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무력(武力) 권력(權力) 금력(金力)
세상을 지배하는 세 가지 힘이었다.
이건 중원 역시 마찬가지.
자세히 파고들면 무림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지만, 크게 보면 무림 자체가 무력을 상징했다.
모든 권력은 황제의 손끝과 세 치 혀에서 나왔다.
만약 황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권력자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황제가 그의 방종을 잠시 눈감아준 것일 터다.
금력은 송윤천의 창고지기에서 시작한 금와장이 반론의 여지 없이 최고였다.
물론 무림도 권력과 금력이 있고, 황제도 무력과 금력이 있으며, 금와장도 무력과 권력이 어느 정도는 갖춰져 있었다.
힘이란 미묘한 균형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중원은 어떠한가? 무력과 권력이 치열하게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주도권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데에 불과했지 않았나?”
좋게 말하면 열정이고 나쁘게 말하면 탐욕이 가득한 음성이 주변을 설득하고자 나섰다.
발언에 나서는 사내도, 묵묵하게 원형 탁자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들도 내로라하는 거부(巨富).
그들은 금력에 인생을 걸어온 자들이었다.
“설마 이 자리에서 금와장을 거론하지는 않겠지?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나가주면 고맙겠네.”
금와장은 분명히 중원제일을 넘어서 천하제일에 버금가는 거부였다.
하지만 그들은 손에 쥐어진 황금을 들고서도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저 돈을 벌고 돈을 쌓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돈을 벌어서 좋은 일에 사용하는 행동을 거듭 반복하는 게 전부였다.
덕분에 섬서성 인근에서는 황제나 무림맹주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높은 명망을 얻었다.
반대로 다른 상인들에게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돈이 썩어나는 작자들이 왜 금와장처럼 행동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 무림과 황궁, 금와장의 눈치만 살피며 살아왔소. 그리고 여기서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지속해서 그럴 것이 분명하겠지.”
심히 과격한 표현이었다.
누군가는 역모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서는 생각을 표하는 이가 없었다.
바깥에서는 그저 시간과 돈이 썩어나는 이들의 단순한 소모임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정식 명칭은 역천(逆天)이었던 탓이다.
긴 발언 끝에 전귀(錢鬼)라는 악명을 얻은 하남성 제일의 거부가 손을 번쩍 들었다.
“다들 한시가 급한 마당에 그대의 호출을 받고 이리 모였으니 결론부터 들으면 참으로 좋겠소.”
“이왕 한 번 사는 인생. 우리가 다 먹어치우는 게 그림이 좋을 것 같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 좋은 것들을 굳이 나눠 먹을 필요가 있겠소? 우리가 동떨어지고 부족하면 모르겠지만……, 정녕 그렇다고 보시오?”
호소력 깊은 발언에 다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평생을 다 써도 모자랄 만큼 막대한 금력에 완전히 취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금와장이 유구한 전통을 앞세워 평화에 일조한다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한계가 명확했다.
그들은 이러한 세력 다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여기 모인 우리들은 그렇지 않소.”
금와장이야 만족했지만, 그들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힘이란 아주 짠 소금물과 같아서 마셔도 마셔도 갈증만을 일으켰으니까.
여기서는 무력에 치이고 저기서는 권력에 치이는 게 이들이 처한 현실.
또 조금만 얕보이면 그대로 산적이든 도적이든 뜯어내려 안달인 상황이 쭉 이어졌다.
“부족하지만, 내 의견에 동의한다면…….”
“좋소.”
“일 한 번 내봅시다.”
“찬성이오.”
사내의 발언이 끝나기 전에 초대를 받고서 이 자리에 참석한 전원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질문에 답했다.
과장 조금 보태서 금와장과 산하 세력을 제외한 전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강북이 금와장의 세력권이라면 강남은 나머지가 먹었다는 말과 같았다.
“먼저 건의할 것은 앞으로 우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이름이오.”
“줄곧 가져왔던 이름인데 인제 와서 굳이 바꿔야만 하나?”
