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시작해도 될까요?”
“잠시만. 시작하기 전에 둘 다 손 좀 줘볼래?”
만통자를 중심으로 우측에는 남궁연이, 좌측에는 남궁헌이 서 있었다.
그리고 만통자는 가운데에 서서 각각의 손목에 가볍게 손을 짚었다.
우웅-!
남궁연과 남궁헌의 손바닥에 아지랑이 몇 줄기가 피어올랐다.
“으음, 신력이 이런 식으로 발현되는 건가? 미안하지만 더 강하게 한 번만 다시 보여주겠니?”
“그럼요.”
파밧!
이번에는 마치 작은 불꽃이 남궁헌의 손바닥 위에서 피어나듯 했다.
그리고 반대편 남궁연의 경우에는.
화르르르-
머리통만큼 거대한 불이 발현했다.
송윤천에게 배운 기간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금방 사용법을 깨달아 버린 탓이다.
사실 이미 가지고 있던 힘을 활용하는 것인지라 남궁연에게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는 수준.
“이렇게 하면 될까요?”
“그래,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구나. 귀찮게 해서 미안하고 협조해줘서 고맙구나.”
“아뇨, 장주님께 도움이 되는 일이면 얼마든지요.”
“맞아요. 저희가 할 수 있다면 꼭 해야죠.”
“둘 다 심성이 곱구나.”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그러렴. 고생 많았다.”
남매가 만통자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둘의 외면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인간이며 행동 양식이나 주체성 역시 마찬가지.
‘다만…….’
그들에게 발견되는 특이점은 오롯이 힘을 발현할 때 감지되는 기운.
바로 송윤천과 월에게서도 느껴지는 것과 같은 신력이다.
물론 그 격차가 너무나도 컸지만, 엄연히 무인이 발현하는 내공과는 달랐다.
굳이 설명하자면 도인의 도력과 무인의 내공이 복잡하게 뒤섞였다고 할 수 있었다.
만통자는 떠나가는 남궁연을 흥미로운 눈길로 보았다.
‘크게 될 녀석이구나.’
곁에 있는 동생 남궁헌도 모자란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남궁연의 재능은 특별했다.
‘어쩌면 저 아이가 실마리일 수도…….’
괴력난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 중에서는 가장 많은 괴력난신을 접했던 만통자였다.
그러면서 그가 내린 결론은 특별하고 강한 신력은 어떻게든 변화를 끌어낸다는 거다.
‘그게 좋은 방향이든 그러지 못하든 말이지.’
잠시 혼자서 생각을 정리한 만통자가 멍하니 정자에 앉아 하늘을 주시하던 송윤천 옆에 자리를 잡았다.
* * *
“송 형.”
“이제 끝났나?”
송윤천이 다가선 만통자를 보고 물었다.
송윤천의 의견은 자신이 따로 의견을 내고 듣겠다며 나선 지 꼬박 사흘 만이었다.
“예, 그러니 이렇게 찾아왔지요.”
“그래서 자네가 보기에는 어떻지?”
“먼저 둘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차이?”
“음, 쉽게 설명하자면 비율의 차이지요. 잠시만요.”
일어선 만통자가 담벼락 근처를 돌아다니며 조약돌 열 개를 가져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조금 소요되었다.
곽범이 얼마나 쓸어대는지 조약돌이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찾기가 쉽지 않지?”
“하하, 그러게요. 쓸데없이 깨끗하네요. 아무튼, 누이, 그러니까 남궁연이라는 아이를 예시로 들자면 이런 겁니다.”
한 손에는 돌 여섯 개가, 다른 한 손에는 네 개가 들려 있었다.
그 상태로 만통자가 설명을 이어갔다.
“반인반괴라고 하셨지만, 조금 더 자세히 파고들면 정확히 절반은 아닙니다. 괴력난신보다는 인간에 조금 더 가깝더군요.”
내재한 기운을 수십 차례에 걸쳐 직접 확인한 결과였으니 확실했다.
이번에는 만통자가 한쪽의 돌 세 개를 옮겼다.
