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나 왔소!”
풍전은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축하한다.”
시선이 마주친 송윤천은 연초를 피워대며 풍전을 맞이해주었다.
“아직 말도 안 했는데 어찌 알아챘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자신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거쳐서 천운을 놓치지 않았는지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놓을 준비를 해놨다.
그런데 송윤천은 마치 몰래 지켜보기라도 한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얼굴에 드러난 표정만 봐도 다 알 것 같은데. 뭐 좋은 거라도 찾았나?”
“흐흐, 티가 많이 났나 보오.”
하기야 허탕을 치고 돌아왔으면 이렇게 두 어깨를 쫙 펴고 돌아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장주, 들어는 봤소? 공청석유라고.”
“아, 그거? 저기 반대편에 있는 작은 동굴에서 찾았나?”
“……!”
풍전이 머리를 망치로 한 대 강하게 가격당한 기분에 입을 떡하니 벌렸다.
“아, 알고 있었소?”
진작에 알려줬다면 며칠 내내 개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왜 굳이 알려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쉽게 찾아내면 배가 아플까 봐서?
“하도 오래된 일이어서 나도 까먹고 있었다. 지금 들으니 기억이 났지.”
송윤천은 다재다능하였으나 만능은 아니었고 당연히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망각(忘却)은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그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축복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갖은 정신적인 충격에 따른 고통으로 진작에 미쳐버렸겠지.’
물론, 공청석유가 그런 종류의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게 딱히 기억할 만한 것도 아니고.”
풍전을 포함한 대부분에게 있어서 공청석유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보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송윤천에게 있어서 공청석유의 존재감은 연초 한 개비 정도.
아니, 한 모금만도 못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 동굴 끝자락까지 가면 인형설삼인지 뭔지가 두어 뿌리 정도는 있을 텐데.”
“어……?”
“내가 봤을 때도 제법 굵직했으니 지금쯤이면 세상 부러울 게 없을 테지.”
“아……!”
풍전의 입에서 의문에 이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쉬운가?”
“아쉽기는 하다만 이 정도면 됐소. 이것도 내 운명이려니 해야지.”
하지만 풍전은 자라나는 욕심을 마음속에서 깨끗하게 지워냈다.
이미 공청석유를 잔뜩 머금었는데 인형설삼을 탐낼 수도 없었다.
남은 평생을 공청석유가 가진 기운을 온전히 흡수하기에도 벅찰 테니 말이다.
“그런데 장주, 이곳에 아직 할 일이 더 남아 있소?”
대설산을 찾아온 목적은 빙정의 안정화.
송윤천이 직접 개입하며 진작에 그 목표를 이뤄낸 만큼, 다른 용건은 딱히 남아 있지 않았다.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나서면 되겠지.”
송윤천도 풍전을 기다리며 잠시의 여유를 즐겼을 뿐이라는 듯, 떠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저 빙벽은 이대로 내버려 두고 떠날 거요?”
풍전이 대설산을 빙 둘러싼 높은 빙벽을 가리키며 물었다.
“주인이 알아서 할 테지. 이쯤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 쉬운 일이니까.”
송윤천은 거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설녀가 귀찮은 일에 얽히지 않으려 빙벽을 그대로 두기를 원한다면 그 또한 괜찮았다.
반대로 거추장스러워서 치우려 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설녀의 의지대로.’
이제 송윤천과 풍전은 다시 자신들이 머물던 자리로 물러날 시간이었다.
“떠나기 전에 인사는 하고 가야겠지.”
* * *
송윤천은 풍전을 기다리는 동안 의도적으로 혼자 떨어져서 시간을 보냈다.
설녀가 설운도나 설영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괜히 옛날 그 아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나게 커다란 감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엇이든 지나고 나면 미련으로 남기 마련이다.
그게 꼭 깊은 인연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이니만큼 대설산에 머무는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오셨습니까.”
“오셨군요.”
