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북원(北元).
만리장성 바깥으로 쫓기듯 도망친 무리에게 붙은 이름이었다.
한때는 대원(大元)이라는 칭호와 함께 중원의 지배자로서 군림하였으나 이 또한 백 년 남짓.
대원이 사라진 자리에 대명이 자리하며 다시 약자가 되었다.
강자일 적에는 말 위에 올라타 앞에 있는 적을 향해서 손에 잡힌 무기를 휘두르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강자는 단순하게 약자 앞에서 자신이 가진 힘을 믿고 따르면 그만이지만.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북원의 수장인 철목진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란격석(以卵擊石).
이대로는 달걀로 바위를 치는 꼴이 될 터였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그러한 고심의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산공독(散功毒)이었다.
내공이 없는 이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으나 내공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치명적인 독이다.
세상에 등장한 지가 제법 오래되어 파훼법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보다 더 효과가 뛰어난 산공독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북원이 있었다.
산공독의 핵심 원료인 산공초가 북방의 초원에서 주로 채집되기 때문이었다.
철목진은 모든 게 부족한 상황에서도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얼마 전에 결과를 보게 되었다.
“기존의 산공독은 일정 경지를 넘어서거나 초반에 대처만 제대로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보고하는 부하가 허락을 구한 후 곧바로 미량의 산공독을 주변으로 산개시켰다.
“으음.”
주변에 있던 모두가 내공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단번에 직시했다.
심지어 그 대단하다는 철목진과 설불태 역시 마찬가지.
기존의 산공독으로는 감히 제어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두 명의 고수마저도 새롭게 개발된 산공독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훌륭하군.”
잠시나마 효과를 맛본 이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기존에 산공독이 가지고 있었던 명확한 한계를 깨버렸으니.
하지만 보고하던 수하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한껏 기대 어린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성능을 강화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직접 보시지요. 데려와라.”
잠시 후, 제법 익숙한 얼굴의 사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등장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는 듯.
“이 자의 이름은 황서인. 물류를 담당하는 자입니다. 앞으로는 물건을 빼먹고 뒤로는 형제들을 팔아넘겼지요. 발각된 사례만 수십이 넘어가는…….”
스악-
배신자라는 사실이 발각된 황서인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지하고 다니는 도를 꺼내 들면서 내공을 끌어 올리려 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온 순간부터 산공독에 중독되어 내공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익-!”
황서인은 후방에서 생활했기에 말로만 들었던 산공독일 줄은 몰랐는지 억지로 내공을 움직이려 했으나 실패했다.
“우웩-.”
되려 혈도가 터져나가며 칠공에서 피를 뿜기까지 했다.
굳이 손을 쓸 것도 없었다.
그대로 쓰러져서 몇 번 움찔거리다가 숨이 끊기고 말았으니까.
“즉각적인 반발입니다. 기존에는 내공을 쓰지 못하거나 강제로 끌어올려도 천천히 주화입마가 오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아닐 겁니다.”
멋모르고 반항하다가는 즉사한다는 뜻.
“상을 내리도록 하지.”
철목진은 그 말과 함께 함구령을 내렸다.
수하들은 의아했지만, 그에게 무슨 좋은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명령에 따라 입을 꾹 닫았다.
지금 당장 대량 생산하여 전장에 살포하기만 해도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으나 철목진은 참아냈다.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
당장은 무적이겠지만, 이 역시 알려지면 파훼법이 등장하기 마련.
철목진은 조급해하지 않으며 이 산공독을 써먹을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중원 수복을 위해 장성을 넘은 뒤 처음으로 산공독을 살포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퍼어엉-!
마치 곱게 갈아서 만든 밀가루를 허공에 흩뿌리는 듯한 효과.
그 중심에서 철목진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황궁의 비수를 맞이했다.
* * *
동창은 전원이 환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관은 자의로 혹은 타의로 사내이기를 포기한 이들.
그들은 오로지 힘을 얻기 위해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권력, 무력, 금력.
