판에서 타인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타인에게 함부로 기술을 전수하지 않는 건 무림에 국한되지 않았다.
하물며 평범한 객잔의 숙수도 자신의 요리비결을 함부로 노출하지 않는 법.
그들로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섞인 마음에 송윤천에게 질문을 던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운이 좋았다.
송윤천은 이런 사소한 일까지 비밀로 삼지 않았으니까.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작은 조각들이 보이오. 움직이면 더 깊이 파고들 테니 신속하게 제거하면 끝이고.”
“……?”
아주 원론적인 답변에 질문을 던진 이들의 입이 닫혀 들어갔다.
처음에는 알려주기 싫은 마음에 헛소리를 늘어놓는가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무림으로 본다면 고수를 찾아가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하냐고 물어보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것참 간단하면서도 어렵구려.”
치료 방법 자체는 어렵지 않은 의술이었으나 성공 여부는 무공의 경지와 관련이 있었다.
평범한, 그러니까 사천당가의 어지간한 의원은 송윤천과 같이 빠르고 정확하지는 못할 테니까.
송윤천의 어이없게 간략한 설명을 들은 이들은 다 늙은 처지에 무공을 수련하게 생겼다면서 투덜거렸다.
“벌써 마쳤소?”
그 사이로 신의 당유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
송윤천을 제외한 모두가 존경심을 담아서 고개를 푹 숙였다.
당유신에게 붙은 신의라는 별호처럼 그는 생명의 은인이자, 엄격한 스승이자, 집안의 큰 어른이자, 인생의 지침이었기 때문이다.
“고생들 하시오.”
신의가 자신을 데리러 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의 몫을 마친 송윤천은 그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
* * *
문파든 가문이든 이름이 조금이라도 알려져 있으면 규모 역시 작지 않았으나, 사천당가는 유독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괜히 사천에서 당가를 황궁과 비교하는 게 아닐 정도로.
그들이 무인이자 의원이었기에 규모가 큰 탓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핵심적인 이유가 한 가지 존재했다.
“그대는 독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소?”
두 걸음 앞에서 나아가고 있던 신의가 뒤따라 오는 송윤천을 향해 질문을 던져왔다.
“속속들이 모두 알고 있다고 한다면 거짓이겠지만, 알만큼은 충분히 알고 있지.”
송윤천도 한때는 독공에 열중했지만, 이제는 그 또한 옛날 일이다.
독공을 대성하여 만독불침에 이른 후에는 굳이 다시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알겠지만, 독공은 흐름에 어긋나는 무공이오.”
사람은 처음부터 독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독에 내성을 가지고 독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독공을 수련해야만 했다.
신체에 독기를 적응시키는 것도 독공의 일부.
하나 상한 음식만 먹어도 배를 잡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게 사람이거늘, 절대 쉬울 리가 없었다.
“그 과정은 고통의 연속이오.”
대표적으로 독공을 수련하는 사천당가의 인물들은 성격이 괴팍하다 못해서 지랄 맞기로 유명했다.
어찌 본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독공을 수련하면서 중독으로 인한 고통에 노출되어 살아가니 신경이 바짝 곤두설 수밖에.
“선조부터 시작된 이 굴레 속에서 우리는 차츰 적응해나갔소.”
무인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들이 무공에 재능을 가지듯이 사천당가 역시 오랜 세월 속에서 독에 익숙해졌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마냥 축하할 일은 아니었다.
세상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었으니까.
“너무 잘 적응해도 문제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오.”
어느덧 목적지에 거의 도달한 모양인지 신의가 강력한 진법으로 봉인된 공간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섰다.
그리고 돌아서서 뒤따라오던 송윤천과 마주 보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경고했다.
“아직 늦지 않았소. 그러니 각오가 되지 않았다면 돌아가도 좋소.”
대체 이 동떨어진 공간에 무엇이 있길래 이렇게 무게를 잡는 것일까.
“각오라…….”
송윤천은 신의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게 무엇이든 송윤천은 개의치 않았기에.
고작 몇 걸음에 신의를 앞지른 송윤천이 진법으로 외부와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 앞에 섰다.
“기대되는군.”
츠츠츠츠-
송윤천은 마치 금은보화가 가득 담겨 있는 상자를 활짝 열 듯 가볍게 진법을 풀고 내부로 입장했다.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사람을 죽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지독한 독기가 송윤천을 환영하듯 감쌌다.
‘이쪽이군.’
송윤천은 이 독기의 근원을 향해서 나아갔다.
츠츠츠-
마치 횃불에 달려드는 날벌레처럼 송윤천에게 다가오는 독기가 허공에서 불씨와 함께 타들어 갔다.