송윤천을 마주한 설운도와 설영은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아마도 설녀에게 그들이 가진 무공에 얽힌 사연을 들어서 그런 것 같았으나, 송윤천은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선조는 선조이며 저들은 저들이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에 한 송윤천의 시선이 설녀에게 향했다.
“떠나려고?”
“누님, 인연이 닿는다면 또 봅시다.”
“그래, 동생도 잘 지내고.”
대설산 주변을 둘러싼 빙벽을 손짓 한 번으로 무너뜨린 설녀는 송윤천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하지 않았다.
당연히 앞날이 어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빙정의 분신인 자신이나 불로불사로 영원불멸하는 송윤천에게 있어서 죽음이나 소멸 따위는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
자신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살아가는 괴력난신이었다.
“풍전이라고 했지? 도움을 주어서 고맙네. 조금이라도 얻어가는 것이 있다니 다행이고. 그쪽도 잘 지내시게.”
반면에 풍전에게는 작은 미소와 함께 이별을 고했다.
이미 한참 늙은 풍전과 영원을 살아가는 설녀의 만남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기에.
이제는 정말 그들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그래도 따라오길 참 잘했소.”
빈손으로 찾아왔으니 당연히 가는 길도 빈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은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먹지 않아도 배가 가득 부른 기분.
오직 상승(上昇)을 경험한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었다.
송윤천은 빙정의 기운을 받아들였으며 풍전은 공청석유를 들이마셨다.
아마도 이보다 더한 기연은 세상을 뒤져봐도 손에 꼽을 것이다.
“이 정도면 월 사부와 한 판 시원하게 붙어봐도 될 정도인 것 같은데……. 장주가 생각하기에는 어떨 것 같소?”
“네가 월과?”
송윤천이 시선을 옆으로 돌려 풍전을 한 번 쓱 훑고는 아직 멀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요? 내가 느끼기로는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
아무래도 풍전은 월의 진면목을 알지 못했기에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겠지 싶었다.
“뭐, 그래도 붙어보기는 해야겠소. 지금까지 꾸준히 졌는데 여기서 한 번 더 진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딱히 없고.”
“좋은 마음가짐이다.”
송윤천은 풍전을 응원했다.
그게 무인이든 아니든.
사람이든 괴력난신이든.
도전하기를 두려워한다면 현상 유지는커녕 퇴보하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리고 내려오면서 느끼는 건데, 이전보다는 확실히 안정을 찾은 느낌인 것 같소.”
“당분간 빙정이 폭주하는 일은 없을 거다.”
“당분간이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거요?”
“어쩌면 영원히.”
송윤천은 조화를 통하여 끝없이 강해지던 빙정의 안정화를 달성해냈다.
그로 인하여 세상에 찾아온 겨울도 차츰 막을 내렸다.
하늘에서 퍼붓던 눈도, 살을 잘라낼 것만 같은 찬바람도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땅 위는 얼어붙었고 눈이 한가득 쌓여있지만, 차츰 괜찮아지겠지.’
당장 죽을 고비를 넘긴 수준에 불과하지만, 점점 나아질 것이다.
“돌아가는 길이니 정리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장주는 먼저 갈 생각이오?”
풍전이 먼저 이런 말을 꺼내든 이유가 있었다.
북해를 넘어서 북원의 초원과 사막을 지나자 무너진 만리장성이 눈에 들어왔다.
저 장성을 넘으면 다시 중원.
송윤천과 풍전이 지나쳐 왔었던 섬서성 북부였다.
확실히 둘이 떠나기 전보다는 살만해졌다지만, 그건 주변 환경만의 변화일 뿐.
여전히 세상에는 도적이나 마적 따위가 판을 치고 있었다.
“나는 이대로는 못 돌아가겠소. 혼자 강해져서 혼자 잘 살 생각도 없고.”
나름 한평생을 영웅이자 협객으로 살아왔던 풍전이었다.