바라는 게 무엇이든 환관은 황궁의 일원이었으니 반드시 황제의 명을 따라야만 했으며, 황제의 비위를 맞춰야만 했다.
그런데 암살에 무수히 실패하면서 황제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동시에 절대자의 눈 밖으로 한참 벗어나게 되었으니 이번만큼은 실패가 없어야만 했다.
여기에 황제의 호위에 전력을 기울이는 호위대장과 금군의 수장인 대영반이 더해졌다.
그들 역시 이번 일로 당한 수모를 제대로 갚아주고자 나섰다.
동창의 소수 정예와 황궁 최고의 무인 삼인방까지.
과연 이번 임무가 실패로 돌아가 버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
마른하늘 아래를 걷다가 벼락에 맞을 정도나 될까?
그 누구도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다.
다만, 거사를 앞두고 괜한 말을 꺼냈다가 부정을 탈 수도 있으니 말을 아끼고 있을 뿐.
이미 철목진의 죽음은 확정적이며 희생을 얼마나 줄이느냐, 무사히 귀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었다.
오직 초원의 지배자에게만 허락된 거대하고 화려한 천막으로 진입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불청객이 제법 많군.”
콰드득-
상대를 한껏 비웃는 말투와 함께 철목진의 손아귀에 잡힌 동창 정예의 머리통이 두부처럼 으깨져 나갔다.
덩그러니 내던져진 시체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진심으로 환영하마.”
흡사 아수라와 같은 음성은 상대에게 공포를 선사했다.
철목진이 신호함과 동시에 설불태 역시 빠르게 움직였다.
중원과 북원 역시 내공과 외공을 동시에 수련하기는 마찬가지이나 북원은 상대적으로 외공의 수준이 높은 편.
설불태와 맞붙게 된 대영반 손호는 한 차례 이뤄진 공방의 교환 속에서 그 말이 허언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웨엑-!”
그때 옆에서 달려드는 상대를 맞이하기 위해 강제로 내공을 끌어올린 환관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설마 이놈들이?’
처음에는 의심했다.
자신들에게만 산공독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다른 산공독에 기타의 독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상대에게서도 내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중독 증세 역시 관찰되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웨에엑-.”
억지로 내공을 일으킨 수하들이 피를 토하면서 즉사해버렸다.
평범한 산공독은 아니라는 증거였다.
‘새로운 산공독 혹은 산공독과 섞인 다른 무언가.’
상황을 바로 인지한 동창 제독의 안색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조금 있으면 상대는 지원군이 몰려올 것이다.
산공독에 중독된 자신들은 포위당해서 죽어 나갈 것이고.
‘시간이 없다.’
원래도 암살이란 게 빠르게 목표를 처리하고 빠져나가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시간이 부족했다.
아니, 조금 더 현실적으로 계산하자면 살아서 돌아간다는 게 쉽지 않았고 목표를 죽이기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놈들도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대영반 손호가 자신의 상대를 노려봤다.
설불태.
만리장성 바깥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금군 사이에서 설불태에게 붙인 별호는 북귀(北鬼).
북쪽에서 나타나는 귀신이었다.
그 역시 마음 같아서는 다 제쳐두고서 철목진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상대가 꽉 막고 있으니 대영반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단은 호위대장과 제독 영감을 믿는 수밖에 없나.’
저 둘은 대영반에 비하면 외부에 노출이 거의 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대영반은 직접 합을 겨뤄봤기에 둘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 우선…….’
대영반은 금군의 수장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한 명의 무인으로 돌아갔다.
설불태 역시 마찬가지.
그들에게는 무인의 사투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영반은 높은 지위와 고령에도 수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게다가 황제의 은총으로 하사받은 몸에 좋다는 영약 따위를 적지 않게 섭취하기까지 했으니.
금군의 비전 외공이 가득 깃든 신체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거라 자부했다.
꾸드득-
절제된 근육이 물결치며 힘을 가할 준비에 나섰다.
쿵!
그리고 곧이어 둘의 주먹이 만났다.
