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0
20화
세상에는 무림 혹은 무인, 무공에 대해 오해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그 다양한 예시 중 일부를 말하자면 대충 이런 것들이다.
자신이 알지 못한 엄청난 재능이 갑자기 드러나거나, 백 년에 한 번 또는 천 년에 한 번 등장하는 기연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고수로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한다든지…….
그러니까 과정은 순간에 불과하고 대단한 결과만을 떠올리는 일들 말이다.
하지만 명심해라.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은 당신이 아닐 확률이 아주 아주 높다.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다.
결과는 순간에 불과하며 지루하기 그지없는 과정이 계속될 뿐이다.
“그게 바로 무공을 수련하는 과정이자 고수가 되는 길이며 무림 그 자체이다.”
“그러니 조바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정답이다. 그리고 너희 셋은 지금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하겠다는 마음보다는 지금과 같이 꾸준히 하겠다는 마음이 중요하겠지. 이만 해산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그래, 너희도 고생했다.”
그러므로 송윤천의 거처, 한적한 장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얼마 전 어린 남매가 들어오고, 늙고 나약해 빠진 흑도가 들어와 둘에서 다섯이 되었지만 말이다.
남궁연, 남궁헌, 곽범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또 실천했다.
물론 송윤천과 월이 다소 귀찮게 옆에 붙어서 그들을 지켜봐야 하지만, 할 일이 없어서 시간이 가지 않는 것보다는 좋았다.
그렇게 곽범이 합류한 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나고 모든 생활이 안정되었을 무렵.
장원에 실로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다.
“안에 누구 계시오?”
바깥의 부름에 마침 대문 근처를 쓸고 있던 곽범이 다가가 문을 열어주며 물었다.
“누구신지요?”
“아, 못 보던 분이 계시네. 하긴 당연하려나.”
젊은 사내가 민망한 듯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예, 여기서 머문 지 이제 한 달 남짓 되었습니다.”
곽범은 송윤천과 월을 대하며 이들이 범상치 않음을 알았다.
그렇기에 그런 이들을 찾는 이 역시 범상치 않으리라 생각하여 낯선 손님을 예의로 대했다.
곽범이 낯선 손님을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훑었다.
‘이 사내도 평범하진 않은 듯한데.’
외모는 서른 언저리에 불과했는데 눈에는 뭔지 모를 현기(玄機)가 담겨있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쉽게 볼 수 없는, 참으로 신비로운 첫인상을 주는 손님이었다.
“그렇군요. 내가 마지막으로 찾은 게 조금 오래된지라 그런데, 혹시 여기에 송윤천이나 월이라는 이들이 머물고 있지 않소?”
“두 분 다 계십니다.”
“다행이구려! 그러면 만통자가 찾아왔다고 전해주시겠소?”
둘을 부르는 호칭으로 볼 때, 곽범이 모르는 친분이 있는 듯싶었다.
“예, 그런데 장주께서는 잠시 자리를 비우셨으니 월 사부에게만 전달토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소. 여기서 잠시 기다리리다.”
“예, 금방 돌아오지요.”
곽범은 자신을 만통자라 한 손님을 대문 앞에 두고 월을 찾아 나섰다.
월은 식사를 마치고 졸음이 몰려온다며 정자 위에 뻗어 잠들어 있던 터였다.
“월 사부, 지금 만통자라는 분이 찾으십니다.”
곽범이 귀에 대고 속삭이자 언제 잠들어 있었냐는 듯 금방 눈을 뜨는 월이었다.
“어? 만통자가 왔다고?”
“예, 일단 대문에서 기다리시겠다 하셨습니다.”
“내가 가마.”
월이 훌쩍 뛰어올라 기다리던 만통자의 앞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이거, 살아 있었구먼? 이게 대체 얼마 만이야.”
“월, 자네도 여전하네.”
“사람이나 괴력난신이나 변하면 뒤지는 건 매한가지 아니겠어?”
“그래. 뭐든지 한결같아야지. 그나저나 송 형과 자네가 여기 자리 잡을 때 한 번 들렸으니 대충 오십 년 정도 되었나 싶은데?”
둘은 반갑다는 듯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로 상대를 맞이해 주었다.