이들이 역천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건 세상에 대한 불만이 그득 차 있었기 때문.
“하지만 나는 우리가 하려는 일이 역천이나 반란 따위가 아니라고 이 자리에서 목숨 걸고 확신하오.”
자신들은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다.
검에 미친 무인이나 그저 부모를 잘 만나 권좌에 오른 황제를 가만둘 수는 없었다.
그 모두는 자신들이 가져야만 했다.
정말 그렇게만 생각했다.
“다른 좋은 의견이라도 있나?”
“우리는 앞으로 가면 뒤에 숨어서 십이지(十二支)로서 살아갈 것이오. 정체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질 것이며, 목표는 우리가 금권을 장악하는 걸 넘어 무력과 권력까지 손에 넣는 일이오.”
“금력에 이어서 무력과 권력이라…….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는가?”
“그야 당연히 우리 십이지가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는 거요.”
기나긴 역사를 통틀어서 금력, 권력, 무력을 모두 손에 넣은 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굳이 꼽으면 진시황 정도일까.
하지만 그 진시황도 세상을 손에 쥐고도 몇 년이 가지 않아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우리는 그러지 않을 거요. 믿어도 좋소.”
짝짝-
발언을 잠시 멈춘 사내가 손뼉을 두 번 치자 하인 하나가 정밀하게 만들어진 가면을 모두의 앞에 하나씩 내려다 놓았다.
토끼와 양, 개, 돼지…….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발언을 이어가며 상황을 주도하던 사내는 유일무이한 뱀 형상의 가면을 착용했다.
여기에 의문을 가진 거부가 질문을 던졌다.
“십이지라 하였는데 여기에는 다섯이 끝이로군. 나머지 일곱은 어디에 있는 건가?”
“참으로 좋은 질문이오……. 어디보자…….”
뱀 가면은 수하를 시켜 이 자리에 없는 종류의 가면을 가져와 모두의 앞에 늘어놓았다.
먼저 그가 닭과 쥐 가면을 집으며 말했다.
“먼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도 하지 않소. 그 말처럼 닭과 쥐는 각지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거요.”
다음은 용과 호랑이 차례.
“용과 호랑이는 십이지 중에서도 최강의 무력을 자랑하는 존재이니 무력을 도맡을 이들에게 주었소.”
다음은 소와 말.
“이들은 말 그대로 우마(牛馬)와 같은 이들이요. 우리에게 충성을 바치며 모든 일을 처리하는 이들이지.”
다행히도 돈으로 할 수 없는 일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았다.
무력을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금력을 비롯한 전폭적인 지원만 따라준다면 못할 일도 딱히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는……, 중요한 임무를 가지고 멀리 떠났소. 무사히 상황이 종료된다면 그때 다시 한번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도록 해봅시다.”
회의는 이로써 끝났다.
그와 동시에 천하 곳곳에서 십이지 가면을 착용한 이들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나섰다.
그리고 이들의 행선지 중 하나는 남만.
평소 접촉하던 첩자들은 닭과 쥐 가면을 쓰고 움직였다.
외부에서 불어온 바람이 내부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균형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터라 여겼다.
* * *
중원의 기준으로 볼 때, 중원을 조금만 벗어나면 듣도 보도 못한 신천지가 등장할 것만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남만 역시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조금 다를 뿐.
속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중원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중원이나 남만이나 살아가는 이들은 같은 인간이었으니까.
중원에도 무(武)를 숭배하는 이들이 모여서 무림이 생기고 여러 가문과 문파가 탄생했듯이.
남만 역시 그들에 버금가는 세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남만에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무리라고 해도 금지(禁地)에 해당하는 암림에는 절대로 접근하지 않았다.
당연히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고, 좋지 않은 경험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여왔기 때문이다.
괜한 호기심에 주변을 서성이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든가.
암림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든가.
남만에서 암림은 저주받은 숲이라는 오명과 함께 동떨어진 공간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암림에 접촉하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 누구도 앞길을 막아서려 하지 않았으니까.
