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새외(塞外)는 변두리, 바깥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중원 무림이 북해빙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이 한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그들은 북해빙궁이 수련하는 빙공마저도 하찮게 여겼다.
이는 경험하지 못한 까닭이 컸다.
또한, 중원 무림에도 분명히 몇몇 빙공이 존재하지만, 기존의 무공과 비교하자면 효율성이 아득히 떨어지며 빙공의 고수가 존재하지 않는 까닭이기도 했다.
물론 풍전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도 자연지기인 뇌기를 바탕으로 한 무공을 수련하는 무인이었으니까.
하지만 상대를 크게 경계하지도 않았다.
북해빙궁이 새외무림이며 빙공을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마교의 교주를 상대로 승리한 자신의 적수가 세상에 흔치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북해빙궁에도 당연히 고수가 존재할 테지만, 자신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뼛속까지 중원인인 풍전의 시선에서 볼 때 북해빙궁이 천마신교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웠으니까.
하지만 막상 북해빙궁을 상대하게 되니.
자신이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고 여겨졌다.
타닥- 타닥-
상대를 향해 쏘아져 나가는 한 줄기 뇌기가 목표에 닿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금방 깨지기는 했지만, 상대에게 고통을 안겨주기에는 터무니없이 약해졌다.
그때, 허공에서 허무하게 사라지는 뇌기를 뚫고 하얗게 물든 손바닥이 등장했다.
풍전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손을 뻗었다.
투웅-
타구봉이 손바닥을 내리쳤지만, 뒤로 살짝 튕겨 나가는 게 전부.
쿠구구구-
가볍게 눈 위로 내려앉은 상대를 중심으로 사방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내공이 부족하다면 허공에 퍼져나가는 한기를 들이마시고 폐가 얼어붙을 정도.
“이거 섭섭한데.”
풍전이 타구봉에 뇌기를 가득 실어서 전면을 향해 내질렀다.
상대도 자신을 죽일 의도가 없었는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공격도 살초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상대가 만들어낸 한기의 장벽 앞에 뇌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어 떨어져 나갔다.
“이야…….”
풍전은 이 모습을 바라보는 장본인으로서 웃음만이 나왔다.
그 역시 상대를 죽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송윤천의 의도대로 사로잡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편하게 넘어가지는 못하겠는데.’
처음부터 쉬이 이길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정말 상대의 강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저런 놈이 얼마나 더 있으려나.’
문득 걱정이 앞섰다.
북해빙궁에 저런 놈이 얼마나 더 있을지.
그놈들이 중원을 침략하지는 않을지.
북해빙궁이 날뛰지 않더라도 이미 중원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런데 북해빙궁이 이 혼란에 합류한다면 중원에는 무수한 죽음이 가득할 게 분명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목숨 걸고 제대로 붙어보고 싶기는 하다만…….”
상대와 거리를 벌린 와중에 수하 넷이 전후좌우로 멀리 떨어져서 풍전을 포위한 형태였다.
언제라도 자신들의 대장이 틈을 만든다면 곧장 나설 기세.
풍전은 그 틈바구니에서 공격을 멈추고 타구봉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축포(祝砲)를 터트리듯.
쐐애- 쐐애- 쐐애애-
순차적으로 세 발의 뇌기를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뇌기는 눈바람을 뚫고 높이 높이 올라가 승천하는 이무기처럼 그득한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
그렇다고 해서 당장 달라지는 건 전혀 없었지만, 상대하는 처지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풍전을 포위한 북해빙궁의 인물들은 상대가 지원을 요청했다고 해석하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제압하기 힘든 상대인데 지원이 더해지면 되레 자신들이 당할 수도 있으니까.
홀로 풍전을 상대하던 대장도 더욱 날카로운 공격을 날려댔다.
한기에 살기가 더해졌다.
팔다리 하나라도 가져오기 위해 몸통보다는 그 주변을 집요하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목숨만 부지해 둔다면 상관없다는 듯이.
“그래, 와라.”
풍전은 목숨이 달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며 힘을 마음껏 끌어냈다.
