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맹주님, 사파 놈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하……, 그래?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길래?”
마석동은 수하의 말을 듣자마자 숙취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기분을 느꼈다.
무림맹주는 항시 보고를 받는 자리였다.
그리고 아래에서부터 거르고 걸러 맨 위까지 올라오는 보고는 대부분 골치가 아픈 일투성이였다.
“철혈성이 세력 확장에 나섰다는 첩보가 실시간으로 날아들고 있습니다.”
철혈성의 주인이 용 앞에 굴복하며 호랑이를 자처한 이후.
마교와 정파, 황궁 등 여러 적대 세력 사이에서 마땅한 기회만을 노리던 철혈성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원동력은 바로 금력(金力)이었다.
출처를 알 수 없으면서도 아주 막대한 황금이 마구 쏟아졌다.
“옛말에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했는데 어찌하여 이런…….”
수하가 이러한 상황을 한탄했다.
특히 개인의 무력을 중요시하며 겉으로나마 부귀영화를 천대하는 경향이 있는 무림에서는 보편화된 표현이었지만…….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구먼. 그럼 자네는 어디 산골에 처박혀서 평생 무식하게 검만 휘두르다가 죽을 텐가? 무림맹을 지탱하는 것 또한 금력이거늘.”
결과가 눈앞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니 통할 리가 없었다.
“근래에 철혈성에 투신한 세력은 얼마이며 고수는 또 얼마나 되는가?”
얼마 전부터 무림맹이 파악한 바로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철혈성의 세력이 무려 삼 할가량 증가했다.
누군가는 고작 삼 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철혈성은 사파 최강의 단일 세력.
단기간에 가진 전력에서 삼 할이 증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림에서 전력이란 곧 무인, 고수를 의미했으니 말이다.
고수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수십 년은 갖은 노력을 쏟아부으며 재능과 행운이 더해져야 탄생하는 게 고수.
그런 이유로 예상치 못한 철혈성의 전력 상승은 이렇게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며 유심히 경계해야 하는 일이었다.
‘우리만 하여도…….’
무림맹주라는 입장을 떠나서 정파 혹은 무림맹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모든 면에서 극심한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종종 세대교체를 통하여 나름 쓸만한 전력이 합류하기도 했으나, 따지고 보면 현상 유지에 불과한 정도.
나이를 이겨내지 못한 고수가 은퇴하며 빠져나간 구멍을 신진 고수로 채우는 게 전부였다.
‘믿을 구석은 남궁연이 전부인가.’
당장 마석동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떠올려봐도 제대로 된 정파의 신진 고수는 단 한 명.
일대의 혼란을 잠재우는 데 큰 공을 세우며 만화(滿花)라는 별호와 함께 명성을 얻는 남궁연이 전부였다.
‘지금이야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만, 앞으로는?’
당장이야 자신이나 풍전, 매화, 창천 같은 구세대가 건재하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이미 다들 백 년이 넘게 살았으니 남은 수명이 길면 또 얼마나 길겠는가.
‘그리고 우리 세대가 퇴장한 이후에는…….’
누군가 별처럼 등장하여 밤하늘을 밝히기 전까지 정파는 곤욕을 치를 게 분명했다.
마교는 근래에 한 차례 힘을 분출하였으니 다시 힘을 모으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
이와 반대로 철혈성은 패왕을 비롯한 산하의 고수들은 건재했다.
“너는 가서 와룡당주에게 현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 일러라.”
마석동 역시 당장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수하에게 그렇게 당부하며 무림맹을 나섰다.
그리고 시끌벅적한 시내를 벗어나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마침 얼마 전에 돌아왔다고 했으니까.”
거기에는 누구보다 오래 살았으며 많은 경험을 체득한 존재인 송윤천이 있으니 조언을 얻어보고자 했다.
그렇게 도착한 장원.
마석동을 늘 반기던 이들 이외에 낯선 얼굴들이 먼저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 *
“마침 부를까 싶었던 참인데, 알아서 왔네.”
풍전은 귀찮음을 덜어서 다행이라는 듯 마석동을 반겨주었다.
“나를? 무슨 일로?”
“장주가 부르라고 했거든.”