“그랬나? 하도 오래돼서 가물가물하네. 아무튼, 거기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와.”
“그러지. 그나저나 송 형은 어디 멀리 가셨나?”
“아니, 연초가 떨어졌다고 하시며 나가셨어. 조금만 있으면 돌아오실걸?”
“마지막으로 뵈었을 때도 금연이다 뭐다 하시더니 결국 실패하셨나 보군. 아무튼, 잘됐네.”
“아, 차나 한잔하면서 기다려. 바로 떠날 건 아니지?”
“당장 급한 일은 없네만.”
만통자를 정자로 안내한 월이 금방 차를 내오겠다며 사라졌다.
그 사이 처음에 만통자를 맞이한 곽범도 다시 수련에 몰입했다.
마찬가지로 수련 중이던 남매는 한창 집중한 탓인지 손님이 온 지도 모르고 있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월이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차를 내왔다.
탁-
“자 여기.”
“으음- 고맙네. 향이 좋은데? 이거 보이차는 제법 오랜만이야.”
만통자가 천천히 차를 음미했다.
“운남성에서 온 물건이지. 나름 상품(上品)이라서 그런지 제법 비싸더라고.”
“고향 생각도 나고 좋겠구먼.”
“뭐 그때야 차는 먹지도 않았지만.”
“그나저나 신기하네.”
만통자의 시선이 저 앞에서 수련에 열중하는 셋을 차례대로 훑어갔다.
“응? 신기하다고? 뭐가 말인가? 이 차?”
“차가 아니라 여러모로 말일세. 저 셋은 제자인가?”
“뭐, 비슷하지. 장주님과 내 공동제자라고 생각하면 편하고. 물론 나야 무공은 잘 모르니까 역할이 조금 다르지만.”
그 말대로였다.
월은 선천적으로 강하게 태어났고, 자신의 신체를 사용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깨달은 존재.
습관처럼 되어 있는 동작 몇몇이 남들이 보기에는 초식과 비슷하게 보이겠지만, 그가 정식으로 무공을 수련하거나 한 적은 없었다.
“저기 저 사내는 이유를 모르겠고. 저 애들은…….”
“뭐가 좀 보이나?”
“그래, 굉장히 흥미롭군.”
“어라? 만통자 너 설마 한눈에 알아보는 거냐?”
“그럼, 살아온 세월이 적지 않고 그동안 경험이 얼마나 쌓였는데 모를 수가 있겠나.”
“크흠, 그래? 눈치가 빠르네. 솔직히 난 저 아이들 왜 데려온 지 잘 몰랐거든.”
“자네가 그쪽으로 공부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만통자가 자연스레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참으로 이상한 노릇이야. 만사를 귀찮아하는 자네가 나섰을 리는 없고. 당연히 송 형이 나섰겠지?”
“요새 점괘라도 보고 다니나? 그렇게 딱딱 맞춰대면 조금 무서운데.”
월이 질린다는 표정을 했다.
“하하, 그런 게 아니라 일종의 추론이지. 추론. 간단한 거야. 자네도 알려줄까? 어렵지 않은데.”
“아오, 듣기만 해도 머리가 다 아프네. 됐네 됐어. 나는 추론 그런 거 잘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아.”
월이 질렸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하나도 안 변했네. 그대로야. 그대로.”
송윤천과 월 그리고 만통자의 인연이 제법 오래되었다.
그런데 월이나 자신은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그저 만날 때마다 조금 더 강해져 있다는 사실 뿐.
‘송 형은 어찌 되었으려나.’
그도 만날 때마다 비슷하긴 했다.
그나마 자신이 새로운 지식에 열중하여 시간을 죽이나 송윤천은 그저 모든 것에 관한 관심을 끈 것처럼 보였으니.
잠시 후, 찻잔이 완전히 바닥을 보일 때 즈음.
연초를 한가득 가지고 송윤천이 돌아왔다.
“만통자?”
“송 형. 오셨소?”
* * *
월이 보이차가 가득 담긴 주전자를 통째로 가져왔다.
송윤천은 그 자리에 앉는 즉시 한시가 시급하다는 듯 연초에 불을 붙였고.