자신은 이 정도에 굴할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한기가 뇌기를 얼려버리듯, 뇌기 역시 한기를 날려 보냈다.
이에 질세라 사방을 포위하고 있던 수하 넷이 동시에 풍전을 노리고 뛰어들었다.
빙공을 수련했기 때문인지 주변에 가득한 한기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고.
그들의 움직임 역시 평소와 같았다.
하나는 발목을.
하나는 무릎을.
하나는 옆구리를.
하나는 어깨를.
각자 다른 부위를 노리며 닥쳐왔다.
합공 자체만 본다면 충분히 합격점을 주고도 남았지만.
콰직-
옆구리를 쑤시려 드는 날카로운 손끝이 타구봉 앞에서 꺾이면 안 되는 방향으로 꺾여버리고.
쿠웅-
어깨로 향하던 자는 그대로 팔꿈치에 맞고 높은 콧대가 납작하게 내려앉았다.
또한, 발목을 잡으려던 손은 뒤꿈치에 찍혀버려서 형체를 잃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체를 낮추고 무릎으로 달려들던 놈의 목덜미를 잡아챈 풍전이 닥쳐오는 한기를 향해 거침없이 내던졌다.
놈의 눈이 커졌지만, 몸을 비틀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한기 역시 방향을 바꾸지 못했고.
터엉-
정면에서 맞닥뜨린 한기에 얼어붙은 시체가 높게 쌓인 눈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이를 악문 상대가 전력을 일으키며 풍전에게 접근한다.
경지가 보통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가 지나온 눈 위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쿵-!
극한으로 단련된 손바닥과 손바닥이 마주치며 북 치는 소리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나갔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처절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놈!”
북해어가 튀어나왔지만, 풍전은 알아듣지 못하니 그저 저 시끄러운 주둥이를 뭉개버리고자 앞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앙-!
한기로 뒤덮인 팔뚝이 주먹을 막아섰다.
동시에 무릎이 올라와 풍전의 하복부를 가격한다.
충격이 상당했지만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는지 이번에는 풍전이 무릎을 올려 아래에서 쳐올렸다.
쿠웅-!
단단한 신체가 상대를 부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 동작 하나하나에는 약자를 짓누를 자연지기가 담겨있었다.
단순하게 무공의 초식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오직 순수한 자연지기의 대결.
어느 쪽에 강하고 어느 쪽이 약한지.
모든 것을 얼리는 힘과 모든 것을 태우고 파괴하는 힘이 맞붙는 와중.
누군가 그 무시무시한 자연지기의 충돌 한복판에 강림했다.
동시에 모든 게 무력화되어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나갔다.
풍전은 자연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지만, 상대는 불청객의 등장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살기를 끌어내 움직였다.
괜히 살려두려다가 후환을 보기보다는 일단 둘 다 죽이고 자신이 살고 보겠다는 마음가짐.
하지만 머리에 가득 채워진 강인한 의지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열이 많이 올랐군.”
“…….”
분명히 북해어였다.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중원에서는 전혀 들릴 리가 없는 말.
그리고 전신이 굳어가더니, 이내 생각까지 멈춰버렸다.
쿠궁-
거구의 북해인이 눈 위에 파묻혔다.
“장주, 설마 죽인 거요? 어렵게 찾은 놈인데.”
뒤로 물러나 있던 풍전이 송윤천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재웠다. 조금 있으면 알아서 깨어날 테지.”
그렇게 밝히는 송윤천의 몸에서는 한기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 * *
북해빙궁 최고의 무공은 빙백신공이었다.
최초에는 궁주와 그 후계자를 통해서만 이어졌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 되었다.
현재에 와서는 북해빙궁 소속의 무인이라면 누구나 빙백신공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기회는 단 한 번.
그 한 번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그날부터는 빙백신공을 수련하게 된다.