“하여튼 이 야만인들은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법이 없어.”
닭이 기다리는 암림 내부 인물은 쥐 가면을 쓴 채로 등장하여 내부 정보를 바깥으로 빼돌리는 역할을 수행했다.
닭은 넙죽 그 정보를 받아먹는 정도.
어려운 일은 전혀 없었다.
“제기랄……, 이 썩을 놈이 이번에는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
닭 가면을 쓴 사내는 여유롭게 발을 구르며 약속된 시간이 한참 지나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상대를 기다렸다.
바쁜 와중에 감히 자신을 기다리게 하다니.
비록 닭 가면을 뒤집어쓴 우스운 모습이었지만, 그를 비웃는 사람은 없었다.
‘문무를 완벽하게 겸비한 이 몸을 이런 구석진 곳에서 지내게 하다니.’
그 누구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정보를 얻어내서 중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 엿같은 닭 가면…….’
쥐나 닭에 머물면 언제까지고 이렇게 정처 없이 사방을 떠돌아다녀야만 했다.
‘여기는 다행히 시비 거는 녀석이 보이지 않으니 편하기는 하다만.’
여전히 야만성이 살아 숨 쉬는 남만에서도 암림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을 자극하는 부류는 쉽게 볼 수 없었다.
그게 현지인이든 외지인이든 말이다.
닭이 몸을 적당히 숨기고 누가 오는지 아닌지 살펴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무렵.
암림의 수풀 사이로 인기척이 슬며시 드러났다.
닭 가면은 짜증을 꾹 참아내며 상대가 어서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막상 나타나야 하는 쥐 가면은 온데간데없었다.
하물며 혼자가 아니라 사내 둘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기까지.
게다가 자신에게 곧바로 오는 것을 보니 평범한 녀석은 아닌 듯했다.
“쥐에 이어서 이번에는 닭이 등장했나.”
마치 자신을 아는 듯한 태도하며.
이게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일인지 설명을 요구하고 싶었다만 그냥 살려두기에는 영 찜찜했다.
‘쥐새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무슨 일이 좋은 일은 아닐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들어왔다.
죽었든가 혹은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든가.
그렇다면 그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해야 할 행동은 하나.
미지의 적들을 제압하고 알고 있는 정보를 말할 때까지 탈탈 털어버리는 것이다.
스르릉-
닭은 재빨리 검을 들어서 상대를 겨눴다.
정보원으로 일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무력화시킨 후 다시 맞이하는 총력전 끝에 정보를 얻어내는 것.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은 상대가 금지나 다름없는 암림에서 다치지 않고 멀쩡한 모습을 하고서 등장했다는 것.
콰드드득-
“아.”
송윤천의 손아귀에 잡힌 닭의 검이 가볍게 찢어지고 말았다.
지켜보면서 가면 아래로 땀이 미친 듯이 솟아났다.
마음 같아서는 이따위 허술한 가면은 벗어던지고 도망치고 싶었으나 그러는 순간 목이 달아가리란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다른 녀석들은 어디에 있지? 너와 같은 닭이나 암림에서 보았던 쥐 가면 말이다.”
“…….”
닭 가면은 순순히 입을 열지 않았다.
“좋다.”
송윤천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월을 바라봤다.
“이놈이 믿는 구석이 어디의 누구인지 한번 알아봐라.”
죽이는 것보다 죽을 만큼 괴롭게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못 할 것도 없었다.
의도치 않게 잡아버린 꼬리였다.
물론 꼬리를 잡았다고 몸통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끝까지 꼬리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불가능은 아니었다.
“여기서 꼬리를 잡은 채로 기다리면 되겠어.”
송윤천과 월은 암림 근처에 머물면서 기다렸다.
그러자 닭이 두 마리, 쥐가 한 마리 더 등장하여 주변에 있던 걸 월이 단번에 잡아 왔지만, 여기서도 딱히 성취는 없었다.
놈들은 자신들이 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고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추격에 추격을 거듭한 끝에 처음 보는 가면이 무리를 지어서 등장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