순수한 외공에서 비롯된 충격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과 뼈에 고스란히 고통이 전달되었다.
거기서 느껴지는 희열에 설불태가 환희했다.
대영반?
백만 금군의 정점이라고?
그래봤자 자신이 지금까지 닥치는 대로 죽여왔던 금군과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땀으로 젖어 든 설불태의 전신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연기를 피워냈다.
* * *
철목진은 어린 시절 양 떼를 돌본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양 떼를 노리는 늑대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깨달았다.
늑대는 다쳐서 혹은 늙거나 어려서 제대로 반항하지 못하는 나약한 개체를 목표로 삼았다.
철목진은 늑대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닮아갔다.
약점을 공략하는 게, 일을 가장 쉽게 풀어가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양 떼 사이를 휘젓는 늑대가 되었다.
물론 양과 다르게 상대는 제법 격하게 반항했지만, 철목진 역시 평범한 늑대는 아니었다.
우드득-
철목진에게 잡힌 팔이 압축되듯 찌그러졌다.
팔을 이루는 근육과 뼈가 원래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꼴이 되었고.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얼굴로 주먹이 꽂혔다.
콰직-
오뚝 솟아있었던 코가 납작해지고 살점과 뼈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졌다.
내공은 일절 담기지 않은, 순수한 외공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나도 압도적이면서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 파괴력.
철목진의 주변에는 사람이었던 시체가 각기 다른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래도 나서지 않나?”
철목진이 수하들의 시체를 뒤로하고 멀리 서 있는 동창 제독과 가면 아래 숨은 호위대장을 바라봤다.
저들은 수하를 사지로 몰아넣으면서도 좀처럼 전면으로 나서지 않고 있었다.
“아, 저놈을 기다렸다가 셋이 합공에 나서겠다는 생각인가?”
하지만 설불태가 대영반을 상대로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산공독의 효과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나? 그것도 아니면 내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라도 기다리고 있나?”
처음에 바로 달려들 것만 같은 기세는 어디로 가고 저렇게 뒤에서 수하들만 처리하고 있단 말인가.
명백하게 시간은 자신의 편일 텐데.
그리고 어느 순간.
정확하게는 동창의 정예가 남김없이 철목진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을 무렵.
기다렸다는 듯이 반격이 시작되었다.
“배우지 못한 녀석이라 그런지 수괴라는 작자가 잔말이 많구나.”
철목진이 약자를 먼저 공략한 것과 같이, 동창 제독과 호위대장 역시 마찬가지로 주변을 정리하고 나섰다.
그들이 철목진을 처리하는 데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이제 지원군이 몰려들기 전에 철목진을 처리해야만 했다.
쿠웅-
먼저 호위대장이 나서서 허리를 굽히고 철목진의 하체를 공략한다.
반월을 그린 발등은 상대의 무릎 옆을 노린다.
퍼엉-
철목진이 무릎을 굽히고 바깥쪽 허벅지를 앞세워 방어에 나섰다.
마치 방패 표면을 때리는 듯한 소음이 들려왔다.
그 사이 호위대장을 넘어서 달려든 동창 제독이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워 철목진의 두 눈을 터트리려 했지만.
우드드득-
철목진은 이마를 앞세워 손가락을 막아냈다.
반대로 두꺼운 이마를 감당하지 못한 검지와 중지가 위쪽으로 꺾여버렸다.
급격하게 고통이 느껴졌지만, 동창 제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 손을 내밀었다.
손아귀에는 벽력(霹靂)이라는 두 글자가 적힌 작은 구체가 쥐어져 있었다.
불을 붙이기에는 여유가 없었기에 제독은 악력을 있는 힘껏 발휘했다.
――――!
무시할 수 없는 충격, 새까만 연기, 고막을 찢어오는 굉음이 함께했다.
제독 역시 고작 벽력탄 한 발로 상대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에 곧바로 공격에 나섰지만.
푸욱-
검게 타오르는 연기를 뚫고 묵직한 주먹이 모습을 드러내 그대로 제독의 복부에 꽂혔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