만약 실패한다면 자신의 분수에 맞는 빙공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빙백신공은 가장 뛰어난 빙공인 만큼, 뛰어난 재능을 요구했고 대부분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북해의 명가인 설(雪)이라는 성을 이어받은 설운도는 그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빙백신공의 계승자에게는 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빙백신공은 빙정에서 비롯되었다. 기타의 빙공과 다르게 유일무이하게 빙백신공의 계승자만이 빙정에 접근할 수 있지.”
먼 옛날에는 궁주와 그 후계자만이 감당했던 무거운 짐을 여럿이서 나눠 들게 되었다.
설운도도 그중 하나였다.
북해인을 살리기 위해서 중원인을 희생해야 했지만, 일말의 죄책감도 들지 않았다.
외형도 언어도 사는 방식도 달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로지 중원인의 희생으로 빙공을 녹여서 북해를 지켜야 한다는 굳은 의지만이 가득했다.
자신이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건 슬프지 않았다.
단지 실패한 자신으로 인해 지옥으로 변해갈 북해가 떠올라서 슬펐다.
설운도는 차갑게 흐르는 눈물 속에서 눈을 떴다.
“일어났나?”
낯선 목소리와 함께 일어나 주변을 살피니 마지막으로 쓰러진 그 자리 그대로였다.
저 앞에는 자신을 상대하던 자가 연초를 태우고 있었고, 자신을 쓰러뜨린 사내는 바로 곁에 있었다.
“북해어는 어디서 배웠소?”
통증을 이겨낸 설운도가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누구에게 배우기는. 당연히 북해인에게 배웠지.”
“……요즘에는 쓰지 않는 말투요.”
“음, 그런가?”
송윤천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북해를 방문하고 북해의 언어를 배운 것도 한참 전의 일이니 당연히 언어 역시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중원 역시 나라가 변하고 민족이 변하면서 언어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군.”
송윤천도 설운도도 상대의 말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대화를 나누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나를 왜 살려두었소.”
설운도가 주변을 바라보고 물었다.
자신과 함께 나선 수하 넷은 죽은 가운데 오직 자신만이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자신이었다면 위협을 가하는 상대를 그 자리에서 죽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만 살려두었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원인에 대한 복수가 아니란 말인가?
그 궁금증은 금방 해소되었다.
“빙정으로 안내해다오.”
“그걸 어찌……!”
설운도의 눈이 처음으로 커졌다.
살면서 이렇게 놀란 것도 처음.
중원인의 입에서 빙정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너희가 빙정을 조절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다.”
“빙정을 찾는 목적이 뭐요? 복수요?”
“과거에는 몰라도 지금 너희가 데려가는 놈들이 썩 괜찮은 놈들은 아니니 그런 건 관심 없다.”
적어도 섬서성 북부에서 송윤천과 풍전이 상대했던 자들은 선악(善惡)을 가릴 때 악으로 크게 치우쳐 있었다.
“그러면 빙정은 왜 찾는 거요.”
“균형을 잡기 위해서.”
“균형을? 그게 가능한 일이요?”
설운도는 낯선 상대가 내뱉는 말에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빙정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면 진작에 북해에서 나섰을 테니까.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시도해본 적도 없는데 결과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송윤천은 함부로 허언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도해볼 수는 있겠지. 북해를 위해서, 중원을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
송윤천의 말처럼 빙정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빙백신공의 계승자가 아니라면…….”
“아니라면?”
빙정에 함부로 다가설 수 없다는 말을 하려던 설운도가 멈칫했다.
송윤천에게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한기가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전신을 얼려버릴 것만 같은 한기.
그건 마치 빙정에 다가섰을 때와 같았다.
“그대를 믿어도 좋소?”
“믿지 않아도 시도할 생각이다. 다만 조금 더 많이 귀찮아질 뿐이지.”
북해가 협조하지 않아도 나설 것이라는 말.
“이름이 뭐요.”
“나는 송윤천. 그리고 저쪽은 광견 아니 풍전이다.”
“송윤천과 풍전.”
북해어로는 영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지만, 익숙해지기 위해서 혼잣말로 내뱉었다.
“좋소. 함께 갑시다, 북해로.”
설운도는 송윤천을 믿어보기로 했다.
마차는 눈보라를 뚫고 북상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