송윤천이 가지고 있는 독기를 감당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잠시 후, 송윤천은 이 독기의 근원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이……로군.”
그곳에는 한 여아가 깊게 잠들어 있었다.
한 걸음 뒤에서 다가온 신의가 아이에게 다가가면서 입을 열었다.
“남들에게 말하기에 민망하지만, 가문에서 나보다 뛰어난 자를 만나지 못했소.”
신의가 살아온 세월이 백 년이 넘는다.
그동안 그를 짧게라도 스쳐 지나간 윗세대와 함께 살아간 동년배들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한 아랫세대까지.
그 누구도 감히 신의 당유신에게 미치지 못했었다.
사천당가가 배출한 최고의 재능.
그게 바로 신의 당유신이었다.
하지만 그도 말년이 다 되어서 높다란 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딱 한 명. 내 증손녀를 제외하고는 말이오.”
송윤천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독기였지만, 당유신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타닥- 타닥-
당유신이 가진 독기와 공간을 가득 채운 독기가 서로에게 날을 세우듯이 대립하며 실시간으로 공멸했다.
동시에 그가 이를 꽉 깨물었다.
독기가 당유신을 죽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통만큼은 그대로 전해진 까닭이었다.
“죽었나?”
송윤천은 아이에게서 아무런 움직임도 전해지지 않자 물어왔다.
어떠한 감정이 있든지 아이의 시체를 이렇게 내버려 두는 건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이에 신의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완전한 가사(假死) 상태라고 할 수 있소.”
그 말에 송윤천이 조심스럽게 아이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으며 상태를 살폈음에도 구별이 잘되지 않았다.
신의가 살아있음을 말하지 않았다면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아이는 태어나기를 독인(毒人)으로 태어났소. 따로 독공을 수련하지 않았음에도 말이오.”
독인이란 말 그대로 독을 지닌 사람이다.
일종의 진화 혹은 돌연변이.
사천당가의 유구한 역사에서도 없었던 일이었다.
당시에는 모두가 아이를 보고 열광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아이가 가진 독기는 날이 갈수록 강해졌소.”
“그게 문제였군.”
“그렇소.”
적어도 사천당가에게는 더없이 뛰어난 재능이었지만, 그건 온전히 감당될 때나 가능한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 본인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독기가 강해졌소.”
그러지 않았다면 굳이 저 어린아이를 부모의 품에서 빼앗아 이렇게 홀로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모 역시 자식의 처지에 피눈물을 흘렸지만, 거부할 수는 없었다.
그들 역시 아이가 발산하는 독기에 중독되어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겨 왔기 때문이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사 상태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소.”
더 늦기 전에 신의가 직접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잠재웠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지만, 당장 살리고 봐야 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소. 그 후로 쭉 이 상태요.”
아이를 바라보는 신의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타인을 살리기 위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이렇게 만든 게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얼마 전부터 문제가 일어났소.”
“독기가 더욱 강해진 모양이로군.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정답이오.”
가사 상태로 만들면서 독기의 성장세는 급격히 저하되었으나 그조차 세월이 흐르면서 거듭 강해졌다.
그러니 신의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아이를 위한다면 모두의 피해를 무릅쓰고서라도 독을 해독해야만 했다.
모두를 위한다면 아이가 발산하는 독기가 완전히 감당되지 않을 수준에 이르기 전에 가사 상태에서 나아가 완전한 죽음에 이르게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전자를 선택했소.”
누군가는 줏대 없는 판단이라고 신의를 욕보일 수도 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아이의 짧았던 인생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마무리 짓기에는 가지고 있는 능력이 워낙에 뛰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이기적이게도 아이도 다른 모두도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오.”
가주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사천당가의 대표 중 한 명으로서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나약한 마음이었다.
아이가 발산하는 독기를 감당할 수준은 세상을 통틀어도 손에 꼽힐 만큼 적었다.
당가에는 과연 그런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신의가 예상하기로는 간신히 죽지 않고 버텨내는 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부담되었고, 잔인한 선택을 내려야만 하는 시기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잘못된 선택 한 번에 자칫하면 가문 자체가 몰살당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니 부디 도와주시오.”
아이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 저버린 신의가 송윤천에게 공손하게 부탁했다.
‘사정은 들어서 알겠지만, 너무 저자세로 나오는군.’
그만큼 신의가 간절하다는 뜻.
굳이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사천당가가 가진 비전인 독공에는 송윤천의 지분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그가 선조뻘인 당기려에게 알려준 것들이 기초가 되었으니 말이다.
“방법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지.”
송윤천이 가사 상태에 놓인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