“그래? 그런데 저쪽은 누구냐?”
“아, 장주가 초대한 손님들이다. 이왕 만났으니 서로 인사나 나누지.”
풍전이 마석동을 이끌고 가자 송윤천과 대화를 나누던 이들이 벌떡 일어섰다.
“금와장의 염호산이라 합니다. 맹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한쪽은 상계 최대 세력인 금와장의 유력한 후계자였으며.
“하오문의 소문주인 소유라고 합니다.”
한쪽은 중원 최대 규모이자 최고의 정보 조직인 하오문의 소문주였다.
“부르려던 참이었는데 어찌 알고 왔나?”
연초를 피워대던 송윤천이 마석동을 맞이했다.
“아, 장주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찾아온 마당인데…….”
“아마도 철혈성이겠지?”
“어라? 그건 또 어찌 알았소?”
마석동은 송윤천이 제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같았지만, 씩 웃어 보이는 얼굴을 보니 그건 아닌듯했다.
“무림맹이 당장 신경 쓸 일이 그쪽 말고 또 있겠나?”
송윤천이 무림맹의 처지에서 생각해볼 때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였으니 추론이고 뭐고 할 필요도 없었다.
“이쪽도 거기에 대해 궁금한 게 제법 많아서. 그렇게 서 있으면 목만 아프니까 일단 앉지.”
“좋소.”
송윤천을 중심으로 무림맹, 금와장, 하오문의 핵심 인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어차피 막 입을 열었던 참이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남만의 암림에서…….”
송윤천은 자신과 월이 남만의 암림을 찾아간 일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의심이 가는 구석을 떠올려보면 한도 끝도 없지만, 유력한 후보는 그리 많지 않다.”
하나는 사파였으며 다른 하나는 상계였다.
“내가 굳이 그대들을 이렇게 한 자리로 불러 모으려던 까닭이기도 하지.”
같은 정보라고 해도 보이는 단면은 관점에 따라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하여 연이 닿아 있는 송윤천이 이렇게 서로 다른 세력의 의견을 종합해보고자 한 것.
마석동이 참석하기 전부터 가장 먼저 입을 열려던 금와장의 후계자 염호산이 나섰다.
“모두 아시겠지만, 금와장의 세력권은 중원의 발달과 함께 차츰 강북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금와장이 섬서성에 자리했으며 강남으로는 다른 상단이 자리를 잡은 이유가 컸다.
“물론, 저희 금와장만큼 역사가 깊으면서 세력이 넓은 단일 상단은 아직 없으나. 강남의 여러 상단이 일종의 연합을 형성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거기서 수상한 점이라도 발견되었나?”
“본디 상인이라면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끊임없이 재투자하기 마련입니다만. 엄한 곳으로 나가고 있더군요.”
“엄한 곳이라니?”
“저희 측에서 알아본 바로는 그들의 자금 중 상당량이 무림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철혈성을 비롯한 사파로 말이지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이지만, 상인이 가진 물욕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도 더 가지고 싶고, 그보다 더 가지고 싶은 게 상인의 심리.
그런데 상업에 쏟아붓거나 재산을 축적하기도 모자란 마당에 무림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졌다.
“차라리 엮인 세력이 황궁이었다면 의심할 여지도 없었을 겁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뇌물이 될 수도 있으며 막대한 이익이 보장되는 국가사업에 대한 투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림은 아니지요.”
당장 금와장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상단이라고 하지만, 무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지간한 규모의 상단은 필수적으로 자체 호위와 표국 등을 소유하니까요.”
금와장은 추가로 몇 가지 정보를 더 풀어놓았지만, 모두 상계에 국한되었기에 초점이 맞지 않았다.
이어서 하오문의 차례.
“사파에는 유독 화통한 영웅호걸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특히나 고급진 기루에서 기녀의 시중을 받으면서 술이 잔뜩 들어간 상황이라면요.”
하오문의 구성원은 이 세상의 밑바닥.
이들은 약자.
도둑, 소매치기, 도박꾼, 주정뱅이, 기녀, 하인, 점소이였다.
그리고 이들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몇몇은 기루에서 신이 나면 비밀을 너무나도 쉽게 나불대기도 했다.