한 손에는 아홉, 다른 한 손에는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동생 남궁헌의 경우에는…… 이렇습니다. 알고는 계셨죠?”
“너처럼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물론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아시다시피 반인반괴라는 이들은 대부분 태어나고 며칠도 채 버티지 못하고 죽으니까요.”
“갓 태어난 육신은 괴력난신의 기운을 담기에 나약하니 어쩔 수 없지.”
“사실 남궁헌이라는 아이는 이렇다 할 문제가 없습니다. 분명히 반인반괴는 맞습니다만, 신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죠.”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계기, 적당한 환경이 갖춰진다면 알아서 잘 자라게 될 것이다.
또한, 어떤 면에서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일 테다.
“신력은 그만큼 신비함을 담고 있으니 말이지.”
멀쩡한 자신을 괴력난신으로 만들었고,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세로 만든 게 바로 신력이지 않은가.
“예, 그런데 문제는……, 남궁연입니다. 이쪽은 동생과 다르게 신력이 너무 강해서 문제죠.”
진작에 버티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을 운명이었다.
그런데 남궁연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으며 송윤천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저 아이에게 있어서 송 형과의 만남은 말 그대로 천운(天運)이며 기연(奇緣)입니다. 만약 송 형을 만나지 못했다면…….”
만통자가 말을 머뭇거렸다.
다만 송윤천은 그 뒷얘기를 알고 있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남궁연은 신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마치 제가 가진 기운을 다스리지 못하여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는 무인처럼.
“물론 지금은 신력을 다루는 방법을 알아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이나 완전한 안정은 아닙니다.”
“일종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로군.”
“그렇지요. 폭탄이 완전히 해체되든가, 언젠가 터지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송 형께서 원하시는 건 완전한 해체겠죠.”
송윤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해체라고 하여 그 결과가 어찌 될지는 만통자를 포함한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인간을 벗어나 괴력난신이 될지 그대로일지, 그것도 아니라면…….
‘신력을 잃고 인간이 될지.’
그것이야말로 송윤천이 바라는 바다.
아주 작은 실마리라도 좋다.
그 과정을 바라보며 같은 결과에 도달하기를 바랄 뿐이다.
“저도 이런 경우는 생소한지라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기대하셨을 텐데 도움이 못 되어 송구합니다.”
“아니,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만통자가 자신의 부족함에 민망하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었으나 송윤천이 이를 부정했다.
진심으로 도움이 되었으니까.
“다른 조언은 없나?”
“음……, 홀로 수련하여 강해지는 것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외부의 자극이 있으면 그 아이도 여러모로 자신의 힘에 대해서 깨닫지 않을까요?”
“외부의 자극이란 말이지.”
정리하자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이었고, 송윤천도 동의하는 바였다.
이미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지 지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었으니까.
“아,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시지요?”
“아마도 그렇겠지.”
“잘됐군요. 차후에 무언가 떠오르는 게 있다면 이쪽으로 전서를 보내 알려드리지요.”
“바로 떠나려는가?”
“예, 선약이 있어서요.”
송윤천도 그렇지만, 만통자는 특히 한곳에 머무는 삶을 즐기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나설 뿐.
“가기 전에 식사나 한 끼하고 가게.”
“좋지요.”
* * *
짐을 챙긴 만통자와 장원 식구들이 무한 시내로 나왔다.
앞장선 월을 따라 일행이 들어선 곳은 한성객잔.
조선식 국밥 한 그릇이 든든한 맛집이었는데 평소에 자주 방문하지만 만통자를 위해 찾기도 했다.
“이거 참 그리운 맛이네요.”
어린 시절에는 상인이었던 부모를 따라서 한반도에 왕래가 잦았던 만통자였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서는 국밥 역시 익숙하고 그리운 추억 중 하나였다.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군. 그런데 이번에는 어디로 가나?”
“여기서 광동성 남쪽 해안으로 가서 배를 탈 생각입니다.”
만통자가 한 손에는 수저를, 다른 한 손으로는 대충 남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멀리 타국으로 가나?”