혼자 어디 구석에 처박혀서 경지가 올라갔으니 되었다고 자위하는 건 그의 성향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그래, 가는 돌아가는 길이니 조금 시간을 할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조금 늦어지겠지만, 그 정도는 괜찮았다.
송윤천 역시 굳이 따지자면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쪽이었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지금처럼 지내지는 않았을 거고.’
“좋소, 갑시다!”
풍전은 송윤천이 보내오는 지지와 함께 힘찬 발걸음으로 얼굴을 가린 채 섬서성 북부를 휩쓸기 시작했다.
괜히 공청석유가 아니라는 듯.
그는 중원을 떠날 적보다 더욱 빠르고 더욱 강했다.
“거기 늙은이, 네가 그 소문의 미친개로구나.”
“나를 아나?”
“요 며칠 전에 네 몽둥이에 머리통이 터진 놈이 바로 본좌의 셋째 동생의 사촌의 의형제의 처남이었다. 그 복수를 하러 왔다.”
“그 정도면 남이지.”
“놈! 닥치지 못할까-! 본좌가 네 머리통을 똑같이 터트려줄 것이다!”
어디서 광견(狂犬)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한 것인지 제법 이름 좀 날렸다는 놈들이 칼을 들이밀기도 했지만…….
콰직-.
“자, 다음.”
마찬가지로 한방에 머리통이 으깨졌다.
결국, 섬서성을 떠날 적까지 송윤천이 전면으로 등장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충 정리가 되었으니 출발합시다.”
둘은 무한을 향해 남하했다.
완전한 혼란에 빠져버린 섬서성 북부만큼은 아니었지만, 무한으로 가는 길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산을 넘으면 산적이, 들판을 거닐면 마적이, 강을 넘다 보면 수적이 앞을 막아섰고, 풍전은 뚫어냈다.
둘이 무한에 당도했을 무렵.
빙정과 함께 북해에서 찾아온 겨울 역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돌아왔소!”
“장주님! 사제!”
“거지 왔나?”
장원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둘을 반겨주었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도 잠시.
누군가 장원의 대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
장원의 최약체 곽범이 나서서 손님을 맞이했다.
“여기 월이라는 분이 머물고 계시지 않소?”
“제 사부 되시는데…….”
“사부? 그렇다면 당신이 월 님의 제자란 말이오?”
“그렇소만.”
곽범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했다.
“그런데 그쪽은 무슨 용건으로 오셨습니까?”
눈으로 슬쩍 살피기에도 손님의 상태가 멀쩡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
어디 사는 누구에게 이런 험한 일을 당했는지 몰라도 당장 숨이 끊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부상이 그득했다.
그마저도 눈에 보이는 외상이니 내상 또한 심상치는 않으리라.
‘그리고 지금까지 월 사부를 찾아온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는데.’
가끔 송윤천을 찾는 이는 있어도 월은 정말 아무도 찾지 않았다.
“남쪽에서 찾아왔다고 전해주시오.”
“……, 알겠소. 말을 전해드릴 터이니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곽범은 쏜살같이 안으로 달려가 손님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곁에서 귀를 열고 있던 송윤천은 짐작된다는 표정이었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예, 누군지 몰라서 안으로 들이지는 않았습니다.”
늘어지게 누워있던 월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직접 손님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손님이 보이지 않아서 문을 열어보니 옆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네가 왜……!”
안면이 있는 듯 자신을 찾은 이를 발견한 월의 표정이 분노로 가득했다.
복부를 쥐어 잡은 손을 떼어보니 베이거나 꿰뚫린 것과는 다른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치 쥐어뜯긴 듯한 상처.
출혈이 상당한 탓에 월은 즉시 점혈과 함께 지혈에 나섰다.
월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무거운 분위기 탓에 쉽사리 말을 걸어서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난감한 상황.
손님이 다시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꼬박 이틀이 소요되었고, 월과 그를 찾아온 손님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둘의 관계와 목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선대(先代)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
“오냐,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이지?”
“숲에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태양이?”
“그래서 부득이하게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