연초 한 번, 찻잔 한 번을 연달아 입에 댄 후에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했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러게요. 형님. 오랜만에 봅니다.”
무려 오십 년 만에 마주한다고 보기에는 너무 덤덤한 인사말이었지만, 둘에게는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지난 세월 동안 수십 번에 걸친 둘의 만남도 이 정도 간격을 두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 장원은 참으로 신기한 것투성입니다.”
“그런가?”
“예, 송 형도 많이 변하셨습니다.”
“내가 변했다고?”
“네, 뭐랄까. 주변 분위기가 가벼워졌달까요?”
본인도 파악하지 못할 만큼 미세한 차이.
만통자는 그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세월, 송윤천을 마주할 때마다 전해졌던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있었다.
영원히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송윤천 특유의 그 분위기.
그런데 지난 오십 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변했을까?
‘아니지 오십 년이라는 세월이 아니라 저들인가?’
만통자의 시선이 한창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남매와 곽범을 훑었다.
정확히 저 셋 중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잘됐어. 나도 시간이 나면 조만간 너를 찾아가 보려 했었거든.”
“하하, 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요. 얼마 전에 서역에서 돌아왔는걸요.”
“뭐, 운이 좋으면 닿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랬었지. 아무튼, 운이 좋았던 모양이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집도 절도 없이 말 그대로 천하(天下), 하늘 아래를 제집 삼아 떠돈 세월이 수백 년이다.
이번에도 만약 송윤천이 무한을 떠나 거처를 옮겨 갔다면?
아마도 이 만남 역시 불발되었으며 또 한 사람이 태어나 죽는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만나게 됐겠지.
“그런데 저기 저 셋은 왜 데려오신 겁니까?”
“월에게 듣지 않았나?”
“송 형께서 직접 데려오셨다 하니 직접 듣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걸 왜 묻나.”
“그 생각은 여전하십니까?”
“아무렴, 여전하지.”
송윤천과 만통자는 이 삶을 끝내기를 원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죽음을 원한다.
자신보다 몇 곱절은 더 오래 살아온 송윤천이니 그 갈망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송윤천은 자신의 오래된 염원을 이루기 위해 만통자에게 수없이 많은 조언을 받았었다.
그렇기에 만통자 역시 그의 간절함을 알고 있었고.
“자네는 어때?”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겸사겸사 방법을 찾고 있었지요.”
“여전하네.”
“하하, 솔직히 송 형과 같이 반쯤은 내려놓았지요. 이번에도 멀리 서역까지 갔는데 성과는 딱히 없었지 뭡니까.”
불로불사(不老不死).
송윤천과 만통자의 공통점이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만통자는 괴력난신의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인간이라는 것.
그는 그저 이렇게 태어난 운명이었다.
“나 역시 저 남매를 보기 전에는 반쯤 포기했었지.”
지금은 아니라는 뜻이다.
폭우 속에서 다 죽어가는 불씨였지만,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 작은 불씨가 거친 비바람 아래에서 어찌 될지는 모른다만.’
송윤천은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른바 저 남매가 송 형과 저의 마지막 작은 희망이라는 것이지요?”
“마지막일지 아닐지는 모르나 작은 희망은 맞겠지.”
“흐음…….”
만통자가 고개를 옆으로 비스듬히 돌려 남매를 지긋이 주시했다.
“절반은 인간, 절반은 괴력난신…….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래,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려고 했지. 그리고 나 역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니 너를 찾아가 조언도 얻어 보려 했었고.”
천하에 만통자만큼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은 이가 없을 것이다.
만통자라는 그의 별호만큼이나 만사(萬事)에 통달(通達)한 존재였으니까.
말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백과사전(百科事典)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렇게 된 마당이니 제가 조금 살펴봐도 되겠지요? 물론 제가 본다고 해서 뭔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지만요.”
“내 쪽에서 부탁하고 싶군. 이미 한참을 기다렸으니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려 보려 한다.”
송윤천은 그래만 준다면 고맙겠다는 듯 흔쾌히 동의했다.
“말 나온 김에 지금 바로 시작하지요.”
만통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남매에게 다가섰다.
자신이 모르는 지식을 마주하는 순간.
지루한 수백 년 속에서 그가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시간이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