“예, 소문을 들었는데, 대해 남쪽으로 쭉 섬을 거쳐 가다 보면 거의 중원만큼 거대한 섬이 있다고 하더군요.”
“정화의 함대 말인가?”
“어? 송 형도 알고 계셨습니까?”
“당연히 알지. 아는 것뿐이겠어? 당시에 나와 함께 선원으로 참여해서 다녀왔는데.”
월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정말 아쉽습니다. 하필 제가 그때 북해에 있어서……. 그런데 사실입니까?”
만통자가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도 선원으로 참여한지라 금방 돌아왔네. 서장처럼 후덥지근하고 특히 독물이 많더군. 신기한 것도 제법 있고. 아, 이족보행을 하고 배에 있는 주머니에 새끼를 넣고 다니는 동물도 있다네.”
“오호라- 그거 재밌겠군요. 기록할 것들이 제법 많겠습니다.”
대화 속에서 식사가 끝나고 이제는 따로 길을 나설 차례가 되었다.
“다음에 만나세.”
“예, 송 형도 잘 지내고 계십시오. 월 자네도. 그리고 자네들도 잘 지내시게.”
인연이 닿지 않아 세월이 오래 흐르면 이 중에서 유일하게 평범한 곽범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나 나머지 넷은 언젠가 또 볼 것만 같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갑니다.”
만통자는 마지막으로 이전부터 이어온 인연과 새로 만난 인연을 눈에 담고 새로운 여정을 위하여 남쪽으로 떠났다.
신기한 것은 그의 걸음이었다.
분명히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디뎠는데 수백 걸음을 나아가고 금방 점이 되어 사라졌으니 말이다.
경신법과는 거리가 멀었다.
“저분 혹시 그……, 귀, 귀신입니까?”
이를 보고 곽범이 놀라 물었다.
송윤천과 월, 남궁 남매를 만나고 세상 놀랄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아있었다니.
“뭘 그렇게 놀라? 쯧, 축지법 처음 봐?”
“그, 그러면 저분이 도사란 말씀입니까?”
“뭐 도사는 아닌데 도술도 익히고 무공도 익히고 이거저거 다 하는 놈이지.”
“엄청난 분이셨군요.”
더 묻지 못했지만, 방금 뱃속으로 들어간 국밥 세 그릇이 다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어안이 벙벙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곽범이 털레털레 뒤에서 따라오는 사이.
송윤천이 남매에게 다가가 물었다.
“연이랑 헌이.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다오.”
“네? 저는 딱히…….”
남궁연은 당장 떠오르는 게 없다는 듯 말을 줄였다.
그리고 머뭇거리던 남궁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장주님. 무림맹에 가보고 싶어요.”
“무림맹?”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저기 아주 멀리 거대한 덩치의 무림맹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송윤천 본인이나 월 정도만 보일 테지만, 저 아이들도 무한에서 떠돌며 무림맹을 몇 번이고 보기는 했을 테다.
“이봐, 곽범. 우리도 무림맹에 들어갈 수 있나?”
“예? 아, 예. 물론입니다. 무림맹 견학이야 매일 있지요. 저도 예전에 한 번 가봤습니다. 나름 괜찮더군요.”
무한에 방문하는 이들이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장소가 바로 무림맹이었다.
무인이든, 아니든 무림맹은 정파 무림의 중심이지 않은가.
특히 무인을 꿈꾸는 아이들은 더욱 그러했고.
때문에 무림맹은 맹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현재로서도 무림맹 견학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뭐, 눈에 훤하지만, 오랜만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사실 송윤천은 과거에 셀 수 없이 무림맹에 들락날락하고 실제로 맹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니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다.
“좋다. 그럼 이왕 다 함께 나온 김에 바로 가도록 하지.”
“정말요?”
“물론, 어차피 돌아가 봐도 다들 할 것도 없는데.”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이런 건 백 번, 천 번이라도 들어줄 테니 얼마든지 말해 다오.”
“헤헤. 네, 장주님!”
남궁헌이 기쁜 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일행이 그 뒤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어느새 모두의 시야에도 무림맹의 위세가 담겨왔다.
천하제일 괴력난신