“철혈성 인근에, 하오문에서 직접 운영하는 기루가 몇 개 있는데. 호쾌하신 단골이 제법 있습니다. 거력패도(巨力覇刀) 차종우가 그중 한 분이시지요.”
“거력패도?”
“철혈성의 삼인자요. 이제 막 오십이 넘은 새파랗게 어린놈인데 아마 다음 세대에는 사파제일인이 될지도 모르는 녀석이지.”
송윤천으로서는 처음 듣는 별호인 듯 반응하자 옆에 있는 마석동이 그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맹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 거력패도께서 지나가듯이 말씀하시기를 패왕(霸王)이 청룡 앞에서 자존심을 굽혔다고 하시더군요.”
“패왕이라면 철혈성의 성주라고 들었는데. 그리고 용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아, 그리고 패왕이 직접 호랑이 가면을 보여주었다고도 들었습니다.”
“잠시만, 생각 좀 정리하지.”
송윤천이 손을 들어 대화를 잠시 멈추더니 연초 한 대를 꺼내 물었다.
“호랑이 가면을 보여주며 용을 언급했다는 건. 그 용이라는 것도 가면일 가능성이 크겠어.”
“당연히 그러겠지요. 세상에 용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오문의 소문주가 입을 열었다.
아마도 하오문에 꼬리 여덟 달린 여우가 있다는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는 모양.
‘용(龍)이라…….’
굳이 이들에게 밝히지 않았지만, 세상에도 용이 있다.
다만, 송윤천이 알기로 어떤 이유로든지 이런 일에 함부로 개입할 존재는 아니었기에 예외로 두는 게 옳았다.
“닭, 쥐, 소, 호랑이 그리고 용.”
돈이 넘쳐나다 못해 썩어 문드러질 놈들.
가면을 뒤집어쓰고 사방팔방에서 날뛰는 놈들.
천하제일이 되고 싶어서 애간장이 탄 놈들.
이런 놈들이 대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손을 잡았는지 좀처럼 예측이 되지 않았다.
‘하나 분명한 건 좋은 의도는 아니라는 건데.’
사람만 얽힌 일이라면 송윤천도 관심을 끄겠으나 상대가 암림을 노린 게 문제였다.
그곳은 사람의 영역이면서 괴력난신의 영역이기도 했으니까.
당장 사고를 크게 쳤던 천일 부족 역시 괴력난신을 아래에 두고 중원 진출을 노리지 않았던가.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진정될 때까지는 서로가 합심했으면 하는데 괜찮나? 절대 강요는 아니니 싫다면 일어서도 좋다.”
“금와장은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하오문 역시 같은 의견입니다.”
둘은 진작에 송윤천을 따를 생각이었기에 단박에 고개를 숙였다.
이제 남은 건 무림맹을 대표하는 맹주 마석동.
“무림맹 역시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소.”
어디까지나 아쉬운 건 사파를 견제해야만 하는 정파였으니 반대할 리가 없었다.
흑도에 속하는 하오문과 함께 하는 것이 꺼림칙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스승이나 부모·형제의 원수도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피해를 줄인다고 생각하면 백번 천번이라도 흑도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게 마석동의 의견이었다.
그렇게 송윤천이 일종의 교두보가 되어 상계의 금와장, 정파의 무림맹과 흑도의 하오문이 사상 최초로 손을 잡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잔뜩 경계하는 이들의 우려와 다르게 철혈성도, 가면을 쓴 무리도 사고를 치지 않았다.
괜한 걱정으로 치부될 즈음, 철혈성의 패왕이 조심스럽게 성을 빠져나왔다.
홀몸으로 한참을 이동한 끝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직전.
그는 과거 용에게 굴욕을 당하며 획득한 호랑이 가면을 착용한 뒤 목적지에 당도했다.
“왔나.”
두 번째로 마주하는 용은 여전히 범상치 않았고.
“이쪽은 처음 보는 호랑이로군.”
십이지를 상징하는 각양각색의 동물 가면이 원형 탁자에 앉은 채로 그를 맞이했다.
“모두 참석했으니 시작하지.”
이윽고 악의가 모이고 모여 뱀의 주도하에 십이지 회의가 시작되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